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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괴물을
작성일 : 17-11-15 09:16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1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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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유찬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 두 사람 뒤에서 은밀하게 따라가고 있었다. 앞서가는 창동과 혜정은 전혀 찬이 뒤에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들이 목표로 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찬은 한편으로는 이어를 통해 사무실에 있는 큐브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큐브가 통제하고 있는 로이와 레온이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때 갑자기 마틴이 끼어들었다.

 

 "김동주씨의 연락입니다."

 

 "김동주씨가? 연결해.

  예,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 목소리가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군. 지금 자네 앞에 두 연인 보이지. 바로 앞에 가고 있는 두 사람."

 

 인사할 사이도 없이 대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물어보는 그의 말에 찬은 놀라 물었다.

 "혹시 감시 중이십니까? 저 보고 있는 중입니까?"

 

 그가 이야기를 하며 주변을 살펴 카메라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응, 지금 자네 보고 있어."

 

 "왜요?"

 

 "그건 나중에 하고 자네 앞에 두 명 보이지."

 

 "예, 잘 보이죠. 아! 혹시 저기 두 명이 선배 관리 대상입니까?

 ...

  아! 그래서 날 보고 있었구나. 선배, 다음에 한 턱 내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애들 위험 경고등 들어왔죠. 맞죠."

 

 "그걸 자네가 어떻게···"

 김동주가 놀랐던 모양이다. 말을 이어가지 못 했다.

 

 "선배, 걱정 마세요. 제가 감시하다가 구해줄 테니. 저 둘 지금 자살할 집 고르고 있는 거죠."

 

 "맞아. 대단한데. 그걸 어떻게...

 ...

  주말에 내가 저녁 대접할게. 막아. 참, 대신에 들통나지 않게. 알았지."

 

 "예,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고 모니터나 보고 계십시오. 이만 끊어야겠습니다. 집을 고른 것 같습니다."

 

 찬은 동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눈치로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한 사실은 두 연인이 자신들을 감시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찬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를 끝낸 찬이 급하게 앞으로 달려갔다.

 

 창동과 혜정은 집을 고르며 걷고 있다가 때마침 주인과 휴고가 같이 집을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나온 집은 2층 아파트로 복층 구조의 집들이 옆으로 길게 이어진 구조였다. 10채의 집들이 함께 붙어 있는 구조로 봐서 친척이나 친구들 아니면 동료들끼리 한 단지를 만든 집으로 보인다.

 

 둘은 그 모습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특히 그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아파트 형식의 2층 건물이라 옥상에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있어서 좋았다. 거기다 옥상이 계속 연결되어 있어 상당히 넓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그 집으로 달려갔다. 계단을 막 오르고 있을 때 이 집 NDR-11이 둘의 출현에 경고를 했다.

 

 "누구십니까? 이곳은 개인 집입니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집 외부의 스피커에서 NDR-11의 경고 방송이 들렸다. 그 소리에도 둘은 무시하고 계단을 계속 뛰어올라 갔다. 허겁지겁 달려오느라 옥상에 도착해서는 숨이 가빠졌다.

 

 창동이 다 올라와서 주변을 둘러 보며

 "여기서 어떻게 하면 될까?"

 

 혜정이 뒤따라 도착해서 가쁘게 숨을 쉬면서

 "허허. 그때 내가... 그러니까 그때... 어떻게 했느냐 하면... 그러니까... 아! 그래.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살기 싫다는 이야기도 하고. 난간에 서서."

 

 창동이 혜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렇단 말이지. 넌 여기 입구 옆에 서 있어. 난 저기 끝에 가서 그 이야기할 테니."

 

 그렇게 말하고는 옥상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바로 혜정이 말한 대로 죽고 싶다는 말을 평소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 사이 혜정은 복도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창동을 지켜보았다.

 

 그때 두 사람이 올라온 복도 출입구로 찬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대뜸 창동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 봐. 섣부른 행동 하지 말고.

 ...

  조금만 참아 봐. 나이도 나하고 비슷한 것 같은데 이야기 좀 하지. 섣부른 행동은 하질 말고. 거기서 조금만 뒤로 물러나. 자자, 내 말 듣고 이리로 와 봐."

 

 옥상 끝에 서서 중얼거리던 창동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서는 그가 중심을 잡지 못해 몸이 기웃뚱거렸다. 그로인해 하마트면 창동이 아파트 아래로 떨어질 뻔 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혜정이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무서워 눈을 감았다.

 

 찬도 창동의 위태위태한 모습에 더 이상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멈춰섰다.

