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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면진(免震)
작가 : 디비
작품등록일 : 2018.11.2

이해하지 마! 우린 그저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 뿐이야. 누구 하나 몰라도 돼. 아니 몰라야 해.
우리 사훈(社訓)이 면진(免震)이야! 그러나 정세현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물][경제물][경영물][드라마][성장물]


소설을 처음 써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지명,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로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우연에 의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각자의 셈법(2)
작성일 : 18-11-02 15:36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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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김수환은 운전석 차창 밖으로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차 오디오 액정에는 뉴스 전용 채널 주파수가 찍혀있었다.

 어떤 뉴스를 기다리다 지쳐서인지 아니면 장시간의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인지 룸미러에 비친 김수환의 얼굴은 짜증과 피곤 가득했다.

 조수석 서랍에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는 뜻이었다.

 “수산? 자원?”

 “자원.”

 짧은 대화 내용이었다. 보안상 무전기가 더 취약해 보였으나 오히려 더 안전했다. 반경 15km까지 송수신을 커버했다. DS환경자원이 있는 인천 서구 가좌동 일대에는 적어도 수십 개의 무전기 채널이 날아다녔다. 간단하고 짧은 내용은 무전기가 더 안전했다.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은 비포장 샛길을 따라 들어갔다. 세월의 흔적으로 빛이 바랜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높이 3미터 정도 되는 철판이 DS환경자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입구는 따로 없었고 철판이 잘린 부분이 입구였다.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고철들이 거대한 산을 이뤘고 그 옆으로 폐차들이 겹겹이 쌓여 5층의 빌딩 숲을 형성했다. 그 한편에선 연신 압축기로 폐차를 압축했다. 철 비린내가 나는 듯했다. 생명이라고는 컨테이너 3개로 만든 2층짜리 사무실에서 뿜어내는 불빛이 전부였다. 김수환은 쌍둥이 같은 EF쏘나타들이 주차된 곳에 주차한 후 담배를 입에 문 채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컨테이너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국헌 지부장과 박종달 과장이 TV를 보고 있었다. 미스 리의 책상 위 미용 거울이 문 쪽이 아닌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스 리는 퇴근한 듯했다. 사무실이라고 해봐야 컨테이너 2개로 이루어져 있었다. 1층은 DS환경자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휴게실 겸 식당으로 사용됐다. 2층은 컨테이너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소파와 테이블이 보였고 오른쪽 벽면에는 TV가 붙어 있었다. 왼편으로 책상 5개가 일렬로 붙어 있었다. 전형적 고물상 사무실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전국 어느 고물상이나 사무실의 구조는 비슷비슷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김수환을 본 박종달 과장이 TV를 응시하며 김국헌 지부장을 한 번 쳐다봤다.

 포마드 기름으로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 70년대 유행했던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김국헌 지부장이 말문을 열었다. 흡사 레인코트를 입고 옛 재경원 앞에서 동료들과 찍은 기념사진에 나올 법한 엘리트 풍이었다. 그렇지만 구식이었다.

 “김 과장, 저기 맞지?”

 김수환은 간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다 말고 별일 아닌 척 옷소매로 입가를 닦아 냈다.

 “네. 저기 맞을 거예요. 근데 설마 찾았을까요? 찾았어도 시간 좀 걸릴 거예요. 어디가 됐든 알아보겠죠. 당연히 우리한테도 연락이 올 테고. 우리가 연출한 거라 뭐가 뭔지도 모를 거 에요. 아마.”

 “자기야. 연출은 우리가 했지만, 아니 김 과장 니가 했지만 개봉은 우리 손으로 못하고 남의 손 빌려야 할 것 같은데? 어때?”

 짧은 스포츠머리, 금테 안경, 동글동글 얼굴형, 고도 비만이었지만 체형과 풍기는 이미지는 곰처럼 귀여워 보이는 박종달 과장이 얄밉게 위로했다.

 “오후에 기무사 허 중령한테 연락은 왔었는데 이 건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 연락이 없네요. 제가 먼저 연락하고 싶어도 어느 선까지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런 케이스에 대비는 해 놨지? 플랜B말야. 별일 아니지? 근데 기분이 별로네.”

 왼손 검지로 연신 이마를 문지르며 전자 담배를 물고 있던 김국헌 지부장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움켜쥐고 흔들었다.

 “네, 언젠가 저희가 개봉하려고 했던 케이스라서 그 시기가 문제였지, 물론 영영 묻히는 게 가장 바람직했지만….”

 아까 마신 생수가 에어컨 바람에 더해 지금에서야 한기가 느껴졌다.

 그때였다. 사무실 문이 열리고 정비사들이 착용하는 원피스 형태의 청 작업복을 입은 낯선 사내가 환하게 웃었다. 유독 치아가 하얗게 빛났다.

