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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또 하나의 가족(2)
작성일 : 19-07-10 20:51     조회 : 383     추천 : 0     분량 : 7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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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 투자로 머리를 돌린 세단 뒷자리에 문창주가 몸을 깊숙이 묻고 있었다.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찜찜한 표정으로 눈을 뜨며 고개를 한 번 저었다. 허리춤에서 018을 집어 들었다.

  “어. 나야. 어디야?”

  “네. 김 사장 일 때문에. 급하게 나오느라 말씀도 못 드리고 밖에 나와 있습니다.”

  “석 이사. 너 이번에 한 거 016이지?”

  “네? 아 네.”

  수신부에서 흘러나오는 석정선의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잘 터져?”

  “무슨 말씀이신지?”

  문창주는 PCS폰을 귀에서 떼 한 번 쳐다봤다.

  “아냐. 근데 미스 김한테 연락 안 왔어?”

  “받았습니다.”

  “그럼 시발 니가 처리하지 뭔 전화질하게 만들어? 바빠 죽겠구만.”

  문창주는 018이 안 터지는 것에 더 짜증이 났다.

  “저 그게…….”

  “뭐야?”

  “제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서요. 사장님께서 직접 판단하셔야 할 문제라서. 죄송합니다.”

  “아 시발 진짜. 답답하게. 뭔데 그래. 굿이야 배드야?”

  문창주가 왼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굿입니다.”

  “뭐가?”

  “사무실 들어가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김 사장 소재지 찾은 거 같습니다.”

  “야. 김 씨 중에 사장 타이틀 달고 있는 놈이 한둘이야?”

  “죄송합니다. 김창록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 찾았으면 찾았지 같습니다는 또 뭐야? 너 정말 이럴래?”

  “죄송합니다. 찾았습니다.”

  그제야 문창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놈에 죄송 죄송. 그깟 거 뭐 대단하다고 사무실에서 얘기를 해. 이렇게 전화로 하면 되지. 이제 곧 21세기가 코 앞이다. 시대에 뒤처지면 그냥 한강에 코 박고 뒈져야 하는 거야. 거 뭐야. 그래. 트렌드. 응? 스무~~스하게.”

 문창주는 기분이 좋았다. 조수석으로 뻗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배드는?”

  “저 그게. 사무실에 김 사장 와 있답니다.”

  “누구?”

  이번에는 문창주가 다그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중부토건…….”

  “그 새끼 두 손 들고 항복한 거야? 별것도 아닌 일에 왜 미스 김은 그리 호들갑을 떨어?”

  문창주의 핸드폰 수신부로 흘러나오던 석정석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장님. 나쁜 소식은 그게 아니라…… 저 그게…….”

  “됐어. 이제 10분 뒤면 도착하니까 최대한 빨리 와. 중부 그 씹새끼 하고 매조지해야지.”

  문창주가 꼼지락거리던 왼발로 운전하던 덩어리를 쳤다. 턱으로 라디오를 가리켰다.

  “에헤이!”

  라디오에서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이 흘러나왔다.

  문창주가 오른손으로 허벅지를 때리며 박자를 맞췄다.

  “철부지 어렸을 땐 머니를 몰라~ 세월이 흘러가면 머니를 알지~.”

  문창주는 사랑을 머니로 개사해서 큰 소리로 불렸다. 음정 박자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 발가락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어깨까지 흔들었다.

 

 

 문창주는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직감적으로 느꼈다. 분위기가 묘했다. 미스 김과 소파에 앉은 중부토건 김 사장을 번갈아 쳐다봤다. 김 사장 맞은편에도 한 명이 앉아 있었지만, 뒤통수만 보였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덩어리들이 90도 인사를 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중부토건의 김 사장도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문창주가 입꼬리를 올렸다. 기분 좋게 소파에 앉았다. 중부토건의 김 사장을 보며 다리를 꼬다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맞은편에 앉은 사내의 얼굴을 본 후였다. 사내는 문일섭이었다. 눈 한쪽에 선명한 멍 자국이 나 있었다. 옷 군데군데 흙이 묻어 있었다. 엉망이었다. 중부토건의 김 사장도 상황 파악이 안 됐는지 엉망진창인 문일섭과 문창주만 번갈아 쳐다보며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피떡이 된 채 문창주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이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문창주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에 더욱더 주눅이 든 표정이었다. 문창주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야 이 새끼야. 넌 이 인간 끝나고 다음이야. 알았어?”

