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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9.1

7개의 검의 수호자, 그들 중 하나인 마법사 에노. 그리고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누나 케일은 한때 자신의 세계를 구한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다른 세계로 옮겨와 조용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은둔한 마법사 남매에게 찾아온 이 세계의 여검사.

여검사의 등장과 함께 다시 평온하게 지내던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을 박살내주는 수밖에!" 하늘의 여검사와 별의 마법사의 평범한(?) 일상이 시작 됩니다!

(기존의 용사의 검과 이어지는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1. 아멜과 에노
작성일 : 19-11-14 22:45     조회 : 77     추천 : 0     분량 : 8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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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부지구 1번가 상점거리 -

 

 

 다음날, 오늘도 약 만드느라 정신없는 케일을 두고 두 사람은 밖에 나와 있었다. 원래는 두 사람 다 집에 있으려고 했지만, 늘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아멜의 모습에 케일이 등을 밀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가게 청소도 할 겸, 옷이나 사와.”

 

 “저.. 저는 괜찮은.....”

 

 “내가 안 괜찮아! 무슨 옷이 똑같은 것만 4벌이냐고! 거기다 그 원피스 하나 빼면 순 용병들이나 작업자들이나 입을 법한 그 가죽 바지와 면 옷은 뭐냐고!”

 

 그러면서 오늘도 가차 없이 밖으로 내몰린 두 사람은 천천히 거리를 걸어 가게에 도착했다. 먼지가 쌓인 것만 제외하면 사실 정리할게 없는 가게였다. 아니, 너무 텅텅 비어있기 때문에 그걸 채우는 일이 더 급해 보일 정도였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가게를 청소해나갔다. 중간에 문득 아멜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하나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가게는 마법으로 청소 하지 않는 건가요?”

 

 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다. 집에서는 마법으로 청소를 하면서, 이곳에서는 마법으로 청소를 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음...... 마법이라는 게 완벽한 게 아니라서 그래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마법을 사용하려면, 여러 도구들이 필요하거든요. 물론 마법이 꾸준히 발동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요.”

 

 집 지하에는 마법을 지탱해줄 만한 시설이나 도구, 무엇보다 마력을 담아두는 마정석이 있기에 가능했다. 마정석에다가 마법 술식만 제대로 구축해두면 끊임없이 발동할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마정석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는 게 함정.

 

 “원래 그 집에 마정석이 있기에 재활용한 것이지만, 가게에다가 쓸 마정석은 사실상 구하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해요. 하필 마정석을 캐는 광산에 문제가 생겨서 가격이 올랐거든요. 아마 가게에 필요한 마정석을 사려면....... 지금 모아둔 자금에 5할은 더 필요하니까요.”

 

 뭐, 돈이 있다고 해도 사진 않을 거지만 말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열심히 가게의 먼지와 쓰레기를 치우며 깨끗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간단한 약초 부스러기나 살짝 앉은 먼지뿐이어서 금방 끝났지만 말이다.

 

 “여어, 오늘 가게 여는 거냐?”

 

 마침 그 거리를 지나가는 람프가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의 옆에는 그의 팔뚝보다 작은, 귀여운 소년이 있었다.

 

 “앗, 안녕하세요. 오늘은 가게 정리만 하려고 왔어요. 람프씨는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

 

 “나야, 아들이랑 같이 공연이나 보러 갈려고 했지. 서커스 공연이 계속보고 싶다고 떼를 써서 말이야.”

 

 모처럼 휴일이라 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들에게 꽉 붙잡힌 모양이다. 그나저나 저 덩치와 근육질의 아저씨에게 저렇게 작고 귀여운 아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저런 아들이 있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따른 길로 새어버려서, 둘의 대화는 길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람프의 하소연을 에노가 듣는 식이였다. 가게에 관한 것도 있고, 곧 다가올 아내의 생일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요즘 가게에 도둑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 등 다양한 얘기를 쏟아내는 그였다. 상당히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니, 잘 들어주는 에노가 그의 상대로 제격인 것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아이는 에노와 대화하던 그를 보채듯 그의 다리에 꼭 붙었다. 갑자기 아들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 그를 보며, 아이는 울먹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커스 빨리 보러가요. 아빠.....”

