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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NPC입니다만.. 문제라도?
작가 : 세이토리아
작품등록일 : 2017.6.6

올해 29살의 대한민국의 평범한 회사원인 문호인,
반복되는 잔업, 휴일 특근 속 그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뉴 에이지'라는 VR온라인 게임 뿐이였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늦게 퇴근하고 게임에 접속한 그는 문득 NPC의 삶에 부러움을 느끼게 되고, 그 순간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어떤 선택지에 의해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되는데..

 
자각 -3화-
작성일 : 17-07-01 19:07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4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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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윽..”

 

  허름한 건물의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던 지웅은 정신을 차리자 마자 자신의 안면을 엄습해오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잠시동안 자신에게 무슨일이 일어났었는지 인식하고 있지 못하던 그는 이내 웨이포인트 앞에서 소은과 자신의 케릭터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고는 급격하게 표정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안돼..!”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고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뭐야? 쟤 왜저래?”

 

  건물 안 한쪽 테이블에 모여 앉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 중 푸른색 머리칼을 가진 있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웅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피기 위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이! 괜찮..”

 

 “으아아아악!”

 

  그리고 남자의 손이 그의 어깨에 닿는 순간 지웅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박차고 건물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런 지웅의 돌발행동에 그 남자는 당황하여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하고 그저 열려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뒤에서 한 여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얼른 안쫓아가고!?”

 

 “아..!”

 

  여자의 고함소리 덕분에 정신을 차린 푸른 머리의 남자는 황급히 지웅을 쫓아 문 밖으로 뛰어 나갔지만, 이미 지웅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쳇.. 이럴때만 쓸데없이 빠르고 말이야..”

 

 “빨리 안찾아봐!? 난 오른쪽 골목을 돌아볼 테니 넌 왼쪽을 찾아봐!”

 

  그리고 그들이 지웅을 찾아 골목안으로 뛰어가려는 순간, 열려있는 문을 통해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더니 그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됐어, 일단 놔둬보자고, 저 친구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테지 이럴 때 무리하게 이해시키려고 해봐야 역효과만 날 뿐이야”

 

  새롭게 등장한 인물의 말에 푸른 머리의 남자는 움직임을 멈추었지만, 그 여성은 고개를 돌려 소리치고선 지웅을 쫓아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어쩌면 저 사람이 열쇠가 될지도 모른단 말이야!”

 

 ****************************

 

  그 시간 지웅은 완전히 어두워진 마을 외곽의 골목길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안돼..’ 라는 말만이 반복하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또 다시 한참을 미친듯이 뛰어다니던 그는 돌연 모든 움직임을 멈추더니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 밤이네.. 사냥.. 해야지..”

 

  그리고는 아까까지 미친듯이 뛰어다녔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릿한 걸음걸이로 마을의 입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죽은 사람과 같은 걸음걸이로 마을을 빠져 나와 필드로 진입한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토끼를 발견하고는 무기를 꺼내들고 토끼에게 다가갔다.

 

 “토..끼.. 토..끼.. 고기..”

 

  토끼에게 다가간 그는 힘없이 창을 들어올려 토끼를 향해 내리 꽂았으나, 그가 힘없이 휘두른 창은 토끼가 아닌 애꿎은 땅에 박혀 있었다.

 

 “어..라..?”

 

  지웅은 땅에 꽂힌 자신의 창과 그 옆에서 멀뚱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토끼를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서서히 창을 들어 올렸고, 재차 토끼를 향해 내리 꽂았다.

 

  그러나 그가 휘두른 창은 또 다시 애꿎은 땅에 꽂혔고, 토끼는 그런 지웅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곤 그 자리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토..끼.. 잡아야.. 돼.. 고기.. 모아야..”

 

  그리고 다시 창을 뽑아든 순간 그의 몸이 휘청이더니 털썩 지면에 쓰러졌다.

 

 **********************************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함께 전신을 통해 느껴지는 차가운 바닥의 느낌에 지웅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여긴..?”

