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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학사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학사의 무림행 이야기

 
학사무림 1장
작성일 : 16-04-06 13:46     조회 : 751     추천 : 0     분량 : 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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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장. 개인학사

 

 

 

 

 

 

 

 

 

 

 무척 낡은 목조건물 사방에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아있는 서가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가지각색의 책들이 차곡차곡 꽂혀 있었다. 책냄새로 가득 찬 공간의 나무로 된 부분은 변형을 막기 위해 죄다 갈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한 명의 사람이 책을 가득 실은 바퀴 달린 밀차를 밀면서 움직였다. 그가 책을 서가의 빈 공간에 채워 넣는 일에 열중이었다.

 빼어나게 준수한 용모에 명석해 보이는 이지적인 눈매의 사내였다.

 스물 전후 정도 되어 보였다.

 보통보다 조금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 그가 입고 있는 청삼 학창의가 참으로 잘 어울렸다.

 밀차에 가득 실려 있는 책들을 모두 정리한 사내가 멈춰 섰다.

 그의 눈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이 가득 들어왔다. 다시 빛을 보기 위해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과 달리 폐품으로 분류된 책들이다.

 마음의 양식이 돼주는 책이라는 버젓한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들의 최후다.

 마음이 착잡했다.

 “불쌍한 것들.”

 임학후가 안타까운 소리를 내뱉었다.

 이대로 방치하면 태워지거나 버려진다.

 책들의 최후가 참으로 비참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해줄게.”

 임학후가 그대로 두면 버림받을 책들을 하나둘씩 밀차에 실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을 모두 수거한 뒤에 걸음을 옮겼다. 숙소를 겸한 책수선과 복원 장소가 목조건물 남쪽에 붙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을 타고 쭉 이어져 있는 서가가 있었고, 서가 밑으로 책상이 붙어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침대가 보였다.

 “너부터 수선하자.”

 임학후가 밀차에 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에 잡힌 책은 묶은 실이 터져서 책장이 흩어져 지저분했다.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놓은 임학후가 의자를 끌어당기면서 바짝 붙어서 앉았다.

 “종이를 꼬아서 만든 노끈이구나.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서 흩어졌어.”

 툭!

 책을 수선할 때 사용하는 작은 비도로 서적을 꿰고 있는 모든 노끈을 끊어버린 뒤에 조심스럽게 풀었다. 노끈에는 오랜 세월과 무관심을 짐작하게 만드는 때와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다.

 “비슷한 색의 노끈이 여기 있구나.”

 임학후가 책상 한쪽 위에 있는 100여 가지 이상의 노끈들 가운데 책 표지와 비슷한 색깔의 노끈을 단숨에 찾아냈다.

 실, 삼, 종이 따위를 가늘게 비비거나 꼬아서 직접 만든 끈들이 가득했다. 책수선과 복원에 필요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사물함에 정리정돈되어 있었다.

 슥!

 바늘쌈에서 꺼낸 바늘에 노끈을 끼워 넣은 뒤에, 구멍 뚫린 곳에 둘러서 기운 뒤 깨끗이 수선했다. 능숙한 손길 아래 삐뚤빼뚤 흩어진 책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이제 서가에 당당하게 꽂혀서 주인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임학후의 입가에 맑은 미소가 걸렸다.

 말끔해진 책을 보니 마음이 절로 흐뭇해졌다.

 선조들의 숨결 살아있는 책을 다시금 소생시킨 감회가 남달랐다.

 다음 수선할 책을 손에 집어 들었다.

 그가 책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차곡차곡 불어넣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임학사님, 총관님이 찾으세요.”

 총관의 일을 돕는 시녀 한 명이 얼굴을 쏙 내밀어 할 말만 하고는 곧바로 돌아가 버렸다.

 “무슨 일로 선배가 찾는 것일까?”

 책수선을 멈춘 그가 중얼거렸지만 당장 일어나지 않았다. 손에 잡혀 있는 책을 마저 깔끔하게 수선한 뒤에 책상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문을 열고 나섰다.

 금방 뭐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잿빛 하늘이 우중충했다. 물기까지 묻은 찬바람을 맞으며 사해서고의 내원을 향해 걸었다. 가지런히 뻗어있는 돌길을 따라 내문을 지나치자 거대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커진 소음이 귀속을 뻥 차고 들어왔다.

 책과 물건들을 가득 실은 수레들이 움직이고 있고, 생기에 넘쳐 있는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사해서고의 본점은 대륙 전역에 있는 삼백여 곳의 사해서고의 지점들에 책들의 수급을 맞춰주고, 필요로 한 곳에 원하는 책을 보내주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임학후가 걸음을 재촉했다.

 총관이 있는 건물 앞의 계단은, 들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총관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많은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는 한 명의 사내가 보였다.

 사십대 초반쯤이나 될 법한 그 남자는, 앞이마가 훤했다. 초승달처럼 앞부분에서부터 머리카락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대머리가 될 조짐이 역력한 그가 등받이 기다란 의자에 앉아서 이마에 잔뜩 주름을 세워가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왔구나.”

 임학후를 본 한상운이 붓을 내려놓으며 반색했다.

 “무슨 일이에요?”

 총관이자 선배인 한상운에게 임학후가 물었다.

 “황가서점에서 가져온 물건들은 어때? 좋은 물건들이 많아?”

 난데없는 물음이었다.

 황가서점에 대한 보고서는 이미 제출한 터였다.

 “이미 보고서를 올렸습니다만…….”