 “왔어? 수환?”

 소파에 앉아 있는 박종달 과장을 엉덩이로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다. 테이블 위에 다리를 길게 뻗어 얹자 자장면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파에 깊게 몸을 묻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김국헌 지부장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파 구석으로 몰린 박종달 과장이 불편함을 몸을 웅크려 표현했다.

 “마, 아직 퇴근 안 하고 뭐 해? 인마?”

 박종달은 낯선 이방인 같은 사내를 보며 크게 웃었다.

 “문제없어. 너 일 아냐. 돼지 뚱댕이.”

 모처럼 컨테이너 안이 네 명의 사내가 뿜어 대는 담배 연기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곱슬머리가 매력적인 그의 이름은 레이몬드 마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편하게 마로 불렸다.

 “수환, 어떻게 할 거야? 페이퍼 보내야지. 나 아직 퇴근 못 했어.”

 “Ma, Ma가 보내줘. 지금 당장 보내. 매초를 다투는 일이니까.”

 정기 페이퍼 같았으면 김수환이 직접 작성해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바로 보내야 하는 시점에서는 Ma의 영문 작성 도움을 받는 편이 좋았다.

 Ma는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과 김수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무언(無言)의 재촉이었다.

 “근데 개봉을 왜 안 했던 거야? 못 한 거였어? 김 과장 너 이거 컨트롤 안 되는 거 아냐?”

 마에게 이곳의 현재 보스는 자기 자신임을 각인시키려는 듯 지부장이 김수환에게 몰아붙였다. 한편으로 애가 타는지 뾰족한 수가 없는 김수환에게 확실한 대답을 얻어야 안심이 될 모양이었다. 마음의 안정이라도 찾고 싶은 듯 전자담배의 필터만 씹었다.

 김수환도 연신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Ma, 일단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보내.”

 “확실해? 장담하지 마. 나중에 문제 있어.”

 Ma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책임져. 확실히 컨트롤되고 있다고 보내줘.”

 Ma는 경쾌하게 기계식 키보드를 두드렸다. 리듬이 한동안 지속됐다.

 “끝.”

 Ma가 손뼉을 치며 일어났다.

 “아 배고프다. 우리 나가서 국밥 한 그릇씩 먹어. 먹고 노래방 가자. 여기 너무 답답해.”

 Ma는 박종달 과장을 보며 먹는 시늉을 했다.

 박종달 과장이 김국헌 지부장을 보자 고개를 끄덕여 좋다는 사인을 보냈다. 벽돌 같은 컨테이너에 있어 봐야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썰물이 빠져 모래사장이 보여야 파라솔을 설치하듯 시간이 지나야 했다.

 

 “간다고 하지 마오~~.”

 30대 중반의 도우미와 김국헌 지부장이 마이크를 사이에 두고 서로 엉켜 있었다.

 박종달 과장은 파트너를 안마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수환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지부장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노래방을 나왔다.

 지부장은 그런 김수환은 보며 도우미의 볼을 비비며 애절하게 노래를 불렀다.

 Ma는 좋아하는 뼈다귀해장국이 아닌 김국헌 지부장이 좋아하는 순댓국을 억지로 먹어 속이 더부룩한지 옆의 도우미와 연신 맥주를 건배하며 트림해 댔다.

 

 “간다고 하지 마오~~.”

 열탕에 몸을 녹이고 있던 김수환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언제 왔는지 옆 샤워대에서 박종달 과장이 흥얼거리며 동글동글한 몸을 씻고 있었다.

 김수환은 탕에서 나와 샤워하는 둥 마는 둥 대충 씻고 나와 평상 자리에 앉았다. 조간신문이 올 시간이었다.

 박종달 과장은 매번 그랬듯 익숙하게 숙취해소 음료 두 병을 냉장고에서 꺼내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계산대 위에 막 배달 와 있던 조간신문의 1면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평상으로 가면서 동글동글한 몸으로 살사 스텝 비슷이 밟고 한 바퀴 회전했다. 숙취해소 음료를 김수환에게 건네며 한 번에 들이켰다.

 “캬.”

 빅종달 과장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평상에 대 자로 누웠다.

 사우나 주인이 조간신문 뭉치를 평상에 내려놓자 김수환은 마시던 음료를 박 과장의 동글동글한 배에 뿜을 수밖에 없었다.

 “아 시발!”

 박종달 과장의 입에서 나온 짜증이 아니었다. 김수환의 입에서 나온 탄식조였다.

 “헤드라인 잘 뽑았네.”

 박종달 과장이 평상에 누워 북한 아나운서의 전투적인 말투를 흉내 내듯이 외쳤다.

 “충격! 엘리트 계층까지 침투한 북한의 주체사상.”

 조간신문 1면에 대문짝만 하게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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