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40. 마찬가지
작성일 : 22-01-27 13:23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709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성은 유아의 곁에 있었다. 기절하여 쓰러진 유아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유아의 손을 꼭 잡고 그저 기도만 하던 성은 깨어나는 기미가 보이자 유아를 뚫어져라 보았다. 유아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부인. 유아야. 나 보여?”

 “... 저하...”

 “하... 다행이다. 다행이야.”

 

 유아가 안정을 되찾아가기 위해선 우선 이곳을 잠시 떠나있어야 한다는 어의의 의견이 있었다. 성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아가 정신이 들자마자 그는 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전하. 세손저하께오서 드셨나이다.”

 “들라하라.”

 

 성은 비장하게 대왕의 앞에 섰다.

 

 “빈궁은 차도가 있느냐?”

 “예. 금방 정신이 드는 것을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어쩐 일이냐?”

 “전하. 빈궁을 잠시 사가에서 지내게 함이 좋을 듯합니다.”

 “허나, 너희 부부가 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백성들 보기에 좋지 않다. 괜한 소문이 생겨날까 그것이 염려되는 구나.”

 “빈궁에겐 오랜 시간 묻어놓은 마음의 병이 있나이다. 워낙 강한 사람이라, 모두 극복해내고 잘 지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마음의 병이 이곳에서 다시 도졌나이다. 해서, 잠시라도 마음의 안정을 갖고, 사가에서 평소 지내던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허면, 빈궁의 친정에-”

 “아니옵니다. 제가 지내던 사가에서 지내게 할 작정입니다.”

 “어째서?”

 “그저 허락해주소서. 기회가 되는 날, 모두 말씀 올리겠나이다.”

 “그래. 세손이 달리 생각이 있나 보구나. 좋다. 허나, 길어져서는 안 된다. 회복이 되는 즉시, 돌아와야 하느니라.”

 “예. 황공하옵니다, 전하.”

 

 대왕의 허락으로 유아는 궐 밖에서 잠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유아의 외출에 성은 바빠졌다. 유아가 궐 밖에서 지내는 동안 곁에서 그녀를 지켜줄 사람들에게 모두 부탁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성은 우선 사간원 정언이 된 영목을 불렀다.

 

 “세손저하. 부르셨나이까?”

 “앉아.”

 

 성은 어딘가 불안해보였다.

 

 “어디가 불편하시옵니까?”

 “편히 해. 괜찮아.”

 “어찌 그리하겠습니까? 저도 이제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인걸요.”

 “내가 부탁할 게 있어.”

 “뭔데?”

 “전환이 빠르다?”

 “편히 하라며?”

 

 성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빈궁이 곧 외출을 하게 될 거야.”

 “왜? 사이가 안 좋아? 죽고 못 살았잖아.”

 “지금도 죽을 것 같아. 유아가 나가는 생각만 하면.”

 “왜? 뭐 잘못했어? 한 눈 팔았어?”

 “아, 진짜! 아니야. 절대. 유아가 좀 아파. 마음이. 안정이 필요해서, 잠시 외출을 시키는 거야.”

 “소문 들었다. 중전마마한테 불려갔다가, 혜빈마마한테 혼났다가 그렇게 바쁘시다고.”

 “그러니까. 병이 나지.”

 “너, 줄 잘 타라. 처세 잘못하면, 빈궁마마만 더 고달파진다?”

 “왜?”

 “시집살이 오래 할 바엔, 국경 가서 칼을 든다잖아. 그 정도로 고달픈 일이야.”

 “하...”

 “그건 그렇고. 빈궁마마 외출이랑 나는 무슨 관련이 있어?”

 “내가 계속 출궁을 할 순 없으니, 네가 좀 지켜봐 줘.”

 “보고도 하고?”

 

 성은 시익 웃어보였다.

 

 “아, 짜증나는 놈.”

 “야. 세손한테 짜증나는 놈이라 하는 위인은 너 뿐일 거다.”

 “나 뿐이겠냐?”

 “부탁한다. 내 피가 지금부터 말라가.”

 “으이구! 알았다. 틈나는 대로 들리겠습니다, 저하.”

