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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5
작성일 : 19-09-15 12:28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6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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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맥주 캔을 부딪쳤던 한강 둔치에서 두 사람은 첫 단추가 잘 꾀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현이 먼저 자리를 비켜준 뒤, 집에 와서야 비로소 첫 단추라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두 번째 단추였다는 것을 알았다. 어쨌든 그녀와 관계를 회복하려면 지나버린 열아홉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걸 뒤늦게 알아버린 것이다. 취기에 휩쓸려서 일을 치른 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녀와 가깝게 지내다 보면 어찌 됐던 열아홉의 오해와 상처들을 서로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것은 알았지만 익숙했던 혼자가 되니 그것이 마치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섣불리 그녀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이때다 싶어 제 상처에 약을 발라주려 달려들 그녀가 뻔히 보여서였다.

 

  도현은 그 날 한 강 둔치에서 그녀와 맥주 한 캔을 더 부딪치며 이 복잡한 문제를 미리 해결했으면 조금 나았을까 싶은 생각을 이틀 째 반복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도 섣불리 연락을 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팀장님. 커피요.”

 

  언제 사무실로 들어온 건지 누리가 그의 책상에 얼음이 띄워진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아, 고마워요.”

 “제가 더 감사하죠.”

 

  도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제게 감사할 일. 아랑과의 일에 빠졌던 생각이 누리에게도 틈을 주었다. 아마도 지난번 지우 작가의 화를 대신 받아준 것을 말하는 듯 했다. 도현이 그녀에게 피해가 없게끔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준 덕분에 그녀는 작가와 다시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있었다.

 

 “뭐, 실수할 수도 있고, 깜빡할 수도 있죠. 다음부터는 조심해요. 특히나 시간 허투루 보내는 건 끔찍이도 싫어하는 지우 작가님 같은 작가들 상대할 때는요.”

 “네. 조심할게요. 그 날 정말 감사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점심 식사 제가 대접해도 될 까요?”

 

  누리가 어렵사리 제안을 해왔다는 걸 알면서도 도현은 썩 내키지 않았다.

 

 “정말 감사해서 그래요. 제가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빚지고 살기 싫은 마음.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본인도 피하고 싶은 일이니 불편한 마음은 그도 잘 알았다. 도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누리가 아무래도 퇴짜를 맞을 줄 알았는지 놀란 표정이었다.

 

 “뭐, 드시고 싶으신 건 없으세요?”

 “그냥 누리 씨 먹고 싶은 거 먹어요. 난 가리는 거 없으니까.”

 

  무뚝뚝하게 답하고 원고를 살피는 도현에 누리가 수줍게 알았다 답을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녀가 사무실을 나섬과 동시에 그의 핸드폰이 짧은 종소리를 내며 지잉- 진동했다. 도현이 메시지를 확인하며 낮게 숨을 쉬었다. 아랑이었다.

 

 - 그간 쓴 시들 모아서 메일로 보냈어.

 

  도현이 곧바로 마우스를 쥐고 흔들었다. 밝아진 컴퓨터 화면과 동시에 메일함이 번쩍 거렸다. 아랑의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출판사에 와. 시 선별 같이 하게.

 

  그가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답장이 왔다.

 

 - 나도 같이 하는 거야?

 - 그럼 우리 마음대로 해도 돼?

 - 아니야! 할래. 같이 하자. 언제쯤 갈까?

 

  도현이 고심하다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 시간 될 때 와.

 

  그의 메시지가 전송됨과 동시에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 혹시 오늘도 괜찮을까? 나 지금 소연이네 가게거든. 광화문.

 

  운도 좋아. 도현이 혀를 차며 메시지를 보냈다.

 

 - 점심 먹고 보자.

 - 알겠어.

