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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학사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학사의 무림행 이야기

 
학사무림 5장
작성일 : 16-06-06 15:11     조회 : 589     추천 : 0     분량 : 6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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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천흑호대 소속의 진충의입니다.”

 물을 든 채 단정한 자세로 서있는 그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담 너머에서 흥미로운 소리가 들려오기에 왔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소리치는 천자문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하나로 통일된 목소리에서 박력이 넘쳐났다.

 “아! 저 소리를 듣고 오셨군요. 연무장에서 패천흑호대가 천자도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천자도법이요?”

 “모르셨습니까? 임학사님께서 천자문으로 만든 도법이잖습니까?”

 “금시초문입니다만…….”

 임학후는 어리둥절했다.

 천자문을 가르친 것은 맞지만 도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진짜 모르셨나 보군요. 팽설 아가씨가 도로 천자문을 펼쳤잖습니까? 그것이 바로 천자도법입니다.”

 “뭐라고요?”

 임학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단순히 허공에 천자문을 썼을 뿐인데 그것이 도법이 되었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그걸 목격한 무인들이 임학사님의 수업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안 보이는 곳에서 암암리에 수업을 따라하는 무인들이 있었어요. 저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지요.”

 그가 임학후에게 아낌없이 호의를 드러냈다.

 종전까지 문맹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참으로 훌륭한 교육법에 의해서 문맹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하면서 천자문을 다 떼었다.

 “그래요?”

 팽설에게 해줬던 눈높이 실천 교육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퍼졌다는 말에 임학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팽가에 있는 무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까막눈이었다. 팽가의 식솔들은 전통적으로 지능이 떨어진다고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공부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에게도 적당한 교육법이었다. 문맹을 벗어나면서 수련도 할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허락받지 않고 도강한 점을 지금 이 자리에서 사죄드리겠습니다.”

 진충의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깊숙하게 사죄를 표했다.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수업을 들어줬다면 오히려 제가 더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학문을 나눔에 있어 아낌없는 임학후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고 깊어지는 것이 학문이었다.

 “여기뿐만이 아닙니다. 세가 전체에서 천자도법을 배우고 있는 무인들이 많습니다. 뻥 하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진충의가 양손을 활짝 펼치면서 말했다.

 원을 그리면서 흔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양동이에서 물이 하나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폭발이라고요?”

 “어마어마한 폭발이었지요.”

 임학후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폭발이 일어났다는 이야기인가?

 위구심을 잔뜩 드러낸 임학후의 표정에 진충의가 입술에 침을 잔뜩 묻혔다. 뛰어난 학문을 가지고 있는 학사가 자신과 연관된 일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니 참으로 재미있었다.

 “팽설 아가씨께서 깨달음을 얻었지요? 그것이 무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습니다. 천자도법을 익히다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난 것이지요.”

 팽가의 무인들은 좋고 효율적인 수련법이 있다면 곧바로 활용했다. 눈앞에서 팽설이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자도법을 따라하는 열풍이 팽가 전체에서 일어났다.

 팽가의 사람들은 공부하는 건 싫어했지만 강해지는 것이라면 사족을 못 썼으며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승부 근성이 넘쳐났다.

 그리고 좋다고 하는 수련을 순수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기에 빠르고 직선적인 활용의 도에 있어서 천하제일세가라는 말을 듣는 지도 몰랐다.

 “그렇군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진충의의 자세한 설명에 임학후가 마침내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박력 넘치는 목소리를 이해했다.

 “한 번 들어가서 보시지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면 근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진충의의 안내를 받으면서 임학후가 박달나무로 만들어진 단단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갔다.

 넓은 연무장에는 백여 명의 무인들이 바둑판의 줄처럼 오와 열을 딱딱 맞춘 상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도를 휘둘렀다.

 우우웅! 우우웅!

 한 명이 아니라 백여 명이 일제히 도를 떨치자 웅혼한 울음이 흘렀다. 찌릿찌릿 호쾌하게 울려오는 강렬한 울음소리를 접한 임학후가 흥미진진한 눈길로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천자도법이라?”

 임학후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고 말해지는 무공을 무인들이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방에 틀어박혀 학문을 만들어낼 때는 나의 것이지만 세상에 공표하면 남의 것이 된다. 그것을 보고 배우는 사람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임학후의 가치관이다.

