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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강일호
작성일 : 22-02-18 22:42     조회 : 76     추천 : 0     분량 : 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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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카쟝을 잡는데는 결국 실패했지만, 그의 완전 범죄를 막았다는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실패라.”

 

 일호는 실패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실패.”

 

 그는 유독 ‘실패’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들었다. 다른 단어는 몰라도 꼭 '실패'라는 단어에만 반응이 왔다. 굳이 듣지 않아도, 보거나 지나치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졌다. 아무래도 어렸을 적 단 한 번의 트라우마가 머릿속에 자리를 잡은 게 문제였다. 거듭 생각해봐도 그것과 관련한 일이라고는 오직 하나 뿐이었다.

 

 “잊혀질만 하면 또 그 악몽이 떠오르네.”

 

 아주 어렸을 적 꿨던 악몽으로, 지금은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도였다. 그 꿈속에서 일호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마치 동굴 속과 같은 그곳에서 “넌 실패작이야.”라는 말만 무한 반복되었다.

 

 '실패작이라니.'

 

 누군가 그에게 안대를 채운 채 귀에 대고 고함을 치는 듯했다.

 

 "하지만 겨우 한 번 꿨는데."

 

 그 이후로는 다시 꾸지 않는 꿈이었다. 누구에게나 충격적이었던 꿈이 하나씩 있듯, 일호에게는 그 악몽이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신경 끄고 할 일이나 하러 가자."

 

 일호는 넥타이의 좌우대칭까지 바르게 맞추고 나서야 현관문 손잡이를 밀었다.

 

 [AM 7:55]

 

 일호가 근무하는 회사는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지금이라면 여유롭게 걸어가도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였기에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 곳에선 세련된 검정 외제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호는 매끈한 바지를 더듬어 주머니를 찾았다.

 

 짤랑 짤랑

 

 그의 주머니 속에서 열쇠 다발이 등장했다. 열쇠와 함께 달려 나온 열쇠고리에는 그가 나온 대학의 로고가 새겨져있었다. 대학 졸업식을 일주일 남기고 동기들과 함께 맞췄던 열쇠고리였다. 황금으로 제작되어서인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영롱한 빛을 발산했다.

 

 삐빅-

 

 차의 문이 열리고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 20대 후반인 그의 나이에 비해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세단이었다. 그는 거침없이 시동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강일호 씨."

 

 그가 자리에 앉자 네비게이션이 인사를 건넸다. 일호는 그녀의 인사를 무시하고는 운전을 시작했다.

 

 부우웅-

 

 시동소리가 들린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그의 직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명장제약회사]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일류 대학교를 졸업한 그에게 딱 맞는 일터였다. 건물의 모퉁이를 돌면 회사 전용 주차장이 나왔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1층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나이 지긋한 경비원이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강 과장님,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일호는 세계 최고 기업인 명장제약에서 과장 자리를 맡고 있었다. 명장제약의 역대 최연소 과장이기도 했다. 그는 주차장 귀퉁이 기둥 옆에 차를 세웠다.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일호가 차에서 내리자 앞에 서있던 오현식 대리가 인사를 건넸다. 일호보다 10살가량 많은 사내였지만 아직 대리에 머물러 있었다.

 

 "오 대리님이시구나. 안녕하세요. 결혼 축하드려요."

 

 오 대리는 지난 달에 결혼을 한 새신랑이었다. 일호는 다른 약속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축의금만은 두둑이 보냈다.

 

 "고맙습니다."

 

 일호는 미소로 화답하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일호는 오 대리와 협업을 몇 번 했을 뿐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그와 나눌 대화가 없었다. 난감한 상황을 깨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오 대리였다.

 

 "요즘 회사에서 백 사장님이 통 안 보이시네요."

 

 평소 백민관은 하루에 한 번씩은 회사 내부를 순회했다. 사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킨다는 의미에서 했던 행동이었다. 백 사장이 해외로 출장을 간다든지 방송 출연을 이유로 회사에 나오지 않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백민관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네요."

 "백 사장님께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내키지 않는 질문이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는 말이 일호의 목구멍 근처에서 넘실거렸다.

 

 '안 되지. 참자.'

 

 단순한 피해의식일지도 모르나, 일호도 회사 내에서 자신과 관련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그 소문의 내용은 "강일호와 백 사장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는 것이었다. 일호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터무니없는 유언비어였으나, 다른 사원들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일호는 입사도 특채로 했고, 진급도 남들에 비해 5배는 빨랐다.

