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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10편 - 호적수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1-24 02:17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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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적수란 무엇인가. 말을 그대로 풀어내자면 상대하기에 좋은 적, 적으로 삼기에 좋은 상대 따위가 되는 것이 호적수였다. 그런데 생각하자면 참 이상한 개념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 또 호적수였다. 세상에 상대하기에 좋은 적 따위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마법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게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상대하기 좋은 적이라면 어쩌면 앞에 존재하지 않는 적이기도 하겠고, 크게 힘을 들이지도 않고 이길 수 있는 상대를 뜻하기도 할 것이었다.

 

  이런 모든 조건이나 개념 따위를 무시하고서, 엘리제가 마음에 품은 호적수라 하면 단연 키세 섬과 거길 다스리는 영주 그리고 그 영주의 장남이었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어떤 조건을 두고 겨루더라도 엘리제는 제 호적수를 이길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엘리제가 제 성에서 부리는 내무대신을 호적수로 둘 일은 없었다. 앞으로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한들, 엘리제가 내무대신과 진지하게 무언가 승부를 겨룰 일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엘리제는 마음속 호적수로 키세 섬을 두었다. 그리고 그런 키세 섬에 놀러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소지금 전부와 도시락을 잃어버리고서 엘리제는 깊은 고뇌에 빠졌다.

 

  “저, 저기... 영주님?”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낸 일등공신인 베이커는 앞으로 자신의 처지가 어찌 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져 엘리제를 불렀다. 엘리제는 대답은 물론이고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엘리제가 생각에 잠긴 탓에 베이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생생하게 들었으나, 대꾸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엘리제는 당장 배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부터 했다. 배야 닷슈 섬에서 타고 온 것이고, 사공 역시 닷슈 섬의 사람이니 따로 삯이 필요하지 않은 탓이었다. 정박 비용이야 이미 지출했고, 아쉽지만 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제 나름 합리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엘리제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유야 단연 보지 못한 연극 탓이었다. 끝내 엘리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에이, 모르겠다. 일단 연극을 보러 가자.”

  “그렇지만...”

 

  베이커는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은 책자를 민망한 마음에 들어보였다. 연극이야 보겠다면 멀리 관객석에서 벗어난 곳에서 목말을 타고라도 볼 수 있겠으나, 당장 그 위치를 알 수가 없는 게 탈이었다.

 

  결국 엘리제와 베이커는 계획도 없이 인파 속으로 들어가 걸었다. 때때로 간격이 벌어지려 하면, 엘리제가 베이커의 손을 잡고 끌었다. 엘리제는 확신이 가득한 듯이 성큼성큼 걸었다. 실상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조금도 알지 못했기에 그들은 번번이 엉뚱한 곳에서 멈춰 섰다. 그들이 보이게 신기하게 생긴 악기를 두드리며 옛이야기를 하는 노파를 만나는가 하면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패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엘리제가 찾는 연극은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슬슬 피로감이 몰려오는 차에 베이커가 조심스레 엘리제에게 물었다.

 

  “영주님, 지나는 사람들에게 묻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연극 제목이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알아볼게요.”

  “싫어. 너한테 맡겼다가는 또 엉망진창이 되고 말 걸.”

  “그래도 이렇게 다니는 것보다는 찾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재차 베이커가 물으니 이번에는 엘리제가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는 작게 대답하니 베이커가 잘 듣지 못해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 엘리제가 조금 소리를 높여 다시 말했다.

 

  “무슨 연극인지 잘 몰라.”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에 베이커는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고, 딱히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냥 대답을 듣고 멍하니 있으니 엘리제가 툴툴대며 말을 이었다.

 

  “되게 어릴 때 본 거란 말이야. 그래서 기억이 잘 안 나. 옛날 책자에도 설명이 제대로 되어있지도 않고.”

  “그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보면 알겠지.”

  “그럼 목말 태워드릴까요?”

 

  이번에는 엘리제가 멍하니 베이커를 바라봤다. 과연 진심인 것인지, 아니면 가방을 잃어버린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것이니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던 엘리제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는 대답했다.

 

  “떨어뜨리면 바다에 빠뜨릴 거야.”

  “그럼 갑니다.”

 

  베이커가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엘리제를 목말 태워 번쩍 들어 올렸다. 엘리제는 불쑥 높아진 시야에 괜히 웃음이 났다. 그는 한 눈에 주변이 보이는 것이 어째 신기해 발을 흔들었다. 그러니 밑에 있는 베이커가 가만히 있으라며 간신히 말소리를 냈다.

