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불멸의 검, 악마의 칼날 위에 서다.
작가 : 박현철
작품등록일 : 2023.11.28

악마와 싸우는 안티히어로

 
불한당들이 힘든 여행을 만들다
작성일 : 24-03-06 20:42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40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1화

 불한당들이 힘든 여행을 만들다.

 

  오토바이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달리는 차 사이를 비집고 달렸고, 커브 길은 땅에 대일 듯이 오토바이를 눕혀서 달렸다. 유턴할 때는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유턴했다. 받침대를 순간적으로 내려 아스팔트가 긁혀 불꽃이 일었다. 심지어 아야코는 키스할래? 라는 말을 듣고 놀라 내가 자전거를 세웠던 그 담벼락, 아야코가 긴 각선미를 뽐내며 벽을 디뎌 세웠던 그 담벼락을 서커스 하듯 올라타서 달렸고, 저녁놀이 아름답다는 야나카 긴자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하이라이트는 복고풍이 물씬 풍기는 에이타이바시(永代橋) 푸른 철교 아치 구조물을 타고 달렸다. 그 좁은 아치 철판 위로 달릴 땐 어지간한 강심장인 나도 간이 콩알만 해졌다. 자칫 삐긋해 미끄러져 강 속으로 떨어지면 나와 아야코는 수장(水葬)이 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대로 같이 죽어도 나야 손해 볼 개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아야코는 노련했다. 세계 7대 죽음의 길을 돌파한 관록은 어디 가지 않았다. 가볍게 아치 철교를 건넜다. 유리나와 미나미는 그 정도 실력이 안 돼 따라 하지 않았고 길 따라왔다. 우리의 집합 장소‘ 불루 아워’에 도착했다. 미나미가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갔다.

 

 미나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의 아니게 남자에게 허리를 잡힌 것이 거북했다. 처음으로 사적인 감정에 남자와 신체 접촉을 한 거였다. 화장실에 뛰어간 것은 오바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속으로 체했나? 갸우뚱했다. 한참 뒤에 알았다. 미나미가 자기도 모르게 멀미한 것같이 속이 울렁거렸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다이히토에게 기회를 한 번 준 게 아닐까?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솔직파(率直派)인 미나미가 다이히토에게 상처를 줄까 봐 아무 말 않고 화장실로 뛰어가서 마무리된 거였다.

 

 - 뭔데?

 

 임신이야? 라고 여행가는 들뜬 기분에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실없는 짓인 거 같아 참았다. 그냥, 뭔데? 라고 내가 점잖게 물었다. 미나미는 내 속을 꿰뚫고 눈을 흘겼다. 아니 내가 왜? 하는 뜻에서 나는 두 손을 들고 어깨를 올렸다. 유리나가 픽하고 웃으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아야코도 은근한 미소를 흘렸다. 미나미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고 속이 안 좋아서 그랬다고 했다.

 

 - 속이 안 좋은 건 이유가 두 가진데, 하나는 배탈이나 배가 아파서... 또 하나는... 여성의 특권이자 축복인...

 - 하지 마, 눈치 없는 놈아, 지금 너 안 보이냐? 유리나가 샤크킥을 날릴지, 미나미가 훅을 날릴지 기회를 엿보고 있

  는 거...

 

 이런 일에 둔한 쥰페이가 짓궂은 농담을 하려다가 나의 제지에 입을 다물었다.

 그럼, 니가 말하는 여성의 특권이자 축복을 만든 주인공을 누구냐로 내가 또 캐물을 것이고 그러면 구구절절 이런 농담으로 이어지면 어지간한 얼음공주인 미나미가 농담이라도 정말 화를 낼 줄 모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10박 11일 여행은 새드 무비(sad movie)로 시작해서 새드 무비로 끝날 공산이 컸다.

