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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17인_나를 찾아서
작가 : 범인은바로나
작품등록일 : 2021.12.27

거친 파도를 타고 육지로 오는 순간, 17살 이전의 기억은 사라졌고 대한민국에 없는 사람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씩 사건이 터질수록 환각,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누군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

 
4인
작성일 : 21-12-30 23:18     조회 : 50     추천 : 0     분량 : 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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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일이 일어난 후 수면아래에 숨겨졌던 진실이 떠올랐고 파장이 점점 커졌다.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던 그는 학생들의 신체 부위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불법 사이트에 유포했고 친절을 베푸는 척 수면제를 먹여 여러 번의 성추행, 성폭행을 가했다고 전해졌다.

 

 그의 죽음도 마찬가지로 누구 하나 슬퍼하는 사람이 없었고 뉴스에 전해진 바로는 교수의 개인사무실에 처참하고 잔혹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학교 주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해 경찰은 아침, 저녁으로 순찰을 하였고 당분간은 학교에서 밤새며 과제를 할 수 없었다. 혜원은 그 일이 일어난 이후 위험하다며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집은 2배로 어질러진 느낌이 들었지만, 옆에서 간호해주는 누군가 있어 든든했다.

 

 “고개 들어봐 소독하게”

 

 MRI 촬영 결과 다행히도 촬영 결과 머리에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일반인들보다 뇌가 조금 더 크고 어렸을 때 뇌수술을 한 적 있냐고 물어봤었다. 기억이 없어 답을 해줄 순 없었지만, 파도에 밀려오기 전 나는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것 같지 않았다. 꿈에서 점점 나타나는 그것들과 중간 중간 사라져 가는 기억은 평범하게만 흘러가던 나의 시간이 멈췄다.

 

 “당분간은 모자 쓰고 다녀야겠다.”

 “귀찮은데 뒷머리도 단발로 자를까?”

 “이참에 머리 스타일 좀 바꿔봐라, 난 찬성”

 “그러면 내일 머리 자르고 아르바이트 가야겠다”

 “내가 삼촌한테 잘 말해줄게, 그냥 내일 하루 쉬어”

 “나 이제 환자 아니야, 팔팔하다고”

 누워있던 혜원 위로 뭉개며 장난을 쳤다.

 “이제는 좀 살만한가 보네”

 “이번 추석에 같이 할머니 집 가서 놀래?”

 “좋지, 오랜만에 맛있는 거 많이 먹겠다.”

 

 등허리까지 오던 긴 생머리를 목에 짧은 머리카락이 느껴질 만큼 싹둑 잘랐다. 이상하게 미용실에 가면 거부감이 들었는데 오늘따라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건너편에 보이는 여자의 모습은 짧은 머리와 단발이 섞여 있는 두 얼굴의 사람으로 보였고 그 여자는 바로 나였다.

 

 “진즉에 머리 좀 자르지 그랬어, 잘 어울린다.”

 “가벼워져서 좋네, 그래도 옆에 머리가 너무 짧아서 모자 쓰고 다녀야겠다.”

 

 누군가에게 주목받으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에 홍조가 심하게 달아올라 남의 시선에 민감해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다가가는 일은 나의 성격으로는 힘든 미션이었다.

 

 소극적인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고향 친구 민지, 대학교에서 만난 혜원은 내 인생에서 친구라는 존재를 알려주었고 인연을 이어올 수 있게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이다. 가족과 진짜 친구 외에는 믿지 않는 성격과 사회성 결렬로 소외당하였지만 그 옆에는 나를 믿어주는 그들이 있어 6년이라는 세월을 잘 버텨온 것 같았다.

 

 그동안 바꾸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로 나는 다시 현실을 마주한다. 돈이 없으면 배우지도 가지지도 못하는 지옥 같은 세상은 부와 권력이 먼저였고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손가락질 대며 비웃는 잡것들로 가득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뼈 빠지게 일해 돈을 벌어도 저들의 신발 한 켤레 수준이었지만 우리는 행복하게 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고되고 힘들지만, 그들은 평생 알아갈 수 없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북적거리는 길을 따라 현실 속으로 들어왔고 혜원과 나는 그 길로 따라 들어간다.

 

 술 먹는 사람들로 붐비는 가게 안이었다. 쉴 틈 없이 서빙 하는 혜원과 음식 준비를 하는 고기 삼촌, 주방 구석에서 내장을 정리하는 나였다. 대창을 막대에 끼워 넣어 고름처럼 생긴 지방을 밖으로 꺼냈다. 이것을 반복하며 통 안에 있는 것들을 처리했고 각종 내장을 손질했다. 일에 심취해 있는 무렵 가게 안 TV에서 나오는 뉴스가 귀에 들렸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잡소리로 가득한 곳이었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잘 들렸다.

