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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르카
작가 : JakeCello
작품등록일 : 2021.12.30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 ‘누주’의 대장장이 ‘마르카’가 마을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수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7. 소문
작성일 : 21-12-31 19:50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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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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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들의 소문을 조합하면 이러합니다. 이번 도적 무리는 아마미크라 불리는 자가 우두머리랍디다. 옛날 우리 조상과 자신의 조상이 같은 일족이었다고 주장한다지요. 우리 조상의 주인이 한 번씩 바뀔수록 아마미크의 조상은 견해를 달리했습니다. 한때는 같은 일족으로서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독립된 공동체를 일구자고 하였으나……. 이내 그들의 행동도 너무 바뀌었습니다. 어느 대에 이르러선 도적 무리 일족이 우리의 원래 주인이라 칭하기 시작했지요. 그들이 퍼뜨린 명분은 이러합니다.”

 “웃기는군. 모든 적이 과거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누었고, 현재 우리의 실제 주인이라 우기는데. 죄다 조악한 근거 따위나 갖고 와선.”

 “저들도 별반 다를 거 없네. 목적도 우리 차라지? 진짜 주인 행세를 하긴 하고 싶은가 보이.”

 “그도 그러나 모든 음식이 저들 손에만 넘어가면 순식간에 썩어버린답디다. 쓰레기 음식을 잔뜩 쳐 넣은 입 안이라도, 좋은 입가심 거리를 구하고 싶은 심정일까요? 그래서 여기 왔답니다. 우리 차는 썩어도 향이 좋단 평이 자자하니까요.”

 원로들이 입술을 축이며 저마다 몇 마디 꺼냈다. 조금 전까지 교수대에 서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던 마르카가 내내 회관 입구에 서서 자기를 회의로 불러들인 원로들을 내려다보았다.

 “무슨 목적으로 저를 부른 겁니까?”

 한 원로가 답했다.

 “우리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닐세. 사람을 보냈으니 여기서 가장 가까운 경비대가 출동할 걸세. 그 사이 저들이 태도를 바꾸어 부리를 내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네가 만든 무기가 필요하네.”

 “저는 무기를 만든 적이 없는걸요.”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모르는 바 아니야. 새 주인은 모든 마을에서 만드는 쇠붙이에 일정한 제약을 두었지. 가령 식칼로 무를 단번에 썰어도 좋지만, 생고기는 너무 쉽게 썰면 안 되는, 날카로움에 관한 제약이네. 그러나 그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자네라도 잘 알 테지. 따라서 주인들의 도시에서 어쩌다 점검이 들어오면 자네 대장간에서 만든 모든 쇠붙이를 일부러 무디게 만드는 일이 예사라네. 그러나 보게. 우리는 자네의 칼날이 언제나 예리하도록 장려해왔지 않나. 나무뿌리며 짐승의 척추며 사람의 목이며, 마르카의 칼날은 우리 수고를 덜 들이게 만들지. 손바닥만 한 칼도 관리하는데 다른 무거운 도구는 어떻겠나?”

 “물론 자네 동생도 훌륭한 대장장이가 될 가능성이 있었지. 어쩌면 역대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로. 그러나 마을에 같은 직업을 두 명이 가질 필요도 없고, 한 명은 의사가 되길 희망했지. 너무 뛰어나기도 했고, 발미는.”

 “발미가 어릴 때 한 강철 무기를 만든 걸 모두 알고 있네. 아이가 제작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쇠뇌였지. 목재(木材)는 최소한만 이용하고 대체로 쇠로 이루어진 쇠뇌는 그게 처음이었어. 발미가 시범을 보여주었는데 그 위력이 어찌나 위협적이던지. 예나 지금이나 쇠뇌란, 일개 무리로서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무기야. 두 번 다시 에뮤 떼가 쳐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고 만들었다지. 하지만 우리는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만 재능 있는 형을 대장장이로 점지했네.”

 마르카는 언젠가 어머니로부터 이런 얘길 들었다.

 ‘네가 그 애보다 훨씬 뛰어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건, 너만 아는 사실이 아니다. 허나 발미는 훨씬 뛰어난 대장장이가 되고, 그 아이의 제조술은 너무 광범위하여 살리는 길에서 벗어날 기술자가 될지도 모른다.’

  오래 잊고 있었던 얘기가 지금 떠올랐다.

