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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만 영화가 눈에 보여!
작가 : 헉슬리
작품등록일 : 2022.2.28

망한 극장의 아들에게 극장 유령이 특별한 능력을 선물한다.
그때부터 흥행 영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망한 극장을 다시 일으키고, 영화계 초대박 감독으로 성장하는 이국호의 성공기!

 
4화
작성일 : 22-02-28 04:21     조회 : 111     추천 : 1     분량 : 5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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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날 늦은 오후, 이국호는 송화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그래 어디서 뭘 하든, 사내는 가슴 속에 의지만 있으면 언제라도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작별 인사를 하러 컨테이너를 찾으니 백 사장이 국호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사장님께 빌린 돈은 꼭 갚겠습니다.”

 “그건 신경 쓸 것 없어. 천천히 갚아도 돼.”

 “여러 모로 폐만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백 사장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오니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어머니는 배추를 팔러 나갔고, 주연은 취업 면접을 보러 나간 듯했다. 방 한 쪽엔 대학 합격 통지서가 구겨져 있었다.

 국호는 짤막하게 메모만 남기고, 그것으로 가족과의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극장 뒷골목에서 풀빵을 파는 영택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형. 제가 괜한 얘길 해서…….”

 “아냐. 내가 괜한 짓을 한 거지 뭐. 건강하게 잘 지내.”

 국호는 뒷골목을 빠져나와 봉운극장 앞마당으로 갔다.

 극장 앞으로 가니 매표소 옆에 푯말이 붙어 있었다.

 ‘내부 사정으로 극장이 문을 닫게 되었읍니다. 그동안 봉운극장을 이용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국호는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컴컴한 복도를 지나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영화감독이 될 거예요. 멋진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국호는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여기서 시사회를 열자. 배우들과 함께 무대 인사도 하고, 함께 앉아 영화도 보고.”

 국호의 머릿속엔 늘 그런 그림이 눈부신 빛의 조각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봉운극장에 걸고, 관객들과 함께 관람을 하는 그림……. 언제인진 알 수 없지만, 무수히 많은 언젠가가 지나고 나면 반드시 찾아올 내일의 모습이라 믿었다.

 국호는 텅 빈 객석에 앉아 어둠에 잠긴 잿빛 스크린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그 위로 지난 삶이 흑백 영화처럼 펼쳐지는 듯했다. 그 영화는 라스트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중간에서 뚝 끊어졌다. 마치 필름이 열에 타버린 것처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하지?

 아무런 계획도, 목표도, 삶의 의욕도 없었다.

 스크린 너머로 들어가 어느 이름 모를 영화 속 캐릭터로 영영 살고 싶었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릴까! 소주를 연달아 다섯 병쯤 마시면 죽으려나? 아니면 아버지처럼 하천으로 뛰어들까?’

 불쑥 그런 마음이 들 때였다.

 차르륵- 차르륵-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국호는 뒤를 돌아봤다.

 멀리 아득히 먼 곳에서 한 줄기 빛이 날아왔다.

 스크린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떻게 된 거지? 영사실에 누가 있나? 있을 턱이 없는데…….”

 국호는 영화를 처음 보는 아이처럼 신기한 눈초리로 스크린을 올려다봤다.

 영화가 펼쳐졌다. 어릴 때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봤던 영화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국호는 스크린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홀린 듯이 앉아서 스크린 너머, 빛과 마법의 세계에 영혼을 내던졌다.

 이윽고 영화가 끝났다.

 그제야 국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헉!”

 국호는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새삼 정면을 쳐다봤다. 스크린은 어둠에 잠겨 잿빛을 띠고 있었다.

 뒤를 돌아봤다. 불 꺼진 영사실에는 실오라기 같은 빛조차 찾을 수 없었다.

 “뭐야? 꿈이었나?”

 그때 객석 저 쪽에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 한 명을 발견했다. 중절모에 남루한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국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에 힘을 줬다.

 여긴 폐쇄된 극장이다. 객석에 다른 누군가가 있을 리 없었다.

 “누, 누구요?”

 더 크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이 잠겨 목소리가 안 나왔다.

 중절모 남자는 고개를 조금 숙이고 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그 위에 턱을 올려놓고 있었다.

 “누구냐니까!”

 국호가 애써 목소리를 높였다.

 남자가 잠깐 고개를 들었다.

