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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야적장
작성일 : 22-02-18 22:35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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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님, 이것도 들고 가셔야죠."

 

 카쟝은 리브에게 서류가방을 넘겼다. 이번 거래에 쓰일 물품이었다.

 

 "참, 준비물을 깜빡할 뻔했네."

 

 리브는 가방을 들고 문을 닫았다.

 

 “조심해요.”

 

 카쟝은 나지막이 말을 뱉었다.

 

 "안 걸리겠지?"

 

 리브의 우려에 카쟝은 싱긋 웃었다.

 

 "걱정 마요. 이틀 내내 연습했으니 외모나 말투로는 진짜 장관이랑 구분하지 못할 겁니다. 장관과 매일 봤던 사이도 아닐 테니 조그마한 차이는 발견 못 할 가능성이 높고요. 혹시나 일이 꼬이면 신호 보내십쇼. 내가 미끼가 될 거니까요."

 

 어제부로 현상금 1000억이 된 사내가 장담했다.

 

 "그렇게 되면 쟤네들은 날 쫓느라 바쁠 겁니다. 어차피 리브의 존재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니까. 굳이 쫓아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알았어."

 

 카쟝의 말에는 언제나 신뢰가 담겨있었다.

 

 '지금껏 카쟝이 하자는대로만 하면 다 해결됐으니까.'

 

 당부의 말을 뒤로 하고 리브는 천천히 야적장으로 걸어갔다.

 

 “후우....”

 

 밤은 밤이었다. 아직 초가을임에도 입김이 한 움큼씩 쏟아졌다.

 

 반짝.

 

 50m 앞에서 리브를 향해 불빛이 깜빡였다. 리브는 그것이 신호임을 감지했다.

 

 뚜벅뚜벅

 

 좀 더 다가가자 불빛의 근원지가 보였다. 그 빛의 정체는 지게차의 전조등이었다. 그 지게차 앞에는 지게가 달려있었는데, 그 위엔 냉장고만한 물체가 올려져있었다.

 

 '저거다!'

 

 이윽고 걸음을 멈춘 리브 앞으로 낯선 이가 다가왔다. 그는 얼굴을 45도 기울인 채 다가오다가 심은섭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먼저 손을 내밀었다.

 

 “장관님 오셨습니까? 오랜만입니다요.”

 

 리브를 장관님이라고 부르는 남자의 생김새는 항구에서 봤던 인부들과 흡사했다.

 

 부리부리한 눈, 덥수룩한 턱수염 그리고 허리만한 팔뚝. 마치 산적 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산적이 아니라 해적이지만.

 

 ‘이 작자가 밀수꾼?’

 

 리브는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오랜만이야. 금은 어디에 있지?”

 “어휴, 성질도 급하셔라. 그거야 저희 선원들이 가지고 있습니다요.”

 

 밀수꾼이 검지로 뒤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아까 그 지게차가 서있었다.

 

 드르르륵-

 

 지게차는 천천히 그들의 곁으로 바퀴를 굴렸다. 바퀴는 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역시 저기 있는 게 맞았어.'

 

 자세히 보니 지게 위의 물건은 검은 천으로 덮여있었다. 리브는 다시 밀수꾼에게 고개를 돌려 그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평소 심 장관이 사람을 대하던 습관이었다.

 

 "내 보좌관이 내용물을 확인해도 괜찮겠지?"

 "아유~ 서운하게 왜 이러십니까? 그동안 한두 번 거래한 것도 아닌데 아직도 의심이십니까요?"

 

 리브는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밀수꾼을 예리하게 노려보았다. 5초 후 리브는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내가 만만하나?"

 "아, 아닙니다요."

 

 밀수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리브는 확인해도 되는지 다시 한 번 물었고, 밀수꾼은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확인해보시든가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브는 보좌관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확인해보라는 신호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새 카쟝은 지게차 가까이로 이동해있었다. 밀수꾼의 허락까지 받았기에 거칠 것이 없었다. 보좌관은 성큼성큼 지게차로 접근했다. 다림질한 소매만큼이나 반듯한 걸음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검은 천을 살짝 들췄고, 그 속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황금이다.'

