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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4 - 3화. 춘회파가 자율학습시간을 보내는 방법
작성일 : 18-11-30 20:58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5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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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춘회파가 자율학습시간을 보내는 방법

 

 

 

 점심식사를 마친 일행은 각자 자율시간을 보내러 흩어진다.

 

 춘회와 제로, 네파리안, 그리고 아스나는 훈련 겸 용돈 벌이를 위해 학원구역 내의 중급 던젼인 '페테르 아츠 성당'으로 향한다.

 

 힐러 케이타와 아라는 양호실 일을 도우러 간다.

 저번에 모은 은행열매로 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남은 인원들은 전부 학교 체육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촉호와 윌리엄은 트레이닝을 위해, 윗키는 윌리엄을 추종하기 위해, 그리고 클라이드는 학생들의 전투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체육관에 가는 것이었다.

 

 매점에서 몇 걸음 걷지 않아 도착한 학교 체육관은 겉으로 보기에는 오래된 목조건물처럼 이음새가 삐걱거리고 곳곳이 삭은 것이 영 허름해 보였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외형과는 딴판인 엄청난 시설을 선보인다.

 

 증축마법이 걸려 넓어진 실내는 거의 축구장과도 맞먹는 크기였으며, 모든 설비가 최신식으로 잘 갖춰져 있는 모습이다.

 

 교내 체육관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1층엔 공식 경기장 크기와 똑같은 '가로*세로=100m*65m' 정도 규모의 거대한 플랫 경기장과 여러 가지 체력단련 기구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2층엔 방송실과 기타 장비, 그리고 무수한 관중석들이 들어차 있었다.

 천장은 열고 닫히는 돔형식인데 지금은 닫힌 상태였다.

 

 촉호는 입학식 때 이후론 이곳에 한 번도 와보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반년 만에 다시 찾은 블루고 실내 체육관의 엄청난 위용을 입을 딱 벌리고 구경한다.

 

 "우와아아앙!"

 

 "화살 몇 개를 던져 보아라!"

 

 "받아라 나의 108계단 40단 컴보!"

 

 "탱크로리탱크로리탱크로리!"

 (연출된 효과음들입니다)

 

 <투닥투닥>

 

 이미 1층 경기장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아웅다웅 대련 중이고, 2층에선 여학생 무리 또는 정보 수집가들이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하는 중이다.

 

 다들 열심히 싸우고 있긴 했으나 춘회파 1군인 윌리엄이나 신입생 최강 윗키가 보기엔 Zotto 별거 아닌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촉호에겐 대단해 보였지만...

 

 그런데 그들이 들어서자 체육관이 일순 물결치듯 술렁인다.

 

 "우와~ 저 금발머리 남자, 춘회파의 윌리엄 진이야!"

 

 "근육 좀 봐. 대박이다!"

 

 "그 옆에는 1학년 최강 윗키까지 있네!"

 

 "클라이드란 녀석도 상당히 강하던데, 근데 저 왜소한 한 놈은 누구지? 전혀 못 보던 놈인걸?"

 

 교내 랭킹 Top 5 전사 윌리엄과 전기 소녀 윗키, 그리고 춘회파 2군인 클라이드까지 등장하자 사람들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흥분하며 떠들어 댄 것이다.

 그들은 '왜 촉호 같은 비루한 남학생이 잘 나가는 강자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가?'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저쪽으로 가자 촉호."

 

 윌리엄은 그 많은 시선의 화살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1층 구석의 헬스클럽 식 체력단련 기구들을 가리키며 발을 뗀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이런 사람들의 관심 같은 거엔 달관한 그였다.

 

 촉호가 윌리엄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클라이드가 말한다.

 

 "저는 2층에 가서 구경할게요."

 

 "그래 클라이드. 이따가 보자."

 

 "오케이." (촉호, 윗키)

 

 그들은 대답해 주고는 경기장 라인 밖을 따라 걸어간다.

 윗키도 둘의 뒤를 따른다.

 

 

 

 

 헬스장에 도착한 그들은 기본적인 근력운동을 시작한다.

 주황머리 소녀는 마치 자신이 미모의 여자 매니저라도 되는 양, 옆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윌리엄의 훈련을 지켜본다.

 

 "우후훗~ 윌리엄 오빠, 완전 짐승남이네에~!"

 

 글쎄 매니저라기보단 한 마리의 빠순이에 가까울지도...

 

 그렇게 윗키가 입을 헤 벌리고 금발 훈남의 조각 근육을 감상하고 있는 사이, 허약한 촉호는 벌써부터 팔, 다리가 후달거리기 시작한다.

 팔굽혀펴기와 앉았다 일어나기, 그리고 윗몸 일으키기 같은 자기 몸무게를 이용한 운동을 하던 촉호는 쪽팔리게도 지 몸무게 하나 감당하지 못한다.