 

 “아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말만 하지마세요...... 곧, 시작할지도 모른다고요......”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작은 이슬이 맺히는 것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에게 에노는 작은 사탕하나를 손에 쥐어준 뒤, 눈짓을 했다. 아들을 달래주면서 이걸 전해주라는 것이었다.

 

 “흠... 그럼 난 이만 가볼게.”

 

 “하하하. 그럼 조심히 가세요. 너두, 서커스 재미있게 보렴.”

 

 “후.. 훌쩍... 네.....”

 

 두 부자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중앙광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이의 작은 손이 람프의 거친 손을 살포시 꼭 잡고 있는 모습에 에노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다시 돌아섰다.

 

 ‘에노. 오늘은 어딜 갈까?’

 

 ‘인형극 보러갔으면 좋겠어요!’

 

 문득 예전의, 좋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작은 손을 잡아주는 큰 손이 있었지.

 

 “에노씨, 이쪽은 다 청소 했어요. 어? 에노씨 무슨 일 있나요?”

 

 아멜의 말에 그는 급히 고개를 돌려 눈을 닦았다. 옛날 생각에 그만 아이 마냥 눈가가 촉촉해졌던 모양이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깐 먼지가 눈에 들어가서 그래요. 참, 그럼 청소 다 끝났네요. 우리도 슬슬 나가 볼까요?”

 

 “네. 그러죠, 뭐. 청소도구는 제가 가져다 둘게요.”

 

 그녀가 도구함 쪽으로 가서 빗자루와 걸레를 집어넣고 있는 사이, 에노는 마지막으로 창고를 정리하고는, 가게 밖으로 나와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곧 아멜이 나왔고, 두 사람은 가게 문을 잠근 뒤 천천히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근처에 잠깐 들려서 간단하게 밥을 먹은 둘은 1번가의 옷가게들을 돌아다녔다. 역시나 케일라 약국의 남매를 잘 아는 상인들은 에노가 들어오자 그를 반기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물론 같이 들어온 사람 때문에 놀라기는 했지만, 에노와 아멜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손님! 이건 어떠신가요?”

 

 점장이 추천해준 옷들은 대개 붉은 색 계열의 옷들을 추천해 주었지만, 아멜은 한사코 거절만 했다. 무엇인가 확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색감을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대신 천천히 옷을 보다가, 그녀의 머리색과 어울리는 하늘 색 옷 한 벌을 들면서 말했다.

 

 “에노씨. 조금 이상한 가요?”

 

 에노는 아멜과 아멜이 든 옷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순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포시 돌리며 말했다.

 

 “으음....... 괜찮은데요?”

 

 “괜찮다면서 왜 고개를 돌리고 그래요?”

 

 “이.... 일단 한번 입어 봐요.”

 

 아멜은 에노에게 떠밀리다시피 탈의실로 밀려들어갔다. 에노는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옷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가게 점장이 웃으며 말했다.

 

 “에노군. 청춘은 청춘인가 봐요?”

 

 “점장님!”

 

 “뭐, 이미 다 소문났다고요. 버스커씨가 아주 큰소리로 떠들던데요?”

 

 약초 상 거리에서 한 말이 순식간에 퍼진 듯싶었다. 하기야 장사꾼들에게는 소문이라는 게 곧 돈과 직결되니 빠르게 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뭐, 엎질러진 물이니 어쩔 수 없지만, 만약 ‘그 녀석’의 귀에 들어가면 한동안 시달릴 것이 뻔했다.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탈의실에서 부스럭거리던 소리가 멈추고, 문손잡이가 딸깍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옷을 갈아입은 아멜이 천천히 문을 열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다 입었어요.”

 

 은은한 빛의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아멜의 모습에 두 남자는 넋을 놓을 뻔했다. 절대 튀지 않으면서도 밝게 빛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도 같아보였다.

 

 “호... 혹시 저분..... 어디 출신이세요?”

 

 점장은 입을 벌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멜은 거울을 보며 자신이 입은 옷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어깨가 살짝 들어나는 게 싫기는 했지만, 그녀의 마음에 드는 너무 확 튀지는 않으면서도 예쁜 옷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노는 순간 옆에 걸려있던 챙이 넓은 모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아멜씨. 이것도 한번 써 봐요.”

