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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여행은 가는 거보다 짜는 거
작성일 : 24-02-29 17:45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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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화

 여행은 가는 거보다 짜는 거.

 

  어쨌든 다이히토는 그 하사금을 황공하게 받아서 여행 경비를 냈다. 남은 돈으로 우리에게 실컷 맛있는 것을 대접했다. 정찬 요리 중 하나인 일본의 전통 코스 요리 가이세키를 사 줬고 몰래 미나미에게 앙증맞은 선물도 했다. 아야코에게 들은 얘긴데 그 앙증맞은 선물이 뭔지 아야코가 물어도 구체적으로 뭐다, 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미나미가 대수롭지 않게 ‘앙증맞더라’ 라고 무미건조하게 아야코에게 툭 던졌다고 했다. 선물은 선물일 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거 같다고 했다. 나중에 미나미 방 책장 위에서 발견했는데 정말 앙증맞은 파란 자물쇠였다. 순전히 내 짐작이지만...

 아, 미나미 가시나 그렇게 찍어대면 넘어가 주면 안 되나? 다이히토가 측은했다. 이런 경우는 위로하는 것도 우스울 거 같고, 다이히토야 니가 알아서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우리들의 아지트 ‘블루 아워’는 시끌벅적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조용하지도 않았다. 같은 또래의 하이틴(highteen)들이 어른 흉내를 내거나 교복을 입은 채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 나만 주면 다 받았지?

 

 내가 내 것과 아야코 여행 경비를 유리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 알바 해서 번 고래 심줄 같은 돈 아냐?

 

 노무라 쥰페이가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떠보는 것 같았다.

 자식, 한국이 일본하고 같은 줄 아냐...

 

 - 숙모가 용돈 준 거야.

 - 알바 해서 번 돈이 아니구?

 

 내 솔직한 말에 아야코가 미안한 얼굴로 물었다.

 

 - 한국은 일본하고 문화가 달라, 집안일을 도와줬다고 해서 알바라고 하지 않고

  집안일을 해줘서 돈을 줘도 용돈을 줬다고 하지, 알바비를 줬다고 하지 않아. 일본 은 기브 앤 테이크 개념이 강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가족적 개념이 강해

  그런데 알바비를 줬다, 그러면 땡감 씹은 듯 서로 찝찝한 거야.

 - 그럼, 만일 노무라 증권의 재산을 너에게 넘겨도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겠네?

 

 쥰페이가 이해하기가 힘든지 재차 따지듯 물었다.

 

 - 당근, 그냥 밋밋하게 고마워, 그러면 끝이야, 속으론 어떨진 모르겠지만...

 - 다음에 그만큼 아니 그 이상 해주면 되니까.

 

 다른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아야코는 내 말을 이해했다.

 

 - 빙고, 그래서 내가 중고자동차 매매상을 너한테 준다고 했잖아, 큭...

 

 나는 농담으로 말했는데 쥰페이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 마음의 크기를 생각해.

 

 아야코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 이 순진한 것들 농담도 분간 못 하고... 친구들은 정말 순진무구했다. 내가

 세속에 물들었나?

 

 - 나에게 잘 보이려고 아베 신타로를 그랬던 건 아니지?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내가 조금 모험적으로 나왔다. 아베 신타로 한쪽 눈을 애꾸로 만든 거 때문에 아야코에게 물은 거였다. ‘블루 아워“ 때 사건은 도쿄 의대 의술을 최대한 활용하면 실명(失明)은 피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완전 실명이라고 숙모가 귀띔해준 게 있어서 물은 거였다.

 

 - 얘는 원조교제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까?

 

 미나미가 아야코 편에 서서 거들었다.

 

 - 잔인해 보였어?

 - 조금은...

 

 아야코가 물어서 내가 작은아버지와 숙모 생각이 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 더 큰 일을 막기 위해서야.

 

 아야코의 대답이 의외였다. 곰곰이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아 내가 눈을 멀뚱멀뚱했다.

 

 - 야쿠자들은 잔혹한 족속들이야, 빌미를 주면 언제 칠지 몰라.

 - 죽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아야코의 설명에 유리나가 말을 덧붙였다.

 

 - 독버섯이 쉽게 없어질까?

 - 네 말에 찬성, 그러나 당분간은 조용할 걸, 지들끼리 치고받는다고.

 

 내 의문에 유리나가 나름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나는 정말 벽창호라서 그런지 그때는 몰랐다. 바둑으로 치면 몇 수 앞을 몰랐다는 거다. 숙모나 아야코가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니까 아베 신타로 한쪽 눈을 아야코가 영원히 실명(失明)시킨 건 나한테 나 이런 여자야, 난 체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나를 위한 거였다. 따지면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세울 만한 것부터 머리가 영민한 거 그리고 집이 부자라는 거 등등... 이보다 만만한 게 어디 있나? 나는 무방비 상태라 표적의 타켓이었다. 누구든 만일 노렸다면 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심심풀이 땅콩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쳐서 깨졌다 하면 이보다 더한 효과도 없었기에 그렇다. 바둑으로 치면 나는 외통수였다. 야쿠자가 건드릴 수 있는... 그래서 숙모가 나를 사생결단 보호하기 위해 먼저 야쿠자 전쟁을 일으킨 것이고 아야코는 어떻게 보면 정리(情理)에 맞지도 않는 잔혹함을 보였는지 모른다. 아 띨띨한 인간...