 

 “긴급 속보입니다. **시 **구 **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60일도 안 된 신생아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구 **동이라면 내가 사는 곳, 우리 아파트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를 무책임하게 죽여 그것도 더러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는 엄마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몰랐다. 세상에는 별나고 유별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상식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뉴스를 들으며 분노로 가득했던 마음으로 내장을 거칠게 손질했고 주방 바닥에는 흘러내린 피로 가득했다.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벌써 퇴근할 시간이었고 아무도 없는 식당에는 청소하는 우리 뿐이었다.

 

 “지민이 오늘 일 많이 했네? 혼자 하려면 힘들었을 텐데”

 “오늘따라 손질이 잘되더라고요”

 물 호스로 주방 여기저기 뿌려대며 빗자루로 마감 청소를 하며 대화하는 고기 삼촌과 나였다. 홀에는 의자와 책상 정리를 하는 혜원이 보였고 식당 유리창에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삼촌, 저거 사람이에요?”

 “사람 맞는 것 같은데? 끝났다고 말해주고 와야겠다.”

 

 삼촌이 말을 하러 나가자 검은 그림자는 사라졌고 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때, 우리는 저 그림자를 의심하고 생각했었어야 했다. 어둠 속에 가려진 그것은 우리의 삶에 침투했고 멸망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현실과 학업을 번갈아 가며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 뒷산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7시 이후로 학교에 있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과제를 하게 되었고 그 덕에 우리 집은 돼지 우리보다 못한 쓰레기장이 되었다. 바닥에는 잘린 각종 재료와 이불 더미, 쓰레기들로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웠다. 마감 과제까지 2주 정도 남아 그냥 참고하기로 했고 이제는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밤새 우리는 칼 판 위에 올려진 폼 보드를 날카로운 칼을 세워 일정 간격으로 잘라 재단하고 또 그것으로 주택 모형 스터디를 만들었다. 며칠 동안 학교와 밤샘 과제로 커피와 박카스를 먹어도 감기는 눈이었다. 과제를 하다 지쳐 누워있는 혜원과 옆에서 불안한 정신으로 칼질을 하는 내가 있었다. 폼 보드는 우드락을 가운데 두고 얇은 종이로 위아래를 막고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 커터 칼 보다 2배는 날카로운 30도 칼로 그것을 찔러 밑으로 내렸다.

 

 하지만 수직으로 내려가야 할 칼은 나의 손가락 위로 올라가 피로 물들었다. 생각보다 깊게 들어가 피가 많이 나왔고 욕실로 들어가 휴지로 상처 부위를 대충 감아 지혈했다. 피로가 쌓이다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고 잠시 잠을 깨려 밖으로 나왔다.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놀이터 바닥에 박혀 있는 타이어에 앉아 담배를 태웠다.

 

 몇 없는 가로등만 켜진 채 불 꺼진 아파트 단지는 우주의 이름 없는 외행성처럼 존재감이 없어 보였다. 초라한 닭장처럼 빽빽하고 생기가 없어 보이는 그것을 바라보며 또다시 담배 하나에 불을 붙여본다.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빛을 보며 나는 성냥팔이 소녀가 된 것 같은 느낌으로 망상을 해본다.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또 하나의 사랑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내가 보인다. 하지만 빨갛고 뜨거운 불은 하얀 연기가 되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빛이 나고 유명한 건물들의 그림자에 가려진 그곳은 처량했지만, 그것이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빛이자 어둠이었다. 모래를 털며 그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시 내가 있어야 할 집으로 향했다. 1층 우편함에 있는 쌓여있는 종이 꾸러미를 집어 들고 계단으로 올라가려는 순간이었다. 어린아이의 앓는 소리가 지하에서 들려왔고 어두웠지만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누군가가 있었고 나는 암흑으로 보이지 않는 그곳을 담배 라이터로만 의지한 채 밑으로 내려갔다.

 

 “거기 누구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하 주차장에 내려왔을 즘 계단 밑에 쭈그려 앉아 있는 어떤 꼬마가 있었다. 움직이지 못한 채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아이의 몸에 라이터를 가져다 댄 순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온몸에는 피멍과 상처로 가득했고 무언가에 맞은 듯 머리에서 피가 많이 나고 있었다.