 팽설의 모습과 무인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서 겹쳐지는 가운데 푹 빠져들었다. 허공에 천자문의 문자들이 줄을 이어 도도하게 휘몰아쳤다.

 과거장에서 백여 명의 학사들이 하얀 종이를 펼쳐놓고 땅바닥에 앉아서 과제를 풀고 있다고 할까?

 구슬땀을 흘리면서 펼치고 있는 무인들에게서 열정이 흘렀다.

 “아! 아름답다.”

 황홀한 눈빛으로 임학후가 감탄을 터트렸다.

 하나로 일치되어 무인들이 움직일 때마다 햇볕에 반사된 도가 허공에 글자를 만들어냈다. 빛나는 글자라고 할 수 있었다. 글자들이 사자결구를 이루면서 적혀 나갔다.

 “물 빨리 가지고 오라고 했지?”

 걸걸한 음성과 함께 한 명의 사내가 진충의의 머리통을 세게 쳤다.

 퍽!

 강력한 타격음이 터졌다.

 “크악!”

 큰 충격을 받은 진충의가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아아! 혹 났다.”

 진충의가 머리의 한쪽에 볼록 튀어나온 혹을 쓰다듬으면서 소리쳤다.

 임학후가 고개를 돌려보니 구척장신의 사내가 그늘을 드리우면서 우측에 서있었다. 구릿빛 체구와 사각의 턱선을 가지고 있는 사내에게서 강인함이 흘렀다.

 ‘여기에 와서 건장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보는구나.’

 머리 두 개 정도 큰 사내를 보면서 임학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프잖아요. 천자도법을 만든 임학사님을 모시고 오느라 약간 늦었던 겁니다.”

 진충의가 억울함을 토해냈다.

 깔끔하게 무시한 패천흑호대를 이끌고 있는 수장 팽태강이 물통을 입으로 가져가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젖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찰랑찰랑 넘치고 있는 물의 절반이 그의 몸안으로 흘러들어갔다.

 “크아! 시원하다.”

 팽태강이 물방울을 튀겨가면서 소리쳤다.

 갈증을 해소가 그가 부리부리한 호목으로 고개를 숙여 임학후의 위아래를 살펴보았다.

 “호리호리하다 못해 약골인 이 사람이 천자문을 겸한 도법을 만들었다 이거지?”

 “임학후입니다.”

 “반갑소. 팽태강이라고 하오.”

 “대주님. 말이 너무 짧아요. 가주님께서 임학사를 대함에 있어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진충의가 눈치를 줬다.

 팽무전도 존대를 해주면서 존중하고 있는 임학후를 상대로 말투가 너무나도 자유로웠다.

 쾅!

 팽태강이 솥뚜껑처럼 큰 주먹으로 진충의의 머리를 다시금 강타했다.

 퍽!

 종전보다 더욱 큰 타격소리가 일어났다.

 “악! 때렸던 곳을 또 때리다니, 너무 아프잖아요.”

 진충의가 혹이 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소리쳤다.

 “아프라고 때렸으니 당연하지. 젊은 사람들끼리 말을 편하게 해야지, 고리타분한 명령을 왜 들먹거리는 거야? 내가 두 살 더 많은데 편하게 말 트고 삽시다. 나는 젊은 친우를 상대로 쓸데없이 말을 존대하면 두드러기가 나는 성격이오.”

 부리부리한 눈으로 진충의를 바라보던 그가 임학후에게 눈길을 주면서 거침없이 말했다.

 마치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당장에 주먹을 휘두를 것처럼 삼엄한 기세였다. 흉악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걸 바라보는 임학후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팽태강의 악의없이 순수한 마음을 알아보았기에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 성인으로 자라났으면서도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감탄했다.

 “편하게 지내자.”

 그가 말꼬리를 잘라 내버렸다.

 “하하하! 왜소한 체격과 달리 마음이 넓고 호탕한 사내로군. 혹시 술 좋아하나?”

 “술이라면 없어서 못 먹지.”

 개인학사로 오고 난 뒤에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술 소리를 듣자 뱃속에서 술벌레들이 술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술 먹으러 가자. 내가 아주 끝내주는 주점을 알고 있어.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곳이지.”

