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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죽이기
작성일 : 17-12-18 10:05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1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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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암흑같이 어두운 공간이다. 막 터널 앞에 도착한 원준은 어둡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교각 자체를 A.I가 만들어 그런지 원준이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교각 하단으로 내려서는 난간부터 조금은 이상했다. 가끔 차를 타고 가다가 교각들 사이에 보이는 난간은 철재 프래임으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아예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들어가는 것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부터 밀폐된 공간이 나왔다. 철재 프래임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갈수록 더 어두워졌다. 마지막 바닥인 터널에 도착하였을 때는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았다.

 

 태솔의 키스를 받고 나서 그녀가 앞으로 가자 상민도 원준이 내려간 입구로 내려갔다. 철재 프래임 사다리를 밟으며 그도 사방이 막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면 갈수록 어두워졌고 앞이 분간이 되질 않았다. 마지막 사다리를 내려서자 터널 같은 공간이 나왔다. 공간은 어두웠는데 원준은 벌써 핸드폰의 후레쉬 기능을 이용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내려온 상민도 덩달아 핸드폰을 꺼내 후레쉬를 켰다.

 

 상민이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이제 어디로 가지?"

 

 원준이 상민을 보며

 "여기가 어디 지점이지?"

 

 "G 16이라고 적힌 걸 봤어."

 

 "그래. 그럼 이쪽 앞쪽이다. 쪽지에 G13에서 15 구역이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그럼 가자. 내려 왔을 때 사람 소리 들렸어?"

 

 "아니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분명히 세 사람 여기로 내려온 것 맞지?"

 

 "통로가 여기 뿐이라면 여기가 맞아. 가자, 우리가 늦은 모양이다. 제법 많이 갔을 거야."

 

 그제는 상민이 비좁은 원준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앞장을 섰다.

 

 

 태솔은 경찰 차단막 앞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차단막 앞에서 경찰에게 잡혀 신분 확인을 하고 있었다. 원준이 준 기자증을 보여 주었지만 경찰은 믿지를 않고 그녀를 보내주지 않고 있었다. 태솔이 안타까워 몇 번이나 사정하며 앞으로 가야 한다고 해도 경찰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안 됩니다.

 ...

  아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

  안 됩니다. 안 되요.

 ...

  거기서 물러 나십시오. 더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

  여기를 지나갈 수 없습니다. 허락된 사람만 가능합니다."

 

 아마도 집회 참가자들 중에서 이런 식으로 경찰 차단막을 넘어서 개통식 행사장에 가서 소란을 피우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통제하는 것 같았다.

 

 "저 진짜예요. 지금 빨리 방송국 차량에 가서 김정섭 기자를 만나야 해요.

  제발요. 제발.

  늦으면 안 돼요. 제발 좀 보내 주세요."

 

 "안 됩니다.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태솔이 안타까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태솔이 경찰에 막혀 차단막 앞에 서있는 사이 두 사람은 제법 먼 길을 걸어왔다.

 

 원준이 앞서가는 상민에게

 "약 50미터 정도는 걸어왔지?"

 

 "그럴 걸. 왜 경고 지점인지 확인하려고."

 

 "응. 우리 예측에는 대충 G 14 지점으로..."

 

 원준이 말하려고 할 때 상민이 철재 프래임 사다리를 발견하였다. 좀 전에 그들이 들어왔던 통로처럼 위로 향하는 출입구 통로가 있었다.

 

 "G 14 구간이 맞는 것 같다. 두 구간에 한 개씩 출입구가 있는 것 같았으니까. 우리가 들어온 16 구간과 다음 출입구는 14 구간이겠지."

 

 상민이 출입구로 올라가 위쪽을 확인하는 사이 그제는 원준이 앞으로 나서 앞장 섰다. 어느 정도 걸어가고 있던 원준의 후레쉬 불빛에 넒은 공간이 나왔다. 마치 교차로처럼 넓은 공간이 나오면서 우측으로 이어진 통로도 연결되어 있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통로 같았다. 그때 핸드폰 후레쉬 불빛에 바닥에 뭔가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악."