 

 겨우 중심을 잡은 창동이

 "휴, 십년감수했네. 그런데 아저씨 누구예요? 어떻게 여기 왔어요? 혹시 아저씨가 우릴 감시한 거예요?"

 중심을 다시 잡은 다음에 다가오는 찬을 보며 경계하듯이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아냐. 난 그런 사람 아냐. 난 그냥... 지나가다. 지나가다가 이 집 엔디알의 위험 신호 듣고 올라온 거야. 엔디알이 경고 방송을 하던데.

 ...

  그리고.. 그래! 자네 알티에프의 도와달라는 신호가 내 알티에프에 수신도 되었고."

 

 창동이 여전히 의심스러운지 연신 찬을 두리번거리며

 "거짓말 아니죠. 정말로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죠."

 

 찬이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맞아.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야. 그건 그렇고 같이 온 여자친구는 어디 갔어? 혹시 벌써···  여자친구 어디 있어?"

 

 그때 찬의 등 뒤에서 혜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뻥이야. 아저씨,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 어떻게 제가 있다는 걸 아세요. 아저씨 우리 감시하고 있었던 거 맞죠."

 

 뒤에서 나는 소리에 찬이 뒤돌아 보다가 혜정이 앞으로 걸어오자 그녀의 앞을 막아서듯이 움직였다.

 

 창동도 그제는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에이, 맞네. 우리 감시했던 거 맞죠. 어디서 거짓말하세요."

 

 찬이 창동에게 가려는 혜정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안 돼. 넌 못 가. 그리고 무슨 헛소리야. 아냐. 아니야."

 

 아니라고 대답은 하고 있지만 찬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창동이나 혜정이 완전히 의심이 굳어져 어떤 말로도 그들의 의심을 돌려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묘안이 떠올라 다급히 RTF-7을 차고 있던 팔을 번쩍 들었다.

 

 마틴에게서 김동주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주십시오. 남자 여자 두 사람이 무단으로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남녀 두 사람이 옥상에 있습니다."

 

 찬의 RTF-7에서 이 건물의 NDR-11의 도와달라는 방송이 나오자 창동과 혜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아저씨의 말이 사실이네 하는 표정이었다.

 

 찬이 들고 있던 팔을 내려놓더니 혜정을 막고 선 채 고개를 돌려 창동에게 말했다.

 "들었지. 맞지. 거짓말 아니지.

 ...

  그렇게 있지 말고 여기 여자친구에게 와.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두고 뭐 하려는 거야. 어서 이리 와."

 

 그 말에 둘은 조금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창동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난간에서 내려와 혜정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혜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찬이 밝게 웃었다.

 

 그 시각 3구역 PSWC 김동주의 사무실 안에서는 지금 막 그가 유찬의 RTF-7으로 그들이 있는 집의 NDR-11 목소리를 흉내 냈었다. 그는 찬의 행동이나 이야기를 듣다가 그가 팔을 흔드는 것을 보고는 바로 연결하여 거짓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그리고 나자 바로 앞에 보이는 모니터로 혜정이 더 이상 창동에게 가질 않는 걸 보며 환하게 웃었다.

 

 "됐어. 일단은 안정권이야. 비상 경고 해지."

 

 모니터로 보이는 옥상에서는 찬과 창동, 혜정이 계단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같은 시각 아파트 아래에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차에서 설민과 휴고가 내렸다. 설민은 내릴 때부터 휴고의 도움을 받았다. 당황하고 놀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설민을 휴고가 부축하여 곧장 아파트로 향해 걸어왔다. 그때 아파트 계단으로 혜정이 앞서고 뒤에 창동이 따르고 맨 마지막에 찬이 따라 내려왔다. 계단을 다 내려와서야 그들은 휴고의 부축을 받고 있는 설민과 마주쳤다.

 

 설민은 창동을 보자 말보다 먼저 손이 날아가 그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거기까지 오는 동안 부축을 받은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혼자 서서 창동을 때렸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못 살아. 이게 무슨 짓이야. 이게."

 

 "아야. 아파. 누난 여기 왜 왔어?"

 

 "왜 오기는 왜 와. 니가 이 짓을 하는데 내가 집에 있을 수가 있어. 당장 뛰어와야지."

 

 혜정이 창동이 맞는 걸을 보다 못 해 설민을 말렸다.

 "언니 그만하세요. 그게 아닌데. 우린 그 일하려던 게 아닌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널 만나고 난 뒤부터 우리 동생이 이런 일이 생겨. 너 다시는 창동이 만나지 마."

 

 이번에는 창동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아이, 누나가 뭔데."

