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17. 인연
작성일 : 20-09-21 18:04     조회 : 125     추천 : 0     분량 : 467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성은 반촌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아주 가끔 가는 것이었으나, 이곳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왕도 건들 수 없는 곳이라, 이곳만의 규칙이 있었다. 어쩌면 해방의 장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성 자신이 범죄자도 아닌데 말이다.

 

 성균관에서 간만에 유생들이 우르르 나왔다. 모처럼 얻은 휴가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성은 말을 세워놓고, 성균관 입구에서 나오는 유생들을 보았다. 그리고 수십의 유생들 사이, 성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유생들이 있었다. 친구 홍영목과 그 외 친구들이었다.

 

 “성아!”

 

 함부로 부를 수 없는 그 이름을 성은 친구들에게는 허락했다. 그 중에서도 영목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렇게 남자 넷이 간만에 뭉치게 되었고, 이들은 곧장 운종가 주막으로 향했다.

 

 “잘 지냈어?”

 “온 몸이 근질근질해서 죽는 줄 알았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영목이 너는 검을 잡아야 해. 공부가 체질에 맞냐?”

 “내 말이. 그래도 어쩌냐? 숙부 돈으로 자랐으니, 과거 급제는 해야 빚을 갚지.”

 “참 고달픈 인생이다.”

 “너야 말로.”

 

 운종가 주막에 열아홉의 네 남자는 그렇게 술잔을 부딪치며 간만의 회포를 풀었다.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진 성은 친구들에게 속삭였다.

 

 “내가 최근에 아주 재미난 곳을 발견했는데 말이야.”

 “어딘데?”

 “백씨네 책방이라고-”

 “어?! 거기 유명해. 온갖 없는 책이 없지. 그리고 전설도 있지.”

 “무슨 전설?”

 “백씨네 책방엔 월화노인이 내려왔다네.”

 “월화노인이 뭐 하러 그 허름한 책방엘 와.”

 “에헤이~! 남녀가 만나는 데는 월화노인의 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모르나?”

 

 성이 친구의 이야기에 피식 웃었다. 자신이 그 월화노인이 이어준 인연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네. 백씨에게 월화노인의 기운이 느껴지면, 그때 딱! 운명이 이루어지는 거지.”

 

 성은 그 순간 유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웃으며 감을 나누어주던 모습이 아른거렸다. 무언가 일이 벌어졌음을 눈치 챈 영목은 나머지 친구들을 툭툭 쳤다. 친구들의 시선이 성에게 쏠렸다. 그리고 영목이 말했다.

 

 “오호. 우리 세손저하께서 그 사이 사내가 되셨는가?”

 “뭐?”

 “예쁜가?”

 “무슨 소릴!”

 “어허~ 자고로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이라 했으니. 어디보자~”

 

 영목은 성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성은 괜히 신경질적으로 영목의 손길을 거부했다.

 

 “거 무슨, 괜한 오해들을 하고! 나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책방을 갔어. 헌데-”

 “예쁜 여인을 봤다?”

 “그-”

 

 성이 말문이 막히자 친구들은 깔깔 웃음이 터졌다.

 

 “천하의 세손이 말문이 막히다니. 명나라 공주에게도 끄떡 않던 세손 맞으신가?”

 “이, 이보게들! 그게 아니라니까?”

 “점잖 떨지 말고, 말해보시게. 어느 집, 누구인가?”

 “하, 참!”

 

 성은 고개를 떨궜다. 항복. 항복이었다.

 

 “말은 걸어봤나?”

 “에이~ 진도는 나갔겠지.”

 “손은? 잡았나?”

 “벌써~ 쪽?!”

 

 친구들은 저마다 놀리며 깔깔대고 웃었다. 성은 난감했다.

 

 “우리가 자네의 둘도 없는 벗 아닌가? 시원하게 털어 놓게. 도와줌세!”

 

 성은 그 소리에 괜히 혹했다.

 

 “아닐세. 자고로 아름다운 것에는 현혹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법.”

 “아름답다? 하~ 세손이 극찬한 외모라! 기대되는군.”

 “내가 말하려던 것은 그것이 아니었네. 허나, 이왕에 들킨 것이니, 내 고민을 좀 덜어주게.”

 

 성의 입에서 고민이라는 단어는 신선했다. 친구들은 꽤 진지해졌다.

 

 “그 여인은 내 정체를 모르네. 내가 누군지, 내 이름이 무엇인지.”

 “자네도 그 여인의 정체를 모르는가?”

 “난 알지.”

 “어째서?”

 “과거에도 인연이 있었거든.”

 “이미 월화노인이 이어준 연인이라! 허면, 정략혼례를 하지 않는 최초의 왕족이 탄생하는 것인가?”

 “연정소설이나 읽는 여인과는 달라. 그 여인이 읽던 책은 ‘연려실기술’이었거든.”