 “주인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재인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잘 아니까. 그런데, 주인은 늘 바뀌고 적들은 틈만 나면 우리 마을을 노리지.”

 “오래전 일이죠. 주인이 마을을 지켜준 지 꽤 됐습니다. 그리고 노을차는 우리 손으로만 키워낼 수 있으니 계속 지켜주겠죠.”

 “언제까지 은혜를 입을 수 있다 믿나? 너처럼 일상만 유지하는 사람은 몰라! 점차 유일무이한 무기를 시험해 볼 필요가 절실해지고 있어. 무기 말이야!”

 가장 나이 많은 원로 케루비니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당시 우리 원로는 발미에게 쇠뇌를 처분하라 명했네. 실망한 자네 동생은 우리 눈앞에서 무기를 해체했지. 표면상 그러했으나 이 노인은 그 아이가 언제든 그걸 다시 조립하여 쓸 수 있도록 감추었단 걸 눈감아주었다네.”

 발미의 쌍둥이 형제 마르카가 눈을 천천히 감고 한숨을 짓고 다시 눈을 떴다.

 “자네가 동생이 만든 단 한 대의 훌륭한 무기를 더 뛰어나게 개량한 사실 또한 중요하게 여기고 있네. 내내 알고 있었지. 수도에서 그 사실을 안다면 자네 형제 목숨을 모두 거두어갔을 걸세. 그걸로 그친다면 다행이려나. 허나 주인이 우리를 배신할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최대한 모르는 척 해왔을 뿐이라네. 다만 도시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멀고 아마미크, 저들은 다른 마을에 그랬듯이 우리를 공격할 테고, 노을차가 아니라 마을 자체를 노릴 걸세. 그래서 그게 있던 곳을 찾아보니 이런, 그 자리에 없더군. 발미가 만들고 마르카가 손 본 쇠뇌를 어디 두었는지 기억하는가?”

 대장장이는 밧줄로 묶인 두 손을 가슴 앞으로 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은 곧 죽을 젊은이에게 의아한 수수께끼를 던지기로, 놀리기로 작정하셨군요. 하나도 알아듣기 힘들며 도통 아는 바 없다고, 굳이 대꾸해드리지요. 이만 사형 당하러 가보겠습니다. 더 얘기하다간 오늘도 목숨만 부지할 것만 같아 벌써 심심하거든요.”

 그가 뒤돌아 문을 열려고 할 때 케루비니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잠시 저 청년과 나눌 얘기가 있습니다. 모두 밖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한 번만 요청해보고 말 터이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원로의 요청에 모두 자기 잔을 들고 회관 밖으로 나갔다. 안에는 가장 나이 많은 원로와 사형수 청년 둘 뿐이었다. 원로는 청년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했고, 청년은 그리했다.

 “자네는 운이 좋군. 어머니 레아가 교수형에 처하는 광경을 보지 않아도 되니. 놀라지 말게. 지난 그 밤 숲속에서 아이의 비명을 듣고 달려간 사람이 자네 가족만은 아닐세. 사실 이 노인네는 에뮤 재해 이후로 들짐승이 노을차 농사를 망칠까 우려하여 밤마다 순찰을 한다네. 한때 다수가 함께했지만, 오늘도 밤 순찰하는 이는 노인뿐이지. 그러다 자네가 목격한 광경을 보았네. 자네가 광경을 보는 모습을 본 셈이지.”

 마르카는 이 대목에서 시선을 왼쪽으로 옮겼다.

 “자네 뜻에 감격하여 어머니는 삶으로 죄책감을 대신토록 하고자 했지. 하지만 이 노인은 사실을 알고 있고, 언제든 진실을 토해낼 수 있다네. 자네도 자네가 아는 사실을 성토한다면, 존속살해 대신 영웅으로서 목숨을 내놓을 수 있지. 그렇다면 노을차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목숨을 부지하지 못 하는군요.”

 “주인이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듯이 자명하지. 허나, 모두의 기억에서 자네가 영웅으로 죽었다는 인상을 남겨보도록 하지.”

 “어머니는…….”

 “염려 말게. 노인이라 해서 속에 삼킨 걸 잘 소화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니. 보게. 자네 동생, 우리 마을 최초의 의사, 발미가 끝내 어떤 사람으로 남았는지, 자네는 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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