 

 어둠속에서도 영롱하게 빛을 내고 있는 금이었다. 카쟝은 금덩이 중 하나를 꺼내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역시 완벽한 금이야.'

 

 달빛을 머금은 황금은 노르스름한 빛을 뿜어냈다.

 

 "장관님, 확인했습니다."

 

 보좌관의 확인을 받은 밀수꾼은 의기양양하게 장관을 바라보았다.

 

 "보좌관도 맞다내요. 이제 믿으시겠지요?"

 "음, 역시 확실하군."

 "아이참, 확인하셨으면 뭔가 오가야하는 거 아닙니까요?"

 

 그 산적 같은 사내는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의 비열한 웃음과 딱 어울리는 제스처였다.

 

 "맞다, 그렇지. 얼마라고 했지?"

 "정. 확. 히. 250억 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요."

 

 리브는 왼손에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앞의 남자에게 넘겼다.

 

 "그래, 딱 200억하고도 50억 더 들어있으니까 확인해봐."

 "아무렴요. 장관님이 돈 가지고 장난치실 분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말과 다르게 밀수범은 가방을 받자마자 문을 열었다. 안은 돈다발로 가득 차있었다. 리브는 그를 바라보며 설명을 또박또박 이어갔다. 돈에 집중한 밀수범의 신경을 분산시킬 목적이었다. 여기서 버벅대는 순간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돈이 한 뭉치 당 10억. 그렇게 25뭉치 들어있으니까, 총 250이지."

 

 사실 맨 위에 덮인 2억 환만 실제 현찰이었다. 나머지는 싸구려 복사기로 복사한 위조지폐였다. 이제 주인공이 무대 뒤로 퇴장할 시간이었다.

 

 "그럼 오늘 거래는 이걸로 마무리하자고."

 

 장관이라는 믿을만한 지위와 밤이라는 어두운 환경이 날조를 감추어주고 있었다. 다행히도 카쟝의 계획은 빗겨가지 않았다. 웃고 있는 밀수범의 모습이 증명하고 있었다.

 

 "흐흐흐. 그러면 이번 거래도 성공적으로 마쳤네요. 다음에 연락주시면 또 오겠습니다."

 

 위조 사실을 모르는 밀수범은 간신처럼 졸렬한 웃음을 지으며 가방을 쥐었다.

 

 드르륵-

 

 그들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지게차는 트럭 뒤에 세워졌다. 곧이어 지게의 황금이 거침없이 트레일러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밀수꾼은 갸웃거렸다.

 

 "근데 저번엔 눈에 띄기 싫다고 트럭을 안 가져오셨는데 오늘은 아주 큰 트럭을 가져 오셨네요?"

 

 리브는 산적의 추가 질문에 잠깐 당황했지만 순발력을 동원했다.

 

 "저번에 작은 차로 싣고 가느라 고생 좀 해서."

 

 그 대답을 들은 밀수꾼의 표정이 굳었다.

 

 "저번엔 배로 가져가셨는데요?"

 

 순식간에 분위기는 바닷바람보다 쌀쌀해졌다. 밀수꾼도 다음 질문을 던지기 전까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제 구석에 설치된 초대형 스피커의 차례였다.

 

 삐요오오오옹-

 

 "이게 무슨 소리야?"

 

 항구 곳곳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너는 포위됐다, 카쟝. 어서 투항해라."

 "뭐?"

 

 밀수꾼은 재빨리 뒷걸음질 치며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뭐, 뭐야. 카쟝이라고? 이게 무슨 상황이야?"

 

 심 장관은 움직임을 멈췄다. 밀수꾼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장관을 바라봤다.

 

 "장관님 이게 뭐에요? 경찰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하지만 장관의 동공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진정한 연기는 지금부터였다.

 

 "그...."

 

 리브는 매운 고추라도 씹은 것처럼 빨개진 얼굴로 울상을 지었다. 울먹거리는 모습이 마치 터지기 직전의 만두 같았다.

 

 "...저는 몰라요, 훌쩍, 저기 저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는 눈물을 닦으며 뒤에 있던 트럭을 가리켰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빵! 빵--!