 “참신한 선택이군.”

 “참으로 기특했지. 여느 여인과는 다른 향기도 있네.”

 

 성은 유아를 생각하면 웃음이 새어나왔다. 친구들은 그런 성의 모습이 또 새로웠다.

 

 “그리고, 비밀을 간직한 여인이기도 하다네.”

 “비밀을 간직한 여인이라.”

 “나도 얼떨결에 함께 하는 것으로 오해를 사긴 했으나, 나쁘진 않아.”

 “궁금하군. 세손의 마음을 뒤흔든, 천하절색의 여인이.”

 “나도 궁금해. 그 아이의 매일이.”

 

 ***

 

 늦은 밤. 유아는 양 손엔 신발을, 뒤꿈치를 들고는 종종 걸음으로 집 담장으로 걸어갔다. 머리는 상투로 말아 올리고, 바지와 두루마기 차림이었다. 도착한 담장 아래엔 연실이 하품을 하며 있었다. 이미 30분 전부터 일찌감치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하~음! 꼭 이러셔야 합니까?”

 “쉿! 엎드려.”

 “진짜, 들키면 저 죽어요.”

 “안 죽게 할게. 엎드려. 늦었어.”

 

 유아는 엎드린 연실의 등을 밟고 담장에 다리를 척 걸쳤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담장을 넘은 유아는 발을 탁탁 털고는 신발을 신었다. 인경(*밤 10시, 통행금지시간)이 지난 시간, 유아가 향한 곳은 백씨의 책방이었다. 굳게 문이 닫힌 책방을 뒤로하고, 유아는 책방을 빙 둘러 벽을 툭툭 두드렸다.

 

 “경대입니다.”

 

 유아가 속삭이자, 문이 끼익 열리더니 빛이 환하게 새어나왔다. 이곳은 비밀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이미 그곳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 스무 명쯤 되어보였다. 책상 앞에 둘러앉은 사람들. 이들은 모두 김씨 배척론자, 운종가 지부의 사람들이었다. 다소 비장해 보이는 표정들로 자리에 앉았고, 가장 상석에 백선생이 앉았다. 백선생과 마주보고 가장 멀리 유아가 앉았다.

 

 “자. 오늘은 중대한 사안을 전달하고자 이렇게들 모이라고 했소.”

 “무슨 일입니까, 대장?”

 “며칠 전, 책방으로 의문의 사내가 왔었소.”

 

 이곳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신호하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유일한 여성이었던 유아는 거울을 뜻하는 ‘경대’. 백선생은 운종가 모임의 대장이므로, ‘대장’이라 불렀다. 그리고 백선생의 말을 유아가 받았다. 유아는 성이 자신을 보고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해보였다.

 

 “이렇게. 이렇게 웃으면서 날 쳐다보는 것이 아니겠소?”

 

 김척론자 운종가 지부 사람들은 백선생과 유아의 말에 점차 집중하기 시작했다. 유아는 성과의 만남을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유아와 백선생의 말에 동지들이 웅성거렸다. 유아는 이들의 말을 일제히 멈추게 하고는 집중시켰다.

 

 “헌데,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유아의 말에 백선생이 말했다.

 

 “이곳까지 그분이 오셨는데, 이상하게 기운이 다른 거지. 뭘까? 이 이상한 기운은 뭘까? 뭔가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그런데, 우리 제자가. 나의 애제자가! 그걸 발견하고 말았지.”

 “하, 참! 스승님도.”

 “그분이, 그 소문 무성한 왕족 김척론자라는 것을!”

 “뭐?!”

 

 백선생의 말에 동지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인가? 정말 그 소문 무성한 그분?”

 “어허~ 그 대단한 분이란 말인가?”

 “혹시, 우리 지부를 알고-”

 

 백선생은 어수선함을 검지 하나로 잠재웠다.

 

 “해서, 그것을 통해 추리한 결과! 알아낸 것이 있지. 그 분이 원하는 왕은, 바로 정훈세자의 유일한 아들. 이 성 왕자라는 것을! 그건 그 분이 직접 답하셨네. 이로서 왕족이 우리 회합의 뿌리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아냈네. 앞으로 우리 운종가 지부는 세손의 즉위에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일세. 신세계가 우리의 손에 달려있네!”

 

 ***

 

 성은 사가로 돌아왔다. 거하게 취해 사랑방에 뻗어버린 친구 셋과 함께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돌아온 사가의 책상 위엔 그림자의 서신이 있었다.

 

 ‘몸을 움츠리소서. -그림자’

 

 “이 자는 대체...”

 성의 혼잣말을 들은 영목은 바닥에 널브러져 게슴츠레 눈을 뜨고는 성을 바라보았다.

 

 “나, 말인가?”

 “뭐? 아, 아닐세. 봉수야. 어서 이부자리를 깔지 않고 뭐하느냐?”