  그제야 다리를 꼬았다. 문창주는 문일섭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뒤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석정선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문일섭의 옆에 앉았다. 문일섭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석 이사. 이 새끼는 나중에 처리하고 일단 여기 김 씨 일부터 보자고.”

  석정선이 그 짧은 순간 문창주의 속마음을 읽었다.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득이 됐으면 득이 됐지 잃을 것은 없었다. 데코레이션으로 괜찮았다.

  “사장님. 여기 김 사장하고 합의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 시발 그 좀 진작 그리하지. 딴 놈들은 병신이라 그리 못 한 줄 알아? 애새끼마냥 법원에 쪼르르 달려가서 그게 뭐 하는 짓이야. 응?”

  문창주가 석정선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봐 김 씨. 법 너무 좋아하지 마. 법으로 흥한 씹새끼. 법으로 망한다고. 니 에미가 말해줬을 텐데. 그간 바빠서 잊고 산 건 아니지? 안 그래?”

  문창주가 변죽을 울리는 사이 석정선이 합의서를 가지고 중부토건의 김 사장에게 내밀었다.

  “김 사장님. 여기 찍으시면 됩니다.”

  중부토건의 김 사장은 잠시 망설였지만, 도장을 찍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어느새 와있었는지 덩어리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미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문창주가 의아스럽게 쳐다봤다.

  “작은 사장님 병원으로 모시려고 했는데 안 가시겠다고 버티셔서 제가 이렇게 직접.”

  덩어리가 자랑스럽게 약봉지를 흔들었다. 문창주가 중부토건의 김 사장의 얼굴 변화를 읽었다. 덩어리가 석이사를 보고 인사를 할 찰나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덩어리의 고개가 돌아 석정선에게 인사를 하지 못했다. 연속으로 계속 돌았다. 문창주가 분이 덜 풀렸는지 덩어리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려 얼굴을 집중적으로 짓밟았다. 일명 빨간약이라 불린 소독약을 울퉁불퉁해진 덩어리의 얼굴에 부었다.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자살골은 들어갔고 데코레이션은 생화가 아니라 조화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이봐요. 문 사장.”

  중부토건의 김 사장의 표정과 태도가 짐짓 달라져 있었다.

  “이미 합의는 했지만 그래도 내 한 마디만 하지. 다른 업체는 뭐 몰라서 그리 한 줄 아쇼? 지금 다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고 자금 융통하기 어려워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70%만 받아 갔지만 소송 계속했으면 당신 손해배상하고 지연이자까지 물었어. 알아?”

  문창주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자리에 앉아 가쁘게 몰아쉬던 숨을 가라앉혔다.

  “아주 판사 나셨네. 야 이 개새끼야 니가 왜 여기서 방망이들 두들겨?”

  문창주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런 와중에 문일섭은 멍이 들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묵묵히 이 모든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김 사장님.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거 김 사장님도 잘 아실 텐데요.”

  석정선이 중부토건 김 사장을 노려봤다.

  “석 이사도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일부러 공사 지연시켜서 그 책임을 우리 하도급에 다 떠넘기고 그 페널티를 미지급한 하도급 대금에서 깐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의외로 문창주는 담담히 듣고 있었다.

  “그럼, 합의 없던 거로 하고 다시 다퉈 볼까요?”

 석정선이 세게 나가자 중부토건의 김 사장이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아니 앞으로 사업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는 거요. 다들 말은 안 해도 다 알아요. 충청건설 평판 안 좋은 거.”

  “김 사장님. 사장님 앞가림이나 잘하세요. 사장님이 그런 소리 할 자격이나 있습니까? 툭하면 인부들 임금체불에 머릿속에는 온통 뒷구멍으로 빼 먹을 생각만 가득하잖아요.”

  문창주와 석정선의 역활이 바뀐 것 같았다.

  “나 참. 이봐요. 석 이사. 내 말은 갑질하지 말란 말이오.”

  “누가 할 소리를 지금. 우리 회사 평판이 뭐요? 지금 일감 달라고 줄 서 있는 하청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빡빡하게 살지 마세요. 김 사장님이야말로.”