 놀란 원준이 걸음을 멈추었다.

 

 뒤에 있던 상민이 놀라는 친구의 모습에

 "왜? 무슨 일이야? 뭔데?"

 

 원준이 더 이상 앞으로 가지도 않고 멈춰서서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앞에. 앞에 바닥에."

 

 

 그 시각, 경찰 차단막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태솔이 더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하소연하듯이 소리쳤다. 그녀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기까지 했다.

 

 "제발 보내주세요. 제발요. 남자친구가 위험하다고요.

  전 XX 방송국 김정섭 기자를 만나야 한다고요. 제발요.

  너무 늦으면 안 된다고요. 보내주세요. 그 방송국 유원준 기자가 부탁한 일이라고요. 제발요,"

 

 하지만 태솔의 앞에서 길을 막고 있는 경찰은 꼼짝도 하질 않고 딴 곳을 보고 있었다.

 

 그때 차단막 뒤에서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제가 김정섭입니다. 유 기자가 부탁했다고요."

 

 그 소리에 놀란 태솔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어머. 예, 예. 유원준 기자가 김정섭 기자를 꼭 찾아가 말을 전하라고 했어요."

 

 김정섭이 경찰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제 남자친구와 유원준 기자가 어떤 사람들을 따라 교각 아래로 내려갔어요. 유원준 기자의 말에 따르면 테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녀의 말에 놀란 김정섭이 바로 뒤돌아 차닥막 뒤에 있는 경찰 간부에게 소리쳤다.

 "우리 기자가 어제 해제된 테러 경보의 단서를 찾은 것 같습니다. 뒤에 있는 특공대 좀 보내 주십시오."

 

 

 세 명이 통로에 쓰러져 있었다. 예상처럼 교각 지점이 맞았다. 교각 기둥 지점이라 공간이 넓었고 상판 건너편과 이어진 통로도 있었다. 그곳에 세 명이 따로 떨어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두 사람의 핸드폰 후레쉬 불빛에 세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 명은 상민에게 초청장을 준 고향 사람이고 다른 두 명은 모르는 사람이다. 상민이 아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바로 바닥에 앉아 생사 확인을 했다. 그 사이 원준은 또 다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앞쪽과 우측 통로를 얼마 정도 걸어들어가 후레쉬 불빛으로 앞을 확인을 했다. 그때까지도 원준은 이들이 죽었다 생각하기 보다 기절했다 생각했다.

 

 "선배, 선배. 정신 차려요. 선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숨을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다급히 옆 사람에게 가서 흔들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이봐요"

 

 똑같았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도 숨을 쉬지를 않았다. 두 명을 확인하고 나자 모두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마음을 안고 다시 나머지 사람에게 가서 흔들었다.

 "이봐요. 이봐요. 정신 좀 차려 보세요."

 

 그때 앞쪽과 우측을 확인한 원준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상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었다는 표시였다.

 

 "죽었어?"

 

 "응. 아직 온기는 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 숨도 안 쉬고. 방금 전에 죽은 모양이야."

 

 원준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런 일이 생겨?"

 

 상민이 고개를 저으며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져서는 아무 생각도 안 나. 방금 전에 본 사람들인데."

 

 "넌 이 사람들 왜 따라 온 거야?

  그리고 왜 이곳까지 온 거야?

  대체 무슨 의돈데.

  나에게 숨기는게 뭐야?"

 

 "아까 말했잖아. 아는 사람들이 초청장을 받아 오게 되었다고. 숨기는 것 없어."

 

 "아는 사람이 초청장을 받으면 다 의심해서 따라오지는 않잖아.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냐?"

 

 상민이 따지는 원준에게 화를 내며

 "그래, 그래. 의심스러워서 왔다. 또 다시 시한폭탄들이 저주 받은 운명에 빠질 것 같아 걱정되어 왔다."