 

 그리고 성은 백씨에게 서신을 썼다.

 

 -백선생. 빈궁이 오늘 저녁 외출을 할 것이네. 마음의 병이 다 나을 때까지 내 사가에서 지낼 예정이니, 틈이 나는 대로 좀 돌봐주게. 부탁하네.-

 

 ***

 

 혜빈은 구준과 마주 앉았다.

 

 “전하께서 빈궁에게 칼을 휘두르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예. 저도 들었습니다.”

 “도승지.”

 “예, 혜빈마마.”

 “우리의 거래가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인 말씀이 시온 지.”

 “아직 세자가 있질 않습니까?”

 “해서, 세손을 보위에 앉히기 위해 또 다른 세자를 죽이시렵니까?”

 “뭐라? 도승지 그 무슨 막말이오!”

 “세자께서 보위를 잇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세손의 처마로 피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세손의 처마 아래는 아직 자리가 없어서. 정리가 되는 대로 가야지요.”

 “정리라? 세손은 효심이 강한 분이오.”

 “예. 알지요.”

 

 구준은 여유로워보였다. 성과 밀회를 한 결과였으나, 윤희가 이를 알 리가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구준과 윤희는 서로 다른 배를 타고 있음을 확인했다.

 

 ***

 

 저녁. 세손의 처소. 마당 앞엔 가마가 대기하고 있었다. 방 안에서는 서로 헤어지지 못하고 서로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부부가 서 있었다.

 

 “너 가면, 나 어떻게 잠들지?”

 “그러게요. 전 무서워서 어찌 홀로 있습니까?”

 “같이 나갈까?”

 “안됩니다. 할 일이 많으시잖습니까.”

 “별로 없어. 나가도 상관없어.”

 “저하...”

 “하... 벌써 숨이 막힌다.”

 

 성은 유아를 끌어안았다.

 

 “보고 싶어 어쩌니? 지금 이러고 있어도 보고 싶은데.”

 “빨리 회복해서, 돌아올게요. 후다닥 돌아올게요.”

 “틈 날 때마다 나갈게. 꼭 기다리고 있어.”

 “그럼요. 언제든. 보고 싶을 거예요.”

 “놓아주기 싫다.”

 “저두요.”

 “허면 나가지 말아라.”

 “염려가 됩니다.”

 “뭐가?”

 “궐엔 예쁜 궁녀들이 몇 백이나 있습니다.”

 “내가 그들 중 하나에게 홀리기라도 할까 염려가 되느냐? 혹, 투기인 것이냐?”

 “하면 안 됩니까?”

 “아니. 해도 된다. 다른 이는 안 된다 해도, 너는 된다. 다 된다.”

 “정말 그러면,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무서워서라도 그러면 안 되겠다.”

 “하실 생각이 있으셨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아니야. 절대!”

 “하... 사내의 말은 반만 믿으라는 청씨 아재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나는 아니야. 진짜. 믿어라.”

 “그럼요. 다 믿어요. 서방님 말씀은 뭐든.”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참 부여잡고 있었다.

 

 ***

 

 유아가 저녁 늦게 궐에서 나가고, 다음날. 대왕의 상태는 이상하리만큼 차도가 보이는 것 같았다. 정신을 잃고 행동하는 것도 많이 줄었다. 국사를 직접 돌보기 시작했고, 김씨들이 득세하다 다시 홍씨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영의정이 된 홍보함을 매우 신임하는 것을 보면 그랬다. 홍보함의 차자(*상소문)가 매일 올라왔고, 대왕이 이에 응답했다.

 

 -전하. 장성의 부사 정 순은 광주목사로 옮겨 제수하셨는데, 쇠퇴한 국면을 책임 지워 이룩함이 이치에 마땅하니. 잉임(*임기를 연장하는 것)함이 마땅하옵니다.-

 

 “장성 부사 정순의 잉임을 허하노라.”

 

 대전회의에서도 홍보함의 활약은 이어졌다. 그의 칼날에 다치는 것은 김씨 세력이었다.