 미리 정리한 내용을 다시 말하기가 싫었고, 또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불러다 놓고 쓸데없는 질문을 하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그래? 보고서는 내가 나중에 따로 찾아보지, 참, 그리고 말이지.”

 질문했던 이야기를 건성으로 넘기면서 한상운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렇지.’

 임학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황해서점 일에 대한 이야기 건은 본론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처음부터 본론을 꺼내기가 무안해서, 쓸데없이 말을 돌렸을 뿐이었다. 이럴 때면 항상 곤란한 부탁이나 청탁이 이뤄지고는 했다는 사실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요즘 시간 많지?”

 “부족하지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로 바쁩니다.”

 “미안해. 다음부터는 시간을 넉넉하게 주도록 하지.”

 임학후가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지만, 입속말로 ‘말로만…….’ 이라고 중얼거렸다. 매번 입으로만 떠드는 대머리가 될 한상운이었다.

 “이번에 네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불렀어.”

 “뭡니까?”

 “하북팽가라고 들어보았어?”

 “알지요.”

 “호오! 네가 강호 무림가문에 대해서 알고 있다니 의외로군.”

 “그저 우연히 들었을 뿐입니다.”

 임학후가 입가에 고소를 베어 물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즐겨 찾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찻집에는 이야기꾼들이 보름마다 한 번씩 찾아와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이야기꾼들의 절반은 강호에 대해서 침을 튀겨가면서 떠들어댔다.

 비상한 머리는 한 번 들은 이야기를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책을 파고만 살아가는 서생이지만 자연스럽게 강호라는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됐다.

 천자가 다스리고 있는 중원십팔만리에는 힘을 바탕으로 한 또 다른 세상 강호가 있다고 들었다.

 강호에 오랜 세월 하나의 핏줄을 이어오면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가문들이 여럿 있다. 정도에 속하는 가문들 가운데 하북팽가가 있었다. 하북 지역에 있어서 가히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한다고 했다.

 “팽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말하기가 편해졌군. 이번에 팽가에서 딸을 가르칠 학식 깊은 학사를 초빙한다고 해.”

 “생각 없습니다.”

 뒤를 들어보지 않아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에 임학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헉! 말도 다 들어보지 않고 왜 이래? 보수가 무척이나 좋다고 했어.”

 “보수 좋은 일자리를 찾는다면 지금의 일을 하고 있지 않았지요.”

 책수선과 복원 등을 주로 하지만 서점의 일까지도 처리하는 등 일거리가 항상 넘쳤다.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그에 비해서 박봉이었다. 단지 책을 접하는 일이 좋아서 지금까지 계속 할 수 있었다.

 한상운은 불현듯 임학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길을 찾지 않고 고집스럽게 책을 사랑하는 임학후를 보면서 처음 만났던 과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가 과거에서 네 번 미끄러졌을 때, 태산서원에 갓 입학한 동생으로 임학후가 들어왔다.

 대나무처럼 마른 몸에 여기저기 수선하여 꿰입은 허름한 학창의를 입고 있었다. 귀를 덮을 듯 말듯 정돈되지 않은 수더분한 머리카락, 얼굴에 드리워져 있는 숨길 수 없는 그늘…….

 지금은 밝은 모습이지만 그때에는 세상의 어둠이란 어둠은 모두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임학후는 어리고 천진난만한 또래의 동생들과는 달랐다. 보통의 동생들이 동네글방에서 태산서원으로 올라온 학동이라면, 임학후는 책을 읽고 세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어엿한 선비였다.

 우수에 젖은 눈빛에 말수가 적고 의젓한데다가, 외모가 출중하고 머리도 비상하여 여자들이 꽤 따랐다.

 한상운은 임학후에게 처음부터 관심이 생겼다.

 한상운이 임학후와 가까워진 데에는 술 덕이 컸다.

 능력이 닿지 않았기에 과거를 포기한 그는 일자리를 찾는 한편으로 수업을 빼먹고 술을 즐겨 찾았다. 그러던 중에 임학후와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된 인연이 생겼다.

 한상운으로 인해 어리던 임학후가 술을 알게 됐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가까워졌다.

 잦은 술자리를 가지면서 임학후가 술의 참맛을 알아갔다. 거나하게 술을 마시면서도 다음날 수업에 일절 지장이 없었다.

 한상운은 자신이 원하던 사해서고에 취직했다.

 그 뒤 가는 길이 달라 오랜 세월 만나지 못했다.

 한상운이 임학후를 다시 만난 것은 태산서원의 한 서고에서였다.

 붉게 충혈된 눈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고, 얼굴이 빼빼 말라있었고, 여기저기 기운 흔적들로 도배된 학창의가 더욱 허름해져서 완전히 누더기 수준이었다.

 그를 두고서 태산서원의 학사들은 서고에 한 명의 책귀신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학식이 차고도 넘친 임학후는 과거에서 떨어진 뒤에 오로지 서고에서 책과 씨름을 하며 살았다.

 배경 없고 연줄이 없으면 능력이 있다고 해도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것이 과거였다. 과거가 학식의 대결이 아니라 배경과 연줄 다툼으로 변질됐다.

 한상운은 사람몰골이 아닌 궁핍한 임학후를 그냥 두기 안쓰러웠기에 도와줄 길을 찾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일하고 있는 사해서고에서 밤에만 잠깐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수선하고 복원하는 일만 잠깐 맡길 셈이었다.

 그의 부탁을 임학후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잠깐이라고 하던 시간이 몇 년이 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도움을 주려고 한 순수한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태산서원에서 과거를 준비하던 임학후가 공부를 때려치우게 만들고 사해서고에 눌러앉게 되는 원인제공을 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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