 

 클랙슨이 울리자, 밀수꾼은 트럭을 바라보았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사람은 방금 보았던 보좌관이었다.

 

 "당신 부하잖아요?"

 

 하지만 보좌관의 태도를 비롯한 분위기가 이전과 너무 달랐다. 1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듯' 그 자체였던 보좌관은 운전석에서 배꼽을 쥐고 깔깔댔다.

 

 "황금은 잘 가져가겠수다!"

 

 보좌관은 양복을 시원하게 벗어젖히고 창밖으로 던졌다.

 

 "그럼 모두들 안녕~!"

 

 트럭의 시동이 걸리고, 카쟝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와앙-!

 

 “이, 이게 뭐야! 정말 카쟝이야? 카쟝이 왜 여기 있어?”

 

 그제야 밀수꾼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2억이 든 가방을 내팽개친 채 서둘러 총구를 트럭으로 돌렸다. 그와 동시에 심 장관의 팔이 움직였다.

 

 "위험하잖아!"

 

 리브는 재빨리 손날로 밀수꾼의 총을 올려쳤다.

 

 타앙-

 

 총소리는 허공에 울렸다. 역시나 당황한 쪽은 밀수꾼이었다.

 

 "심 장관, 아니, 당신! 정체가 뭐야!"

 

 밀수꾼은 뒷걸음질 치며 재장전했다. 리브는 그가 장전에 정신을 판 사이에 다시 그를 덮쳤다.

 

 쿵.

 

 밀수꾼의 등으로 두 사내의 무게만큼 충격이 전해졌다.

 

 "악!"

 

 두 남자는 서로 얽히고설킨 상태로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그들은 10초 동안 10시간 같은 사투를 벌였다.

 

 "으익, 당신도 한 패였어?"

 

 그의 물음에 리브는 고개를 흔들었다.

 

 "초...총은 위험해요."

 "이게 정신이 나갔나. 그건 또 무슨 소리ㅇ... 앆!"

 

 밀수꾼은 강한 충격과 함께 말을 잃었다. 그의 내장으로 극심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그의 옆구리를 가격한 것은 카쟝의 구두코였다.

 

 "카쟝... 이 자식...."

 

 카쟝의 발이 힘껏 들어간 탓에 밀수꾼은 아르마딜로처럼 등을 굽힌 채 꼼짝도 못했다. 그 사이 카쟝은 리브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밀수꾼의 눈엔 카쟝이 어디 모자란 사람을 끌고 온 것으로 보였다.

 

 "야 이 자식아.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 일단 차에 타."

 

 삐요옹- 삐요옹-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어서!"

 

 카쟝은 리브를 옆에 세워둔 트럭까지 부축했다. 리브가 조수석에 앉자, 카쟝은 그를 운전석으로 밀어넣었다. 그는 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야 존댓말을 썼다.

 

 "잠시만 운전해줘요."

 "뭐? 아무리 경찰이 가짜라도 그렇지, 난 운전 자체가 서툴단 말이야."

 

 카쟝은 트럭 뒤에 달린 트레일러를 가리켰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듯이 바삐 움직였다.

 

 "난 뒤에서 뭐 좀 준비해야겠어요."

 

 그 말만 남기고 카쟝은 곧장 트레일러로 뛰어갔다. 트레일러 문을 열기 전 카쟝은 마지막으로 리브를 불렀다.

 

 "아, 그리고!"

 

 리브는 사이드 미러로 카쟝을 바라보았다.

 

 "왜?"

 

 끼익-

 

 카쟝은 트레일러 문을 열며 한마디 덧붙였다.

 

 "저거 가짜 사이렌 소리 아니에요."

 "우리가 준비한 사이렌 아니였어?"

 "우리 스피커는 작동하지도 않았어요. 저거 진짜 경찰입니다. 빨리 액셀 밟아요!"

 "으엥?"

 

 리브는 기괴한 탄성과 함께 운전대를 잡았다.

 

 "이런, 운전 안 한지 오래 됐는데... 카쟝, 꽉 붙잡아!"

 

 부우우웅-

 

 차체가 큰 탓에 속도가 좀처럼 나질 않았다.

 

 삐요옹- 삐요옹-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빨리 좀 움직여라...."

