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 도는 수염 난 남자가 오른손으로 눈썹 위를 가렸다. 저 앞에 땅 위로 튀어나온 두드러기 모양을 한 형상이 제대로 된 마을인지, 신기루인지 분간하고자. 그들이 얼마 전 산속을 헤매다 들른 오두막에서 한 광경을 목격한 이후 섣불리 다른 마을로 진입하기를 꺼렸다. 아마미크는 이전에 머문 마을에서 피해를 입어 한 명이 희생되는 바람에 열다섯으로 준 부하들을 둘러보며 일렀다.
“우리는 손님이다. 침략자의 모양새로 다가가다가 썩은 내 나는 물이며 음식만 받지 않았나. 우리는 손님이니 문 앞에서 대기하라.”
명령을 내린 그는 문득 아버지가 마지막에 남긴 말이 허공을 떠도는 걸 본 듯 했다.
‘아들아, 단번에 너무 많은 구원을 행하지 마라. 누군가는 그를 복수로 받아들일지니.’
아마미크는 사흘 반나절 전에 겪은 기이한 일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