 팽태강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좋아. 앞장서라고.”

 임학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둘이 마주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구, 대주님! 잠룡서고로 가셔야 하는 임학사님입니다. 어쩌자고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가주님께서 아시면 경을 칠지도 모릅니다.”

 “하라고 해. 나는 학사 친우와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올 거다.”

 “그것이 아니라 저도 데리고 가달라는 청원입지요. 만약 안 해준다면 지금 당장 가주님께 달려가렵니다.”

 진충의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능청을 떨었다.

 “알았다. 너도 끼워 준다.”

 세 명의 사내가 연무장을 나섰다.

 물기까지 묻은 찬바람이 거리를 싸도는 게, 전형적인 겨울 날씨였다. 그들이 팽가의 후문을 나서 여러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를 지나친 뒤에 골목길로 들어섰다.

 현판이 걸리지 않은 허름한 주점이었다. 단지 ‘죽엽청분주’ 라고 큼지막하게 써진 깃발이 입구에 휘날리고 있었다.

 “여기야. 건물은 허름해도 여기에서 파는 술은 진짜야.”

 팽태강이 말하면서 허름한 주점 안으로 들어섰다.

 “정말로 맛있지요.”

 진충의도 한마디 거들었다.

 임학후가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는데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점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이군.”

 임학후가 안을 살피면서 중얼거렸다.

 주점에 흐르고 있는 술냄새도 좋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공간이었다. 허름한 주점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비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왁자지껄 떠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점소이, 세 명이야. 자리 하나 마련해줘.”

 진충의가 점소이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점소이의 안내를 받은 그들이 밖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죽엽청과 분주 열 병 씩 가지고 오고, 안주는 좋은 걸로 알아서 가지고 와.”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시고, 맛있게 드세요.”

 점소이가 곧바로 쟁반을 들고서 탁자 위에 술병과 안주들이 담겨진 접시들을 공손하게 내려놓았다. 다른 탁자에서 술을 주문하는 소리에 ‘갑니다.’ 하고 쾌활하게 대답하면서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한 잔 받아.”

 팽태강이 죽엽청이 든 술병을 들며 말했다.

 임학후가 술잔을 들자, 푸른 죽엽청이 잔에 가득 채워졌다. 남자들 사이에 이뤄지는 감정교류였다. 술잔을 내려놓은 임학후가 팽태강으로부터 술병을 건네받았다.

 쪼르륵!

 팽태강의 술잔에도 술이 채워졌다.

 “임학사님, 저도 주세요.”

 진충의가 내민 술잔에도 죽엽청이 채워졌다.

 “우리의 만남을 위하여!”

 팽태강이 외치면서 술잔을 높이 치켜세웠다.

 임학후가 웃음을 지으면서 술잔을 입가로 가지고와서 들이켰다. 화끈한 죽엽청의 기운이 입에 머물렀다가 목젖을 탁 치고 들어갔다.

 훌륭한 술맛이었다.

 “캬아! 땀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술맛은 정말로 기가 막힌다니까. 목에 낀 때가 모조리 씻겨 나가는 기분이야.”

 진충의가 젓가락으로 소채를 집으면서 중얼거렸다.

 “에이, 이 작은 술잔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점소이, 큰 대접 하나 가지고 와.”

 신경질적으로 작은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은 팽태강이 외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진충의가 받아쳤다.

 “대주님하고 술자리를 하면 사람이 술을 먹는 건지, 술이 사람을 먹는 건지 모르겠어요.”

 “내가 바로 팽가의 술고래다. 하하하!”

 화통을 삶은 것처럼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팽태강이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주점 안의 흥청망청 떠들썩한 분위기와 소리가 임학후의 귓속으로 들어왔다.

 ‘포근하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몸속으로 들어오는 술기운과 함께 따뜻하다고 느끼는 임학후였다. 감정교류와 함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술자리에서 소리 없이 웃었다.

 ‘사람에게 당한 아픔은 사람에 의해서 희미해지는구나.’

 그의 마음에 찐득찐득 붙어있는 슬프고 아픈 감정의 앙금이 오고가는 술에 씻겨 내려가고, 따듯한 정겨움에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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