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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tipping point(균형이 무너지는 임계점)
작성일 : 18-11-02 15:37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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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호텔 창문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핸드폰의 진동모터는 계속 돌아갔다.

 어제 초저녁부터 32년 산 밸런타인을 2병 마신 탓인지 전라의 문일섭은 침대에서 좀처럼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척일 뿐이었다. 2차를 나왔던 아가씨는 아침 일찍 나간 듯했다. 팔에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서 핸드폰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굴을 침대에 파묻고 주섬주섬 핸드폰을 찾아 귀 옆에 놨다.

 “대표님, 이제 기침하실 시간입니다.”

 “몇 시?”

 “1시 30분입니다.”

 “그래, 2시까지 내려갈게. 커피 때리면서 기다려.”

 문일섭이 샤워를 하려고 전라의 몸으로 일어섰다.

 

 문일섭은 호텔 방을 나서기 전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며 옷매무새를 만졌다. 정장 상의 깃 왼쪽에 달린 충청건설이라고 각인된 회사 배지를 가지런히 정돈 후 오른손 검지로 한번 쭉 훑었다.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이 가볍게 떨렸다.

 ‘부음 알림. 1998년 5회 졸업 (영어과) 정세현. 한국 대학교 장례식장 14호실, 4월 24일 발인 (장지 에덴 추모 공원) 한경외국어고등학교 총동문회.’

 문일섭은 문자를 보고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껌뻑거렸다. 오른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졸업 연도를 헤아려 봤다. 급하게 호텔 방 문을 열고 나와 1층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비서실장 서동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직책은 비서실의 장이였지만 수행비서처럼 문일섭이 어디에 있든 항상 곁을 지키며 손과 발의 역할을 했다. 한 몸처럼 움직였다.

 “나 오후에 스케줄 어떻게 되지? 어, 어, 아 그리고 한국 대학병원 장례식장 14호실 정세현이라고 좀 알아봐. 어, 그래, 지금 내려가는 중.”

 문일섭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장례식장은 주차장도 우울했다. 차창 밖으로 비서실장 서동재가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문일섭은 피고 있던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을 깊게 들이마시고 뒷자리 재떨이에 비벼 껐다.

 비서실장 서동재가 뒷문을 열자 4월이었지만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의 열기에 더해 훅한 공기가 차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서동재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직책에 걸맞지 않은 로드매니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불만이나 불평의 기색이 전혀 없었다.

 문일섭에게 장례식장 매점에서 사 온 검은 넥타이와 양말을 건넸다. 문일섭은 넥타이를 매고 양말을 갈아 신었다.

 “14호실이 지하라고?”

 조수석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던 서동재가 그제야 생각났는지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가보니까 정세현이라는 사람이 없어서 관리사무실 가서 물어보니 오늘 오후에 14호실에서 1호실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고 누군가 대납을 했다고 합니다. 1호실이 특실입니다.”

 장례식장 로비에서 3층 특실로 올라가는 길목과 계단에 듬성듬성 초대받지 않은 듯한 낯선 남자들이 분주히 돌아다녔다.

 1호실에 들어가 절을 하고 마주친 영정사진 속의 정세현은 문일섭이 근래에 만났던 모습이 아닌 20대 초반의 모습이었다.

 “얼마나 상심이 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정세현의 어머니가 문일섭을 알아보지 못했다.

 “근데 저희 세현이와는 어떻게?”

 “회사 동료였습니다.”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갑자기 정세현의 어머니가 덥석 문일섭의 두 손을 부여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에 같이 있으셨나요?”

 갑자기 중국이라니 문일섭도 순간 당황했다.

 “아니요. 예전에 서울에서 잠깐 같이 있었습니다.”

 그제야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정세현의 어머니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장례도우미로 보이는 사람이 식당으로 안내했다.

 사양하고 바로 돌아가려다가 어제의 숙취가 올라오고 허기가 져 간단히 요기하려고 안내에 따랐다. 문상객보다 특실의 식당은 너무 컸다. 의아하게도 문상객들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문상객이 많아서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때는 오히려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안 됐지만 단 한 테이블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상객들은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어, 일섭 선배?”

 다섯 명의 무리 중 유일한 여성이 문일섭을 보고 아는 체를 했다. 김영화였다.

 김영화에게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를 한 후 김영화와 마주 앉았다. 그제야 같이 앉아 있던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일섭은 일행들을 보자마자 뭔가 일이 잘 못 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직감이었다. 내색하지 않고 반갑게 손을 내밀어 마주 보고 앉아 있던 박선호에게 악수를 청했다. 곧 박선호의 내민 손은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 문일섭의 손이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조남진이었다. 조남진. 금선 그룹의 3세, 차기 경영권 승계자. 문일섭은 자기의 직감이 틀렸음을 조남진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느꼈다. 조남진과 불행은 거리가 멀었다. 다른 일행들과는 앉으면서 눈인사를 나눴다.

 “다들 이게 몇 년 만이지? 문자들 받고 왔나? 되게 반갑네.”

 조남진 앞에 놓인 잔을 향해 문일섭이 소주를 기울였지만, 조남진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무안함에 자기 잔에 술을 따르며 김영화를 바라봤다.

 “넌 섹시해진 거냐? 싸가지가 없어진 거냐?”

 괜한 화풀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김영화가 제일 약한 세렝게티의 사슴 같은 초식동물 처지였다. 문일섭의 착각이었다. 김영화는 전투 사슴이었다.

 “선배, 지금 팔자 좋게 이러고 있어도 돼? 집안 꼴 말이 아니지 않아?”

 “니가 뭘 안다고 그래.”