 

  도현이 아마도 오늘 그녀와 옛 이야기들을 조금 나눌 거라 생각했다. 점심시간 동안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이미 자신이 여전히 과거에 연연하며 피하기만 한다는 사실은 제 입으로 말한 뒤였지만 다시 문제를 맞닥뜨린 상황에서는 조금 더 담담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손에 든 원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그저 어떤 이야기가 먼저 나올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정말 답하기 곤란한 그런 질문이 나왔을 땐? 자칫해서 또 어색해져 버릴까 걱정이었다. 그가 창밖으로 초점을 모았다. 빌딩 숲 사이 사람들이 조그맣게 거닐고 있었다. 그때 유리를 두드리는 맑은 노크 소리와 함께 누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그가 고개를 돌려 자리를 비운 다른 직원들에 벌떡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네.”

 “가죠.”

 

  그가 서둘러 간단하게 짐을 챙기며 물었다.

 

 “여기서 멀어요? 차, 가지고 갈까요?”

 “가까워요.”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차키를 도로 내려놓았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도현은 아랑과 대면할 것보다 누리와 단둘이 식사를 할 것도 걱정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단둘이 식사를 하는데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으면 무안할 테니까.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누리는 그와의 시간이 어색하지 않은 듯 보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일식 가정식 집이 하나있어요, 깔끔하고 좋더라고요. 괜찮으세요?”

 “네.”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네요.”

 

  오랜만에 걷는 도심의 거리였다. 도현은 늘 서울의 도심을 거닐면 느껴지는 초라함이 싫었다. 이 큰 빌딩 사이 자신이 너무나 작게 느껴지는 것이. 그가 돈을 모아 가장 먼저 차를 산 이유였다. 되도록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넓기도 넓은 인도의 횡단보도 앞 도로들은 차들이 신호에 맞게 움직이고 있었다. 건너가라 초록불이 켜지니 꼭 교향곡을 보는 기분이었다. 지휘자가 가리키는 바이올린이 열정적으로 소리를 키웠다가 지휘자의 지시대로 소리를 줄여나가고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며 절정으로 치닫는 것이 말이다. 물론 현실은 그리 감동적이거나,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그때 도현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이어폰으로 두 귀를 막은 청년을 보며 저리 하면 좀 낭만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누리가 추천한 가게는 일본의 교토 옆에 있는 작은 소도시인 오키야마에서 본 듯한 전통적인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있었다. 185cm로 키가 큰 편인 도현에겐 다소 천장이 낮았지만 어차피 서서 밥을 먹을 것은 아니기에 자리를 잡고서는 불편한 점은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가만히 마주 앉아 식사를 기다리자니 꼭 진짜 오키야마의 숨겨진 맛 집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나, 세계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건물 양식들로 지어진 도시의 풍경이 아니라 나무가 보여 괜찮았다.

 

 “여기 괜찮네요.”

 

  누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그를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한강이랑 가까워서 그래요. 사장님께서도 그래서 이쪽으로 창을 낸 것 같아요.”

 “한강?”

 

  도현은 그제서야 나무 너머로 자리하고 있을 물결이 떠올랐다.

 

 “모르셨어요?”

 “가깝다고는 들은 것 같은데 자주 가는 곳은 아니니까요. 한강이랑 가까워서 온 것도 아니니까. 잊어버렸어요.”

 

  때마침 식사가 나왔다.

 

 “저는 한강이랑 가까워서 온 거예요.”

 

  도현이 그녀를 보았다.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도심이 아니라서 좋았거든요. 점심 먹고, 커피 한잔 들면서 동료들하고 공원 가로질러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는 거.”

 

  누리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제 로망이었거든요.”

 

  그녀가 따듯한 찻물로 목을 축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로망은 그냥 로망이더라고요.”

 “한 번도 못 해봤어요?”

 “네.”

 “왜요?”

 “김 매니저님은 가시는 식장이 한정적이라 이 근처에서는 식사를 안 하시고요. 민후 씨는 김 매니저님 따라 다니니까 바쁘고, 정 매니저님은 걷는 걸 별로 안 좋아하세요. 카페에 자리 잡고 점심시간 꽉 채워서 시간 보내는 걸 더 좋아하시거든요.”