 

  어느샌가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몸을 일으키던 그는 온몸 구석구석에서 자신이 더 아프다고, 자신을 느껴달라고 경쟁하고 있는 듯한 고통에 작게 신음했고,

  그의 신음소리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쌍의 남녀가 그에게 다가왔다.

 

 “이젠 좀 진정됐냐?”

 

  지웅은 묘하게 들은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부탁이니까 이번엔 무턱대고 날뛰지 말아달라고?”

 

  그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지웅은 다시금 그에게 일어났던 일을 기억해냈다.

 

 “아..”

 

  그리고 그의 분위기가 다시 무거워진 것을 눈치 챈 남성은 재빠르게 문쪽으로 달려가 문을 봉쇄했고, 그런 남성의 행동을 지켜보던 여성이 작게 웃음을 짓고선 지웅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때? 이젠 좀 진정됐니?”

 

  들려온 여성의 차분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는 지웅에게 왠지 모를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고, 그 덕분에 그는 찬찬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돌이켜볼 수 있었다.

 

  소은을 만났던 일, 그리고 자신의 케릭터를 만났던 일, 소은과 자신의 케릭터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멀어져가던 일..

 

  당시에는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와 모든 사고회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해 버렸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씩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어느날 자신의 앞에 생성된 의문의 선택지, 그 선택지로 인해 자신은 이 NPC케릭터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왔다고 해도 들어온 것은 정신이나 인격 같은 무형의 요소들 뿐, 그렇다면 자신의 신체는 여전히 현실세계에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터.

 

  그렇다면 현실세계의 육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소은의 케릭터와 나의 케릭터가 함께 있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 둘의 분위기를 보아할 때 현실의 육체는 현실의 육체대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대체 현실세계의 나는 누구인가? 또 다른 나인가? 아니면 새로이 형성된 인격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 NPC에 탑재되어 있던 AI인가?”

 

  머릿속에서 그 동안 떠올리지 못했던 의문들을 하나 둘 끄집어 내며 생각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와중에 어떤 목소리가 그를 끄집어 올렸다.

 

 “이제 조금은 괜찮아졌니?”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엔 가슴께까지 내려오는 차분한 긴 흑발의 여성이 부드러운 눈으로 지웅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 무슨..?”

 

  그 여성은 다 갈라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지웅을 바라보며 자상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무리도 아니겠지..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알아가면 될 거야”

 

 “네..”

 

  지웅은 아직까지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였지만 그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안정되어 엉겁결에 대답하였다.

 

 “누님의 말 한마디에 완전히 고분고분한 양이 되었구만”

 

  그리고 그런 지웅을 바라보며 문을 막고 서 있던 남성이 지웅이 들으라는 듯이 한마디 날렸지만, 곧이어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이란 누구나 다 이런 법이잖니?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네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지웅은 어느 정도 생각의 정리가 되었는지 누님이라고 불리운 여성에게 자신의 궁금증을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러나 그 순간

 

 “뭐야!? 이거 왜 안 열려?”

 

  남자가 가로막고 서 있는 문 밖에서 짜증이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쾅!

 

  그리고 곧이어 큰 소리와 함께 문에 기대어 서 있던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넘어졌고, 열린 문을 통해 한 여성이 씩씩 거리며 들어왔다.

 

 “문을 막고 서있으면 어떻게 해!?”

 

 “그렇다고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오는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있냐!”

 

 “그러니까 누가 문을 막고 서있으래?”

 

 “보통사람이라면 노크를 해보거나 누가 있는지 말을 걸어보거나 하지 너처럼 행동이 앞서진 않는다고! 이 폭력녀야!”

 

 “아아~ 보통사람이 아니라 폭력녀라 미안하게 됐네요!”

 

 “아오.. 이걸 때릴수도 없고..”

 

 “흥!”

 

  화려하게 등장한 여성은 남자와 한바탕 말씨름을 한 후 건물 내부를 한바퀴 둘러보더니 놀란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웅에게 한달음에 달려갔다.

 

 “앗! 깨어났구나! 이제 정신상태는 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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