 해장이 목적이었지만 문일섭은 소주 2잔을 연속으로 들이부었다. 그제야 다른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일섭의 좌우로 신윤창과 송찬호가 앉아 있었다.

 “윤창이 너 경찰청 어디 소속이야? 내가 일전에 한 번 너 좀 보려고 찾아봤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날 왜? 경찰대 간다고 할 때 왜 가냐며? 자고로 남자가 크려면 관악산으로 가야 한다며?”

 둘 사이에 송찬호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했다.

 “어, 그래, 우리 송 프로, 내가 언제야 그때. 우리 송 프로 보려고 대검까지 갔었는데. 왜 이리 튕겨?”

 “왜요, 문 대표님 요즘 힘드시다. 그죠?”

 송찬호는 문일섭의 1년 후배였지만 한 손으로 소주를 따랐다.

 “뭐 비즈니스라는 게 그렇지 뭐.”

 어제 마셨던 양주보다 소주가 싸구려라 그랬을까. 아니면 싸구려 소주 취급을 받아서였을까? 소주가 쓰디썼다. 그제야 박선호가 눈에 들어왔다.

 “야, 우리 순둥이. 선호 아냐? 아직도 피부가 아기 같다. 뽀얗네.”

 문일섭은 크게 웃었다.

 “근데, 일섭이 니가 여길 왜?”

 박선호는 미간을 찡그리며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동문회 문자 받고 왔다. 왜? 그리고 난 여기 오면 안 된다는 법이 있어?”

 “너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친구 장례식장도 못 오냐? 그리고 뭘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는 거야?”

 이 자리에서 문일섭만 모르는 것 같았다. 다들 이 자리가 균형이 무너지는 임계점인지 확인차 방문한 자리였다.

 김영화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잔을 들었다.

 “우리 건배 한 번 해요. 근데 서글프네. 다들 아저씨들이 됐어.”

 “뭐 인마. 우리 옛 멤버 중에 기석이만 없네. 건배사는 우리 동아리 때 구호로 해보자.”

 건배할 때 사회의 갑옷을 모두 벗어 던진 홀가분한 모습들이었다. 그 짧은 순간 다들 편안해 보였다.

 기묘하고 오묘한 조합 같았지만, 으레 당연했다. 그들은 한경외국어고등학교 동기동창, 선후배 사이였다.

 

 문일섭은 소주병을 흔들었다. 찰랑거림이 없었다. 많이 취해있었다. 의지와는 달리 머리는 계속 술을 원하고 있었다.

 “야! 술 더 가져와! 술 수~울~ 시발!”

 대답이 없었다. 테이블에는 문일섭 혼자만 남아있었다. 술은 시간을 느릿느릿 흐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문일섭은 직접 음료와 주류가 담겨 있는 업소용 냉장고로 향했다.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자물쇠를 잡고 흔들었다. 문일섭은 위태해 보였다. 비서실장 서동재가 뛰어와 뒤로 감싸 안지 않았더라면 뒤로 벌러덩 나자빠져 크게 다쳤을지도 몰랐다. 그때 스포츠머리에 반소매 셔츠의 아랫단 절반을 먹게 배꼽 위까지 바지를 걷어 올린 거구의 사내가 냉장고 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면바지 허리띠 고리에 열쇠 꾸러미를 주렁주렁 달아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엄청나게 거슬렸다. 더군다나 엇박자였다. 그는 ‘이건 아니잖아요’라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갓 20살이 된 듯했다. 냉장고지기였다.

 교통사고 조사요원처럼 한 손에는 조사 서류철 같은 것을 지니고 목에는 열쇠 하나를 걸고 있었다. 냉장고 자물쇠 열쇠인 듯했다. 냉장고와 문일섭 사이를 껴들었다.

 “아저씨, 뭐 줘요?”

 냉장고지기가 문일섭을 빤히 쳐다봤다.

 “아저씨, 뭐 줘요? 아저씨? 이 새끼는 또 뭐야? 이거 병신 아냐?”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은 맞았다. 장애인 특별채용으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냉장고지기였다.

 “아저씨, 몇 병이요?”

 “이 새끼가 내가 누군 줄 알고? 뭐 시발 금땡이라도 있냐, 병신 같은 것들 넣어 놓고 잠그길 왜 잠가.”

 문일섭의 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수행비서 서동재가 익숙한 듯 앞으로 나와 안아 내렸다.

 “아저씨 몇 병이요? 우리 적어야 해. 개수 파악이 가장 중요해. 아니면 나 대리님한테 혼나.”

 “이 시발놈이. 그래. 이 개새끼야. 대리가 아니라 병원장한테 따귀를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저씨 몇 병이요? 우리 적어야 해. 개수 파악이 가장 중요해. 아니면 나 대리님한테 혼나.”

 같은 말만 반복했다.

 “총각, 원래 처음 냉장고에 채워놨던 거에서 현재 있는 거 세면 되잖아?”

 보다 못한 장례식장 식당 도우미 아줌마가 한마디 거들었다.

 “여기 병원장 하고 내가...... 아 병신 데리고 뭐 하냐! 나와 이 개새끼야!”

 다시 문일섭의 손이 냉장고지기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서동재도 말릴 수가 없었다. 올라간 손을 냉장고지기가 낚아채 곧장 밀어버렸다. 정신은 힘들어도 몸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건강하고 야무졌다. 오히려 문일섭이 그대로 나뒹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일섭 씨? 문일섭 씨 정신 좀 차려봐요?”

 문일섭의 어깨를 누군가 세게 흔들었다. 눈을 떴을 때 너무 눈부셔 분간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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