 

 “꼬마야 부모님 어디 계셔? 언니가 데려다줄게”

 

 부모님이라는 말에 전신을 떨며 말을 하지 않았고 충격이 커 보였다. 나는 더 이상 꼬마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고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거실의 작은 조명의 빛을 따라 꼬마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수건으로 아이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고 피로 뭉쳐 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씻겨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치료를 해주었고 피로 물들어 있는 옷을 벗겨 크기가 맞지는 않지만, 집에서 제일 작은 티셔츠 하나를 입혔다.

 

 “몇 살이야?”

 “8살이요”

 “이름은?”

 “수진, 박수진이에요”

 “수진아, 언니 집에서 자고 내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래?”

 

 늦은 새벽이었고 불안에 떨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쓰레기로 가득한 거실에서 제일 가까운 베란다 근처에 이불을 펴줬고 아이 옆에서 같이 잠이 들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가 우리 집 문을 부수는 것처럼 쾅쾅 두드리며 악을 질렀다.

 

 “내 딸 내놔, 빨리 문 안 열어? 나 CCTV 보고 다 왔으니깐 다 알고 있다고!”

 

 나와 아이를 황당해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인터폰을 보고 있는 혜원이 있었다.

 

 “야, 이게 뭔 일이야?”

 “잠깐 잠 깨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아이가 많이 다쳐 있길래, 데려왔지”

 “말없이 데려오는 건 유괴인 거 알고 있지?”

 

 피곤했는지 아직 곤히 자는 아이의 이불을 들쳤고 온몸의 상처를 그녀에게 보여줬다.

 

 “이래도 유괴냐? 심지어 모르는 나한테 살려달라고 하는 정도면.”

 “꼬마 상처가 너무 심한데, 병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곤히 자는 아이를 조심히 깨웠고 깜짝 놀란 눈을 뜨며 벌떡 일어났다.

 

 “미안, 수진이 잘 잤어?”

 

 무언가 안심하면서도 밖에서 들리는 악에 가까운 소리에 또다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수진아, 저 사람 엄마 맞아?”

 

 고개를 끄덕였지만, 공포로 가득한 얼굴빛 이었고 또 다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밖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는 주위 주민들의 귀로 들어갔고 결국 경찰이 우리 집 앞까지 오게 되었다.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혜원이에게 아이를 맡기고 현관 앞으로 나가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었다. 옆에서 이성을 잃고 소리 지르는 아이의 엄마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주민들이 보였다.

 

 “유괴 신고를 받고 왔는데 집 안을 볼 수 있을까요?”

 “일단 경찰들만 들어 와주세요”

 

 나의 말에 반박이라도 하는 듯이 듣기 싫은 높은 톤으로 쏘아붙였다.

 

 “네년이 내 딸 훔쳐 갔어?”

 “아닌데요?”

 

 순간 화가 났는지 발에 망치가 달린 것처럼 쿵쾅거리며 오더니 나의 뺨을 세게 때렸다. 옆에 있던 주민들과 경찰이 몸을 던져 화로 가득한 그녀를 막았고 그 순간 환각이 눈앞에서 나타났다.

 

 빛이 보이는 동굴 끝에는 금방이라도 삼킬 것 같은 바다가 보였고 손을 잡은 누군가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것의 끝은 같이 있던 누군가가 나의 뺨을 세게 때렸고 나를 바다에 밀었다. 유리 상자에 나 혼자 가둬두고 바닷물을 부은 것같이 차갑고 숨이 막혀왔다.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게 물속에 있는 것처럼 울려 퍼졌으며 경찰 1명이 나와 집에 들어왔고 열려있던 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현관 구석에 숨을 헐떡이며 진정했고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알 수 없는 환각과 꿈들과 함께 알 수 없는 사건들은 터져 나오기 시작해 나를 어지럽혔다.

 

 “괜찮으세요?”

 “네.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집안 꼴이 무언가 오해할 것 같이 어질러져 있었지만 우리는 베란다에 숨어있는 아이의 진실에 대해 말을 했다.

 

 “새벽 4시쯤에 동 앞 놀이터에 잠 깨려고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아이를 지하 주차장 계단 밑에서 발견했어요. 온몸에 피멍으로 가득하고 머리에도 상처가 있더라고요.”

 “늦은 시간에 잠을 깨러 가요?”

 “과제 제출이 얼마 남지 않아서요. 그래서 집이 좀 더러워요.”

 

 모형과 쓰레기로 가득한 책상을 보며 경찰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계속했다.