 

 한 참 시간이 지나서 다이히토가 하버드로 유학 가는 비행장 터미널에서 다이히토를 떠나보내고 신주쿠로 돌아오는 JR 전철 안에서 울적해진 우리를 보고 유리나가 그때 미나미의 기분이 지랄같이 헝클어졌다고 미나미의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목석(木石)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하긴 미나민들 감정이 좋을 리가 없지, 미운정 고운정

 따져도 둘은 만리장성은 쌓았을 텐데... 남자 혐오증이야? 물으려다가 참았다. 그때는 떠나간 다이히토 때문에 만사가 싫었다. 그때 미나미는 다이히토를 배웅하러 나오지 않았다. 아야코도 없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당시 아야코는 우리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 한참 일본 전역을 하리케인처럼 떠돌았던 루머가 스에마쓰 아야코의 도쿄대 탈락이었다. 동경대 불합격이었다. 좀 더 구체적인 풍문은 아야코가 배가 아파서 시험을 중도에 포기했다는 거였다. 그해 수석은 이시하라 유우였다. 멍청한 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땐 난 하얗게 몰랐다. 그 일로 초특급 회오리바람이 불었고 악마의 편집으로 나는 구역질 솟구치는 인간쓰레기가 되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

 

  * * *

 

 - 야끼 오니기라 (구운 삼각김밥) 이거 맛있네.

 

 나는 쥰페이 엄마가 싸준 멘타이코 (명태알 삼각김밥)을 먹어 치운 뒤 야끼 오니기라를 두 개째 먹고 있었다. 아야코 입에도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 마시며 충무 김밥을 한가득 넣고 있었다. 유리나도 미나미도 다이히토도 쥰페이도 숙모가 알루미늄 호일에 싸준 십 이삼인 분 충무 김밥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친구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얘들이 사흘을 굶었나?

 

 버스는 신주쿠역 맞은편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했다. 신주쿠에서 나가노현(長野縣)까지 약 4시간 소요된다고 했다.

 

 - 쥰페이, 안 빼앗아 먹을게, 말 좀 해. 바깥 구경도 좀 하고...

 - 빼앗아 먹도록 타이밍을 주지 않지, 히...

 

 친구들은 찹쌀과 햅쌀을 적당히 섞고 들깨 기름을 바른 작고 길쭉한 김밥과 오징어무침 무 김치 그리고 시래기 된장국의 환상적인 조합에 시쳇말로 뻑, 갔다.

 충무 김밥의 달인 우리 엄마 곽세린 여사의 레시피 대로, 그대로 데칼코마니 한 숙모의 요리가 빛을 발했다. 친구들은 충무 김밥을 먹어본 것도 처음이지만 그렇게 맛있는 김밥은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찹쌀을 약간 섞은 햅쌀 김밥이라 쫀득쫀득 찰져 밥 자체가 맛이 있었다. 나도 쥰페이 엄마가 싸준 구운 삼각김밥과 명태알 삼각김밥이 너무 맛있어 너희들 몫까지 다섯 개를 순삭 했다고 했다. 쥰페이 너의 집 망해도 삼각김밥으로 다시 일어서겠다고 흰소리를 했다.

 환타까지 마시며 끄윽~ 트림까지 했다.

 

 - 야, 버스 전세 냈냐? 꽉, 새끼들, 입을 오바로크 치버릴라...

 

  덩치가 크면서 험상궂게 생긴 한 남자가 뒤돌아보며 중국어로 말했다. 저렇게 생기면 빌런인가? 나는 속으로 큭큭 거렸다. 한마디로 외모가 그랬다. 장발인데 씻지 않아 떡이 진 머리라 한쪽으로 쏠렸다. 몰골이 웃게 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몰랐어도 오버로크(overlock)라는 말은 알아차렸다. 아마 우리 입을 미싱으로 박겠다고 겁박을 준 거였을 거다.

 

 물론 종알종알 이야기는 했지만, 버스 전세 냈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떠들지는 않았는데 시비를 거는 것은 뭔가 있었다. 아야코가 통역해줘서 알았다. 중국인 무리 중에 우리를 보고 종간나 새끼 경동맥을 짤라, 라고 자기들끼리 나누는 한국말이 들렸다. 그 무리 속에 조선족도 끼어있는 것 같았다. 버스는 거의 만석인데 중국인 관광객 12명과 우리 여섯 명 그리고 개인적 일이나 여행으로 나가노현(長野縣)까지 가는 일본인과 백인과 흑인, 동남아인이 나머지였다. 우리는 서로 보며 조용히 하자며 손가락으로 쉿 했다.

 

 나는 아야코와 유리나는 미나미와 쥰페이는 다이히토와 짝을 이뤄 앉았다. 유리나와 미나미가 김밥 먹고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던 나무젓가락 수가 열두 개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유리나가 일어나 그 중국인 관광객들 머리 숫자를 셌다. 열둘이었다. 유리나가 과도(果刀)를 꺼내 들고 나무젓가락 앞을 연필 깎듯이 뾰족하게 다듬었다. 날카로운 부분 끝을 손바닥에 찔러보더니 따끔한지 인상을 찌푸렸다.