 

 그때 찬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장난도 있고 호기심 때문에 그런 것 같으니."

 

 찬의 출현에 설민이 놀라 그를 살폈다.

 "누구세요?"

 

 혜정이 창동을 잡아 당겨 누나에게 떨어지게 하며

 "우리 구하러 올라온 사람이에요."

 

 설민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아 그러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찬이 손사래를 치며

 "아니요. 그냥 위험 경고를 듣고··· 지나가다 그냥 그렇게 된 겁니다."

 

 그때 찬의 이어를 통해 큐브에게서 긴급 신호가 들어왔다.

 "휴고 출현. 휴고 집에 출현."

 

 그 소리에 찬은 다른 인사나 대화할 사이도 없이 곧바로 공원 쪽을 향해 달려갔다. 찬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세 명이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멀어지는 찬을 봤다. 그때 그곳에 다시 다른 자동차 한 대가 도착했다. 차에서는 민희가 내려 세 명에게로 달려왔다. 찬과 민희가 간발의 차이로 서로 엇갈렸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엄마야. 아아아."

 여자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찬의 당황한 소리도 들렸다.

 "어어어어."

 

 정신없이 로이에게 달려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방금 전에 보았던 상황을 생각하던 찬이 그만 공원 안에서 마주 오던 여성과 부딪쳤다. 순간의 방심이고 딴생각이 만들어 놓은 벽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와 부딪친 여자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고, 그는 중심을 잡기 위해 몸을 가누어야 했다.

 

 바닥에 쓰러진 여자가 화를 내며 고개를 드는데 그녀는 바로 민희와 설민이 친구인 지현이다. 지현이 화난 얼굴과 목소리로 소리쳤다.

 "앞도 안 보고 뭐 하세...요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 보니 제법 괜찮은 남자다. 더 화를 내고 싶었지만 교양도 필요하고 배려심도 필요할 것 같아 참았다.

 

 그녀와는 달리 겨우 몸을 바로 한 찬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 죄송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미안하다는 인사만 하고는 다시 앞으로 달려갔다. 일으켜 세워주거나 아니면 손을 잡아 주지도 않았다. 다치지 않았느냐는 말 조차 없었다. 그에게는 지금의 상황보다 로이가 있는 곳에서의 상황이 더 급박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걱정하거나 마무리할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인사만 하고 곧장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그냥 가버리는 찬의 행동에 어이가 없는 지현이 소리치다가 그제야 아픔이 밀려왔다.

 "어어어, 뭐 저린 사람이 있어. 이 봐요. 이 봐요. 저기요. 거기.

 ...

  아, 엉덩이. 아야."

 

 괜히 자기도 모르게 더 화가 났다. 잘 생겨서 봐주려고 했더니 고작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도망을 쳐. 결국 교양도 배려도 버리고 멀어지는 찬을 향해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이봐요. 이봐요.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야, 야이 나쁜 놈아. 어딜 도망치는 거야. 넘어트렸으면 세워주든지 해야지. 그냥 가냐 이 나쁜 놈아. 야이 나쁜놈, 가다가 코나 깨어져라."

 

 하지만 그때는 이미 찬이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찬이 보이질 않자 화가 난 듯이 혼자 일어나 옷을 털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침한 척을 하며 가던 길로 걸어가며 말했다.

 

 "뭐 저런 멍청이가 다 있어. 요즘 세상에 운동도 아니고 사람이 왜 뛰어다녀. 휴고한테 부탁하든지 아니면 엔디알에게 지시하면 다 될 일을 가지고. 사람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야. 멍청이같이."

 

 그 시각 창동과 혜정이 옥상에 올라갔던 아파트 앞에서는 민희와 설민이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는 중이다. 민희는 간발의 차이로 운명처럼 다시 재회할 수 있었던 찬을 보지 못했다. 그걸 아무도 몰랐다. 찬과 이야기를 했던 설민이도 몰랐고 막 도착하여 친구 설민이 걱정을 하는 민희도 몰랐다. 그들에게는 지금 서로를 걱정하는 것이 더 급했다.

 

 민희가 설민의 몸을 살피며

 "괜찮아? 안 다쳤어?"

 

 그 말에 설민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행동에 이해를 못한 창동이 민희를 보며 말했다.

 "누나, 누나. 우리 누나가 아니라 내 때문에 모인 건데요.

  누나, 누나. 민희 누나. 다칠 뻔한 사람은 난데. 나라고 나. 왜 민희 누나는 우리 누나 걱정을 해."

 

 민희가 화난 얼굴로 창동을 보며

 "너 때문에 너희 누나 제명에 못 살겠다. 제발 사고 좀 그만 쳐라."

