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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년. 죽음을 이해하기도 사랑을 경험하기도 이른 소년에게 다가온 사건들과 소녀들. 이 뒤에 무엇이 있는 지 모른채, 소년은 계속 나아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혼란과 함께.

 
31장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녀와
작성일 : 18-01-15 02:48     조회 : 305     추천 : 0     분량 : 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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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눈을 뜨니 옆에 곤히 잠든 세정의 얼굴이 이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더니, 지금은 새근 거리는 숨을 내쉬며 자고 있다.

 ‘아홉 시 삼십 분, 약속 시간까지 앞으로 네 시간 반. 조금 더 있다가 깨워도 되겠지?’

 문득 그런 생각을 하니, 입학식 날이 생각났다. 그때도 혼자 남은 시간을 생각하며 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때와는 다르다. 이젠 혼자가 아니다. 생각도 감정도 많이 변했다. 그동안 나를 너무도 많이 변하게 만든 것이다. 이 일이.

 “성장했다, 라고 봐야하려나.”

 이렇게 혼자 중얼 거려보니, 확실히 채감된다.

 남을 생각한다던가, 좀 더 감성적으로 남과 대화 하는 법 같은 거. 나는 모르고 살아왔다. 그저 또래 아이들처럼 하루하루를 감상도, 의미도 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지 윤과 마주치고, 우연히 가연을 보게되고, 입학을 하고, 새로운 이들과 만나고, 진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수 없이 많은 대화를 해온 현준과 처음으로 그런 대화를 하고, 진 형의 장례식에 가서 처음으로 향도 피워보고, 비오는 날 교실 창 밖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기기도 하고, 지 윤의 오빠 이야기를 듣고 혼란의 시간을 겪고, 그리고, 가연이 전학을 왔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녀와 그런 식으로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가연과 세정이 나를 혼란의 시기에서 건져준 거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뭐,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더 큰 혼란을 겪고 있지만. 확실히 4월 즈음의 나는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현준의 말처럼 사춘기 였던 것 같았다. 그래도 확실한 틀을 잡을 수 있던 건, 그녀들의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없었다면, 도경과 만날 수도, 현준과 그런 대화를 할 수도, 그리고 승우가 최근처럼 진지해 지지도 않았을 터니까. 정말, 나뿐만 아니라, 현준도, 승우도 많이 변했다.

 우리 모두 성장 한 것같다.

 가연이 전학 온게, 겨우 한달 보름정도 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 한달 보름만에 입으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었다. 현준이 당한 사고는 결국 어떻게 되는 거지? 사고가 아닌가? 그때 당시가 가연이 현준에게 시험을 제의하던 때라고 했는데, 가연이 그 정도를 준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의문은 또 생긴다.

 가연은 그 사람이 실질적인 살인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말로, 진심으로 그를 죽이고 싶었을까? 선배의 말처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했다. 하다못해 국어 교사와 함께, 그가 정신 온전치 않을 때를 노린다면 가능은 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가연은 세정을 위해 그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가연 역시 어머니와 헤어진 뒤, 아버지까지 정신 병원에 있는 상태라서, 알 것이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말이다. 나 역시 가연이 죽은 줄 알고 괴로워 할때, 아버지가 해주신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역시 가연은 내 생각 이상으로 세정을 위해주고 있던 거다.

 “넌, 이미 사랑 받고 있다니까.”

 잠든 세정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으며 중얼 거렸다. 그녀가 깨어 있을 때는 한 번도 하지 못한 행동이다. 잠들어 있을 때나 이렇게 몇 번 씩, 쓰다듬어줄 뿐이다.

 이것도 참 의문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나 역시 그녀를 이토록 좋아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건.

 창 문을 열자 펼쳐진, 6월 17일 토요일의 아침은 전날에 쏟아진 비가 무색할 만큼 화창했다. 지겹도록 쏟아지던 비는 밤 사이 전부 그쳤다.

 오늘은 세정의, 그녀의 인생이 새로이 시작하는 날이다. 그리고 나의 인생도. 그러니, 이렇게 화창한게 좋겠지.

 “정말 사람 자는데, 부스럭 거리고.”

 세정이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이르키더니 말한다. 이상하게도 지금의 내 눈에는 그런 모습도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아무래도, 이제 그녀가 떠나지 말라고 안해도, 내가 떠날수 없을 것 같다.

 “미안, 깨웠어?”

 “어, 너 때문에 깼어. 근데 지금 몇 시야?”

 “아직 열시도 안됬어. 두 시까지 맞지?”

 “응. 선배가 미리 시간을 알려줘서 다행이지, 힘들게 잡은 약속 지키지도 못할 뻔 했네.”

 그녀도, 나도 간단한 세안을 끝마치고, 아침식사를 했다. 밥을 먹는 중에는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일이 끝나면,”

 밥을 다 먹고 뒷 정리를 마친 후에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 일이 완전히 끝나면, 다 같이 어디 놀러가자.”