  이미 합의를 끝낸 상황이라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석 이사. 그냥 보내. 뭐 좋은 게 있다고 저런 새끼하고 말 섞어. 이미 다 끝난 일인데. 김 씨도 머리 시끄럽게 하지 말고 이제 가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문창주는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다. 문일섭의 얼굴을 쳐다봤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양아치 같은 새끼들.”

  중부토건의 김 사장이 충청 투자 사무실을 나서면서 희미하게 말을 흘렸다. 석정선이 문창주의 눈치를 봤다.

  “양아치라? 재밌네.”

  문창주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문창주의 평소 성격이 아니었다. 문일섭이 사무실에 와 있어 그런지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야!”

  문창주가 소리를 질렀다. 서로 눈치만 보느라 아무도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야! 이 개좆같은 새끼야.”

 석정선이 발 빠르게 얼굴에 빨간약을 뒤집어쓴 덩어리를 손짓으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그래. 이 씨발놈아. 부르셨다. 억울하냐?”

  문창주는 담배를 피우며 여전히 시선은 문일섭을 향해 있었다.

  “아닙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사장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덩어리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억울하지 않다고?”

  문창주가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한 번 쓸어 올렸다.

  “네. 전 사장님께 충성을…….”

  그 순간 덩어리의 상반신이 크게 휘청이며 뒤로 나자빠졌다.

  “억울하지 않아?”

  “네. 전 괜찮…….”

  덩어리의 상반신은 오뚝이처럼 다시 제자리로 왔다 문창주의 발길질에 다시 뒤로 넘어갔다.

  “왜지?”

  덩어리는 영문을 몰라 눈만 끔뻑거리며 석정선을 바라봤다. 석정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억울합니다.”

  “그렇지. 억울하지.”

  문창주가 담배를 입에 문체 손뼉을 쳤다.

  “얼마나 억울해?”

  “많이 억울합니다.”

  “아니지. 아까 그 새끼 때문에 니가 이렇게 됐는데 죽이고 싶을 만큼 억울할 거야? 맞아?”

  문창주가 덩어리의 턱을 잡고 눈을 바라봤다. 덩어리가 눈동자만 굴려 석정선을 바라봤다. 석정선이 다시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죽이고 싶을 만큼 억울합니다.”

  “그래. 참으면 화병 나. 사람한테 가장 안 좋은 게 스트레스야.”

  “네. 알겠습니다.”

  “뭘?”

  “네?”

  다시 덩어리의 상반신이 넘어갈 차례였다.

  “사장님. 주무르고 싶답니다.”

  석정선이 일어서며 덩어리 쪽으로 향했다.

 “맞아?”

  문창주가 소파에 앉으며 손에 묻은 빨간약을 팔걸이 가죽에 닦았다.

  “네.”

  덩어리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다치면 안 돼. 너 술 좀 때려?”

  “사장님. 염려 마십…….”

  덩어리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사장님. 우리 애들이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술 마시고 인사불성 상태에서 시비 붙었는데 정신이 있겠습니까? 서로 치고 받고 쌍방이겠죠.”

  “그런가? 내 식구들 다치는 거 별론데. 주변에 형편 어려운 친구들이나 동생들 있을 거 아냐? 이번 기회에 좀 챙기고 그래. 그리고 처음부터 오해가 없어야 해. 쌓이고 쌓여서 폭발한다니까. 쌍방이더라도 놀던 가락들이 있을 건데 확실하게 조져도 더 조지겠지?”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뒤 일은 확실하게 커버하고 케어하겠습니다.”

  “죽는 게 더 낫다 싶을 정도로 피똥 싸게 하면 그럴 필요도 없지. 머리 검은 것들은 잠깐의 틈만 줘도 안 돼. 밟을 땐 확실하게 밟아놔야지.”

  문창주가 석정선을 보며 손가락 2개를 폈다. 석정선이 사무실 한쪽에 딸린 공간으로 들어가 백만 원권 2묶음을 가지고 나왔다.

  “가서 부기랑 땀도 쫙 빼고 코도 좀 풀고.”

  문창주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던 덩어리 앞에 고깃덩어리를 던지듯 돈다발을 던졌다. 덩어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빨간약 덩어리가 뒤를 돌아 나머지 덩어리들을 바라보자 박수가 터졌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덩어리들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감사는 새끼들. 꺼져.”

