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3일 수요일
“여보세요.”
“어, 설아. 너가 부탁한 거 문자로 보냈어. 확인해봐.”
“네, 잠시만요... 확인했어요.”
“그래. 그런데 수민학생 어머님이 지금 병원에 안계시는 거야? 그러면, 그냥 집 가서 쉬는 게 좋지 않아?”
“아니에요. 어머님께 하루라도 빨리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해드려야죠.”
“그래. 고맙다. 나 대신에 설이 너가 고생이 많아. 그나저나 몸은 어때?”
“아침이랑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어요. 걱정마요.”
“그래, 알겠다. 어머님 뵙고 얼른 집가서 쉬어.”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와의 통화를 끊고 그가 보내준 문자를 확인한 뒤 바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 다행히 그녀의 집은 병원과 가까운 거리여서 차로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집 근방에 도착하기까지 향수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내 머리안을 맴돌았다. 그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원장님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도저히 알 수 없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녀의 집 근처에 차를 세웠다. (차로 30분 거리였지만 그녀의 집은 달동네 안에 있어 차가 들어가기는 비좁은 골목길이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어두운 골목길을 손에 쥔 핸드폰의 지시를 따르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20분 정도를 걷다가 드디어 안내를 종료한다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내 앞에 있는 검은 대문을 바라봤다. 이 집인가 싶었던 나는 검은 대문을 밀어봤다. 하지만 검은 대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는 대문을 눈 앞에 두고 나는 큰소리를 내며 외쳤다.
“계세요?”
검은 대문 너머로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자 문을 두들기며 외쳤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소리는 고요한 정적뿐이었다.
기척이 없는 고요함에 이상하게 기분 나쁜 서늘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상식적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되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