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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함께 걷다.
작성일 : 22-01-06 00:10     조회 : 97     추천 : 0     분량 : 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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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아무말이 없었다.

 

 좀전의 그 순간만큼은 해피엔딩이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그런 엔딩과 상관없이 다음을 기다리며 계속 되고 있었다.

 

 마음은 아직도 두근거렸고, 어쩔 수 없는 어색함이 태양이와 봄의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상상해 왔던 머릿속 안의 고백은 정신없이 진행되어 이제 현실이 되었지만, 그 다음은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몰라 그렇게 나란히 걷고만 있는 중이었다.

 

 “많이 당황했지?”

 

 태양이가 겨우 말을 꺼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이었기에, 어떻게든 그 다음도 책임져야 할 것만 같았다.

 

 “조금은.. 그런데, 아까 우리 너무 웃겼던거 같지 않아?”

 

 봄은 좀전의 진지함이 꽤 오래전이었던 것 같았다. 그 순간의 진심은 아직 온 곳에 잔뜩 남아 있었지만…너무 순식간에, 얼렁뚱땅 이루어진 게 실감나지 않았다.

 

 봄과 태양이는 각자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서 서로가 간절했던 순간도 몇 번 있었지만, 한번도 이런 관계를 구체적으로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태양이의 상상에는 고백만 있었다. 봄은 자연스러운 인사.. 그냥 인사만이라도 건네보고 싶었기에 지금 이 상황은 분명 현실이었지만, 현실적이지 않았다.

 

 “아닌데, 난 진짜 진지했는데…”

 

 태양이는 자신의 진심이, 고민했던 모든 시간들이 억울해져서 봄을 보며 말했다.

 

 봄은 태양이의 그 모습에 다시 마음이 간질거렸다. 늘 또래답지 않게 의젓해 보였고,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는게 이상하게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런 태양이의 얼굴에 어린애같은 표정이 겹치자 봄은 활짝 웃고 말았다.

 

 “이런 느낌이었어?”

 

 “뭐가?”

 

 “나는 진지한데, 자꾸만 웃으니까..”

 

 “화가 났었냐고? 너 화났어? 벌써?”

 

 봄의 농담에 태양이는 봄의 팔을 잡았다.

 

 “이봄, 나 진짜 진심이었거든.”

 

 “유태양, 나도 마찬가지 거든. 나도 네가 귀여워서 웃었어.”

 

 봄의 말에 태양이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봄은 어두워 알아채지 못했지만.. 태양이와 같이 있다는 사실에, 농담처럼 건넨 자신의 진심에 봄의 얼굴도 붉어졌다. 같은 색상의 같은 명도였기에 아니, 그렇게 따지지 않아도 그걸 알아챌 여유가 태양이와 봄에게 아직 없었다.

 

 “이봄, 너 이렇게 사람 놀리는 거 어디서 배웠어?”

 

 태양이는 자신을 놀리는 봄에게 장난스럽게 대처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자신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기를 어떻게든 식혀야 했기에 이 순간을 농담으로 이끌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태양이의 말에 봄은 태양이의 팔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손을 잡기에는... 순간 망설여졌다.

 

 “속았지?”

 

 태양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봄이 말하자, 그리고 봄의 손길이 느껴지자 태양이는 봄의 손을 잡아버렸다.

 

 “아니, 너 전화하는 거 보고 너는 참 밝은 사람일거라고 느꼈어.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지만.”

 

 봄은 태양이 손에서 전해진 따뜻함이 너무 좋았다.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잠깐 동안의 망설임은 불필요한 거였다.

 

 “그런데, 언제 도서관에서 나왔어?”

 

 태양이는 갑자기 자신의 뒤에 나타났던 봄이 신기했다.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잠깐 막막해 했던 순간이었다. 고요한 바람에 마음을 다잡고 싶어 잠시 멈춰 있던 그때였다. 걱정과 달리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 같아서 누군가에게든 감사하고 싶었다.

 

 “토요일 도서관은 처음이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쉽지 않더라고.. 괜히 왔나 싶었지. 어느새 사람들도 많이 가고, 너도 없고..”