 

 "끄헉! 다섯...으으, 여서엇..."

 

 그나마 장갑의 힘 덕분에 팔굽혀펴기는 어느 정도 잘했지만, 다른 것들은 채 열 개도 채우지 못한다.

 옆에서 거추장스런 셔츠를 벗어 던진 채, 울퉁불퉁한 바위처럼 생긴 근육을 움직여 바벨 더미를 들어 올리는 윌리엄과는 완벽하게 대조되는 모습.

 

 보다 못한 금발의 몸짱이 옆에 있는 약골 녀석을 도와준다.

 앉았다 일어나기를 할 때는 어깨를 살짝 끌어 올려주고, 윗몸 일으키기를 할 때는 등을 살짝 밀어주는 식으로 말이다.

 

 "15회씩 하고 잠시 쉬고, 또 15회 하는 식으로 하자. 그게 효과적일 거야."

 

 "헉헉... 네에."

 

 힘들어서 버터구이 오징어가 되어가는 촉호.

 그래도 훌륭한 트레이너가 옆에서 도와주니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진 모습이다.

 

 그런데 윗키는 그 모습을 보고는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린다.

 

 "쳇. 우리 윌리엄 오빠가 왜 저딴 녀석 훈련이나 도와줘야 되는 거야? 시간 아깝게시리..."

 

 "괜찮아 윗키. 대충 기초 근력만 잡히면 그땐 내 도움이 필요 없을 테니까."

 

 "그래도 저런 약골 쭈꾸미 때문에 오빠의 황금 같은 연습시간이..."

 

 "하하, 걱정 말래두 윗키. 누구나 초보 시절이 있는 거고, 난 언제나 어디서나 트레이닝을 할 수 있으니까."

 

 윌리엄이 대천사를 연상시키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런데 윗키 너는 훈련 안 하니?"

 

 "저, 저는..."

 

 전기 소녀가 공격적이었던 태도를 전부 수줍음으로 바꾸며 중얼거린다.

 

 "저는 오빠의 트레이닝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 만족해요."

 

 "그러면 내가 맘이 편하지가 않아. 난 알아서 운동하고 있을 테니 윗키 너도 할 거 하고 있으렴."

 

 "하긴 제가 이러고 있으면 오빠도 불편하시겠군요.

 (윌리엄 오빠... 날 걱정하는 마음 씀씀이 좀 봐. 오빠 땜에 내가 훈련을 못 할까 봐. 역시 겉과 속이 모두 최고인 울 윌리엄 오.빠.)

 그럼 저도 훈련을..."

 

 부끄럽게 말을 마친 그녀는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1층 경기장으로 '후다닥' 달려 들어간다.

 그리고는 대련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전격을 퍼붓기 시작한다.

 

 <파직. 파지지직. 콰광>

 

 그 모습은 흡사 사나운 번개 폭풍과도 같다.

 

 "우와, 윗키! 지난주에 춘회 선배랑 싸웠을 때보다도 더 쎄진 것 같네..."

 

 2층 관중석에서 수첩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 넣으며 중얼거리는 클라이드.

 그는 경기장을 완전히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전기 소녀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대체 주말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클라이드가 궁금해한다.

 그 답을 아는 금발의 훈남은 바닐라 라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는 다시 촉호의 트레이닝을 도울 뿐이다.

 

 

 

 

 3시간 후, 네 사람이 체육관 밖으로 걸어 나온다.

 

 고귀한 신들의 음료 넥타르 같은 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금발의 윌리엄, 난생처음 운동다운 운동을 하고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버린 촉호, 오늘 하루 체육관 올킬을 기록한 의기양양 전기 소녀 윗키, 그리고 온통 그녀의 정보만을 얻은 채 내려온 정보원 클라이드까지...

 

 그들은 종례를 들으러 교실이 있는 본관을 향해 나란히 걸어간다.

 온통 윗키의 자뻑 섞인 무용담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촉호가 갑자기 끼어드는 도로 위 택시처럼 '불쑥' 질문을 던져 그녀의 입을 막는다.

 

 "윌리엄 선배, 왜 춘회 리더는 그토록 청합제 우승에... 아니, 최강에 집착하는 건가요? 다른 1군 선배들도 그렇지만 춘회 선배는 유독 더 최강이란 단어에 필사적인 것 같아요."

 

 "뭐 그렇긴 하지."

 

 윌리엄이 넓은 어깨를 쭉 펼치며 그 말에 동의한다.

 그때 말이 끊겨 성이 난 주황머리 소녀가 부루퉁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그거야 그 자식이 진짜 최강이 아니라서 그렇지 이 바보야."

 

 "뭐 바보라구?"

 

 "왜 불만 있냐, 쭈꾸미 자식아?!"

 

 "아, 아니 없어..."

 

 고양이 앞의 쥐가 되어 꼬리를 마는 촉호.