 그러는가 싶더니, 남자의 몸이 허공을 훌쩍 날았다.

 국호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넘어졌다.

 “놀라지 말게.”

 국호 바로 뒷좌석으로 온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잔뜩 쉰 목소리였다.

 “난 그저 이 극장에 오래도록 머무른 유령일세.”

 “예에? 유, 유령?”

 국호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섰다. 하지만 유령이라고 그러면서 놀라지 말라니!

 “난 무척 오래전부터 이곳을 떠돌던 영혼일세. 이 극장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지.”

 국호는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남자를 자세히 살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모자 밑으로 드러난 코와 입가에 잔주름이 많았다.

 “그러다 이 극장이 생기고, 날마다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네.”

 국호는 잠자코 남자의 말을 들었다. 남자의 몸 주위로 파르스름한 빛이 일렁거리는 게 계속 신경 쓰였다.

 “이 극장이 문을 닫게 되어서 유감일세. 그 동안 좋은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무척 아쉬워.”

 남자의 입가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이젠 재미도 없는 고무공장의 풍경만 종일 지켜봐야 하잖아?”

 남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동안 차가운 침묵이 이어졌다.

 “그, 그런데 어째서 그런 얘길 저에게 하는 겁니까?”

 국호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뭐랄까, 자네에게 그간의 관람료를 지불해야할 것 같아서 말이야.”

 “관람료라니요? 저에게 돈을 주시겠다는 거예요?”

 “보다 시피 난 유령이라 돈 같은 건 없네.”

 남자가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그 대신 다른 좋은 것을 선물하려고 해.”

 “조, 좋은 것이라니요?”

 “자네에게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걸세.”

 남자가 지팡이를 위로 쭉 뻗었다.

 지팡이 끝에서 파르스름한 빛 덩어리가 스윽 빠져나왔다. 빛은 컴컴한 극장 안을 빙글빙글 떠다녔다.

 “귀화일세.”

 유령이 말했다.

 “귀화라니요?”

 “도깨비불이라고도 하지.”

 “도깨비불……?”

 국호는 입을 떡 벌린 채 허공을 날아다니는 불덩이를 쳐다봤다.

 “그리 놀랄 것 없다니까. 이건 그저 유령이 가진 능력 중 하나야. 뭐랄까- 사람이 죽어 우리 같은 존재가 되면 평범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돼.”

 “…….”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저 빛 덩이 속엔 그런 특별한 능력들이 담겨 있다네.”

 “저는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렇게만 알아둬. 아무튼 자네에게 큰 도움이 될 걸세. 받아두게.”

 빛 덩어리는 허공을 빙글빙글 돌더니 이내 국호에게로 날아왔다.

 파란빛이 국호의 가슴으로 들어갔다.

 “우와악!”

 국호는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아프진 않았다. 다만 몸 안에서 뜨거운 뭔가가 부글부글 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 자네가 계속 영화 쪽 일을 하길 바라네. 귀화가 자넬 도와줄 거야. 그러니 죽겠다는 나약한 마음은 버리게.”

 “…….”

 유령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물론 죽고 나면 이런 저런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네.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유령의 몸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기억해두게. 산 자만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네. 꿈도 가질 수 있고, 열정도 가질 수 있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네.”

 이제 극장 유령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국호는 어쩐지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에 손을 뻗었다.

 손은 서늘한 허공만 갈랐다.

 텅 빈 객석에 국호 혼자 남겨졌다. 유령이 했던 말들만 메아리가 되어 극장을 떠도는 눅눅한 공기 속에 파편처럼 흩날렸다.

 파란 빛 덩어리…… 귀화…… 특별한 능력…… 다시 시작……

 국호는 가슴을 만지며 일어섰다.

 그 때만해도 국호는 그것을 백일몽으로만 여겼다. 옛 극장을 찾았다가 그저 이상한 꿈을 꾼 것에 불과하리라. 그렇게만 믿었다.

 송화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국호는 점점 멀어지는 봉운을 내려다봤다. 눈에 익은 거리 풍경, 하천, 그리고 삐쭉 솟은 극장 건물……

 봉운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고자 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지나간 미련은 떨쳐내야 했다.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삶이란 묘한 것이라 때론 운명처럼 기적이 찾아오기도 한다.

