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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하나가 되지 못한 기록
작가 : wiin
작품등록일 : 2022.1.4

결국... 나는 끝을 볼 수가 없었다... ,

 
17.정설의 기억
작성일 : 22-01-09 19:17     조회 : 48     추천 : 0     분량 : 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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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월 1일 화요일

 의미 없는 소리,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소리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는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맞기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낡은 초가집은 산속 시골에 위치해 주위에는 이웃이라 부를 만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누구도 의미 없는 소리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 의미 없는 소리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오랜만에 비가 미친듯이 쏟아 내리고 있어서 의미 없는 소리가 말 그대로 의미 없는 소리가 되어 버렸다.

 

 나는 평소와 똑같이 방 한구석에 쭈구려 앉아 의미 없는 소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오늘은 그 소리가 나에게까지는 닿지 않았다. 듣기 싫은 그 소리가 나에게 닿지 않는 날이면 나는 헛간으로 도망갔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은 나에게 편안한 호흡을 주는 최고의 날이었다.

 

 좋은 일이 생기려는 것인지 모든 상황들이 알맞게 떨어지는 최적의 날이다. 나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슬금슬금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거칠게 내리는 비를 뚫어 그의 소리가 닿지 않는 헛간으로 숨어 들었다. 찰나의 거리였다. 오늘 내리는 비가 생각보다 다른 날들보다 거칠게 내려서 옷이 조금 젖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춥디 추운 헛간에서 지푸라기를 이불 삼아 잠을 자다 일어났다. 여전히 비는 계속해서 쏟아지고있었지만 비의 거친 소리에 가려져 희미하게 들려왔던 그의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헛간에서 방과 가까운 벽에 다가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의미 없는 소리가 끝이 났는지, 끝이 안 났는지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전보다 더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인지 빗소리 이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다.

 

 헛간은 겨울에 내리는 눈처럼 추웠다. 지푸라기를 내 몸에 감싸고 있어도 내 몸은 점점 더 심하게 떨어 방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는 무턱대고 방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시 거친 비를 뚫은 후 방문 앞에서 내 몸을 멈춰 세웠다.

 

 방문을 열기 전, 방안의 소리를 재차 확인했다. 빗소리와는 상관없이 더 이상 그 소리가 들리지는 않음을 확신한 나는 속으로 안심했지만 혹시 또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얼굴만 내밀고 방안을 확인했다.

 

 방에는 아빠와 엄마 두분 다 계셨고, 엄마는 내가 마지막에 본 그 상태로 누워있었다. 하지만 다른 장면이라고 한다면 아빠도 엄마와 비슷한 자세로 같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검은 우비를 입은 사람이 쭈그려 앉아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때릴 때만 볼 수 있었던 빨간 피는 수없이 많이 봤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엄청난 양의 빨간 피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누런색의 바닥이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내 눈에 보이는 장면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동시에 지금 이 상황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 또한 배우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콰직

 

 심장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 나는 도망치기 위해 문을 최대한 살포시 닫고 비가 내리는 뜰을 향해 발을 뻗었다. 그 순간 낡아 빠진 마루바닥이 내려앉았다.

 

 검은 우비의 사람이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는 문을 닫았기에 그가 시선을 문을 향해 돌린 모습은 보지는 못했다. 그저 나의 상상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여기서부터 뛰어 도망친다면 잡히기가 쉽다는 나의 육체적 한계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마루바닥 아래에 있는 작은 공간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숨쉬기를 멈췄다.

 

 끼이익

 

 검은 우비의 사람이 마루로 나오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루바닥이 내려앉은 소리를 들은 게 분명하다.)

 

 울지 않는다. 나는 입과 코를 막았다. 꽤나 오랫동안 막고 있으니 폐가 아려 왔다. 하지만 나는 손을 얼굴에서 절대 때지 않았다.

 

 숨을 쉬지 못해 정신이 아득해지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쓰러지기 직전, 기적처럼 내 얼굴 앞을 고양이가 지나가면서 울음소리를 내더니 마루바닥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나서 얼마 안가 그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참았던 숨을 크지는 않게 내뱉었다. 작고 짧은 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한동안을 그 안에서 나는 엎드린 채 누워있었다. 비는 점차적으로 세게 내렸고 급기야 마루바닥 아래의 작은 공간에 빗물이 스며들면서 차기 시작했다. 엎드리고 있던 나는 최대한 빗물을 피해 얼굴을 들어올렸지만 내가 얼굴을 들어올린만큼 또 그만큼의 빗물이 찼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헛간에서 이미 차가워진 몸이 빗물에 홀딱 젖어버린 옷으로 인해 몸이 감당할 수 없게 떨려왔다.

