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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3
작성일 : 19-09-06 12:06     조회 : 39     추천 : 0     분량 : 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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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도현이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두통을 이겨내려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같은 부서의 사람들이 일제히 눈짓을 주고받으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무뚝뚝한 음성이 다시 운을 땠다.

 

 “다들 이게 좋다는 거죠?”

 

  그의 시선이 6인용 원목으로 만들어진 회의 탁상 위에 올라온 원고를 주시하고 있었다. 팀원들도 그 원고를 힐끗 보곤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랑의 시였다. 그의 왼편에 앉아 있던 희수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문제 있어?”

 

  문제가 없진 않죠. 그가 말없이 한숨을 내쉬자 그녀가 다시 말했다.

 

 “자기도 마음에 들었던 거 아니었어? 마음에 들어서 집까지 가져가서 검토한 줄 알았는데?”

 

  마음에 들었지만 작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그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섣불리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팀원들이 만장일치로 손을 든 저 시의 주인을 만나야만 했다. 잠깐 의심은 들었겠지만 도현은 공과 사 구분이 엄격한 편이었다.

 

 “그렇죠. 만장일치까지 나올 줄은 예상을 못해서요.”

 

  희수는 그의 말이 본심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지만 상관치 않기로 했다. 도현이 한 숨을 내쉬며 다시 회의를 주도했다.

 

 “누리 씨부터 다시 시작하죠.”

 “아, 네!”

 

  누리가 서둘러 복사된 아랑의 원고를 넘기며 말했다.

 

 “저는 ‘외사랑’이 좋았어요.”

 

  도현이 하얀 A4 용지를 가로로 놓고 두 개의 줄을 그어 종이에 세 개의 구역을 나누었다. 누리가 말한 시의 제목이 그 중 첫 칸에 적혔다. 누리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민후가 말했다.

 

 “저는 다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이게 좋았던 것 같아요. 보자마자 이해가 되던데요? 맞잖아요. 누가 허락을 해서 인간은 이 땅에 집을 짓고, 누가 허락을 해서 저 바다에 배를 띄워요? 누가 허락해서 머리 위 하늘을 가로지를 수 있냐고요. 허락도 받지 않고 남의 걸 사용하다가 그 끝이 보이고서야 나 몰라라. 이거 환경오염. 감이 딱 오던데요?”

 “나도 공감.”

 

  도현의 오른편에 있던 정환이 손을 들었다.

 

 “나도 그 시가 기억에 남았어.”

 

  도현이 두 사람이 의견을 낸 시의 제목을 가운데 칸에 써 넣었다. 그러자 희수가 그를 힐끔 보고는 아랑의 원고를 휘리릭 넘기다가 멈추곤 종이를 두 장 무른 뒤에 말했다.

 

 “나는 이거. ‘미래에서 온 편지’.”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원고를 넘기며 그 시를 찾기 시작했다. 메모를 끝낸 도현도 원고를 넘겨 그 시를 읽었다.

 

 ‘미래에서 온 편지

 

 돌아갈 수도 없어.

 앞서갈 수도 없어.

 알고 있잖아.

 그냥 가만히 있어.’

 

  희수가 시를 한번 읊곤 목을 긁으며 감탄의 소리를 내었다.

 

 “크흐! 지나온 내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뭘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는지.”

 

  A4의 비어있던 세 번째 칸에 희수가 고른 시의 제목이 적혔다. 희수가 연신 감탄을 하다가 도현을 보며 물었다.

 

 “현 팀장은? 뭐가 좋았어?”

 

  세 칸을 채운 시를 살피던 도현이 제게 집중된 시선을 외면하며 들고 있던 A4를 모두가 볼 수 있게 책상 가운데에 놓았다. 네 사람이 엉덩이를 살짝 때곤 종이의 내용을 살폈다.

 

 “원고를 읽어보니까. 시의 성격이 세 가지로 분류가 돼요.”

 

  그가 누리를 가리켰다.

 

 “사랑에 관한 시.”

 

  그 다음 민후와 정환을 가리켰다.

 

 “선배랑 민후가 고른 시는 세상에 관한 시.”

 

  그가 마지막으로 희수를 가리켰다.

 

 “정 매니저님이 고른 건 인생에 관한 시.”

 

  그의 설명이 끝나자 네 사람이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희수가 말했다.

 

 “세 부류로 시를 선별해서 내자?”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환이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데?”

 

  팀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도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때 고개를 갸웃거리던 민후가 말했다.

 

 “그런데 세 부류로 시를 나누면 분량이 비슷하게 나눠지나요?”

 

  희수가 손뼉을 쳤다.

 

 “아차차, 그러게. 이렇게 경계를 둘 거면 분량이 비슷하게 나와야지.”

 “그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쓰는 사람 몫이죠.”

 

  문제라고 남은 것은 아랑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느냐와 주제에 맞게 분류될 수 있는 시가 더 있느냐, 혹은 쓸 수 있느냐였다.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 되어갈 때쯤 희수가 물었다.

 

 “그럼 담당은 누가 맡아?”

 

  도현과는 다르게 네 사람은 시를 접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나서려는 사람이 없는 듯 보였다. 도현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맡죠.”

 

  오히려 누군가 지원자가 있었다면 곤란해질 뿐이었다.