 

 하지만 그런 의혹에 대해서 일호는 떳떳했다. 오히려 특혜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일호는 소리를 빽 지르고 싶었다. 그는 입사하기 전부터 남들보다 월등한 스펙을 자랑했다. 간략히 추려봐도, 고교생일 땐 국제 화학 경시대회에서 금상, 그로인해 남들보다 빠른 대학 입학, 대학에서도 국제 논문 대회에서 대상, 학교를 수석으로 조기 졸업함과 동시에 명장제약 특별 채용. 제약회사에 입사 후에도 탁월한 업무수행능력을 선보였다. 그렇게 따지면, 백 사장이 그를 총애를 하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하여튼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남 의심은 엄청 한단 말이지.'

 

 띵-

 

 엘리베이터가 두 남자 앞에 서고, 그들은 좁은 공간으로 몸을 옮겼다. 일호는 자신의 연구소가 있는 3층의 버튼을 눌렀다.

 

 "다음 소식입니다."

 

 뉴스는 엘리베이터 출입문 위에서 나오고 있었다. 강 과장과 오 대리는 고개를 들어 스케치북만 한 모니터를 응시했다.

 

 "5일 밤, 도적 카쟝이 밀수를 시도하다 적발되었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밀수범을 잡았으나 카쟝을 포획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오늘 TV로만 2번째, 신문이나 휴대폰까지 합치면 5번도 넘게 보는 소식이었다.

 

 '도둑 놓친 게 무슨 자랑이라고 맨날 보도하지?'

 

 하지만 속으로는 이번 일의 배후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퇴근길에 강상일보나 하나 사가야겠어.'

 

 벌써부터 [카쟝 Inside]가 기대됐다.

 

 '어? 저건 뭐야?'

 

 뉴스가 전해지는 도중에 화면 밑으로 자막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 짧고 빠르게 지나가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그 자막은 일호의 눈길을 지나치기엔 강렬했다.

 

 [달구시에 학목바이러스 성행]

 

 '학목바이러스라고?'

 

 뜻밖이었다. 일호는 2개월 전 즈음 한 번 들어봤던 바이러스 이름이었다. 그 후 이름을 들을 일이 없어 사그러들겠거니 여겼는데 그 바이러스가 아직도 창궐하고 있는 듯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겼을 내용이었다. 그러나 강일호는 제약회사의 사원이었다. 보통 제약회사에서는 바이러스가 성행하면 그것에 대한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런데 왜?'

 

 학목바이러스와 관련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 개발 중이라면 입소문을 타고 흘러 한 번은 들었을 법도 한데 그러지도 않았다.

 

 띵-

 

 일호가 사색에 잠긴 동안 엘리베이터는 3층에 도착해있었다.

 

 "강 과장님, 오늘도 파이팅하십쇼!"

 

 오 대리의 응원으로 사색에서 벗어난 그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탈출했다. 이제 일호의 앞에는 연구소 출입문이 서있었다. 그는 출입카드를 꺼냈다.

 

 삑-

 

 [안녕하세요. 강일호 님.]

 

 따라란-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오른편에 있던 탈의실로 들어갔다. 연구원들은 실험실로 입실하기에 앞서 실험복을 입는 것이 철칙이었다.

 

 "그래. 학목 바이러스는 누군가 담당하고 있겠지. 내 코가 석 자인데 무슨 걱정이람. 내가 맡은 약부터 우선 마무리짓자."

 

 옷을 갈아입고 소독을 하려는 찰나, 탈의실 구석의 스피커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제1연구소의 강일호 과장님은 지금 30층으로 올라와주십시오."

 "30층?"

 

 사장실이 위치한 층이었다.

 

 "날 왜 부르시는 거지?"

 

 사장실로 불리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통 사장실로 불리는 사람은 자신이 불리는 이유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상(賞)과 벌(罰), 둘 중 하나.'

 

 그렇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사장이 자신을 부르는 까닭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거 골치네."

 

 안 그래도 사장과 관련된 헛소문으로 골머리였다. 사장실로 호출을 받게 되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장 비서는 사장실 문을 당겼다. 방 안에는 각 진료과 전문의 4명이 백민관의 예후를 지켜보기 위해 일렬로 대기하고 있었다. 비서는 굳은 얼굴로 민관의 왼편에 섰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사장님?”

 

 백민관은 사장실 왼편에 놓인 침대에 누워있었다. 평소에 그가 수혈할 때 이용하는 침대였다.