 

 “전하. 경상도 암행어사를 파직하소서. 그가 남해에서 벌어진 사건의 의혹을 소상히 조사하기 위해 전라도 구례현으로 갔사온데, 고을을 다스리지 못하였다 하여 해당 현감과 전라 좌수사를 파직하라 청하여 명을 내리셨나이다. 이 점에 문제가 있으니, 첫째는 암행어사가 미리 사실을 고하고 죄를 다스리는 것이 예인데, 그러지 않고 행하였으니 이는 훗날의 폐단을 낳을까 염려되옵니다. 또한, 전 전라좌수사가 조정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겠다 한 것은 책망할 일이 아니옵니다. 가진 장물도 많지 않아 죄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헌데, 시시비비를 가리지도 않고 행하였으니, 마땅히 처벌하는 것이 옳습니다.”

 

 홍보함은 세밀하고 논리에 맞는 제물을 선택해 하나씩 쓰러뜨려나갔다. 그의 혀는 칼이었고, 그의 말에 김씨들은 힘없이 쓰러져나갔다. 그러자 도승지 김구준은 불안해졌다. 마침내 쌀쌀한 바람에 맞지 않게 참으로 맑은 하늘이 있던 날, 오후. 두 사람은 풍광이 좋은 한 정자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잘 빚은 술 한 병에 달달한 안주가 깔린 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도포자락을 흩날리며 자리에 앉았다.

 

 “날이 참으로 좋소. 아니 그렇소, 도승지?”

 “예. 날을 잘 고르셨습니다. 대감.”

 “자! 한 잔 받으시게.”

 

 두 사람은 사이좋게 한 모금의 술을 마셨다. 씁쓸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술은 참으로 달았다.

 

 “내가 자네를 본 지가 벌써 몇 해나 되었지?”

 “벌써 20년입니다, 어르신.”

 “그렇게나 오래 되었는가?”

 “예. 제 어린 시절부터 어르신을 뵈었으니. 벌써 세월이 그리되었습니다.”

 “그래. 세월이 오래 흐르긴 했지. 소학을 떼던 자네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어엿한 영수가 되셨으니. 허허허.”

 

 보함은 다시 한 모금 더 술을 들이켰다.

 

 “어찌 물어보지 않으십니까?”

 “자네가 날 찾은 연유는 분명하거늘, 굳이 술맛 떨어뜨릴 말을 해서 뭣하겠나?”

 “어르신. 한 번만 도와주시지요.”

 “내가 도울 것은 무엇이고, 수를 무를 것은 또 무엇인가? 나는 그저 백성과 나라와 내 주군에게 충성할 따름일세.”

 “어르신!”

 

 구준은 무릎을 꿇었다.

 

 “어허, 이 사람! 어찌 이 좋은 날을 험악하게 만드시는가? 예의가 아닐세.”

 “도와주십시오.”

 “하... 거, 참. 자네 아비도 생전에 날 곤혹스레 하는 행동을 골라하긴 했지. 해서, 우린 이틀에 한 번 꼴로 다투곤 했어. 그것이 세월로 쌓이니, 이리 갈라지게 된 것이지. 전하께오서 탕평하길 원하시어 진정 나라와 백성을 사이에 두고 의기투합하려했으나, 자네 아비는 나와는 맞지 않는 위인이었지. 술을 나눌 벗으로는 참으로 좋은데 말이야.”

 “한 수만 물려주십시오.”

 “좋네! 내 도제조의 자리를 내놓도록 하지. 내 나이도 이제 환갑을 바라보니, 전하께오서도 윤허하실 걸세. 허나, 그 자리는 그대와도 얽히지 말아야 하네. 무슨 뜻인지 아시겠나?”

 “예! 참으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그깟 자리가 무엇이라고. 자, 한 잔 받으시게.”

 “예!”

 

 구준은 시원하게 한 모금 넘겼다. 이제야 술이 달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한당(*구준의 아버지의 호)의 아들 답구만. 어쩜 이리 술맛 좋은 것만 골라 마시는지. 내가 자네 아버지의 술 만드는 솜씨에 파직당할 뻔한 건 아는가? 주상전하께오서 지금도 물론, 술 빚는 것을 금하시니 도통 술맛을 느낄 새가 있었겠는가? 헌데, 자네 집안의 제사가 얼마나 많아. 한당이 술 한 번 빚었다하면, 내가 그걸 맛보느라 정신이 없었다네. 한당이 자네에게도 술 빚는 것을 전수하였는가?”