 

 설민이 거봐란 듯이 창동을 보다가 다시 민희를 보며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근무 중일 텐데 이렇게 나와도 돼."

 

 "괜찮아. 우리 없어도 A.I들이 척척 다 잘 알아서 하는데 뭐."

 

 "그래도오오, 고마워."

 

 "괜찮으니까 됐다. 오느라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창동이 너, 두 번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알았지."

 

 창동이 억울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와 미치겠네. 내 말 좀 들어보고 그런 소리를 하세요. 아이고 답답해. 아이고."

 

 창동의 행동은 자기가 그런 일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는 식이다. 달리 표현하며 그와 혜정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감시하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 그걸 밝히기 위해 자기들이 나섰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말 자살하려던 것이 아니라 그냥 시늉만 하려던 것도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그의 마음과는 달리 두 사람은 그렇거나 말거나 들을 생각도 않고 자기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안부를 걱정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동이 자기들이 하려고 했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말고 말을 중단하였다. 두 사람은 듣지도 않았다. 결국 못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입을 닫았다. 그와는 달리 혜정은 재미있다는 듯이 두 언니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 곳의 반대편 쪽에서는 지현을 일으켜 세우지도 않고 정신없이 달려온 찬이 레온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야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는 레온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앞쪽 잔디에 누워있는 감시자를 보았다. 감시자는 여전히 잔디에 누워 잠든 것처럼 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있었다.

 

 "아무 이상 없지."

 

 레온은 찬이 이곳을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 서있었다. 큐브가 대답했다.

 "예, 별다른 변화 없이 저 상태입니다."

 

 찬이 다시 어디론가 가려고 하며

 "잘 감시하고 있어. 집에 나타난 휴고가 여기 올 수도 있어."

 

 "예,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겠습니다."

 

 레온의 대답에 찬은 다시 앞쪽을 향해 달려갔다.

 

 공원을 벗어나 집들이 모여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그제는 숨이 가빠왔다. 파워 슈트라도 입고 있었으면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공원에 있다는 말에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것이 이렇게 후회가 될 줄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도 아쉽고 힘들다. 숨을 고르며 주위를 보니 집들은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가 사는 동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대략 10층 높이로 보이는 아파트들이 마치 단독 주택처럼 넓은 정원을 끼고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마치 숲속의 큰 탑 같은 모양새다. 아파트들은 1층부터 3층까지가 공동 복합공간이다. 1층에 수영장이 있는 곳도 보이고, 2층에 스포츠 센터가 있어 운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3층은 식당인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아파트마다 그 구조는 비슷했다. 단지 개별 아파트마다 층에 따라 그 위치가 달리하고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

 

 몇 군데의 아파트를 지나고 나자 찬이 멈춰서서는 말했다.

 "큐브, 연결해 줘."

 

 "예, 찬님."

 

 "큐브, 나 지금 집 근처에 도착했는데 로이는 어디 있어."

 

 "지금 크로우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크로우? 그건 뭐야?"

 

 "방금 3구역 관리자님으로부터 정체불명의 휴고를 크로우라 명명한다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알았어. 지금 어디 있어? 나는 감시자 아파트 정문 앞이야."

 

 "거기서 우측으로 아파트를 돌아 뒤쪽으로 오십시오. 길이 한 길이니 계속 오시면 됩니다. 지금 저는 크로우 바로 뒤에 있습니다."

 

 "알았어. 들키지 않게 끝까지 추적해야 해. 휴고가 누구의 명령을 받는지 꼭 찾아내야 한다."

 그 말을 하고는 아파트를 돌아 사라졌다.

 

 같은 시각 다시 반대편 창동과 혜정이 옥상에 올라갔던 아파트 앞.

 이제는 지현까지 그곳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도착하기가 바쁘게 바로 창동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그로 인해 아픈 창동이 머리를 감싸고 소리쳤다.

 

 "아야. 누나는 또 왜 이래?"

 

 혜정이 지현이 더 때릴까 봐 창동을 자기 뒤로 숨기며 앞을 막아섰다.

 

 지현이 여전히 화가 덜 풀린 사람처럼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웬 미친놈하고 부딪치기나 하고. 아니, 지가 먼저 부딪쳤으면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냐. 그걸 그냥. 너 이리 와. 이리 어서 와. 너에게라도 화를 풀어야겠다."

 

 그러면서 혜정 뒤에 있는 창동을 붙잡으려고 했다.

 

 창동이 계속 혜정 뒤에 숨어 이리저리 피하며 설민을 보며 말했다.

