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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7편 - 이름이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1-10 22:41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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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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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란 무엇인가. 붙이기도 하고 부르기도 하며 짓기도 하면서 대상을 한정하는 방법이 이름이었다. 그저 비유는 아닌 것이, 왕국에서는 이름으로 사람의 한계를 분명하게 정했다. 예를 들어 왕족과 일부 귀족만이 이름과 함께 성을 가질 수 있어, 그 자체로 지위와 누리는 특권이 구별되었다. 때로는 중간 이름이니 하는 것들을 여러 개 집어넣어 한 번 부르려면 굳은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하층민들은 대체로 부모와 자식의 이름이 같은 경우가 많았다. 스미스가 그랬고, 우드가 그랬다.

 

  다만, 베이커는 그 경우가 조금 달라서 용사가 됐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도 베이커였고 어머니도 베이커였으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조차 베이커였다. 심지어 동네에는 피가 섞이지 않은 베이커가 여럿 있었다. 그런 터에 서로를 부를 때에는 어린 베이커, 늙은 베이커 따위를 쓰기도 했고 그냥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는 게 마음 편할 때도 많았다.

 

  베이커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야 부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제 앞가림을 할 나이의 베이커라면, 빵을 구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베이커, 그러니까 닷슈 섬에 용사로 온 베이커는 예외였다. 그는 빵을 굽는 기술을 배우기 전에 징용되듯이 왕립 용사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빵을 구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루루의 제안에 베이커는 딱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멍하니 있으니, 루루는 아침 식탁에 놓인 차림을 보면서 말했다.

 

  “용사님은 베이커잖아요. 그러니까 용사 베이커리 같은 걸 세우는 거예요. 사실, 영주님의 계획을 실천하려면 돈이 한두 푼 들지 않을 테니까 그 자금도 마련하고 용사님도 빚을 조금씩 갚고요.”

  “진심으로 하는 얘기에요?”

  “그럼요. 일단 이름도 베이커니까 미각이나 요리에 뭔가 재능이 있지 않겠어요?”

 

  얘기를 듣던 데미안이나 외무대신, 내무대신은 아무런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함께 식사를 하던 토드와 마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에 끼었다. 먼저 마리가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 용사님께서 빵을 구우면 재밌을 것 같아요.”

 

  그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 토드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혹시라도 용사님께서 제빵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저희가 도와드리죠. 화덕이야 부엌에 있으니까요.”

  베이커는 그들의 말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난처했다. 그는 왕립 용사학교에서 지내면서도 이름 탓에 빵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나마 지금 상황이 그 때보다 나았는데, 당시에는 빵과 관련해 베이커가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탓이었다. 베이커는 두고두고 그 일을 기억하며, 앞으로 평생 살면서 그렇게 창의적인 욕설은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민하던 베이커는 쥐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 놓으며, 털어놓듯이 말했다.

 

  “기대하셨다면 죄송하지만, 저는 빵을 구울 줄 몰라요.”

 

  베이커의 말에 식당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는 마리와 토드를 시작으로 웃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새더니 곧 베이커를 제외한 전부가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는 배를 잡기도 하고, 식탁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는 동안, 베이커는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했고 루루는 그의 어깨를 쉴 새 없이 치기도 했다.

 

  “아하하, 이렇게 웃은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웃는 통에 눈물까지 흘린 루루가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저기, 제가 빵을 굽지 못하는 게 그렇게나 우스운 일인가요?”

  “그럼요. 용사님은 베이커잖아요.”

  “그렇지만... 용사학교에 들어간 건 어릴 때였고, 그 후로 집에 간 적이 없는 걸요.”

 

  베이커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내용에 사람들이 웃음을 멈췄다. 내무대신은 끝내 웃음을 그치지 못해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고, 외무대신과 루루가 옆에서 그의 배를 툭툭 치면서 눈치를 줬다. 마침내 내무대신까지 진정한 후에 루루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 음,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정말 농담인 줄 알았어요.”

  “괜찮아요. 집을 떠난 것도 오래 전이라 이제는 그렇게 슬프지도 않고요.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빵을 먹은 기억은 어렴풋하게 나기야 하는데... 그냥 그 정도가 전부예요.”

  “닷슈 섬에는 직업을 이름으로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잘 몰랐어요.”

 

  루루가 말을 한 후에도 분위기는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왁자지껄했던 식당은 한없이 조용해졌고, 숟가락을 쥘 때에 나는 소리조차 거슬리는 정도였다. 그 침묵을 깬 건 제 방에서 나와 식당으로 들이닥친 엘리제였다. 그는 저번에 용사월드 건립 계획을 베이커에게 처음 보일 때처럼 두루마리를 손에 쥐고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베이커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손짓을 써가며 엘리제에게 무언가 말을 전하려 했으나, 엘리제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응? 다들 뭐하는 거야? 뭐, 됐어. 그건 그렇고 용사!”