 

 "대체 뭐가 널 그렇게 두려워하게 만드는데. 대체 무서워하는 것이 뭐야?

  설마 실체 없는 저주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겠지."

 

 상민이 아무 말도 못했다.

 

 "왜 대답을 못 해."

 

 상민이 침통한 음성으로 천천히 말했다.

 "여기서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이들이 왜 죽었는지가 더 중요해. 그건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해."

 

 친구의 나중에 하자는 말에 그제야 원준이 죽은 시신들을 후레쉬 불빛으로 확인하며

 "왜 이들을 여기서 죽인 걸까?

  대체 누구가 이들을 죽인 걸까?

  이들이 이리로 올 줄 알았다는 말이잖아."

 

 순간 상민이 무슨 생각이 떠올라 다급히 원준에게 물었다.

 "테러 경고 구간이 어디라고 했지?"

 

 "G13에서 15 구간 사이."

 

 "여기는 G 14 구간을 지나 중간 정도지. 13 구간 사이."

 

 "그렇지. 그건 왜?"

 

 "증거물이다. 테러의 증거물."

 

 상민의 말에 원준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테러 이후에 테러 용의자를 만들어 놓기 위해 증거물을 놓아둔 것이었다. 그래야 누구가 그랬는지 이슈가 될 테니까. 이들이 선택된 이면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건설 노조 회원이라는 사실이다. DA 대교 개통식을 반대하는 4차 산업혁명 반대 세력으로 비춰지는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A 마을의 저주 받은 사람. 타인의 죽음을 내재하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게 떠오르자 원즌은 소리쳤다.

 "함정이다!

 ...

  그렇다면 우리가 지나온 G14 통로가 있던 지점이 테러 지점이다. 그래야 테러 이후에 증거가 발견 될 테니까.

 ...

  제길 거기는 경찰과 시위대가 만나는 지점인데.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인데."

 

 원준의 말에 그제는 다급해진 상민이 터널 앞을 보면서

 "이제 어떻게 하지?"

 

 원준이 상민을 잡고

 "내가 G14 출입구 쪽으로 달려가 밖으로 나가 사람들에게 알릴 테니까 넌 이리로 곧장 다려가 G12 출입구로 나가."

 

 "안 돼. 거기는 폭발 현장이야. 너 죽어."

 

 "하지만 거기가 가장 가까워. 내 말 대로 해."

 

 "안 돼. 내가 갈 게."

 

 원준이 상민을 잡으며

 "야, 여자친구 얼굴을 내가 어떻게 보라고 그런 소리를 해. 누굴 나쁜 사람 만들래. 넌 여자 친구에게 가."

 

 "원준아!"

 

 "걱정마. 그리고 여자 친구 언제 소개 할 거야. 인사도 안 시키고. 이번 일 끝나고 나면 꼭 소개시켜 줘야 한다. 알았지."

 

 그 말을 하고는 원준이 왔던 길을 돌아 어둠속으로 달려갔다. 어두운 터널로 달려가는 원준의 핸드폰 후레쉬 불빛이 점점 더 멀어지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교각 지점에서 불빛을 보고 있던 상민이 뒤돌아 G 12 구간으로 달려갔다. 상민이 달려가는 터널도 불빛이 점점 더 멀어지더니 아주 작은 점이 되었다가 사라졌다.

 

 

 바로 위에서는 경찰 바리케이트 앞에서 태솔이 김정섭과 경찰 간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경찰 특공대와 김정섭이 두 사람이 내려갔다는 G16 구간의 난간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태솔은 그곳에서 서서 보고 있었다.

 

 태솔 앞에 있던 경찰이 그제는

 "거기 있으면 시위대와 마주치게 될 겁니다. 뒤로 오십시오."