 

  누리가 아쉬움에 미소가 어색하게 내려앉았다. 도현이 그녀를 빤히 보다가 제안했다.

 

 “갈래요?”

 “네?”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누리의 볼이 붉어지려 했다. 당황했을 법도 했다. 무뚝뚝한 사람이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해오니 데이트 신청이라도 받은 것처럼 누리가 어쩔 줄을 몰라 하자 도현이 시선을 내려 주었다.

 

 “그거 보고 입사했다는데 한번은 누려봐야죠.”

 

  순전한 직장 상사로서의 호의를 그렇게 나마 보이고 싶었다. 그간 알게, 모르게 막내라는 이유로 잡다한 일을 했을 그녀를 위로하는 차원이었다.

 

 

  도현은 빈말이 아니었는지 가게에서 나와 한강 쪽을 가리켰다.

 

 “가요. 누리 씨가 밥 샀으니까. 커피는 내가 살게요.”

 “아니에요. 저 때문에 가주시는 건데 제가 살게요.”

 “그럼 내가 불편해지잖아요. 누리 씨 사과랑 감사 인사 값은 다 끝났으니까, 이건 직장상사가 사야죠.”

 

  도현이 당연하단 듯이 커피 두 잔을 결제했다. 두 사람이 어색하게 커피를 들고 공원으로 들어서는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렸다.

 

 “팀장님이랑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요. 다음엔 좋아하는 사람이랑 와요. 더 낭만적일 테니까.”

 

  신호가 풀리자 도현이 먼저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래서 누리의 미소는 보지 못했다. 제게 걸음을 맞춰 옆에 서는 누리를 그가 힐끔 보곤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요?”

 

  누리가 왼쪽으로 손짓했다.

 

 “이쪽이요.”

 

  도현은 오전 내내 사무실에 있다 잠깐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곧바로 사무실로 복귀하는 것보다 누리의 말대로 시간을 활용해 가까운 공원을 애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물론 너무 덥지 않은 여름만 빼고 말이다. 간신히 시원한 아이스 커피와 나무 그늘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에어컨 바람이 필요했다. 누리가 그런 그를 알아채고 적당히 걸음을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출판사 앞에 다다르자 도현이 말했다.

 

 “가끔은 누리 씨 로망처럼 시간을 써도 괜찮을 것 같아요.”

 “더우셨죠. 전 더위를 잘 안타서 괜찮았는데.”

 “그렇게 덥진 않았어요.”

 

  말과는 달리 1/3정도 줄은 누리의 커피와는 다르게 그는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게 감도는 출판사 로비에 들어서며 다 비운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쓰레기 통으로 버렸다. 무심하게 엘리베이터로 돌아가려던 그가 맞은편에서 커피를 사들고 오는 아랑을 발견했다. 아랑이 어색한 미소로 그에게 다가와 작게 물었다.

 

 “점심 먹고 와?”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누리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어? 작가님?”

 “아,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팀장님하고 시 좀 선별하기로 해서요.”

 

  누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로 그녀를 안내했다. 세 사람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누리가 어색하지 않게 그녀에게 친근히 말을 건네 왔다.

 

 “투고해주셨던 시들 말고 다른 시들이에요?”

 “네.”

 “와... 기대된다. 저 작가님 시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도현이 말했다.

 

 “누리 씨. 작가님 복도 끝 회의실로 안내 좀 해주실래요?”

 “네. 그럴게요.”

 

  누리가 그녀를 왼편 복도로 이끌었다.

 

 “식사 하셨어요?”

 “네. 누리 씨도요?”

 “네.”

 

  아랑이 누리와 도현을 떠올렸다. 점심을 일찍 먹고 출판사 1층 카페에서 내내 도현을 기다린 그녀는 창 너머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뚫어져라 보았다. 이따금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그의 웃음이 헤퍼 보이기까지 했다. 사람 가리는 거야. 그래도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그를 놓치지 않으려 구두를 신고 총총총 걷는 누리의 모습이 그나마 위안을 주었던 것 같다. 누리의 안내대로 텅 빈 회의실에 혼자 남자 그녀는 그와 자신의 몫으로 사온 커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미 커피 한잔을 비운 그가 떠올라 조심히 옆 의자로 커피를 숨겼다. 얼마 안 있어 그가 들어왔다.