 

 봄은 자신이 느껴던 그때를 태양이에게 전하고 있었다.

 

 “나 봤어?”

 

 봄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어있던 태양이 자리를 보며 느꼈던 섭섭함이 순간 목끝에서 느껴졌다.

 

 “그런데, 너 오늘 안 왔으면 나 이렇게 시도 하지도 못했다. 그럼..”

 

 혹시 모를 실패를 떠올리자 상상하기도 싫었다. 봄과 계속 모르는 사이로 지내고 있을 자신을 떠올리자 몇번의 허탈감과 좌절감에서 느꼈던 고통이 마음을 쿡쿡 쑤시는게 다시 느껴졌다.

 

 “태양아, 고마워.”

 

 “..뭐가?”

 

 갑작스런 봄의 말에, 계속 후회했을지도 모를 만약의 상황에서 빠져나온 태양이는 봄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몰라. 그런데, 그냥 고마워. 네가 나를 알아봐줘서.”

 

 봄은 항상 자신이 있었다. 모든 게 생각한대로, 바라는 대로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이 자꾸만 자신을 밀어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많은 것에 용기를 잃었고, 늘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만 바라보는 자신이 답답했었다.

 

 그걸 잊게 해준 가을이, 그리고 다시 태양이가 나타나서 고마웠다.

 

 “이봄. 너를 몰라 보면 안되지.”

 

 태양이는 봄의 진심에 마음이 아려왔다. 그냥 잘 모르지만, 대충 전해 들었지만, 봄이 지나온 모든 걸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봄바람이 불었다. 태양이와 봄은 처음이지만, 오래전부터 함께 해 온 듯 곧 서로가 익숙해졌다.

 

 “봄아, 배고프지 않아?”

 

 그러고 보니 배도 고팠고, 목적지를 정해 놓지 않은 걸음에 다리도 아파왔다. 함께 한다는 사실에,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에 정신을 뺏겨 다른 건 잊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네.. 깜빡 잊고 있었어.”

 

 태양이와 봄은 자연스러웠지만, 처음이어서 어설펐고 그래서 솔직했다.

 

 “뭐 먹고 싶은거 있어?”

 

 태양이의 질문에 봄은 이것저것 떠올랐지만, 궁금했다. 태양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먹는지, 알아가야 될 게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태양아, 넌 뭘 좋아해?

 

 “난 다 잘먹어. 아버지 덕분에 중식, 엄마 덕분에 한식, 누나 덕분에 분식을 잘 먹었지.”

 

 이렇게 말하니까 거창하게 느껴졌지만 짜장면, 김치찌개, 떡볶이일 뿐이었다.

 

 “넌? 네가 좋아한 건?”

 

 태양이는 처음이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선택해서 가족들이 같이 먹게 되었을지도 몰랐을 시간이 태양이에게 오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가족들이 함께 무언가를 먹게 되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다들 각자 바빴고 그래서 당연하게 각자의 시간에 맞춰, 출근 전 엄마가 해 놓은 반찬으로 해결해왔다.

 

 “봄 너는?”

 

 태양이는 떠올려진 기억이 살짝 아파 봄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은 그냥 그 기억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럼, 우리 분식집 갈까? 이것저것 다 먹어볼래?”

 

 “배 많이 고팠나봐?”

 

 “뭐든 다 먹을 수 있을것 같아.”

 

 봄과 태양이는 분식집에 들어가 떡볶이, 순대, 튀김을 시켜서 마주보고 앉았다.

 

 환한 분식집 조명에 드디어 제대로 보게 된 서로는 민망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밝은 곳에서 본 태양이는 짙은 눈썹에, 눈이 꽤 컸고, 눈동자는 까맸고, 코는 높고 코끝은 둥글었다. 봄의 시선에 활짝 웃고 있는 입은 너무 예뻤다. 웃는 입이 예쁜 태양이었다.

 

 “사실, 나 너 처음 본 건 강의실에서가 아니야.”