 

 - 아이코가 너 한번 안 오느냐고 묻더라.

 - 아이코?

 

 유리나에게 왜 야쿠자 지들끼리 치고받는지 물으려는데

 다이히토가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

 

  - 아이코가 들으면 섭섭하겠다, 도시노미야 아이코 내친왕(敬宮愛子内親王)...

 - 아, 천황 손녀...

 - 아이코 공주...

 

  천황 손녀라는 내 말에 다이히토가 약간 거슬렸는지 아이코 공주라고 했다.

 

 - 미안, 마마 미안하옵니다, 천황 손녀라고 해서...

 - 손녀니까 손녀라는데 왜 미안해?

 

 내가 서둘러 농담 식으로 봉합하자 미나미가 대뜸 삐딱 선을 탔다. 미나미는 한 번씩 급진적 진보색(進步色)을 띠었다. 성소수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드러냈고 도쿄 길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퀴어 시위에도 참여했다. 내가 언젠가 미나미에게 물었다. 그땐 아야코와 다이히토가 없었고 아야코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쥰페이와 유리나, 미나미만 있었다. 내가 키쓰할래? 하면 어쩔래? 하니까 그래 해, 할 거라고 했다. 아야코 남친인데? 상관없어, 했다. 뒷말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무런 느낌이 없을 거니까, 나무 판자때긴데 뭐... 나쁜 계집애 아무리 그렇더라도 체지방 5%의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매력남인 나를 나무 판자때기가 뭐냐?...

 

 - 넌, 그러면 동물적 본능도 없냐?

 - 없어!

 

 눈물을 그렁그렁 한 채 미나미가 나를 노려보고 쏘아붙였다.

 앗 뜨거라 싶었다.

 친구끼리 그런 질문은 본래 킥킥거리며 하는 거 아닌가?

 근데 눈물까지 그렁그렁 거릴 만큼 기분이 상했냐? 싶었다.

 

 - 나만?

 - 쥰페이도 마찬가지야, 그러는 걸 경멸해.

 

 나는 주눅이 들어 물었다. 나는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내 사타구니 중앙에 자리 잡은 늑대에 신경이 쓰였다. 사실 일본 오기 전에 엄마가 해준 강장제(强壯劑)로 인해 가끔 의도와 상관없이 팬티에 배설한 몽정(夢精)이 죄처럼 느껴졌다. 저 큰 눈에 눈물이 맺히니까 더 이상하네, 야, 경멸까지라...

 그럼, 다이히토가 키쓰할래?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물으려다가 참았다. 다이히토가 비참해질 거 같아서 그랬다. 그 대답을 들었다면, 물론 그 자리에 다이히토가 없었지만 미나미를 짝사랑하는 다이히토의 무너지는 심정은 얼마나 아플까 해서다.

 그날은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갔다.

 

 - 너 공산주의자니?

 

  미나미의 천황 손녀니까 손녀라는 데에 대한 뜬금없는 내 질문이었다.

 

 - 아니, 공산주의하고 아무 상관 없어, 할아버지 손녀를 손녀라는 게 뭐가 문제 있냐,

  그 말이야. 이름 뒤에 붙이는 미사여구 빼고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뭐지?

 - 몰라, 나는 일본인이 아니니까, 그렇지만 나는 아이코 공주를 좋아해.

 - 도시노미야 아이코 내친왕(敬宮愛子内親王)... 이렇게 이름을 길게 붙이는 건

  무슨 의도일까?

 

 나나 미나미나 어느 쪽 편을 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야코가 중얼거렸다.

 

 - 아이코는 내 동생 카나 같아 친근감이 가...

 - 내 일이 아니니까, 마음대로...

 - 다이히토, 너 왜 이런 차가운 여자를 좋아해?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처럼

  너도 나쁜 여자를 좋아해?

 

 내가 노골적으로 미나미를 디스하고 다이히토 심사를 긁었지만 다이히토는 씩 웃기만 했다. 사실 그 말은 미나미 니가 그렇게 잘났냐? 였다. 미나미가 나를 노려볼 만도 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유,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왕국 분위기에 입이 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북극곰처럼 유빙(流氷) 하는 얼음 더미에 앉은 것 같았다.

 아야코는 알갱이가 있는 오렌지 쥬스는 다 마시고 얼음만 든 크리스털 컵에 대형 빨대를 꽂아 얼음을 짜듯 없는 물을 주르륵 주르륵 거렸다. 그리고 불쑥 내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순간, 난 크리스털 컵에 든 얼음을 내 등짝에 붓는 것 같아 얼어붙었다.

 내 주위의 친구들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의 시선과 부딪치는 게 끔찍했다.

 이 식은땀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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