 

 리브는 발에 체중을 싣고 액셀을 꾸욱 밟았다.

 

 부와아앙-!

 

 천둥 같은 굉음과 함께 트럭은 속도를 붙였다. 무거운 차체와 매서운 속도는 걷잡을 수 없는 관성을 만들었다. 경찰의 사이렌 소리도 금세 작아졌다.

 

 "일단 급한 불은 껐고."

 

 항구를 빠져나온 트럭은 곧 도로 위로 진입했다. 10톤 트럭의 육중한 크기와 거대한 엔진소리는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박살낼 것만 같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운전대를 잡은 리브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 트럭의 속도를 더욱 올렸다.

 

 부와아아앙-!

 

 황소마냥 질주하는 트럭 앞에서 다른 차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길을 비켰다. 다른 운전자들도 가만히 있다간 이생과 하직하겠다고 여긴 것이었다.

 

 “저기, 카쟝!”

 

 항구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분간되지 않을 즈음에서야 리브는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이제 어디로 가야해? 진짜 경찰이면 집으로 가면 안 되잖아."

 

 트레일러 환기구에서 카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거, 항상 대비해온 거 있잖습니까. 경찰과 추격전이 펼쳐졌을 경우에 쓰려고 했던 방법. 큰 길로 쭉 가세요!"

 "추격전 할 때 쓰려던 작전? 큰 길?"

 

 삐요오옹-

 

 따돌린 줄로만 알았던 경찰차들이 어느새 트럭 바로 뒤에 붙었다. 리브가 조금이라도 속도를 줄인다면 곧장 부딪힐 거리였다.

 

 "아!"

 

 리브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카쟝이 트레일러로 들어간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는 옆에 놓여있던 새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신속히 내비게이션을 작동시켰다.

 

 "어디 보자, 여기서 '그 터널'로 가려면 어디로 꺾어야 하냐...?"

 

 경찰차의 사이렌이 운전석 바로 옆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차를 세워라 카쟝!"

 

 마치 트럭을 호위하듯, 경찰차들은 'U'모양으로 트레일러를 에워쌌다. 리브는 아직까지 장관으로 변장한 상태였지만,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정면으로 고정했다. 그러다 문득 밀수범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쯤이면 밀수꾼들은 죄다 잡혔겠어.'

 

 리브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그 사이, 앞유리 너머로 목표했던 터널이 나타났다.

 

 "카쟝! 경찰들이 터널 출구에 바리케이드라도 쳐놨으면 어쩌지?"

 “걱정 마요. 일단 들어가고 중간쯤 지날 때 나한테 신호를 보내십쇼.”

 “알겠어.”

 

 이미 카쟝의 작전을 알았기에 리브는 별말 없이 수긍했다.

 

 “카쟝! 너는 포위됐다. 지금이라도 도주를 멈춰라!”

 

 리브는 경찰의 권유를 무시한 채 오히려 액셀을 거세게 밟았다.

 

 크와앙-

 

 트럭은 맹수의 포효를 내며 터널로 진입했다. 포효 소리는 순식간에 터널을 꽉 채웠다. 터널은 1km 가까이 되는 편도 4차선도로였다. 아직까지 터널에 정체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출구에 바리케이드는 없다고 여겨졌다.

 

 “카쟝, 이제 곧 중간지점이 나와.”

 “알았어요. 준비 다 됐습니다.”

 

 카쟝의 손에는 리모컨 비스무리한 물체가 들려있었다.

 

 “언제 써먹나 했는데....”

 

 트럭이 500m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카쟝, 지금!”

 "오케이!"

 

 리브의 외침과 함께 카쟝은 들고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위이잉-

 

 툭.

 

 터널의 전등이 안부터 바깥까지 일순간 소등되었다. 눈 깜짝할 새에 트레일러트럭 주변이 암흑으로 둘러싸였다. 전조등으로 감당하기 힘든 어둠이 찾아왔다.

 

 빵- 빵- 빠앙-

 

 “이게 뭐야?”

 "갑자기 뭔 정전이야?"

 “아무 것도 안 보여!”

 

 터널 내부는 혼란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헤드라이트를 껐다 켜도 터널 속 암흑은 물리치기 역부족이었다.