 

 “그럼?”

 

 “버스안”

 

 “버스안?”

 

 “어..그날 아침 네가 다른 사람 요금 대신 내어줬잖아.”

 

 “아..그때 거기 있었어?”

 

 “응. 잔액 부족한 사람 보는데, 어쩌지? 내가 도와줘야하나 살짝 망설였어. 그 용기가 안 생겨 모른척하려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는데 다들 그런 분위기였어. 도와주기에는 민망하고 모른척하자니 남일같지 않고. 순전히 나 혼자 생각이지만.”

 

 봄은 다시 그날의 아침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리고 당연한 듯 태양이가 한 행동에 살짝 부끄러워졌던것도.

 

 “다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을 거야.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몰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향하고 있던 사람들이 결국 잘 마무리 되자 다시 편하게 고쳐 앉는게 느껴졌거든.”

 

 “진짜? 난 못봤어. 그 분이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정신이 없었거든.”

 

 태양이의 웃음에 봄은 한참을 바라봤다. 봄의 시선에 태양이가 물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예뻐서.”

 

 “뭐가?”

 

 “네가 웃는게..”

 

 “헐, 내가?”

 

 “너 모르지.. 너 얼마나 예쁘게 웃는지.. 그래서 좀전에 웃지마라고 한거야.”

 

 “아.. 놀리는 거 같아서 웃지마라고한 게 아니였어?”

 

 “바보냐? 그럼 한대 때리고 욕해주고 벌써 갔지.”

 

 “진짜?”

 

 태양이는 좀전의 자신의 용기가 떠올라 다시 살짝 얼굴이 달아올랐다.

 

 “항상 네가 궁금했어. 어떤 사람이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고..”

 

 “정말? 난 네가 나 모르는 줄 알고..”

 

 “너를 어떻게 모르냐? 너만 모르지.. 네가 얼마나 애들의 관심의 대상인지.. 나 아마 공공의 적이 될지도 몰라.”

 

 봄은 장난처럼 말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일이 순간 걱정이 되었다.

 

 “내가 먼저 말한 건데 뭐가?”

 

 태양이는 몰랐다. 자신이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잘먹네, 이봄.”

 

 정신없이 먹고 있는 봄에게 물잔을 건네며 태양이가 말했다.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맛있어. 너도 괜찮아?”

 

 “응, 우리 누나가 스트레스 쌓일 때마다 매운 떡볶이를 시켜서 같이 먹게 되니까 나름 단련되었지. 언제부턴가 나도 가끔 먼저 찾더라구.”

 

 “누나만 있어?”

 

 “어, 누나 한명. 넌?”

 

 “난 혼자. 누나가 있어서 좋겠다.”

 

 “글쎄..하하”

 

 태양이의 표정에 봄도 웃었다.

 

 봄은 아주 예전에 물었었다. 왜 나는 동생이 없냐고. 엄마 아빠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아주 나중에 느꼈다.

 

 아픈 자신 때문에, 아님 다시 아픈 아이가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마 둘 다 일지도 모르지만 그때서야 자신만큼 부모님의 고통도 컸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아마 더 잘 견디려고 애썼는지도 몰랐다.

 

 

 분식집에서 나온 태양이와 봄은 다시 당연한듯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오늘 날씨 참 좋다.”

 

 밤이었지만, 어둠 속 공기는 기분 좋은 상쾌함을 가지고 있었다. 곳곳에 피어난 꽃들이 불빛을 받아 서로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봄과 태양이는 함께 걸음을 맞춰 천천히 걸었다.

 

 봄날이 주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행복해보였다.

 

 태양이와 봄은 손을 잡고 다시 한참을 걸었다. 서로의 손은 따뜻했고, 부드러웠고, 그래서 자꾸만 마음이 벅차올랐다.

 

 함께 잡은 손이 이렇게 행복을 느끼게 해줄지 몰랐다. 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오직 둘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봄날의 밤은 그렇게 둘의 마음에 설렘을 가득 담아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행복했었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만 같은. 그래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도 가득 심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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