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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너에게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21.12.21

사랑하는 모두의, 이야기

 
괜찮은 사람
작성일 : 21-12-25 00:10     조회 : 101     추천 : 0     분량 : 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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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흔드는 것에 눈을 떴다. 눈이 퉁퉁부은 태양이의 누나, 하늘이가 태양이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누나, 왜? 언제 왔..? 왜 울어?”

 

 잠결에 판단력은 떨어졌지만 태양이는 누나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급하게 잠에서 깨어나와 물었다.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위암 판정을 받은 건 아주 예전이었다. 그래도 본성이 긍정적이라 잘 이겨내셨다.

 

 그러나 집안 전체가 한꺼번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던, 작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를 할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처럼 여겼고, 더 이상 자신의 힘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없이 약해지셨다.

 

 예전의 적극적인 면모가 옅어져 가면서 대신 병을 불러들인듯 했고, 매해 가족들은 불안해 하며 할아버지를 지켜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더욱 약해지셨는지 병원에서는 가족 모두에게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했었다.

 

 태양이는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댁으로 내려와 있었고, 엄마와 하늘이도 같이 내려왔다가 혹시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지면 다시 내려오기로 했었다.

 

 그런데 하늘이가 지금 펑펑 울면서 태양이 앞에 있었다.

 

 “할아버지가 왜..”

 

 더는 묻지 못한 태양이에게 하늘이는 오열하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깨어나셨어.”

 

 다행이었다. 할아버지는 또 그렇게 이겨내신것 같았다. 태양이는 세상 모든 것에 감사를 했다. 할아버지의 부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누나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그..냥.. 혹시나 해서 아침 일찍 와봤지. 나중에.. 후회..아…”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굳게 준비된 마음은 할아버지의 소식에 서서히 녹아내렸고, 안도감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하자, 하늘이는 자신의 말을 끝내지 못하고 펑펑 울고 있었다.

 

 하늘이는 할아버지에게 첫 손녀였고, 할아버지와 하늘이는 아무리 태양이가 아들이라도 끼어들지 못하는, 최고의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왔었다.

 

 언제일지 모르는 시간을 다같이 기다리는 건 무리였고, 하늘이는 직장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우선은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위한 마음의 준비와 인사를 했음에도 마음은 내키지 않았고, 직장에서도 굳게 다잡고 있었던 마음이 수시로 풀려 힘들었던 하늘이는 무슨 결심이었는지 오늘 연차를 내고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그때 맞춰 깨어나신 거였다.

 

 할아버지의 소식에 마음이 놓인 태양이는 하늘이를 달래며 티슈를 건넸다.

 

 “근데 누나, 이제 그만 울어. 할아버지가 놀라실 것 같은데.”

 

 “왜?”

 

 태양이의 위로에 의아함을 느껴 하늘이는 울음을 줄이고 물었다.

 

 “우리 손녀딸 눈이 벌한테 쏘였다고 …”

 

 “야, 너 죽을래?”

 

 “눈 좀 봐. 나도 깜짝 놀랐다고.”

 

 그때서야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본 하늘이는 퉁퉁부은 눈두덩이 아래로 눈동자가 반쯤 가려진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고, 씻고 할아버지에게 가자며 울음을 그쳤다.

 

 

 병원에 도착한 태양이와 하늘이는 심각했던 얼굴에 피곤의 여유가 생긴 아버지와 하늘이와 태양이를 보며 왔냐며 반기시며 웃지만,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준비하면서 한번도 걱정하는 말을 하지 않으셨다. 우는 가족들을 달래주셨고, 할아버지는 이겨내실거라고, 강한 사람이기에 의심하지 않는다고 단단하게 말씀하셨었다.

 

 그러나 그건 할머니 나름의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할머니의 눈물은 모든 게 무사히 지났다는 의미였다.

 

 아버지는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오겠다며, 하늘이와 태양이에게 할아버지 옆에 있어달라고 했다.

 

 태양이는 아버지도 쉬고 오시라고 말하고는, 하늘이와 함께 할아버지를 만나러 들어갔다.

 

 “할아버지…”

 

 하늘이는 할아버지에게 안겨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할아버지는 그런 하늘이의 등을 힘없는 손으로 천천히 토닥였다.

 

 “우리 못난이 직장을 어쩌고 왔냐?”