 

 "어. 괜찮아."

 

 민관은 비서의 등장엔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오직 오른손에 든 문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문서는 그가 자릴 비운 동안의 회사 일들을 정리한 문서였다.

 

 펄럭 펄럭.

 

 20장이 넘어가는 빽빽한 문서였음에도 민관은 침상에서 2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확인했다. 지금도 누락된 부분이 있을까 봐 다시 한 번 넘겨보는 중이었다. 워커홀릭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면모였다.

 

 "이것 말고 회사에 특별한 일은 없었고?"

 "예.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 동안 발생한 모든 업무는 저희가 자율적으로 지시했습니다. 그 내용들도 문서에 포함되어 있고요."

 "그랬군."

 

 휘익-

 

 사장은 손을 흔들어 그를 보필하던 의사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의사들은 일제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필요하시면 불러주십시오."

 

 그들은 앙다문 입으로 언제든 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알겠어. 어서들 나가봐."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주치의를 마지막으로 모든 의사들이 사장실 밖으로 나섰다. 이제 남은 사람은 민관과 비서 둘 뿐이었다. 문이 닫히자, 사장의 눈매는 독수리 발톱처럼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혈액은, 구했나?"

 

 비서는 자동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네. 그 쪽도 저희가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아마 다음 주부터는 신선한 혈액을 공급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 잘했어."

 

 정말이지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었다.

 

 "감사합니다."

 

 장 비서는 겉으로 굳은 얼굴을 유지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동안 받아왔던 핍박들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근데...."

 

 칭찬이 끝나기 무섭게 사장은 다음 말을 꺼냈다.

 

 "...결국 카쟝은 놓친 건가?"

 "네. 저희 경호팀을 호출했을 때는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습니다."

 "경찰 자식들, 미리 항구에 잠복하고 있으라고 했더니 늦장 출동을 하지 않나, 고작 전등 몇 개 꺼졌다고 터널 안에서 범인을 놓치질 않나. 어이가 없으려니까."

 

 똑. 똑. 똑.

 

 사장실 문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다. 비서는 서둘러 문으로 걸어갔다.

 

 "누구시죠?"

 "청... 청소입니다."

 

 문밖에서 개미만 한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비서는 고개를 돌려 사장을 바라보았다.

 

 "청소부라는데 나중에 오라고 할까요?"

 

 사장은 안으로 들이라고 손짓했다.

 

 "아냐. 들여보내. 내가 누워있는 동안 사장실 청소도 안 한 것 같더만."

 

 사장의 허락을 받은 비서는 손잡이를 당겼다. 곧이어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가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시죠"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는 60세가 넘는 여인이었음도 불구하고 비서에게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그녀가 눈에 띌 정도로 저자세인 이유에는 비서의 뒤로 보이던 백 사장의 존재도 한몫했다. 그녀는 항상 사장이 부재중일 시간에만 청소를 했기에 민관이 있을 때 빗자루를 드는 게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긴장이 되는 것도 당연했다.

 

 "ㅊ, 청소하겠습니다."

 

 사장은 그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명장제약 직원임에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장 비서, 저 사람이 달구시에서 왔다는 그 여자인가?"

 

 명장제약엔 달구 출신의 직원들도 꽤 있었다. 전부 청소나 경비 쪽의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민관은 그들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인사담당도 아니거니와, 백민관이 회사를 돌아다니는 시간에는 달구 출신 직원들의 통행이 통제되었다. 그 덕에 민관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달구 사람과 만날 일이 없게 되었다.

 

 "네... 그 쪽 출신입니다."

 

 계속해서 민관은 청소부의 외형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눈을 고정시킨 채 입만 움직였다.

 

 "웬만하면 달구 사람은 안 썼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민관의 갑작스런 불평에 비서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죄송합니다. 저 아주머니가 오래 일하기도 했고 청소에 있어서는 굉장히 뛰어나서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였다. 마루 시민 1명을 고용할 돈이면 달구 시민 1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지금 당장 퇴직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됐고. 학목 바이러스 검사는 매번 하고 있지?"

 "네. 달구에서 온 직원의 경우엔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씩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달구에 다녀오는 횟수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제한하고 있고요."

 

 그들의 대화를 들은 그녀는 더욱 움츠린 자세로 바닥을 쓸었다. 그녀를 가장 작게 만드는 원인은, '달구시'라는, 지울 수 없는 그녀의 출신지였다. 일종의 낙인이었다.