 

 그제야 차단막을 풀어주어 태솔이 경찰 바리케이트 뒤로 갈 수 있었다. 경찰들 뒤로 온 태솔은 멀리 가지 않고 바로 뒤에서 기다렸다. 그녀가 서있는 곳에는 G14라 적혀 있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교통 상황 표지판이 신호등처럼 도로를 가로질러 길게 설치되어 있었다.

 

 

 원준은 달려가며 터널 위아래를 살폈다. 하지만 올 때처럼 지금 다시 살펴봐도 특이한 것이 없었다. 폭탄도 없었고 그와 유사한 어떤 장치들도 보이질 않았다. 그게 이상해 원준은 G 14 출입구까지 오면서 계속 핸드폰 후레쉬로 터널 사방을 살폈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

  여긴 아닌 것 같은데.

 ...

  어디에 설치했기에 경찰도 못 찾은 거지?"

 

 G14 출입구에 도착하였다. 출입구 철재 프레임을 올라가기 전에 핸드폰 후레쉬를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팔로 잡고 발로 디디며 한 칸 한 칸 올라서자 어두웠던 공간도 틈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조금은 밝아 졌다. 맨 위에 도착하여 다리 난간으로 열리는 문을 밀었다. 그런데 꼼짝도 하질 않았다. 순간 당황했다. 겁이 덜컹 났다.

 

 "뭐야 왜 이래. 왜 안 열려."

 

 문이 열리지 않자 마치 폐쇄 공포증에 걸린 것처럼 답답해지면서 정신도 없고 미칠 것만 같았다. 특히나 주변에 폭발물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는 더 다급했다. 다시 몇 차례 밀어봤지만 여전히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더 가중되었다. 길게 쉼호흡을 하고 다시 더 힘껏 밀었다. 하지만 여전히 움쩍도 하질 않았다. 지금은 처음에 밀 때보다 더 강한 힘으로 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11월인데도 땀이 났다. 식은 땀인지 아니면 좁은 공간이라 더워서 그런지 이마에서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이 봐요. 거기 누구 없어요? 이 봐요. 여기 사람 있어요."

 

 힘껏 소리를 치고 나서 기다려 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서는 어느새 집회 참가자들이 그곳에 도착하여 고함을 치며 시위를 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는 소리가 지축을 울리듯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특히 징이나 꽹과리 소리가 사람들의 구호와 함께 섞여서 소리의 크기는 더욱 컸다. 원준이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이제는 다급하니까 정신까지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폐쇄공포증이 생겨나는 기분이다. 머리가 어질하고 눈이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그 시각 친구 상민은 땀을 뻘뻘 흘리며 G12 출입구를 나오고 있었다. 그는 여기까지 올 동안 오로지 원준만 생각했다. 제발 자기가 밖에 나갈 때까지 폭발하지 말기를 기도하고 기도했었다. 밖으로 나오자 저 멀리 차단벽을 세운 경찰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아직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집회 참가자들의 함성 소리도 들린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뻐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행이다. 아직은 아니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상민이 경찰들 쪽으로 달려갔다. 차단벽을 세우고 있던 경찰들 바로 앞에 난간 너머의 출입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그걸 보고 상민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뭐야? 아직 안 나온 거야?'

 

 그때 후방의 경찰이 다가오는 상민을 보고는 그를 세웠다.

 

 "어딜 가십니까?"

 

 "저기 앞에요. 저기 가야 합니다."

 

 "지금은 못 가십니다. 길이 막혔습니다. 돌아가십시오."

 

 "혹시 누군가가 저기 난간 옆 출입구로 나와서 폭탄 있다는 소리 안 했습니까?"

 

 "아니요. 아직 그런 사람 없었습니다. 돌아가세요."

 

 그때 태솔이 상민에게 뛰어와 그를 안았다.

 "자기야. 괜찮아."

 

 태솔의 모습을 보고 상민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넌 왜 여기 있어?"

 

 "자기 기다리고 있었지."

 

 상민이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방송국 차에 있으라고 했잖아."