 극장 유령이 준 선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송화에 도착한 첫날, 국호는 하늘극장이라는 낡은 재개봉관에서 철지난 영화를 보다가 별안간 환각 상태에 빠졌다.

 몸이 뻣뻣해지고, 파란빛이 눈앞에 일렁거렸다.

 머릿속이 스크린처럼 하얗게 바래지더니 그 위로 어떤 영상 하나가 흐릿하게 그려졌다.

 싸우는 남자들이었다. 중절모를 쓴 덩치 큰 남자가 주먹을 휘둘렀다. 상대는 일격에 나가떨어졌다. 어쩐지 낯익은 장면이었다. 중절모 남자가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그 얼굴이 크게 보였다. 그는 국호가 잘 아는 영화배우였다.

 ‘뭐야, 영화 장면이잖아!’

 그제야 국호는 그것이 오래전 봤던 영화 속 한 장면이라는 걸 알았다.

 그때 영상이 바뀌었다.

 그 영화가 상영 중인 극장의 외관이 보였다. 극장 간판과 극장 이름이 보였다.

 협객 김두한…… 하늘극장……

 그리고 극장 앞에 표를 끊기 위해 늘어선 긴 줄……

 파란빛이 사라졌다.

 영상도 사라지고, 몸도 풀렸다.

 국호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곳은 극장 안이었다. 오백 석 남짓한 좌석은 텅 비어 있었고 드문드문 보이는 관객들은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

 그 때만해도 국호는 하늘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깜짝 졸았던 것으로 여겼다.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진 사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흘 후 국호는 우연히 하늘극장 앞을 지나다 깜짝 놀랐다.

 극장에는 철지난 영화가 걸려 있었다.

 ‘협객 김두한’

 75년도 작품이었다. 장사가 안 되는 극장은 옛날 히트작을 싼 가격에 들여와 다시 걸곤 했다. ‘협객 김두한’도 그런 사정으로 걸린 영화일 테다.

 철 지난 영화가 장사가 될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워낙 저렴한 가격으로 들여올 수 있어서 웬만하면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극장 앞에는 표를 끊기 위해 기다리는 관객들로 긴 줄을 이뤘다.

 국호는 기시감에 몸을 떨었다.

 하늘극장 앞에 길게 늘어선 관객들의 모습은 며칠 전 자신이 환각 상태에서 본 바로 그 장면이었다.

 “이럴 수가…….”

 ‘자네에게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걸세.’

 유령이 했던 말이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렇다면 이것은……

 국호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머릿속에서 그날, 극장에서의 일이 연이어 떠올랐다.

 중절모를 쓴 극장 유령, 지팡이 끝에서 나온 파란빛, 귀화……

 ‘말하자면 저 빛 덩이 속엔 그런 특별한 능력들이 담겨 있다네.’

 유령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국호는 숨을 몰아쉬며 생각을 다잡았다.

 ‘그 유령이 내게 준 귀화라는 빛 덩이…… 그 속에 예지 능력이 담겨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국호는 고개를 돌려 대만원을 이룬 극장을 쳐다봤다.

 협객 김두한. 하늘극장.

 저 영화가 이 극장에서 이렇게 흥행하리라는 것을 나는 이미 봤다.

 미래를 본 것이다!

 국호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다 돌 턱에 주저앉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국호는 다시 한 번 귀화를 체험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파란 불꽃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머릿속에 하얀 영상이 펼쳐졌다.

 누군가가 하늘을 훨훨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 모습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그 영상을 본 지 삼 주 후, 한 편의 헐리웃 영화가 개봉해 전국을 뒤흔들었다.

 ‘슈퍼맨’

 전통적으로 SF영화는 국내 흥행이 어렵다는 이견을 깨고 ‘슈퍼맨’은 엄청난 관객몰이를 했다. 그리고 국호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극장 유령은 나에게 흥행할 영화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귀화에 그 능력을 담아 선물한 것이다.

 국호는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었다.

 ‘귀화의 능력 - 흥행할 영화를 보여준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능력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극장가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파워맨이 될 수 있다.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수 있다. 잃었던 아버지의 극장도 되찾을 수 있다.

 문득 유령이 했던 말 한 마디가 머릿속을 뱅뱅 맴돌았다.

 ……난 자네가 계속 영화 쪽 일을 하길 바라네. 귀화가 자넬 도와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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