 윗키의 주먹은 0.3초면 얼굴에 닿을 거리에 있었지만, 공권력은 3분이 지나도 와주지 않을 만큼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둘의 먹이사슬을 지켜보던 윌리엄이 웃으면서 입을 연다.

 

 "지금 당장 우리 학교에선 춘회가 제일 강한데 맞아."

 

 "그치만 오빠가..."

 

 "그래, 물론 내가 곧 녀석을 쓰러뜨릴 거야 윗키. 그래도 일단은 춘회가 랭킹 1위니까..."

 

 그는 고개를 돌려 촉호를 바라본다.

 

 "춘회가 왜 최강에 집착하냐고 물었지?"

 

 "아, 네에..."

 

 "후훗, 그건 설명하자면 조금 길어. 종례를 들으러 가는 지금은 말해주기 힘들 것 같군. 하지만 분명히 녀석에겐 최강에 집착할 만한 이유가 있어."

 

 대답을 회피하긴 했지만, 마지막 문장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세 명의 1학년은 모두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하며 윌리엄의 묘한 표정을 바라본다.

 

 시계를 보니 4시 3분 전이다.

 그들은 각자 자기네 반으로 헤어진다.

 

 

 

 

 하굣길. 정갈한 메이드 사야가 운전하는 검은 리무진 안에서 춘회파의 붉은머리 리더가 투덜댄다.

 

 "그놈의 성당 던젼 보스는 왜 우리가 갈 때마다 짜게 드롭(쓰러뜨린 몬스터가 지니고 있던 아이템이나 금은보화를 떨구는 현상)하는 거야? 10초도 안 돼서 발릴 주제에..."

 

 춘회가 허공에 주먹을 휘둘러 보이며 화를 내자, 옆에 앉아 있던 금발의 윌리엄이 물어본다.

 

 "오늘은 춘회 네가 보스킬 했나 보네."

 

 "맞아 윌. 그런 할로윈 케익 장식에나 어울리는 자이언트 고스트 따위 순식간에 보내 버렸지. 근데 잡동사니 몇 개랑 현찰 800만 크레딧 정도밖에 못 벌었어. 소문이 자자한 그 성수는 안 떨구더라고."

 

 "현자 페테르 아츠의 성수? 그거 효과가 뭐였지?"

 

 "모든 상태이상(중독, 수면, 마비, 동상 등등)과 저주를 즉시에 회복한다! 이걸로 아라한테 걸린 망령의 저주나 좀 풀어볼까 했지."

 

 춘회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한 쌍의 커플 가운데 예쁘장한 검은색 생머리 소녀를 돌아보며 말한다.

 소녀는 저녁이 다가오자 벌써 인화상태를 유지하기 힘든지, 세모꼴 귀와 두툼한 여우꼬리를 내놓은 모습이다.

 

 흑여우 소녀와 촉호가 동시에 소리친다.

 

 "나한테 걸린 저주를 푼다구?!"

 

 "아라한테 걸린 저주를 푼다구요?!"

 

 찌찌뽕을 해도 무방한 상황.

 그러나 촉호는 박치기로 앙갚음 당하는 게 무서워서 그런 저질스런 짓은 하지 않는다.

 이미 온몸이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는 지금, 아라의 박치기까지 맞았다간 고통으로 비명횡사할지도 모른다.

 

 그때, 운전석 옆 조수석에서 도시의 스모그 같은 음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페테르 아츠의 성수는 저주를 푸는 데 특히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 하지만 지금껏 24번이나 클리어했는데도 단 한 차례도 성수를 드롭하지 않은 걸로 보아, 성수 이야기는 입장료를 벌기 위해 성당 측에서 지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네파리안.

 그는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찾고 있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네파리안의 회의적인 대답을 들은 촉호와 아라가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러자 둘의 옆에 앉아 있던 녹색머리의 힐러 케이타가 얼른 그들의 맘을 달래준다.

 

 "너무 낙심 하지 마. 성수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지, 유일한 해결법이 아니니까. 분명 또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그는 두 좌석 앞의 흑발청년을 향해 큰소리로 질문한다.

 

 "그렇지, 네파리안?"

 

 "그래."

 

 네파리안이 무뚝뚝하게 짧은 한마디를 던져 준다.

 얼음덩이처럼 딱딱한 목소리였지만, 촉호와 흑여우 소녀는 마음이 놓인다.

 저 냉혈한은 성격이 차갑기는 해도 거짓 위안이나 늘어놓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그가 방법이 있다고 했으니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윽고 차가 아지트 앞에 도착한다.

 춘회파 소년들과 사야, 그리고 흑여우 소녀는 우르르 차에서 내리더니, 안락한 아지트를 향해 '우다다' 걸음을 옮긴다.

 

 귀가는 어느 때나 즐거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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