 

 그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은 이곳이 테러 예상 지점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태솔이 다칠 수 있었다.

 

 영문을 몰랐던 태솔이 당황해 하며

 "왜 그래?"

 

 상민이 다급히

 "이곳에 테러 예상 지점이야. 너 여기 있으면 위험해. 저리가 저리."

 

 태솔이 뒷걸음을 질치며

 "그럼 자기는?

  참, 친구는. 친구는 어디 있어."

 

 상민이 앞쪽 다리 너머의 난간을 가리키며

 "저기. 저기 있어야 하는데 아직 문이 안 열렸어."

 

 그 말을 들은 태솔이 좀 전에 이야기를 했던 경찰 간부에게 단번에 달려갔다. 그리고는 바로 그 경찰 간부와 같이 왔다.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상민에게 다가와

 "폭탄 이야기를 했습니까?"

 

 "예, 제 친구와 제가 저기 난간 옆에 있는 통로를 통해 아래에 내려갔다가 시신 세 구를 발견했습니다.

  제 친구는 방송국 기자인데 그 친구 말이 폭탄 테러 경고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친구는 저기로 나오기로 했는데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간부가 상민의 말을 듣고는

 "이리로 오세요."

 

 상민은 간부를 따라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출입구 앞이 집회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하고 있는 바로 앞이었다. 인도까지 점령한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로 인하여 접근할 수가 없었다. 경찰 간부와 상민이 경찰을 비집고 들어가 시위대 맨 앞에 왔다.

 

 경찰 간부가 시위대 맨 앞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잠시만요. 여기 출입구에 사람이 있답니다. 여러분이 잠시만 시위를 중단하시면 저곳에 있는 사람을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좀 도와주십시오."

 

 상민도 다급해서 고함을 질렀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제 친구가 저 안에 있습니다. 잠시만 물러나 주십시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시위대의 맨 앞 사람이 말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맨 앞에서 그 뒤로 그 뒤에서 다시 그 뒤로 말을 계속 이어 전달되고 전달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소리가 일순간에 중단되고 조용해지더니 시위대가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경찰들도 뒤로 물러났다. 상민은 다급히 출입문 쪽으로 달려가 문을 당기려 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큰 열쇠가 덜그럭 소리를 내며 걸려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길 열쇠로 닫아 놓았어.

  원준아! 원준아! 내 말 들려."

 

 경찰 간부가 뒤에 와서

 "왜 안 됩니까?"

 

 "열쇠로 잠긴 상태입니다."

 

 그때 철문 너머에서 원준의 소리가 들렸다.

 "여기 사람 있어요. 문 좀 열어 주세요. 여긴 위험합니다. 어서 여기서 피하세요."

 

 조용하던 다리 위 사람들이 통로 안에서 소리치는 원준의 소리를 다 들었다. 집회 참가자들과 시위를 막으려는 경찰들까지 모두가 듣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차츰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생기는 거야?"

 

 "앞에 뭐라고 해?"

 

 "피하라는데. 위험하다고."

 

 상민이 다급히 통로 출입구 앞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원준아, 괜찮냐?"

 

 "어어 괜찮아. 그런데 문이 닫쳤어. 어서 사람들 피하게 해. 어서. 언제 터질지 몰라. 어서 사람들부터 대피시켜."

 

 상민이 간부를 보고

 "사람들에게 알리셔야 겠습니다. 이 일대에 폭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단은 집회를 중단하고 물러나게 하십시요."

 

 재차 들린 원준의 경고에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더 큰 술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상민이 경찰 간부에게 한 소리는 그야말로 테러를 알리는 경고나 다름이 없었다. 사람들이 뒤로 슬금슬금 도망을 쳤다. 간부도 상민의 말에 시위대와 경찰 사이로 걸어들어가 중간에 서서 외쳤다.