 

 봉수는 입이 댓 발로 나와서는 툴툴거리며 이부자리를 깔았다.

 

 “봉수야~”

 “예, 저하.”

 “내 벗이지 않느냐?”

 “예~, 예~ 압니다요.”

 

 봉수는 노복들과 사내 셋을 겨우겨우 일으켜 이부자리에 눕혔다.

 

 “무슨 술들을 이렇게 자시는지.”

 “고생했다. 나가보아라.”

 “자리끼(*머리맡에 두는 물)만 두고 소인도 처소로 갑니다.”

 “그래. 고생했다.”

 

 그림자가 올려놓은 서찰은 서랍 속에 두고, 성은 자리에 누웠다. 술 냄새가 가득한 방 안에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성은 내일이 기대됐다.

 

 ***

 

 열여덟의 장성한 딸의 외출은 더욱 엄히 막아야 함이었다. 혼례를 앞둔 나이이기도 했고, 열여덟이라면 어쩌면 늦은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유아의 아버지, 김청원은 상관하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도성. 그에게 지금 중요한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 더 높고 안정적인 관직을 찾아 도성에 뼈를 묻는 일이었다. 그가 지금 도성에 다시 돌아온 것은 첫째 아들의 처가를 통한 것이었다. 둘째는 처가를 잘못 만나 덕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제 남은 것은 유아였다.

 

 “말순아비야, 유아를 불러와라.”

 “예?”

 “유- 또 나간 게야?!”

 “그것이-”

 “만나는 사내가 있다고 했겠지?”

 “예. 지가 말씀 올렸단 말은 마시고요.”

 “알겠다. 어떤 집안인지 알아봐.”

 “예~ 알겠어라.”

 

 말순아비는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말순아비는 그날 보았다. 유아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던 그 잘생긴 사내의 얼굴을. 연실이를 통해 그 사내와 어찌 만났는지도 들었다. 아무래도 인연이 될라나 싶었다. 유아만큼은 사랑해주는 이와 연이 이어졌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말순아비는 어여 책방으로 가서 그 놈 뒤나 따라봐. 어느 집으로 들어가는 지. 뭐하는 집안인지.”

 “예. 후딱 댕겨오겠습니다~.”

 

 말순아비는 그렇게 유아가 있을 법한 책방으로 향했다.

 

 ***

 

 유아는 역시나 예상대로 책방에 있었다. 백선생의 책방을 아침부터 찾은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성이었다.

 

 “기다렸느냐?”

 

 유아는 성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오셨습니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0 40. 마찬가지 2022 / 1 / 27 35 0 7098   
39 39. 피 마르는 사랑 2022 / 1 / 27 35 0 6099   
38 38. 여기는 어디인가 2022 / 1 / 27 30 0 6794   
37 37. 야한 왕자님 2022 / 1 / 27 32 0 6451   
36 36. 결혼은 현실이다 2022 / 1 / 27 31 0 7770   
35 35. 진짜 2022 / 1 / 27 28 0 6015   
34 34. 드디어 2022 / 1 / 27 28 0 6577   
33 33. 저울질 2022 / 1 / 27 27 0 6764   
32 32. 우연의 탈 2022 / 1 / 27 27 0 5503   
31 31. 왕자의 결혼 2022 / 1 / 27 32 0 6647   
30 30. 계획 2022 / 1 / 27 30 0 5544   
29 29. 연모에 빠진 날 2022 / 1 / 27 32 0 5960   
28 28. 밀회 2022 / 1 / 27 32 0 5906   
27 27. 진심 2022 / 1 / 27 30 0 5446   
26 26. 나쁜 녀석들이 판치는 세상 2022 / 1 / 27 31 0 5022   
25 25. 어긋남 2020 / 9 / 23 128 0 4895   
24 24. 함께 갇히다 2020 / 9 / 23 136 0 6045   
23 23. 여인 2020 / 9 / 23 128 0 6439   
22 22. 수장 2020 / 9 / 22 122 0 6714   
21 21. 누구 2020 / 9 / 22 129 0 7890   
20 20. 왕관의 무게 2020 / 9 / 21 144 0 5172   
19 19. 선택 2020 / 9 / 21 137 0 4937   
18 18. 쉿 2020 / 9 / 21 131 0 7984   
17 17. 인연 2020 / 9 / 21 126 0 4672   
16 16. 또 반하다 2020 / 9 / 21 140 0 5681   
15 15. 컴백 운종가 2020 / 9 / 21 155 0 5433   
14 14. 온다. 나에게 2020 / 9 / 21 138 0 5466   
13 13. 후회 2020 / 9 / 21 138 0 3343   
12 12. 단오 2020 / 9 / 21 134 0 4000   
11 11. 사랑 2020 / 9 / 21 142 0 4097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야릇한 호레이쇼
joinB
내 약혼자가 왕
joinB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