 “맛보기 좋다 하시니, 영광입니다.”

 “한당의 맛이야. 그 맛일세. 좋네, 좋아!”

 

 어느새 다시 바뀐 공수의 관계. 두 세력은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며 권력을 나누어 가졌다. 보함이 가진 칼이 언제 다시 구준에게로 돌아갈지 앞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가진 칼에 만족하며 그 힘을 즐기는 수밖에.

 

 다음날, 보함은 대왕에게 영의정과 겸하는 내의원의 도제조의 관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대왕은 이를 허락했다. 보함과 구준은 추천인을 하나씩 뽑아 제안했다. 두 세력과는 전혀 무관한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균형을 찾아나가나 싶었다.

 

 ***

 

 “아이고! 이게 누구야?!”

 

 운종가. 책방 앞에 웃으며 서 있는 아리따운 여인, 유아였다. 백선생은 책을 정리하다말고 다 팽개치고 유아에게 갔다. 신씨는 뒤에 서 있는 연실을 보고는 벌써부터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스승님. 아저씨들. 잘 지내셨습니까?”

 “아이고~ 우리 아가씨~”

 

 청씨는 반가움에 유아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백씨가 청씨의 등을 내리쳤다.

 

 “어딜! 혼례도 한 귀한 분께.”

 “반갑잖아.”

 “그럼요. 반갑잖아요~ 스승니~임~ 아재~~~”

 

 유아가 세 사람을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그렇게 간만의 상봉이 이루어지고, 유아는 옆집 비단가게에서 장사하는 호석이도 함께 인사했다.

 

 “어찌 나오셨습니까?”

 “아시면서.”

 “쫓겨나신 건 아니지요?”

 “왜요? 그럼 안 됩니까?”

 “어허! 그런 걸로 장난하심 안 됩니다.”

 “헤헤~ 나오니 좋습니다.”

 “진짜 나오신 건 아니지요?”

 “잠시 요양을 나왔대요.”

 

 신씨가 연실과 눈물을 훔치며 책방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 하느라 조금 늦게 합류했다. 백씨만이 이 소식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괜히 모르는 척 물었다.

 

 “그럼, 어디서 지내시려고요?”

 “저하의 사가요. 거긴 아무도 없으니, 당분간 그곳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래도 오래 있진 마십시오. 저하께서 애타게 기다리실 테니.”

 “저하께서도 종종 나오실 겁니다. 어의도 매일같이 올 거고요.”

 “다행입니다.”

 

 그때였다. 책방 앞으로 말이 급히 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말에서 내리는 사람은 호석이의 서신을 받고 급히 달려온 만영이었다.

 

 “마마!”

 “쉿! 만영고모~”

 

 만영과 유아가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어찌 나오셨습니까? 오시면 기별을 하시지요.”

 “그럴 겨를이 없었습니다. 저하께서 놓아주시질 않으시니.”

 “어휴~ 능글맞긴.”

 

 만영은 유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니, 궐엔 맛 나는 것도 없답니까? 얼굴이 왜 이리 상했어요?”

 

 그러자, 곁에 서 있던 청씨의 표정이 음흉해졌다. 눈썹을 들썩이며 만영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누이는 참. 그걸 몰라 하는 소리요? 아직 혼례를 치르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 않잖소~”

 “어머! 웬일이니!”

 

 유아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정말 다들 왜 이러십니까~ 부끄럽게.”

 “여기 좁은 데서 이러지 말고, 이참에 다 같이 갑시다!”

 “어딜요?”

 “제 상단이요. 가십시다. 백씨 자네도 오늘 장사 접어!”

 

 만영은 유아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호석이 자네도, 가게 문 닫고 상단으로 넘어와. 간만에 모인 식구들이랑 밤새 진탕 놀아야겠으니.”

 “예, 어르신! 곧 가겠심더.”

