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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8. 우박
작성일 : 21-12-31 19:52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2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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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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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실린 바람이 병사들의 등을 훑으며 지나갔다. 아마미크는 부하들과 마을 입구에 서서 돌담 너머로 언뜻 비치는 모래색 기와를 올린 지붕을 지켜보았다. 겁과 호기심이 섞인 눈빛으로 마을을 둘러싼 담장 너머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이들과 언뜻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병사 한 명이 짓궂은 얼굴로 활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자 재빨리 담 아래로 숨었다. 아마미크가 성마른 웃음소리 내는 부하를 노려보았다. 아마미크는 평생에 걸친 싸움에도 깨끗하고 단단하던 목소리를 유지했으나 며칠 안 되어 그의 목에서 쇠가 부딪치는 울림만 나왔다.

 “저들은 무기가 없으나 함부로 습격해선 안 된다. 과거에 부끄러운 모양새로 사람들에게 원하는 바를 취한 경험은 잊어라. 얼마 전부터 우리는 누구에게도 음식과 잠자리를 강요할 수 없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그러니 함부로 다그쳐선 안 된다. 겨우 구한 물도 시궁창이 돼 버리니까.”

 얼마 전 한 여인의 이마를 화살로 관통했던 부하는 이내 태도를 고치고 용서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수상쩍네요. 지나치게 기다리게 만들어 지치도록 할 심산인가 봅니다. 대장, 마음가짐을 바꿔봅시다. 우리는 저들과 같은 핏줄이지 않습니까? 저들의 손을 거쳐 받으면 부패하니, 우리가 저들의 차를 뿌리부터 길러낸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저들을 너무 오랫동안 설득했으나, 저들은 우리를 내내 무시하고 경멸하고 멀리했습니다. 조상은 같으나 주인을 달리하면서부터. 저 차를 뺏으러 온 거 아닙니까, 대장? 노을차를 우리 손으로 재배할 셈은 왜 안 했을까요? 우리가 그동안 보여준 호의이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가 썩은 뿌리를 뽑고 새로이 식물을 뿌리내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나 쓰레기만 받을 겁니다. 우리가 차의 주인이 됩시다. 사실 그걸 위해 여기 온 거잖습니까. 노을차를 우리가 기르고 비싸게 팝시다. 아마미크, 아예 사 버립시다. 주인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그들을 사 버리자고요.”

 아마미크의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 먼지를 닦아내려 눈을 깜박여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미간을 찡그리고 부하들에게 공격하되 죽이지 말라 명했다. 병사들이 칼과 활을 앞으로 내밀고 마을로 달려갔다. 그들은 여태껏 지나온 마을에서 그랬듯 진열도 갖추지 않은 채 나무로 만든 허술한 문을 부술 셈이었다. 미처 숨지 못한 표적을 죽일 터였다. 은신처에 몸을 숨긴 이들은 주인의 병력이 도우러 오기만 기다리나, 지원군은 언제나처럼 늦으리라. 무언가 빼앗기고 누군가 다치거나 죽거나 납치당하고 나서야 도착하리라. 어떤 이는 주인이 있기에 그나마 이 같은 일을 일 년에 한 번씩만 견디는 거라 위안 삼으며 숨을 거둘 것이다. 아마미크는 반쯤 감은 눈으로 부하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의도와 달라져서 미안하다고 되뇌면서.

 그러나 밤새 이어질 줄 알던 소란은 금세 잦아들었다. 마을 입구에 다가가던 병사들이 연이은 검은 탄환을 보는 순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비명은 한 번만 질렀지만, 몸을 관통하는 투명한 고통은 셀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검은 우박이 세차게 꽂히기라도 하듯 그들의 몸에 처음 보는 상흔을 남겼다. 아마미크는 새빨간 시선으로 부하들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곧 그 역시 쓰러졌다.

 

 *

 

 끝내 주인의 군대는 마을에 오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에 펼쳐진 노을차 밭을 둘러싸고 경계하기만 했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발미가 발명하고 마르카가 발전시킨 무기를 알맞은 곳에 숨길 수 있었다.

 

 *

 

 왼쪽 팔에 상처 꿰맨 흔적이 있는 여자 아이가 숲을 헤매느라 지쳐, 구부정하게 자란 오렌지나무에 몸을 기댔다. 나뭇가지에 손을 뻗어보았으나 손이 닿지 않았다. 땅에 떨어진 상한 오렌지를 들어 흙을 털었다. 껍질이 보기보다 단단하고 질겼다. 소녀는 껍질째 한입 물었다. 아이는 혀를 내밀고 불쾌함을 나타내는 외침을 내었다. 한 번은 입에 든 오렌지 껍질과 과육이 뒤섞인 침을 뱉었다. 그러나 배가 고팠고 의외로 쌉쌀하고 신맛이 기운을 돋우었다. 천천히, 입가가 따끔거려도 견디며, 오렌지를 껍질째 먹었다. 그리고 과즙 때문에 끈적거리는 손으로 나무줄기를 짚으며 다시 걸었다.

 어느덧 소녀는 어둑한 수풀 밖에서 익숙한 사람 냄새를 맡았다. 어둠 속에서 자기 몸에 바느질을 한 괴한을 단박에 처단한 여자의 냄새. 어비는 체취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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