 "누나, 지현이 누나 왜 이래? 혹시 또 남자 친구와 헤어졌어. 저러는 걸 보니까 분명한데."

 

 지현이 창동을 잡으려고 버둥거리다 그 소리에 갑자기 멈춰서서는 창동의 얼굴를 째려보았다.

 "하, 이게 불난 집에 부채질이야. 너 안 되겠다. 오늘, 날 한 번 잡자. 꼬맹이 아가씨는 저리 비키시죠. 괜히 사이에 끼여 다치기 전에. 뒤에 있는 말썽꾸러기와 할 일이 있는데."

 

 혜정이 연신 지현을 막으며

 "왜 이러세요. 참으세요."

 

 그제야 설민이 지현이 단단히 화가 났음을 알고는 말렸다.

 "오다가 무슨 일 있었어?"

 

 내심은 동생이 아프게 되는 것이 누나 입장에서 싫었던 모양이다. 말썽이나 피우고 지금처럼 사람을 걱정하게 만드는 동생이지만 그래도 혈육인 동생이 아닌가. 동생의 아픔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민희도 지현을 잡고 말렸다.

 "됐다. 여태 우리 둘에게 혼이 났으니 저도 알았겠지. 그만하면 됐다. 창동이 넌 말 조심해."

 

 말을 하는 그녀의 행동은 알아도 모르는 척을 해야 할 일을 왜 들추고 있어 하는 모양새다. 아마도 방금 전에 그가 말했던 것처럼 지현이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진 모양이다.

 

 지현이 설민의 만류에 그제야 화를 가라앉혔는지 더 이상 잡으려고 하지 않고 그녀를 보며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여기 오다가 공원에서 넘어졌어. 어떤 미친놈이 앞도 안 보고 달려오는 바람에 피하는 날 부딪치는 거야. 그래 놓고는 그냥 냅다 도망치는 거 있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어 잡지도 못 하고. 약이 올라 미치겠어."

 

 설민이 그 말에 다급히 지현을 살피며

 "다치진 않았어?"

 

 민희도 그제는 지현의 등뒤를 보며

 "안 다쳤어?"

 

 동시에 두 사람이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자 창동이 헛웃음을 웃었다.

 "삼형제야. 세 쌍둥이. 형제라 해도 저 정도는 아닐걸. 여하튼 대단해. 세 명이 한 몸이야. 한 몸."

 

 창동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현이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아픈 척을 했다.

 "조금 아팠어. 꽈당하고 넘어졌거든."

 

 설민과 민희가 그녀의 엉덩이 쪽으로 보려고 했다. 그러자 지현이 손사래를 쳤다.

 "아아, 괜찮아. 크게 아픈 건 아니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은 거야. 막 앞도 안 보고 달려들어. 정말 이상한 인간이야. 이상했어."

  

 설민이

 "혹시 너에게 반해서 말도 못 걸고 부딪치기만 한거 아냐."

  

 지현이 그제야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오우, 그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민희가 호기심이 동한 눈빛으로

 "잘 생겼던?"

  

 지현이

 "딱히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어. 그저 괜찮은 정도. 이거 좋아서 그런 거 맞지!"

  

 세 명이 한 남자를 완전히 자기들 오만과 편견으로 특정한 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설민은 연신 벌써부터 관심이 있던 사람 아니었냐고 물었고, 민희는 아는 얼굴이나 본 얼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부추겼다. 지현은 그런 두 사람의 말에 혹해서 기억을 더듬기까지 했다. 그들과는 달리 창동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고, 혜정은 무슨 일인가 싶어 귀를 세우고 들었다. 창동의 행동으로 봐서는 세 명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듯한 의미가 강했다.

  

 창동이 귀를 곤두세우고 듣고 있는 혜정에게 그러지 말라는 듯이 머리를 저었다.

 "들을 필요없어. 세 명이 또 한 사람 말로 죽이고 있다. 저러다 조금 있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스토커처럼 만든다. 자기들 마음대로야."

  

 혜정이 그제야 무슨 의미인지를 알고 웃었다.

 "호호호. 정말!"

  

 창동이 바로 대답하기 전에 순간 세 명의 눈치를 봤다. 세 명은 여전히 자기들 끼리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걸 보고는 음흉한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세 사람의 눈치를 보더니 혜정에게 몰래 도망치자는 수신호를 했다. 혜정이 그래도 되냐는 듯이 세 사람의 눈치를 봤다. 창동이 대뜸 조용하라는 표시를 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살금살금 도망을 쳤다. 그들이 도망치는 사이에도 세 명은 계속 수다를 떨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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