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겹도록 간절한 눈망울들이었다. 곧 임종을 앞둔 늙은 불독같이 진득진득한 눈곱을 보여주는 영감도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던, 시들시들하던, 그들의 눈은 장난끼와 호기심뿐인 눈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어디 하나 진중한 눈은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힐끗힐끗 염탐하는 눈으로 아낙들에게만 가 있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손이라고 잡고 갈 여자가 필요한가? 그건 아니었다.

　누가 술이 더 취해 정신을 잃을까?

　기회를 엿보며 힐끔거리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개 눈에 똥밖에 보이지 않듯이 내 눈이 개인가? 자문을 해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여자들이 영감들을 개로 만들어버릴 기세처럼 보였다. 특히 주두희가 요주의 인물이었다. 저러다가 말려들면 억울하다며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할 남자가 와장창 쏟아질 것 같기도 했다.

　도대체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저런 음탕한 눈으로 쳐다볼까? 맞았다. 그들은 아내를 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다. 단지 이 순간에 거기서 거기인 여자들 중에서 조금이라도 젊은 여자 하나가 필요할 뿐인 눈으로 쳐다 볼 뿐이었다. 여자들의 윤허를 기다리는 간절한 눈들뿐이었다.

　예의상 응대해줄 미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그들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부장의 비꼬는 말이 일년 내내 가슴 한 켠에 숨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나오고 있었다. 어쩌면 저들과 부장에게 들은 말로 인해 생겨버린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눈은 오로지 등신과 마누라 간수 잘 하라는 의미만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 앞에 간수되지 못한 아낙들을 두고, 자기 아낙들은 다른 자리에서 똑 같은 짓을 하던 말던 지금만 즐기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지금 눈 앞에 벌어지는 행태들을 보면 부장의 말은 한 톨의 거짓 없는 사실이란 걸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 전해주면서 정신차리라고 조언을 한 셈이었다.

　그런 부장에게 즉흥적으로 대처한 경솔한 행동이 부끄럽고 후회스럽기도 했다.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였다. 아내가 사람이 아니었고 잘못 간수된 물건이란 걸 저들이 지금 눈 앞에서 생생하게 증명이라도 하듯이 보여 주고 있었다.

　가관이었다. 실제로 앞에서 여기저기의 손에 붙잡혔다가, 내동댕이쳐 지거나 다른 손으로 자발적으로 손을 내미는 아낙들도 보였다. 앞에 앉은 여자들이 늙은 영감들에게 그렇게 간수되고 있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그녀들도 그걸 즐기나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겨움을 느끼는 하는 행실을 헤죽대며 하면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분위기는 늘 주두희가 주도하고 있었다. 눈 똑바로 뜨고 잘 지켜보란 듯이 역겹고 안쓰러운 짓만 골라서 해대고 있었다. 간드러진 목소리로 여기저기에 술을 따르며 남정네들 틈에 바싹 붙어 아양도 떨고 있었다. 비록 바지에 속살은 숨겨져 있지만 딱 붙은 바지는 속살이나 다름없었다.

　한 영감은 주두희의 허벅지를 애무하듯이 만지기도 했고 주두희는 간지럽다고 앙탈을 부리며 손등은 내리쳤지만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고 다시 만지면, 오히려 자지러지는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왜 저럴까? 이혼 했나? 남편도 다른 데서 저러고 있겠지. 암! 그렇고 말고. 남편의 허세로 가득한 거만한 행세를 떠올리면 주두희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도 같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당당하게 저지르고 있는 난잡한 짓이 저 부부의 평소 생활 습관이 아닌가? 우리 부부가 비정상이 아닌가?

　아니지. 나만 그렇지. 아내는 이미 저들과 어울렸겠지. 같이 어울려 나도 저 생활로 들어갈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옆으로 오라고 한 늙은 할망구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만약에 주두희가 오라고 했으면, 여자란 복수할 상대도 없으면서, 복수심에 불타, 옆에 붙어 앉아 영감들과 똑같이 피둥피둥한 천연고무 같은 허리 춤 어디라도 더듬거렸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역겨워졌다. 구역질이 나려고 해서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천명구도 마찬가지였다. 허병식을 중심으로 붙어 있는 남녀들이 모두 고객이었다가 떠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상이 일그러져 있었다. 누가 먼저 일어서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전쟁터에서 처절하게 총을 맞은 패잔병처럼 비틀거리며 일어서 나가다가 김인태와 딱 마주쳤다.

　오늘 무슨 재수 옴 붙었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고주망태가 된 김인태가 천명구와 이선근이 술집에서 나오길 손꼽아 기다린 사람처럼 비틀대며 출입문 앞에 턱 버티고 서 있었다. 평소 하던 대로 두 사람의 아래 위를 탐색하듯이 흘겨보면서 비꼬며 말했다.

　“어! 저 자리에 꽃이 없네. 당신 마누라 없는 저 자리에 아낙들은 장례식장에 인조 조화에 불과하지, 허허허”

　천명구가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 이 갈리는 소리를 내는 애리 남편 팔을 잡아 당겨 밖으로 끌고 갔다. 치를 떨던 이선근이 주먹을 불끈 쥐고 김인태를 노려보면서 돌아섰다. 일흔의 천명구 힘으로는 말릴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주두희가 있었다. 까르르 거리는 소리들. 주두희 몫이 제일 컸다. 더럽다는 생각. 이선근은 간혹 저와 비슷한 자리를 보곤 했다. 김인태도 술에 취해 자기가 한 말을 잊고 이선근이 어떤 응징을 할지를 잊어버리고 주두희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위하듯이 즐기고 있었다.

　능력의 범위. 강한 자 주위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는 어정쩡하게 강한 자. 말하자면 오합지졸의 수뇌. 아내가 저 오합지졸들과 수뇌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아내의 잘못이 아니다. 내 탓이다. 돈만 많았으면 이런 코딱지만한 연습장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고 쿠폰도 얻어 쓰지 않을 것이고 저런 음흉한 눈으로 침을 칠 흘리며 주두희와 그 일행들을 보고 있는 김인태 같은 놈도 퇴근 후에는 마주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에 여기서 주먹질을 하게 되면 직장에서도 문제지만 저 오합지졸들의 입에도 오르내린다. 못난 남편이 주먹질 했다는 말은 지금 당장 전화로 아내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주두희의 주둥아리가 두려워졌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하고 천명구와 헤어져 택시에 올랐다. 택시에 오르자마자 오늘은 정말로 가기 싫은 집인 아파트 이름부터 입에서 나와버렸다. 그렇다고 다른 장소가 얼른 떠오르지도 않았다.

　애들은 아직 학교에서 오지 않았다. 애리가 반갑게 맞이하며 여느 때처럼 윗도리를 벗겨 주려고 했지만 전혀 거부할 생각이 없었는데 손이 기분을 대신해, 알아서 애리의 손을 격하게 뿌리쳐 버렸다. 그러나 이 행동은 그렇잖아도 요즘 소외감에 빠져, 정신적으로 허둥대고 있는 소애리를 더 절망에 빠뜨리는 짓밖에 되지 않았다.

　“당신 요즘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뭘 잘못했길래?”

　앙칼진 목소리가 아닌 눈물이 목을 삼킨, 미어지는 절규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