  덩어리들이 미스 김을 한 번 쳐다봤다.

  “사장님. 전 지금 퇴근할게요.”

  덩어리들과 같이 코를 풀러 갈 수는 없었다.

  사무실 식구들이 썰물 빠지듯 빠지자 고요해졌다.

  문창주가 계속 물끄러미 문일섭을 쳐다봤다. 문일섭은 입을 굳게 다물고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문일섭의 고개가 위로 들리며 돌아갔다. 석정선이 말릴 틈이 없었다.

  “사장님?”

 다행히 두 번째 손을 든 타이밍에 문창주를 감싸 안아 말릴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손찌검 당한 문일섭은 당황스러운 얼굴빛으로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사정을 말하는 동안에도 설움에 복받쳤는지 대화가 드문드문 끊겼다 이어졌다. 그런 문일섭을 바라보는 문창주의 눈빛은 영락없는 아비의 눈빛이었다.

  “그래. 눈탱이 딱 한 대 맞고 꼼짝도 못 하고 청바지를 다 털려?”

  상황을 파악한 문창주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고개 들어. 가슴 펴고. 사내새끼가 이깟 걸로.”

  문일섭의 퉁퉁 부은 얼굴을 보자 울컥 분노가 복받쳐 올랐다.

  “사장님. 다음부터 애들 좀 붙일까요?”

  “아냐. 공포감에 스스로 무너진 거니까. 혼자 하게 놔둬. 석 이사 니가 애 엄마한테 전화 좀 해. 저 꼴로 들어가면 보고 쓰러진다. 내가 흥분해서 일섭이 때렸다고 해. 때린 거 사실이잖아. 이유는 잘 둘러대고.”

  둘러대기 위해 석정선이 자리를 비웠다.

  문창주가 문일섭을 가여운 듯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들 살아가면서 오늘 일 반드시 기억해. 지금 느끼는 감정 세세하게 하나하나 기억하라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거보다 더 좆같은 일들 많을 거야. 이 건 새 발의 피야. 그야말로 아비규환. 내가 당한 만큼 상대에게 반드시 돌려줘야 해. 꼼짝 못 하게 하고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드는 건 주먹 한 대가 아니라 마음속에 생긴 공포감이니까. 지금 느끼는 그 공포감보다 상대에게 지옥 같은 고통, 죽는 게 더 낫다고 느끼게만 할 수 있다면 그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

 석정선이 들고 있던 수화기 너머로 소리를 지르는 정세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창주와 문일섭의 귀에까지 들렸다. 그제야 문창주와 문일섭이 서로 마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석정선이 돌아와 입을 굳게 다문 채 문창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만 가봐. 병원 꼭 들러. 집에 가서 엄마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문창주가 답답한지 한숨을 쉬었다.

  “참 버라이어티하다. 시발. 진짜.”

 “사장님. 김 사장 찾았는데 어떡할까요?”

  “뭔 말 못 할 사정이라고. 쉬쉬해. 얻어터질 수도 있지.”

  석정선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창주는 또 흥분했는지 자기 할 말만 했다.

  “그게 그래도 일섭이, 아니 작은 사장님 일이라.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요. 병원도 안 가시겠다고 고집부리셨다고 해서.”

  석정선이 손에 깍지를 꼈다.

  “근데 왜 안 간 거 같아?”

  석정선이 골똘히 생각하다 말문을 열었다.

  “자존심 때문 아니었을까요?”

  “그렇지. 날 닮아서. 그래 사내새끼는 가오가 있어야지.”

  문창주가 당연하다는 듯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사장님. 김창록은 어떡할까요?”

  “그 새끼 곤죽 쳐서 내 앞에 갖다 놔. 팔다리 잘라버리게.”

  “직접 안 가보시게요?”

  “무슨 말 하는 거야?”

  문창주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김창록…….”

  “야. 시발. 진짜. 일섭이 저렇게 만든 새끼 말이야.”

  “아. 네. 알겠습니다.”

  석정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수배해. 내가 지금 참을 수가 없어.”

  “그럼 김창록은 언제?”

  “뭘 언제야. 당장 봐야지. 보고 싶네.”

  “김 사장을요?”

  “아니. 내 돈.”

  문창주가 석정선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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