 

 “자기가?”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장일치로 직원들의 의견이 모아졌으니 아랑을 만나야만 했다. 다른 직원을 보내 나중에 밝혀지느니 차라리 일찌감치 그녀를 대면하고 일에 차질이 없게 의견을 모으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따금 감히 상상도 못한 일들을 현실인 마냥 떠들어대기 좋아하는데 도현은 그런 일이 딱 질색이었다. 괜히 동창이랍시고 밀어줬네 하는 등의 소문은 사절이었다. 그러니 뒷말 없이 깔끔하게 출간까지 이루어지려면 제 상황과 혹시 모를 일들에 대비하기 위해 그녀에게도 일러줄 필요가 있었다.

 

 “첫 출간이라 대표님이 압박 좀 주나봐?”

 “어쨌든 첫 출간이고, 우리 부서 담당이니까요.”

 “우리 팀장이 고생이네. 그럼 오늘 회의 끝?”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일제히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현만이 아직 탁상 가운데에 놓인 아랑의 시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때 맨 끝에 앉아 있던 누리가 슬쩍 다가와 물었다.

 

 “팀장님. 제가 작가님 만나 볼까요?”

 

  그녀는 돕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지만 최대한 차분하고, 미련 없이 막내로서 갖추어야할 예의상의 질문인 듯 던졌다. 도현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아랑의 시를 집어 들었다.

 

 “괜찮아요.”

 

  그가 뒤도 안보고 돌아서 제 사무실로 향했다. 유리 너머 제 책상에 앉아 원고를 다시 살피는 도현의 모습에 누리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도현의 손에서 볼펜이 아닌 핸드폰이 휙휙 돌아가고 있었다. 전화를 해야 하는데. 쉽게 번호가 눌러지지 않았다. 그가 벌써 한 시간 째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주며 갈등하고 있었다. 빌딩 숲 너머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 살짝 시선을 들었을 때는 멀리 빛을 받아 빛나는 한강이 빌딩 사이로 어렴풋이 보였다. 도현의 입술이 단호하게 일직선으로 다물어졌다. 그가 낌새도 없이 의자를 홱 돌려 아랑의 원고를 휙 넘겼다. 그녀의 번호를 틱틱 찍어 누르곤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얼마 안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여전히 맑고, 고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도현은 자신도 모르게 열아홉, 처음 교실에서 그녀의 시를 듣고 몸을 움찔했던 것처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가 살짝 주먹을 쥐었다 피며 태연하게 말했다.

 

 “신아랑 작가님 맞으신가요?”

 - 네. 맞아요.

 

  그녀는 기다리던 전화였는지 목소리가 들뜨기 시작했다.

 

 - 어디시죠?

 

  건너편의 그 간절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저흰 다올 출판사입니다. 투고해주셨던 작품을 출간하고 싶어 연락드렸는데요. 한번 만나 뵙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 네. 괜찮아요.

 

  수화기 너머에서 그녀는 간신히 핸드폰을 붙잡고 기쁨의 환호성을 참아내고 있을 것이다.

 

 “내일 점심 먹고 2시 정도에 저희 출판사 1층 커피숍에서 뵈는 건 어떨까요? 장소나 시간 괜찮으세요?”

 - 네. 괜찮습니다. 2시에 다올 출판사요. 좋아요.

 “네. 그럼 내일 뵐게요.”

 - 네. 감사합니다.

 

  늘 건네던 멘트라 그런지 도현은 어색하지 않았음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내일 누굴 만날지 꿈에도 모른 채 지금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도현이 짧게 숨을 내뱉고 어질러진 책상의 원고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사무실 유리를 두들기는 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서원이 그를 찾아왔다. 그가 익숙하게 도현의 책상 가상에 엉덩이를 걸치며 말했다.

 

 “하나 건졌나봐?”

 “어.”

 “이야. 우리 현 팀장 능력도 좋아. 시집 대박나면 너희 팀 회식이냐?”

 “끼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끼워줘?”

 

  서원이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사양할게.”

  그는 오늘도 한동안 도현에게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이유 모를 질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찾았다. 물론 도현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두 남자가 해답을 찾는 것은 아니었다. 도현은 이미 그가 스스로 해답을 찾기에 그른 인물이라는 것을. 아니, 어쩌면 남자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꽤 뚫어볼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기지 않는 한 연인 사이의 다툼의 원인을 찾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차라리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발악을 해보아도 찾지 못하는 것, 그렇게 결론을 내리곤 찾아가 되려 화를 당하는 것보단 잠자코 있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라 매번 조언했다. 오늘도 서원이 찾은 답에 그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도현은 오전 내내 서원에게 시달리고 점심까지 같이 하니 피곤이 몰려왔다. 그가 휴게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누리가 냉큼 그가 있는 휴게실로 들어섰다.

 

 “팀장님. 식사하셨어요?”

 “네.”

 

  누리는 그의 옆에서 느릿하게 어떤 차를 마실까 살피고 있었다. 실은 그의 커피가 다 내려지기까지 일부러 고심하는 척하는 거지만 무뚝뚝한 도현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온통 내일 아랑을 만나 어떻게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만큼이나 그녀도 불편해할까. 그래서 다른 출판사를 찾을까. 하지만 다올의 출간 제의. 그녀가 마다할 리가 없었다. 만약 단지 도현 때문에 계약을 마다한다면 그건 그녀가 어리석은 것이다. 굳이 손 안대고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나올 리는 만무했다. 더군다나 늘 자신을 보며 웃어보이던 소녀는 절대 자신을 불편해 하거나, 피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이 좀 먹었으니 달라졌을 수도. 커피머신에서 다 되었다는 짧은 기계음이 나오자 도현이 잔을 집어 들고는 누리를 지나쳤다. 눈길 한 번 안 주는 그가 야속했지만 그녀는 오늘도 그의 곁에 가까이 있었다는 것에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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