 

 그가 가져온, 밀집으로 만들어진, 넓은 챙의 모자는 아멜의 머리에 꼭 맞게 들어갔다. 그러자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아멜이 서 있었다.

 

 “역시 에노씨네! 이거 완전 세트로 팔면 좋겠는 걸!”

 

 “아저씨, 이건 아멜씨라서 가능한 것일지도 몰라요.”

 

 평소에 움직임이 편한 가죽옷 아니면 면으로 된 편안한 복장만 입다가, 오랜만에 이런 복장을 입고 있으려니 어색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조금 불편한 것도 있고.

 

 “저기 저....... 이것보다 한 치수 큰 거 없나요?”

 

 “네! 금방 갔다드리겠습니다.”

 

 점장은 급히 의상실 안쪽으로 뛰어가 치수가 큰 옷을 찾으러 갔다. 그 사이에 아멜은 에노를 보다가 살짝 웃음이 나왔다. 아멜을 보고 있기는 해도 제대로 못보고, 붉어진 얼굴로 힐끔힐끔 보는 그의 모습이 귀여워보였으니까.

 

 그 외에도 다른 도시나 제도에서 유행하는 정장이라던가, 드레스 등을 사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솔직히 그도 그렇게 오래 옷가게에 있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케일이 오지 않는다면, 대개 혼자 옷을 사러 오기에 금방 고르고 끝났으니 말이다.

 

 그래도 에노는 이 시간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여러 옷을 입어보는 그녀의 모습은 매번 볼 때 마다 새롭게 보였으니까. 거기다 그녀가 남자 옷이든 여자 옷이든 어울리지 않는 옷이 없어서 더 매력적이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마, 케일도 이걸 알고 돈을 줬으리라 싶기도 했었다. 은근히 그런 거에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보여도, 그녀의 보는 눈은 틀리지 않으니 말이다.

 

 “에노씨? 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요?”

 

 어느새 아멜이 다가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는 그를 깨웠다. 갑자기 다가온 그녀의 모습에 에노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 아앗! 잠시 뭐 좀 생각 하고 있었어요.”

 

 “뭐, 생각 하고 있었는데요?”

 

 “아.. 잠깐 누나 생각나서 그래요.”

 

 역시 누나바라기라는 생각이 든다. 티격태격하기는 해도 언제나 케일 생각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저 아멜은 미소만 지었다. 그때 마침 점장이 에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맞아! 케일씨도 좀 오라 그래요, 에노군. 저번에 드레스 입은 거 보고 정말이지 충격이었다고요.”

 

 “네? 케일씨가 드레스를 입었었다고요?”

 

 아멜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번 흰 가운에 청바지나 갈색 가죽 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만 봐왔던 그녀였으니까. 아, 가게 나올 때는 가벼운 블라우스에 정장바지를 입고 있지만,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두 달 전에 마법협회 학회발표가 있어서 거기 갔었거든요. 여러 인사들이 오니까 나름 신경 쓴다고 입고 갔었거든요.”

 

 뭐, 결국 불편해서 학회가 끝나기 무섭게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왔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름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거니까.

 

 어쨌든 두 사람은 한 짐 가득 옷을 사고 가게에서 나왔다. 점장이 혹시 가게에 모델을 할 수 없겠냐는 제의를 하긴 했지만, 아멜은 정중히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가게를 나왔다. 사람들에게 너무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은 그것대로 힘드니까, 아니 지금도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가게를 나와서 길거리를 걷다보니 중간에 많은 노점들이 보였다. 중앙광장에서부터 뻗어 나온 가게들이 1번가에도 열린 모양이었다. 아, 오늘이 아마 대규모 중앙 시장이 열리는 날이라서 그럴지도 몰랐다. 가게 자리가 모자라서 여기까지 밀린 탓이니까.

 

 여러 가게가 있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들 눈에 들어온 것은 다트게임판과 웃고 있는 상인, 그리고 수많은 경품들이 진열된 한 가게였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있는 다트판이라서 사람들이 점수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었다.

 

 “우....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았는데......”

 

 “하하, 역시 난 최고야! 근데 너는 그것밖에 못하냐?”

 

 “으... 다음번에는 꼭 이겨줄게!”