  “예?”

 

  베이커가 힘없이 고개를 돌렸고, 엘리제가 손에 쥐었던 두루마리를 쫙 펼쳤다. 거기 담긴 그림과 그 아래 적힌 설명들을 보며 사람들이 소리 없는 한숨을 쉬었다. 엘리제는 제 가슴께를 두드리고 뒤이어 두루마리에 그려진 빵을 가리키며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용사월드를 건립하려면 성을 개축해야 할 수도 있고, 예산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그래서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용사 베이커리를 만드는 거지! 마침 네 이름이 베이커잖아.”

  “저는 빵을 구울 줄 모르는데요.”

 

  베이커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답했다. 그러자 엘리제는 잠시 머뭇대다 곧 두루마리를 놓치면서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배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면서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식탁을 치기도 했다.

 

  “아하하, 베이커가 빵을 구울 줄 모른데! 아하하, 아하... 아하? 어라, 안 웃겨? 지금 나만 이 상황이 웃긴 거야?”

 

  다들 엘리제에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데 외무대신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는 땀을 닦으려는 내무대신에게서 손수건을 빼앗아 물기를 짜고는 제 안경을 닦았다. 그런 뒤에 그는 엘리제에게 고개를 돌려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용사님께서는 이름이 베이커고, 당연히 부모님과 그 조부도 이름이 베이커이겠지만 어려서 용사학교에 강제로 입학하셨고 그 후로 집에 돌아간 적이 없어서 제빵 기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하십니다.”

 

  그제야 엘리제는 웃음을 완전히 멈추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민망함에 괜히 팔뚝을 긁기도 하고 헛기침도 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네, 그럴 수도 있죠.”

  “어라, 그러면 용사. 이번 기회에 이름을 바꾸는 건 어때?”

 

  생각지도 못한 엘리제의 말에 베이커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눈을 껌뻑였다. 그들의 시선이 엘리제에게 향했고, 엘리제는 떨어뜨렸던 두루마리를 주워 돌돌 말면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베이커는 세상에 널렸잖아. 그리고 베이커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다 빵을 굽는 사람들이고. 어디 가서 베이커라고 부르면 고개 내미는 사람이 몇 명씩 있는 마당에, 굳이 베이커란 이름을 고집할 이유가 있어?”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이라 베이커가 대답을 하려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엘리제의 말대로 이름을 바꾸었다면, 용사학교를 다니면서 귀족 자제들에게 그토록 놀림을 받고 멸시를 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중에 네 이름이 베이커란 것만 가지고 부모를 찾으러 다닐 생각은 아니지? 그런 게 아니라면 베이커 같은 이름은 버리고 새 이름을 갖는 거야.”

 

  엘리제가 활짝 웃으며 베이커를 바라봤다. 새빨간 머리카락이 찰랑이는 순간 속에서 베이커는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베이커가 바라보기에, 악덕한 업주와 같은 표정만 짓던 엘리제는 일견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베이커에게 손을 뻗었다.

 

  “자, 내가 너의 첫 영주로서 새로운 이름을 주지.”

  “영주님이요?”

  “감수성은 풍부하니까 내게 맡겨. 음... 그래. 자, 용사여. 네게 이름을 주겠다!”

 

  엘리제는 새로운 놀이를 찾은 듯이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덩달아 베이커와 다른 사람들까지 상황에 빠져들어 긴장했다. 오직 데미안만이 모든 상황이 귀찮을 뿐이었고, 빨리 식사를 끝내고 피트와 닐이 농땡이를 피우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엘리제가 베이커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은 닷슈다! 용사 닷슈!”

 

  엘리제가 말을 끝내니 정적이 흘렀다. 베이커는 영주 앞에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인식하고서, 최대한 감정을 절제해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

 

  “싫어요.”

  “뭐? 뭐라고? 잠깐,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지금 이 이름이 싫다고 하는 거야?”

  “그런 이름으로는 절대 살 수 없어요.”

  “닷슈가 뭐 어때서 그래? 멋지지 않아?”

 

  엘리제가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할 셈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으나, 사람들은 다들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엘리제는 닷슈, 아니 베이커의 양어깨를 붙들고서 말했다.

 

  “흥,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앞으로 너는 용사 닷슈다. 그래, 용사월드 안내문에 이렇게 적는 거야. 고대, 닷슈 섬을 구했다고 전해지는 용사 닷슈...”

  “그냥 영주님의 계획에 이용하려는 거잖아요!”

 

  베이커는 끝내 엘리제를 뿌리치고 식당을 뛰쳐나갔다. 그 날, 엘리제와 성에 있는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근 베이커를 달래고 그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수십 개의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베이커는 그 중 하나도 고르지 않았기에 그는 용사 베이커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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