 

 "여러분 지금 이 일대에 테러 경보가 발동되었습니다. 이곳 일대에 위험 물질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니 일단은 이곳에서 물러나 주십시오. 우리 경찰도 후방으로 물러날 겁니다. 여러분도 천천히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그 말에 시위대가 마치 물결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서를 지킵시다."

 

 "서로 조금씩 양보합시다."

 

 "천천히 뒤로 갑시다. 조심하세요."

 

 경찰들도 차단막을 풀고 뒤로 줄을 지어 물러나기 시작했다.

 

 "중대 단위로 오와열 맞추어 뒤로 돌아. 앞으로 가."

 

 그 모습을 보고 상민이 철문 안을 향해

 "됐다. 사람들이 물러가고 있다. 넌 괜찮은 거지. 지금은 어떠냐?"

 

 "괜찮아. 답답하기는 한데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그때 시위대 쪽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이 건설 장비를 들고 나타났다. 건설 노동자들이라 몇 명은 자기 차에 장비를 가지고 다녔던 모양이다. 절단기와 철근을 자르는 가위 같은 것을 들고 나타났다.

 

 "비켜 보소. 이 열쇠만 자르면 되는 겨."

 

 "예."

 

 체격이 좋은 사람이 절단기로 열쇠를 단숨에 절단하였다. 열쇠가 절단되고 나자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땀으로 범벅이 되고 녹초가 된 원준이 쓰러질 듯이 철재 프레임 사다리를 잡고 매달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상민이 다급히 달려들어 원준을 안아 잡아 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난간에 올라서 상민을 도와 원준을 잡아 난간 안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원준이 난간 앞 인도에 눕히자 씽긋이 상민을 보며 웃었다.

 "내가 도리어 늦었네. 사람들은."

 

 상민이 옆에 앉아

 "지금 대피하고 있어. 오다가 폭탄 봤어?"

 

 "아니 거긴 없었어. 다른 곳에 있나 봐. 참, 김 선배와 통화를 했는데 G16으로 특공대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 걸 못 들어가게 했어. 그런데 태솔씨 안부는 못 물어봤다. 미안."

 

 상민이 씽긋이 웃으며

 "정신 말짱하네."

 

 그때 옆에서 태솔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여기 있어요. 다행이예요."

 

 원준이 누운 채 고개를 뒤로 젖히며

 "어? 태솔씨가 여기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위험한데."

 

 상민이 신경도 쓰지 않고 원준을 보며

 "폭탄이 어디 있을 것 같냐?"

 

 그제야 원준이 상민을 보며

 "터널에는 없었으니까 아마 다리 아래 프레임들 속에 있지 않을 까?"

 

 "일주일 동안 너희 회사와 경찰이 다리 수색을 했다며."

 

 "그렇기는 한데. 우선 생각할 곳이 거기 뿐이라."

 

 그때 철문을 열기 위해 도와 주었던 집회 참가자 중 한 사람이 외쳤다.

 "그건 모르는 소리요. 이렇게 왕복 8차선 대형 다리를 폭파하려면 차로 몇 차 분량의 폭약을 며칠에 걸쳐 설치해야 할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안 나올 수가 없어요."

 

 소리친 사람은 건물 철거에 일해본 경험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

 "테러의 목적이 뭐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요. 사람을 죽이던지 건물을 파괴하던지. 아니면 우리 집회를 방해하던지."

 

 그 질문에 원준과 상민을 서로를 보다가 원준이

 "집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했으면 G15나 16 구간이겠지."

 

 "그렇지. 경찰이면 이보다는 앞쪽이고."

 

 "그런데 여기에 설치했다는 것은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인명 피해가 목적이다."

 

 원준이 말을 하고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봤다. 누워 있는 채로 위를 본 것이다. 그의 눈에 다리를 가로지르는 교통 안내 표지판 절재 다리가 보였다. 그제는 상민을 비롯한 모두가 다리 위를 보았다. G 14 구간이 시작되는 바로 위에는 대형 구간 표지판이 있었다. 대형 안내판은 다리를 가로질러 좌우 차선 모두를 관통하고 있었다. 차선에 따라 어디를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이고 그 위에는 LED 전광판으로 혼잡도를 알리는 안내판도 있었다.