 

 "그렇군. 혹시나 양성반응이 나오면 그때그때 알아서 잘 처리해. 문제 만들지 말고. 인건비 낮춘다고 값싼 인력만 찾다가는 탈 나는 수가 있어."

 "예. 알겠습니다."

 

 회사에서는 이번 달로 딱 3년 째 일하고 있는 청소부였다. 그 청소부는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대걸레로 구석을 이리저리 닦았다. 백민관은 잠시 고정시켰던 시선을 다시 비서 쪽으로 당겼다.

 

 "아무튼 카쟝 이 녀석 때문에 골치 아프게 됐단 말이지."

 "사장님, 그러면 카쟝이 괜히 손을 쓰기 전에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게...."

 "어림없는 소리!"

 

 쿵!

 

 사장은 주먹으로 벽을 찍었다. 책상 옆 쓰레기통을 비우던 청소부는 깜짝 놀라 쓰레기통을 놓쳤다. 마치 그녀가 주먹에 맞은 것처럼 소스라치는 모습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들리는 개미 목소리. 아주머니는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쓰러진 쓰레기통을 다시 세웠다. 백 사장은 청소부를 살짝 째려보더니 조심스럽게 비서를 타일렀다.

 

 "중단은 절대 안 돼. 어차피 지금은 멈출 수도 없을뿐더러, 장관들의 지원까지 받았으니 더더욱 중단해선 안 돼."

 

 백민관의 의지는 확고했다. 장 비서는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가 발 벗고 책임지겠습니다."

 "음...."

 

 사장은 한동안 대답을 유보했다. 비서는 자신이 실수했나 싶어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나 백민관이 다음 말을 뱉은 건 청소부가 쓰레기통을 씻기 위해 잠시 화장실로 간 사이였다.

 

 "...아냐, 문제가 생기는 건 걱정이 별로 안 돼. 그보다는 이제 무슨 수로 카쟝을 유인할 수 있을 지가 고민이야. "

 

 불현듯 백 사장의 머리로 떠오르는 얼굴.

 

 "우 박사는 언제 출소하나?"

 "내일 모레입니다."

 "타이밍 좋네. 이제부터 내 직속 연구팀은 'RB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지금 연구진행 상황은 어떻게 돼가고 있지?"

 "그 동안 비밀리에 진행하느라 큰 진전을 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방법에 있어서는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좋아. 계속 눈에 안 띄게 조심하고. 실험 단계는 어떤가?"

 "얼마 전에는 유인원 10쌍을 성공시켰다고 했는데 아직 그 이상으로는 실험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부로 당장 대량실험 진행해."

 

 장 비서는 대량실험이라는 단어에 바짝 긴장했다.

 

 "대량으로 진행하면 얼마 안 가서 높으신 분들이 다 눈치 채실 텐데요."

 "괜찮아. 이제 걔네들도 나를 필요로 할 테니까."

 

 똑. 똑. 똑.

 

 비밀스런 대화가 마칠 즈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청소부가 돌아왔나 봅니다."

 

 당연히 청소부 아주머니일 거라고 생각한 장 비서는 퉁명스럽게 응답했다.

 

 "들어와요."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다른 사람이었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그 목소리에 사장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강일호였다.

 

 "어, 강일호 과장 왔어?"

 

 사장은 마치 자기 아들을 부르듯이 반가운 말투였다. 일호는 침상에 있는 민관의 모습에 걱정의 눈길을 보냈다.

 

 "어디 편찮으신가요?"

 

 그는 민관이 총애하는 사원이었다. 일호가 사장에게 걸어오자 사장의 만면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냐,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장 비서를 대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였다. 일호를 바라볼 때 민관의 눈은 고산지대 청정수처럼 맑았다. 일호의 학생시절부터 지켜봐왔을 정도로 일호에게 관심이 많은 민관이었다. 일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대화를 이어갔다.

 

 "사장님, 저를 부르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 맞다. 그렇지. 내가 부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민관은 잠시 달력으로 눈을 돌렸다.

 

 "강 과장, 17일에도 회사에 나왔지?"

 "네, 그렇습니다."

 "퇴근은 언제 했나?"

 

 왜 퇴근시간을 물어보는지 의아했지만, 일호는 잠자코 대답했다.

 

 "특별한 기억은 없고, 평소처럼 8시쯤 나간 걸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는 집에 있었고?"

 "네. 평일이라서 집에만 있었습니다."

 "알았어. 연구도 막바지라 바쁠 텐데 이만 돌아가 봐."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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