 

 ***

 

 밤이 이어지도록 만영의 상단은 시끌벅적 축제의 장이었다. 그 사이, 슬그머니 그곳을 찾아온 그림자. 성과 수였다.

 

 “즐거워 보이네.”

 “부를까요?”

 “아니. 오늘은 보기만 하자.”

 

 그때였다. 방에서 유아가 잠시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던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다.”

 “팔불출이라 하던데요. 저하 같은 사람을.”

 “쉿!”

 

 성은 흐뭇하게 유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구석에서 나타난 웬 양인?!

 

 “아가씨. 왜 나와 계십니까?”

 “어, 페데르. 너는?”

 “저는, 조선의 술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조선에 오니 어때?”

 “사람은 똑같습니다.”

 “그래? 재미난 말이구나. 나도 한땐, 바다 건너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갈 수 없습니까?”

 “응. 갈 수 없어. 내가 사는 곳은 아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지낼 분이라.”

 “저도 그렇습니다. 조선을 떠날 수 없습니다.”

 “너는 왜?”

 “저도 연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떠날 수 없게 됐어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담장 너머로 지켜보는 성의 눈엔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수도 차마 말을 걸 수 없을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

 

 “저, 저하.”

 “쉿!”

 “혹시, 질투...?”

 “조용히 하라고. 뭐라는 지 잘 안 들리잖아. 저 양인 놈이 뭐라는 거야?!”

 

 유아는 페데르의 말을 듣고 환하게 웃었다. 성은 유아의 환한 미소에 멈칫했다.

 

 “저 웃음은 이렇게 나와서야 다시 보는 구나...”

 “예?”

 “그런데... 어찌하여 저 양인 놈에게 건네는고?”

 

 성의 눈에 불길이 솟구쳤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0 40. 마찬가지 2022 / 1 / 27 36 0 7098   
39 39. 피 마르는 사랑 2022 / 1 / 27 35 0 6099   
38 38. 여기는 어디인가 2022 / 1 / 27 30 0 6794   
37 37. 야한 왕자님 2022 / 1 / 27 32 0 6451   
36 36. 결혼은 현실이다 2022 / 1 / 27 31 0 7770   
35 35. 진짜 2022 / 1 / 27 29 0 6015   
34 34. 드디어 2022 / 1 / 27 28 0 6577   
33 33. 저울질 2022 / 1 / 27 27 0 6764   
32 32. 우연의 탈 2022 / 1 / 27 27 0 5503   
31 31. 왕자의 결혼 2022 / 1 / 27 32 0 6647   
30 30. 계획 2022 / 1 / 27 30 0 5544   
29 29. 연모에 빠진 날 2022 / 1 / 27 32 0 5960   
28 28. 밀회 2022 / 1 / 27 32 0 5906   
27 27. 진심 2022 / 1 / 27 31 0 5446   
26 26. 나쁜 녀석들이 판치는 세상 2022 / 1 / 27 31 0 5022   
25 25. 어긋남 2020 / 9 / 23 128 0 4895   
24 24. 함께 갇히다 2020 / 9 / 23 136 0 6045   
23 23. 여인 2020 / 9 / 23 129 0 6439   
22 22. 수장 2020 / 9 / 22 122 0 6714   
21 21. 누구 2020 / 9 / 22 129 0 7890   
20 20. 왕관의 무게 2020 / 9 / 21 144 0 5172   
19 19. 선택 2020 / 9 / 21 137 0 4937   
18 18. 쉿 2020 / 9 / 21 131 0 7984   
17 17. 인연 2020 / 9 / 21 126 0 4672   
16 16. 또 반하다 2020 / 9 / 21 141 0 5681   
15 15. 컴백 운종가 2020 / 9 / 21 156 0 5433   
14 14. 온다. 나에게 2020 / 9 / 21 138 0 5466   
13 13. 후회 2020 / 9 / 21 138 0 3343   
12 12. 단오 2020 / 9 / 21 134 0 4000   
11 11. 사랑 2020 / 9 / 21 142 0 4097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야릇한 호레이쇼
joinB
내 약혼자가 왕
joinB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