 

 태솔이 다리 중간에서 집회 참가자와 경찰을 후방으로 피신시키고 있는 경찰 간부에게 소리쳤다.

 "머리 위에 폭탄이 있다는 데요. 머리 위에."

 

 잠시 뒤, 원준과 상민 그리고 태솔이 G 13와 14 구간 중간 지점인 교각 지점 바닥에 앉아 앞을 보고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앞쪽에서는 경찰 특공대와 집회 참가자들이 합심하여 도로 위에 있는 표지판에 줄을 연결하여 올라가 표지판 사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여기요. 여기. 여기 이상한 것이 있는데요."

 

 "여기도 있습니다."

 

 "여기도 있네요."

 

 "여기도."

 

 상민이 원준에게 물을 건네주며

 "더 먹을 래?"

 

 "아니 됐어. 1리터 짜리 하나를 단숨에 다 먹었더니 더 못 먹겠다."

 

 "식겁했지. 그치."

 

 원준이 빙그레 웃으며

 "그래, 식겁했다.

  와아. 좁은데 갇혀 있으니까 없던 폐쇄공포증이 생기더라. 미치는 줄 알았어."

 

 "내가 간다니까. 괜히 나서더니."

 

 원준이 건너편의 태솔을 보며

 "야, 그랬다가 네가 이런 꼴로 나왔으면 제수씨 원망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그렇지 않습니까 제수씨."

 

 태솔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싱거운 놈. 내가 두 달 빠르잖아."

 

 원준이 상민의 말에 못 들은 척

 "다행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 대체 누굴까? 누구가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모르지. 누군가는 시민이나 경찰이나 모두 다치고 죽으면 이득이 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지."

 

 그때 앞쪽에서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교각 끝지점이다. 그곳에서 들리는 함성 소리는 징이나 꽹과리 같은 악기를 이용해 한바탕 축제같은 소리가 나고 있었다. 때로는 스피커를 통해 노래도 나오고 있다. 그때 그들 뒤에서도 스피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개통식이 시작된 모양이다. 잠시 뒤에 한종채 대통령 후보가 나와 쩌렁쩌렁한 소리로 연설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시면 에이아이와 로봇이 지금과 같은 일을 하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에이아이와 로봇으로 인하여 국민 여러분들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열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유토피아와 같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들일 것을 약속합니다."

 

 계속 이어진 한종채 후보의 말에 원준이 피씩 웃었다.

 

 그의 웃음에 상민이

 "왜 웃냐?"

 

 "한 쪽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살기 힘들어 졌다고 저렇게 아우성인데. 다른 한 쪽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니고 뭐냐. 겨우 몇 백 미터 떨어진 거리가 저렇게 다르니."

 

 "갈등하고 타협하다 보면 언젠가 교착점을 찾겠지."

 

 "언제?"

 

 "그건 나도 모르지. 언젠가는 찾지 않을 까. 안 되면 네가 찾아 주던지."

 

 조금은 농이 섞인 말에 상민의 옆에 있던 태솔이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원준이 신경도 안 쓰고

 "만약 내가 그 길에 서야 한다면 아마 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다."

 

 원준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 말을 하였기 때문에 정말 진지하고 근엄해 보였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지금의 그의 말이 훗날 어떤 큰 결정을 알려주는 예고가 될 줄은 몰랐었다. 그냥 젊은 나이에 호기롭게 자기 의지를 표현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미친 놈. 농으로 말했더니 진지하기는. 그럼 나도 따라갈 거다. 이번처럼 혼자 안 보내."

 

 원준이 코웃음치며 상민을 봤다. 상민의 옆에 있는 태솔은 별 소리를 다 한다며 그의 팔뚝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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