 

 그저 그가 이 집을 떠나기를 바라며 나는 하염없이 마루바닥 아래의 작은 공간에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 모르게 내 정신은 아득해져 갔다. 그 때, 누군가 우리 집으로 다가오는 신발이 보였고 나는 그 신발이 누구의 신발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그 신발의 주인은 내 형이었다. 내 의식과는 상관없이 심장이 또다시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형은 내가 이 집에 살면서 제일 많이 기대었던 사람이다. 그는 비록 가끔 알 수 없는 우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의 존재는 비 내리는 날의 헛간보다 더 편안한 공간이었고 내 첫번째 미소였다.

 

 형이 집으로 들어선다. 말해야만 한다. 그 곳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붙잡아야만 한다. 하지만 내 몸은 떨림을 멈추고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두려움과 추위가 내 몸을 지배했고 심지어 말은 할 수 있는 내 입술과 혀까지 지배해 버렸다.

 

 형이 방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의 소리였다. 헛간의 지푸라기보다 따뜻한 형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고통을 느끼며 죽음의 눈물을 흘렸음이 틀림없다.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울음소리는 내 가슴을 쥐어 뜯어 댔다.

 

 그의 눈물을 상상하니 나도 눈물이 나오려 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나는 눈물만은 참아야 한다는 단 하나의 생각만으로 꾹 참았다. 그러자 내 몸은 내 뇌와 심장 그리고 모든 기관들마저 얼려 버렸다.

 

 내 몸의 구석 구석이 모두 얼어버린 그 때, 검은 우비의 사람이 마루로 나왔다. 그리고 그는 비가 내리는 뜰로 걸어갔다. (그의 검은 신발만이 내 시선을 차지했다.) 내 바로 앞에 놓인 검은 신발의 그 놈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다. 그 냄새의 정체가 기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남아있는 힘을 쥐어짜 고개를 살짝 내밀어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기다랗고 커다란 갈색 담배와 라이터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가 담배를 피는지 이상한 냄새와 섞여 기분 나쁜 냄새가 내 코를 쑤셨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손은 희미하게 보였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라이터를 방안을 향해 던졌다. 그리곤 그 자리를 유유히 떠났다.

 

 집이 타기 시작했다. (그가 던진 물건이 라이터임이 확실했다.) 나는 그의 검은 신발이 안보이자 얼어버린 몸을 간신히 깬 뒤 마루 바닥 아래에서 나와 뜰로 나갔다. 저 멀리 사라져가는 그의 검은 뒷모습을 확인했다. 그가 더 이상은 보이지 않다는 확신을 얻은 나는 곧바로 불길이 일어나고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끔찍했다. 나는 불이 타고 있는 반대편인 방문 근처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하얀 액체의 토를 뱉어 냈다. (그가 기름이 뿌려진 방안에 라이터를 던졌는데 방안의 끝 구석부터 불이 번져왔다.) 토를 뱉다가 내 바로 옆에서 평화로운 얼굴을 하며 눈을 감고 쓰러져 있는 형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꾹 참았던 눈물을 모두 쏟아 낸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 보니 어느새 방의 절반이 불로 번져왔다. 비가 거칠게 내리고 있었지만 불은 비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부풀리기만 했다.

 

 이 이상, 방에 있을 수가 없었던 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형의 얼굴을 잠시 더 바라봤다. 하지만 불이 형에게 다가와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던 나는 방에서 나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때, 불의 시작점인 방의 한 구석에 떨어져 있는 작은 물체가 내 눈에 들어왔다. 불이 급속도로 번져 얼른 나가야 했지만 나는 작은 물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거친 불길 속의 작은 물체의 정체는 내 예상대로 그가 던진 라이터였다. (집에서는 못 본 라이터여서 당연히 그의 라이터라고 생각했다.) 밖에서 비가 쏟아 내렸지만 이 곳은 너무 뜨거웠다. 하지만 나는 이 라이터를 가져가야만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에게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고 짧은 손을 뻗어 재빠르게 불길 속으로 집어넣었다. 라이터를 내 손에 쥘 틈도 없이 바로 문 밖을 향해 던졌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달궈진 라이터의 열을 내 손이 정확하게 느꼈다. 예고되었듯이 내 오른손의 살껍질들이 벗겨져 있었다. 하지만 아픔을 느낄 시간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라이터에 정신이 팔린 틈에 불은 아빠와 엄마를 완전히 집어삼켰고 어느새 형의 얼굴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번 더 자세히 형을 바라볼 틈도 없이 방에서 빠져 나왔다.

 

 밖으로 나온 나는 라이터를 던진 땅바닥 앞에 주저 앉아 식혀질 때까지 잠시 바라봤다. 어떤 문양이 그려진 라이터였다. 라이터를 바라보다 불현듯 검은 우비의 남자가 떠올랐다. 여유롭게 라이터를 볼 시간은 없었다. 또 다시 두려움에 휩싸인 나는 뜨겁지도 모를 라이터를 잽싸게 낚아채자마자 신발을 신지도 않은 맨발로 빗속을 향해 달려갔다.

 

 난 고개를 절대 돌리지 않고 앞만 보며 한참을 빗속에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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