 

 중국인들이 여기저기 넣어두었던 중국집 식당 주방용의 넓적한 식칼과 강철로 만든 갈고리, 쇠파이프 등 여러 가지 흉기를 꺼내 옷 속에 숨기는 게 보였다. 보려면 보라는 거였다. 과시였다. 그걸로 기선 제압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였다.

 

 아야코는 중국인들의 동태를 아랑곳하지 않고 제법 많은 눈이 휘날리는 바깥 풍경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몽 닮은 눈사람 만들어야지...

 

 혼자서 독백하듯 중얼거렸다.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봤다. 우리 버스 뒤에 11인승 승합차가 따라오고 승합차 뒤로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와 같은 회사의 나가노행 버스가 뒤따라왔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야쿠자 일당은 뒤따라오지 않는 것 같았다. 저 조선족이 포함된 12명의 중국인만 잠재우면 편하게 여행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편했다. 어떻게 해치울 것인가? 그 고민만 하면 되었다. 나무젓가락을 다듬는 것을 보니 유리나와 미나미는 나름 대책이 선 것 같았다. 쟤들이 표창 던지는 무술도 배웠나? 못하는 게 없네...

 버스가 마침맞게 아담한 휴게소에 들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4 우연히 발견(?)한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 2024 / 4 / 19 32 0 4201   
103 사심과 추행의 관점 2024 / 4 / 18 35 0 4336   
102 우유부단한 스투핏(stupid) 2024 / 4 / 16 37 0 4090   
101 염불보다 잿밥에 눈먼 고분 발굴 2024 / 4 / 15 37 0 4222   
100 용천(龍泉)과 직호문녹각제도장구(直弧文鹿… 2024 / 4 / 14 37 0 4133   
99 악몽 또는 트라우마 2024 / 4 / 13 40 0 4625   
98 양파 껍질을 벗기다 2024 / 4 / 12 33 0 4182   
97 김해공항에서 생긴 의문의 사건 2024 / 4 / 11 39 0 4204   
96 될 대로 돼라(Qué será, será) 2024 / 4 / 10 34 0 4167   
95 늦었지만 추억의 병영 시절 2024 / 4 / 8 37 0 4117   
94 중국 만저우리(Manchouli, 滿洲里)에서 나를 발… 2024 / 4 / 7 37 0 4178   
93 내가 언제 화려한 시절을 꿈꾼 적이 있었나? 2024 / 4 / 6 33 0 4220   
92 태풍의 눈 속에 머물다 2024 / 4 / 5 35 0 4139   
91 아야코 집을 방문하다 2024 / 4 / 3 33 0 4222   
90 요시야 서점에서의 늑대 울음 2024 / 4 / 2 37 0 4496   
89 나와 아야코는 자석처럼 붙어 있었다 2024 / 4 / 1 41 0 4412   
88 결혼이라는 번지 점프 2024 / 3 / 30 37 0 4310   
87 외눈박이의 사랑 2024 / 3 / 28 32 0 4170   
86 허심탄회 속에 비친 묘한 기류 2024 / 3 / 27 34 0 4327   
85 결혼이라는 세레모니(ceremony) 2024 / 3 / 26 37 0 4225   
84 미나미는 정말 나무토막일까? 2024 / 3 / 25 31 0 4195   
83 스노우 모빌를 타고 설국을 누비다 2024 / 3 / 22 40 0 4117   
82 하얀 눈 위에 쌓이는 우정 2024 / 3 / 22 35 0 4279   
81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까?Ⅱ 2024 / 3 / 18 38 0 4168   
80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까?Ⅰ 2024 / 3 / 15 35 0 4113   
79 마쓰 바카이의 암흑세계 통일 2024 / 3 / 14 28 0 4085   
78 마츠리냐, 항쟁(전쟁)이냐? 2024 / 3 / 13 22 0 4097   
77 야쿠자의 전쟁은 피만 튈까? 2024 / 3 / 12 26 0 4025   
76 닷코부호(達古武湖) 호수 눈발 속에 뿌려진 … 2024 / 3 / 11 26 0 4115   
75 끈질긴 야마구치구미가 보낸 자객(刺客)들 2024 / 3 / 10 25 0 4234   
 1  2  3  4  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