 

 손님들은 각자 자신의 점수에 대해 얘기를 하며 이런저런 반응들을 보였다. 그리고 그와 알맞은 점수와 경품을 바꿔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던 두 사람에게, 가게 주인이 다가와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단돈 3카운티에 10번의 기회를 드립니다. 회전하는 판에 이 다트를 꽂으시고, 점수만큼 경품을 가져가시면 됩니다! 어서 한번 해봐요! 경품이 와르르 쏟아진다니까요!”

 

 회전판에는 각각 1점, 3점, 5점, 10점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사실상 10점은 굉장히 구역이 좁게 설정 되어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5점이나 3점을 노려 경품을 따고 있었다. 덕분에 높은 점수의, 비싼 경품들은 사실상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모양새였다.

 

 “저거 해보실래요?”

 

 “에노씨도 하실 거죠?”

 

 동시에 말을 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현재 최고점은 63점. 10점짜리를 맞춘 사람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이 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내기 하실래요? 누가 더 많이 10점에 꽂는지.”

 

 아멜이 웃으며 말을 하자, 에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죠. 대신 반칙은 안 쓸게요.”

 

 “그래야죠! 상점 아저씨도 벌어먹어야 하는 데.”

 

 반칙이라고 한다면 아마 마법을 얘기하는 것이겠지. 아멜은 에노의 머리에 콩하고 꿀밤을 때린 뒤, 주머니에서 6카운티를 꺼내 상인에게 내밀었다.

 

 “각각 한 게임씩 할게요.”

 

 “넵, 알겠습니다.”

 

 상인은 20개의 다트를 각각 한 세트씩 나누어 에노와 아멜에게 주었다. 옆에서는 어쩌다 10점을 맞췄다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1점도 못 맞춰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에노와 아멜은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흥! 10점을 얼마나 많이 맞춘다고?’

 

 옆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상인은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태껏 10점을 맞춘 사람들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떤 한 귀한 집의 도련님이나 아가씨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한편, 에노는 다트를 손가락으로 집었다 말았다 하면서, 경품 진열장을 바라보았다. 참여 경품을 제외하고, 점수로 딸 수 있는 경품들의 개수는 총 23개. 점수가 적은 경품들은 이미 진작 나갔었기 때문에 고득점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상품들만 남아있었다. 그 경품들의 점수 총합은 1680.

 

 “1680점이면, 둘이서 8게임씩이나 해야 하네요.”

 

 에노는 다트를 가볍게 쥐며 회전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멜 역시 돌아가는 회전판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회전판이 돌아가기 시작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그 모습에 두 사람은 집중을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지금!’

 

 동시에 그들의 손에서 다트가 날아갔다. 팍팍!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정확하게 각각의 회전판에 다트들이 꽂혔다. 뒤이어 연속적으로 같은 곳을 향해 그들의 다트는 경쟁적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와, 저거 뭐야?”

 

 “다트가 한쪽에만 꽂히고 있어!”

 

 “무슨 자동 쇠뇌도 아니고서야.”

 

 순식간에 다트 10개가 날아가고, 상인은 당황한 얼굴로 회전판을 멈추어 보았다. 그리고 확인을 하는 순간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100점?”

 

 다른 사람들 역시 100점이라는 말에 놀라며 그들의 회전판을 바라보았다. 에노의 것은 약간 산발적으로 10점에 꽂혀 있었지만, 아멜의 것은 거의 10발이 뭉쳐서 꽂혀 있었다.

 

 “제가 이긴 거죠?”

 

 “무슨 소리에요. 둘 다 똑같이 100점인데.”

 

 “제 100점은 같은 곳에 꽂혔는데요?”

 

 둘은 각각 100점짜리 경품을 손에 얻은 뒤, 이번에는 누가 더 정확하게 몰아 맞추는 지, 내기하기 시작했다. 상인이야 일단 돈을 받았으니 다트를 줘야겠지만, 분명 이들은 장사꾼 10년 사상 가장 위험한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간다!”

 

 “가요!”

 

 분명 아까 전에는 천천히 던졌지만, 이번에는 한번에 3개씩 날리는 아멜과, 일정한 속도로 연속 날리기를 시전 하는 에노의 다트는 곡예를 하듯 과녁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팍. 파바팍! 팍!

 

 이번에도 정확하게 한쪽으로만 꽂히는 과녁판. 사람들은 기이에 가까운 그들의 실력에 넋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양쪽 다 100점. 아멜과 에노는 누가 더 다트가 모여 있는 지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 점에 다 모인 것이어서 딱히 의미는 없었다.