 

  그 후로 엘리제는 가고 싶은 곳이 생길 때마다 손으로 가리키고, 말을 달리듯이 발을 흔들었다. 그는 여러 노천극장을 다니고 건물 실내에 무대를 꾸민 극장의 경우에는 상연극을 안내하는 간판을 살피곤 했다.

 

  “이런 느낌이 아닌데...”

 

  노천극장에서 상연 중인 무대를 보며 엘리제가 고개를 갸웃했다. 계속해서 엘리제를 목말 태우던 베이커는 슬슬 어깨에 부담이 가기 시작했다. 단련에 단련을 거듭했기에 체력이라면 자신이 있었으나, 엘리제를 태우고 다닌 시간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그도 지쳐갔다.

 

  “저기, 영주님.”

  “왜?”

  “슬슬...”

  “무거워?”

 

  엘리제가 고개만 숙여 베이커를 향해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러니 베이커는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그때에 엘리제가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

 

  “저거다!”

  “예?”

 

  엘리제가 놀라 손을 막 흔들더니, 베이커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기까지 했다. 그는 발뒤꿈치로 베이커를 마구 치며 말했다.

 

  “저기 그 연극이야. 빨리, 빨리!”

 

  재촉하는 엘리제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베이커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엘리제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전해져 베이커는 사람 속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연극 무대는커녕 노점상 하나 없는 길가가 나왔다. 다른 곳에 비하면 다니는 사람도 적은 곳이었다.

 

  “영주님, 아무것도 없는데요?”

  “빨리 내려줘, 빨리!”

 

  이번에는 내려달라고 버둥대는 탓에 베이커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허리를 숙였다. 목말에서 내려온 엘리제는 몇 걸음을 앞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그 앞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앉아 두 손에 인형을 끼우고 있었다. 노인은 입을 움직이며 무언가 말소리를 냈으나, 주변 소리에 묻혀 멀리까지 전해지지가 않았다.

 

  “헤헤.”

 

  엘리제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우고 노인을 보았다. 허리를 두드리며, 베이커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무대를 삼아 보자기를 깔아 놓고 인형극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노인은 때때로 표정을 크게 바꾸어 가면서 연극을 이어갔다. 왼손에는 칼을 쥔 소녀가 있었고 오른손에는 덩치가 커다란 도깨비가 있었다. 베이커로서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베이커는 과연 엘리제가 말한 연극이 맞을까 싶은 의심이 들었다. 어쩌면, 이제 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대충 아무 얘기나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차였다. 그는 그만 정박장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하려고 엘리제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연극을 보는 엘리제의 얼굴을 보고는 지금껏 품었던 의심을 모두 마음에서 지웠다.

 

  몇 분간, 이어지는 연극이 끝나고 노인이 두 손에서 인형을 빼 보자기에 내렸다. 그는 주름이 가득한 입을 공연히 우물거리다가 엘리제와 베이커를 바라봤다.

 

  “이거, 오랜만에 관객들이 오신 줄도 모르고.”

 

  노인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베이커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요, 잘 봤습니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지금 돈이...”

 

  베이커가 말끝을 흐리니, 그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노인이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도저히 경계심을 품을 수 없는 얼굴을 하고서 노인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그냥 노인네가 죽기 전에 할 일이 없어 하는 것이니까. 잘 봤다면, 저야 고맙지요.”

  “저기, 할아범.”

 

  인형들을 보던 엘리제가 문득 말을 꺼냈다.

 

  “응? 꼬마 아가씨께서 할 얘기라도 있으신가요?”

  “그 소녀는 어떻게 됐어?”

  “소녀? 아아, 소녀 말이지요.”

 

  노인은 조금 전까지 왼손에 끼웠던 인형을 살짝 들어올렸다.

 

  “소녀는 자신 안에 세상 모든 어둠을 품어서 사람들을 구했지요.”

  “그러니까, 그게 끝이야? 다음 이야기 없어?”

  “다음이라... 글쎄요. 뒷이야기가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 기억나는 건 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

 

  베이커는 당장 엘리제가 노인의 멱살이라도 잡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나 엘리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범, 또 여기에 오면 볼 수 있어?”

  “그럼요. 매일은 아니지만요.”

 

  대답을 들은 엘리제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편안한 표정으로 베이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야, 닷슈 섬의 영주님 아니신가?”

 

  엘리제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표정을 차갑게 바꾸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으로, 베이커 역시 시선을 보냈다. 훤칠한 키에,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남자를 보고서 베이커는 그가 엘리제의 호적수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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