 

 “저희가 먼저 아파트 CCTV를 보고 왔거든요. 아이가 2층 6호에 사는데 베란다에서 뛰어내려서 지하실로 내려갔고 얼마 되지 않아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가 들어갔거든요.”

 “그 검은색 후드, 저예요.”

 

 의자에 걸쳐져 있는 후드를 경찰에게 보여주었고, 다시 경찰은 끄덕였다.

 

 “맞는 것 같네요. 그런데 바로 신고 하지 않으시고 집에 데리고 있었어요?, 아이 엄마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러기 전에 아이 상태를 좀 보세요. 뛰어내려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 누군가한테 맞은 것 같아요.”

 

 나는 베란다에서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의 눈 맞춤을 하며 경찰 곁으로 데려왔다.

 

 “안녕? 나는 경찰 아저씨야, 꼬마 아가씨는 이름이 뭐예요?”

 “수진”

 

 작게 말하며 내 뒤로 숨는 아이였다.

 

 “일단 아이가 겁을 먹어서 직접적인 질문은 하면 안 될 것 같고. 잠깐만요”

 

 전화벨 소리가 울리더니, 부엌 쪽으로 가며 전화 받는 그였다. 굳어있던 경찰관의 표정은 점차 별거 아닌 듯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 이번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네요. 전에도 새벽에 나가서 신고 받은 게 5건 이상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아이 몸에 있는 상처는 뭐에요?”

 “친 부모님들도 몇 번 아동 복지회에 가서 상담했었는데, 아이가 피부병이 심해서 자해한다고 하더라고요. 의사 소견도 피부병으로 나왔고.”

 

 옆에서 듣고 있던 혜원이 의문을 가지며 경찰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누가 봐도 맞아서 멍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애가 살려 달라고 몇 번 했으면 다시 조사해야지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씀드렸고, 아이는 친 부모한테 데려다 주겠습니다.”

 

 아이를 안아 들고는 현관으로 갔고 우리한테는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근데, 지만이 뺨 맞은 거는 사과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친 부모가 많이 놀라서 그런 것 같아요, 다음에 꼬마 또 발견하면 6호로 데려 다주세요.”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대로 움직이는 무능한 사람이었다. 회사 업무처럼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똑같이 일을 처리하면 안 될 것 같았는데 경찰은 그렇게 넘어갔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를 몰래 데려간 미친년으로 주민들에게 소문이 났고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사납고 무서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진짜 무슨 일 일어나면 어쩌려고 넘어가는지 난 이해 안 가”

 “그러게.”

 “뺨은 괜찮아?”

 “뺨보다는 머리가 울려서 좀 어지럽다.”

 “우리가 며칠 동안 잠을 못 자서 더 그럴지도 몰라”

 “다시 작업해야지.”

 “독한 년, 좀 쉬다가 해”

 “이제 시간 별로 없어서 그래”

 

 우리는 또다시, 자르고 붙이는 끝없는 과제로 돌아왔고, 아이의 사건은 잊어갔다. 밤새 붙들고 만든 모형은 자리를 잡고 올라갔고 제법 괜찮았다. 혜원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해 이제야 제대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오, 진짜 이제 이거 보기도 싫다”

 

 재료 부스러기를 던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지민아, 우리 집 가서 밥 먹고 올래?”

 “귀찮게 그냥 여기서 먹어라.”

 “여기에 먹을 거 없잖아, 배고파 죽겠어.”

 

 아침부터 뺨 맞고 욕먹고 별짓을 하느라 늦은 저녁이 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건 사실이었다.

 

 “뭐 해 줄 건데”

 “칼칼하게 김치찌개 해 먹자”

 

 서둘러 겉옷과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동 주민들 모두가 나와 혜원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시선이 강렬했다.

 

 ‘204호 맞지?’

 ‘애를 데려갔으면 연락해야지....쯧쯧 엄마가 얼마나 놀랐을까’

 ‘어린것들이 생각이 없어’

 

 이어폰을 끼고 들은 것처럼 그들의 흉은 아주 잘 들렸다. 외람된 거짓 만을 믿는 그들과 진실을 감추려는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숨이 나왔다. 혜원은 내 어깨를 툭 치며 무시하라는 듯 더 당당하게 걸어갔다.

 

 “죄 지었냐, 아이 치료해주고 잠깐 재워준 것 뿐이지”

 늦은 저녁에 바라본 아파트는 집단으로 폐사된 닭장처럼 어둠으로 가득했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곳에서 멀어졌고 그곳에서는 일어나면 안 될 일들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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