 

 그 뒤로 그들은 일부러 점수를 맞추거나(예를 들어 5점만 10방) 판이 돌아가는 순서대로 정확하게 맞추기, 눈감고 던져서 점수 더 많이 나오기(이거는 솔직히 점수가 많이 안 나왔지만.)등을 하며 자신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상인은 울상이 된 채로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뭐야! 누구 망하게 할 생각이야! 당장 나가! 당장!”

 

 결국 보다 못한 상인이 그들을 호통 치며 두 사람을 내쫓았다. 뭐, 그래도 이미 그들의 손에는 딴 경품들이 한가득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각자의 손에 한 짐씩 들고 거리를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런 게임 하니 재밌네요.”

 

 “그러게요. 혼자보단 역시 두 사람이 낫네요.”

 

 바보스럽게 보이는 장난감 안경과 콧수염을 달기도 하고, 얻은 경품으로 살짝 장난을 치기도 하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평화로운 것은 좋네요.”

 

 “그래요. 이렇게 평화로운 것이 좋죠.”

 

 활기차 보이는 거리와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두 사람. 그때 마침 하늘 위로 푸른 색 무엇인가들이 마구 올라가는 게 보였다.

 

 “우와......... 이건 뭔가요?”

 

 그러고 보니 벌써 헤론의 달이 지나가고 있었구나. 헤론의 달 마지막에 올리는 풍등으로 사람들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곤 했다. 원래는 건국제 바로 다음에 하려고 했지만, 녀석들 덕분에 이렇게 밀리다가, 마지막 날에 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풍등을 하늘 위로 날려 보내기 시작하자, 하늘에 서서히 물들던 저녁노을과 풍등과 별들이 서로 어울리며 하나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 광경에 아멜은 감탄하며 말했다.

 

 “우와아..... 그럼 에노씨도 올려 봤었나요?”

 

 “한, 3번쯤 올려 보긴 했었죠.”

 

 “뭐라고 올렸었는데요?”

 

 “으음........... 언제나 평화롭게 지내길?”

 

 “뭐에요. 그런 성의 없는 소망은.”

 

 “성의 없기는요! 저한테는 나름 중요한 거라고요.”

 

 “그럼 올해도 올릴 생각은 있어요?”

 

 “참, 축제 끝나고 올릴 계획이었었는데! 집에 만들어 둔 게 있으니까, 그걸로 올리려고요. 아멜씨도 같이 올릴래요?”

 

 “네, 올려 볼래요.”

 

 에노와 아멜은 하늘에 떠있는 풍등들을 뒤로 한 채,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

 

 자연스럽게 맞잡은 두 손을 뒤로 한 채로. 하늘에 뒤덮인 풍등들을 뒤로 한 채로 천천히 말이다.

 
작가의 말
 

 오늘 수능 보신 여러분들,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한때 수능을 봤던 사람으로서 엄청 힘들고 고생했었으니까요.

 

 그럼 모두 앞으로 더 좋은일들 있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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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6. 수호자의 검, 새로운 사건 2019 / 11 / 29 79 0 8390   
27 25. 공국, 제국의 사람들. 2019 / 11 / 28 85 0 8709   
26 24. 악당은 언제나 그림자 밑에 있다. 2019 / 11 / 22 82 0 8533   
25 23. 소란스러운 방문객 2019 / 11 / 21 68 0 8335   
24 22. 저주받은 자들 2019 / 11 / 15 77 0 8584   
23 21. 아멜과 에노 2019 / 11 / 14 78 0 8685   
22 20. 마법사와 마술사 2019 / 11 / 8 74 0 9378   
21 19. 스토커 2019 / 11 / 7 75 0 8057   
20 18. 세 사람의 휴일 2019 / 11 / 1 78 0 8012   
19 17. 마법사와 수호자들 2019 / 10 / 31 73 0 7784   
18 12.5(막간) - 만남, 그날 이후의 일들 2019 / 10 / 31 72 0 4312   
17 16. 오랜 친구 2019 / 10 / 25 82 0 8214   
16 15. 새 식구입니다. 잘 부탁해요. 2019 / 10 / 24 83 0 8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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