 “안 더워?”

 “어. 괜찮아.”

 “추우면 말해.”

 

  그가 들어오자마자 에어컨을 틀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급히 양치를 하고 온 건지 싸한 박하향이 그의 향기와 섞여 맡아졌다. 그가 손에 남은 물기를 문질러 날려 버리곤 두 부수로 복사해온 그녀의 시들을 살펴 반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 중 반은 투고했을 때 시들이고, 반은 오전에 보내준 시들이야. 오전에 메일로 받은 건 나도 읽어보질 못했어.”

 “그래?”

 “짧으니까. 읽으면서 선별하자.”

 “응.”

 

  그가 갑자기 그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뭐 찾아?”

 “커피, 어디 갔어?”

 “어?”

 

  그가 그녀의 옆 의자에 놓인 커피를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하나 내거 맞지?”

 “아... 응...”

 

 그녀가 서둘러 그에게 커피를 건넸다. 냉기에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잔을 그가 받아들어 곧장 깊게 한 모금을 목으로 넘겼다.

 

 “1층 카페거야?”

 “응.”

 “거기 커피 맛있어.”

 

  아랑은 괜스레 기분이 풀어졌다. 제가 산 커피가 맛있다는 것이 왜 기분이 좋은 걸까. 그제야 그녀도 제몫의 음료를 책상 위로 올렸다. 희뜩한 그녀의 음료에 도현이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건 뭐야?”

 “이거? 요거트 스무디.”

 

  그가 여전히 도대체 그게 뭐야? 하듯이 바라보자 아랑이 조심스레 스무디를 먹었다. 입안에 맴도는 시큼 틉틉한 달달함이 순식간에 아기 분유를 털어 넣은 듯 입안에 가득 찼다.

 

 “난 이게 좋아.”

 “애 같아.”

 

  아랑이 그런 그에게 눈을 흘기며 조심스레 빨대로 내용물을 휘저었다.

 

 “애 같아도 어째, 커피가 안 맞는걸.”

 

  도현이 시선을 내려 아랑의 시들을 살피며 머뭇거렸다. 그가 이내 결단을 내린 듯 커피를 내려놓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희뜩한 요거트를 휘젓고 있었다.

 

 “있지. 내가 생각해봤는데 우리 옛날 일 말이야.”

 

  아랑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조금 천천히 시작했으면 좋겠어.”

 

  도현이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휙휙 두 번 돌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편하게 지내다가 천천히 꺼내보자.”

 

  조심스러운 그의 제안에 아랑은 별 다른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제게 부탁이라 할 수 있듯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그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으니까. 아랑은 도현이 제게 어떤 위치인지 본인은 모른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 그렇게 하자. 마침 나도 그 문제에 머리 아프던 참이었는데.”

 “잘됐네.”

 

  도현이 한숨을 돌리며 잘못 끼워졌던 두 번째 단추를 잘 끌어냄에 안도했다.

 

 “그런데 우리 친구 먹기로 했는데 출판사 직원 분들한테는 계속 비밀로 해?”

 

  넌지시 그의 의견을 물은 아랑이 마음을 졸였다.

 

 “그게 좋지 않을까. 괜한 소리 나오면 피차 불편해질 거야.”

 “그렇겠다...”

 “더군다나 이미 스타트를 그렇게 끊었는데 어떻게 해.”

 

  언제 또 단추를 잘못 꾀어 놓은 셔츠가 있었던 건지. 도현이 허탈함에 미소를 짓자 그녀도 따라 핏 웃었다.

 

 “오케이. 그럼 정리 됐네. 일 시작할까요. 편집장님?”

 

  그녀의 말에 도현이 모든 근심이 사라진 듯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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