 

 끼이익-

 

 이어지는 충돌소리.

 

 콰광! 쿵!

 

 옆에서 들리던 사이렌소리도 사라졌다.

 

 삐- 삐-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잠시 동안은 경찰도 우리 위치를 모를 거야.”

 

 리브는 신속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선글라스 덕에 그의 눈은 어둠에 쉽게 익숙해졌다.

 

 “카쟝, 차 오른쪽으로 붙일게!”

 

 트럭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오른쪽 벽에 밀착했다. 차를 세우자마자 뒤편에서 카쟝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브, 빨리 들어와요.”

 

 리브는 운전석에서 내려 카쟝의 목소리를 따라 트레일러로 뛰어들었다.

 

 끼익-

 

 리브가 들어간 지 몇 초 지나지 않아 트레일러의 문이 활짝 열렸다.

 

 “출발합니다.”

 

 부와앙-

 

 트레일러를 뚫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스포츠카였다.

 

 “자리가 좀 좁긴 해도 참아요.”

 

 애초에 작은 크기의 자동차였다. 더군다나 지금은 두 사람이 앉은 자리를 제외하고는 죄다 금덩이로 꽉 차있었다. 액수만큼이나 묵직한 황금의 무게로 인해 스포츠카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속도로 괜찮겠어?"

 “걱정 마요, 이제부터 제대로 밟을거니까.”

 

 카쟝은 기어를 올렸다.

 

 부와아앙-

 

 중력을 거스르며 스포츠카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터널 내부의 전등도 하나둘씩 돌아와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카쟝, 불이 들어오고 있어.”

 “나도 알아요. 경찰들은 일단 트럭부터 조사할 거에요. 우리는 그 틈에 사라지면 됩니다.”

 “알았어.”

 

 리브가 뒤를 돌아봤을 때, 터널 곳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경찰들은 대충 따돌린 거 같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터널 밖에선 경찰차가 아닌 소방차의 사이렌만 울려퍼졌다. 스포츠카는 터널을 나와 쉬지 않고 도시의 외곽을 따라 달렸다. 두 사람에겐 정신을 가다듬을 곳이 필요했다.

 

 "오호...."

 

 잠시 쉴 장소를 물색하는 동안, 리브는 주위에 쌓인 황금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이것만 몇 백 억 되는 거 아냐? 이거면 평생 먹고 살고도 남겠다.”

 “그 평생을 두어 번 더 살아도 남을 걸요?”

 “오....”

 

 리브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하지만 카쟝은 그 희망찬 눈빛을 단칼에 두 동강 냈다.

 

 “어차피 우리 돈은 아니니까 너무 좋아하진 마십쇼.”

 “아, 그건 그렇지.”

 

 리브에게는 잠시나마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럼 이건 어때?”

 

 리브는 오른손에 들린 물건을 카쟝에게 내밀었다.

 

 “아니, 이걸 가져왔습니까?”

 

 리브의 손에 들린 것은 밀수꾼과의 거래에 쓰였던 가방이었다. 밀수꾼이 쓰러졌을 때 챙겨 온 것이었다.

 

 “2억이 너무 아깝더라고.”

 

 리브는 공짜로 2억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들떴다. 하지만 카쟝의 얼굴은 그렇지 않았다. 카쟝은 쓰레기를 주워온 아이를 혼내는 엄마로 빙의했다. 그의 눈썹은 V자로 서있었다.

 

 “다음부턴 이런 거에 욕심내지 마요. 돈 몇 푼 쥐려다가 남은 인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괜히 욕심을 부렸다가 화를 입을 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칭찬 받을 줄 알았던 리브에겐 꾸중만 돌아왔다. 날이 선 카쟝과 시무룩해진 리브. 리브는 얼른 주제를 돌렸다.

 

 “으응. 알겠어. 조심할게. 근데 경찰들은 어떻게 온 거지?”

 “심 장관이 생각보다 일찍 깨버린 것 같아요.”

 

 경찰에게 예상보다 빨리 발각되는 바람에 뒷수습도 제대로 못했다. 겨우 줄행랑만 쳤을 뿐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도망은 쳤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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