 “다 같이?”

 “응. 너랑 나랑, 가연이랑 현준이랑 승우랑, 그래, 하 현이랑, 승아도. 그리고 된다면,”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

 “된다면 그, 지 윤이란 아이랑 그 애 동생도 같이.”

 세정이 차마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대답해준다.

 “그래, 가자. 다 같이. 내가 그 애 한테도 한 번 말해볼게.”

 내가 그렇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녀도 마찬가지로 예쁜 미소를 지어준다.

 그 사람과 만나기로 한 곳은 그 사람의 회사라고 한다. 세정의 어머니처럼 우리가 그 사람을 찾아간다. 그곳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시 십분 전쯤에 출발하자고 세정이 말했다. 나야 뭐, 가는 길도 모르니 그녀의 의견을 따랐다. 앞으로 두 시간 반 뒤, 출발이다.

 “현준이나 승우한테는 연락했어?”

 “했지, 당연히. 그런데 둘 다 가지 않겠다네.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는 이런 상태로 괜히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더라. 그냥 네가 확실하게 끝내고 싶은거, 끝내게 도와주라고 하더라.”

 “참 좋은 친구들이구나. 너 말이야, 좋은 녀석들랑 사귀고 있어.”

 “알아.”

 내 친구들을 칭찬하는 그 말에 이렇게 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주, 좋은 녀석들이지.”

 이쯤되면, 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연이는 어떻대?”

 “그 애도, 이렇게 된 이상 아빠와 아주 만나지 않겠다네. 본인 말로는 ‘아무래도 정말로 죽일 각오가 없었나봐.’라네. 아, 그리고 이렇게 말하더라. ‘그 선배 말이 맞았어.’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 선배가 알아낸건 거의 다 사실인가. 그 사람이 살인자라고 한거, 그것만 빼면.”

 “그건 나도 속았는대. 뭐, 가연이는 사실 다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어떤 의미에서는 진짜로 그 사람의 ‘도구’였나. 그런데 혹시 가연이 한테 배신감이 느껴진다던가, 그런건 없지?”

 “물론 없지. 다 나를 위해 그랬다는 거,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가연이 한테는 값을 수 없는 큰 빚을 졌어. 도경이 한테도. 아마 우리와 만나지 않았다면, 죽지도 않았을 테니까. 환각제로 인한 자살이라니, 너무 미안하잖아.”

 “적어도, 그건 네 잘못아니야. 그건 그렇고, 왜 도경이는 너희랑 같이 살게 된거야?”

 “같이 있어봐야 한 며칠이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애인데, 부모님이 잠시 출장을 가신 사이에 같이 지낸거야. 연휴 끝나고 일주일 정도면 부모님이 돌아 오셨을 텐데, 그 전에 그런 일을 당한거지. 아마 그 애 부모님은 자살이라고 전해 듣겠지. 뭐, 굳이 따지자면 자살이 맞지만.”

 “아니, 스스로 목을 맸다고 해도, 그건 명백한 살인이야. 그래도, 확실히 도경이 부모님도 참 안 됐네.”

 “그러게. 멀쩡한 딸이 갑자기 자살했다고 하면 어떨까. 우리를 찾아오지 않은 것도 신기하다.”

 “아, 맞다. 혹시 예전에 현준이가 사고 당했을때, 그때 현준이 치고 간 오토바이 말이야. 혹시 그거에 대해서는 아는 거, 없어?”

 “글쎄다, 아무래도 그냥 사고 아닐까?”

 “그래? 그런가.”

 그 뒤로는 둘 다 이 일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않았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 그동안 살아온 짧은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서로가 모르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시간 됬다.”

 세정이 시계를 보더니, 이제까지 앉아있던 식탁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제처럼 백비탕을 한 잔 더 건네주었는데, 컵이 완전히 비어있다. 아무래도 꽤 맞는 모양이다. 괜스래 뿌듯해진다.

 나 역시 맞은 편에서 일어나며, 시계를 보았다.

 “열 두시 오 십 오분, 어?”

 “왜?”

 “아니, 방금 떠올랐는데, 내가 입학식 날에 책 읽다가 일어난 시간도 이 시간이 거든. 유독 그때 본, 시간이 기억에 남네.”

 “그래? 그럼 오늘이 제2의 입학식이네. 자, 가자.”

 문 앞에서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한다. 나는 그 손을 굳게 잡으며 대답한다.

 “그래, 가자. 우리의 ‘진짜’ 입학식을 하러.”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내가 읽던 책은 바로 셰익스피어 전집이었다. 세정이 내 책장에서 찾아낸, 가연이 좋아하는 셰익스피어가 쓴 글을 모아 놓은, 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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