 

 하늘이는 고개를 들어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나랑 맛있는거 먹으러 가기로 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아프지 마요.”

 

 “내가 너 이뻐질때까지 죽지 않으마. 오늘은 눈이 더 멋지구나.”

 

 할아버지는 하늘이에게 농담할만큼 여유를 찾으신 듯 했다.

 

 “할아버지, 감사해요. 진짜.”

 

 태양이는 할아버지에게 진심을 전했다. 할아버지는 가족 모두의 버팀목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건 상상이 되지 않았고, 만약 그 후 다들 어떤 모습이 될지 장담할 수가 없었기에.. 태양이는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직접 전하고 싶었다.

 

 “뭘, 너희들 또 고생만 시킬 수도 있는데..”

 

 “할아버지 그런 말씀 하시지 마세요.”

 

 하늘이는 또 할아버지에게 얼굴을 보이며 떼를 썼다.

 

 “알았다, 알았어. 녀석..”

 

 서둘러 대답한 할아버지는 지금의 하늘이 얼굴을 무시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아직은 많이 지쳐보이는, 그래서 한참을 아무말 없이 눈을 감고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는 태양이와 하늘이에게 말했다. 무언가가 기억난듯, 그래서 정리가 끝난듯 했다.

 

 “내가 꿈에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를 만났는데, ‘이 놈아, 아직 오지마라. 네 자리 없다.’ 막 뭐라하시는 거야.”

 

 “진짜요?”

 

 “그래서 내가, ‘아, 나는 이제 힘들어서 여기 있고 싶소.’ 했더니, 내가 할일이 더 있다네.”

 

 “당연해요, 할아버지.”

 

 하늘이는 할아버지 말에 온갖 추임새를 넣으며 듣고 있었고, 그 모습에 태양이는 웃음이 터졌다.

 

 “내가 또 물었지. ‘무슨 일요? 나 다 했소.’ 하니까 ‘네 자식들 다시 뭉쳐 놓고 와야지.’ 하시더라고.”

 

 할아버지의 자책은 그 의식 없는 와중에도 할아버지 머릿속에서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이제 할아버지 건강만 생각해요.”

 

 하늘이의 말에 할아버지는 살며시 웃음을 지으셨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겠소.’ 하니까, 그러더라고. ‘진심으로 믿어보라고.’”

 

 하늘이는 할아버지의 말에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이는 정확히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가진 작은 아버지에 대한 생각들이 아닐까 짐작했다.

 

 “그래서 내가 알았소. 하고 왔지.”

 

 “할아버지, 완전 잘하셨어요. 우리 다들 잘하고 있으니까,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알았죠?”

 

 “오냐, 이제 건강해지면서 조금씩 해봐야지. 어떻게 해야 될지는 몰라도 내가 할일은 해놓고 가야지.”

 

 할아버지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다시 자신을 세우는 것을 느꼈다.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러워 조금씩 무너지는 자신을 잡지 못했었다. 아니 어쩌면 다시는 가족들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할 거라는 마음이 너무 컸던지도 몰랐다.

 

 믿어야했다. 벌어진 틈을 하나씩 서서히 메워나간다면,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갈라졌던 상처가 아물지 않을까. 오해든지 원망이든지 가족의 틈을 벌리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했다. 이제는 그럴 수 있다고 믿어보기로 했다. 이제는 그렇게 자신을, 자신의 가족을 버려두지 않을거라고 단단하게 다짐했다.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

 

 

 하늘이는 다음날 출근을 해야했기에 아쉬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아버지와 태양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조금 더 있다가 가기로 했다.

 

 그 후는, 아버지의 동생들이 시간이 되는대로 와보기로 했다. 3형제 중 첫째인 아버지는 가족 모두의 일임에도 동생들에게 부탁하는 것을 미안해 했다.

 

 태양이는 아버지의 지나친 책임의식이 이해가 되면서도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굳이 아버지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아버지의 선택이었고, 아버지의 세대에는 그러는게 당연했으니까.

 

 잠시 할아버지를 뵈러 병원으로 다시 온 아버지는 하늘이를 터미널에 데려다 준 후 할머니를 보살피러 집으로 가셨고, 오늘은 태양이가 할아버지 병실에서 같이 보내기로 했다.

 

 “태양아, 대학은 어떠니?”

 

 한참을 혼자만의 생각에 벽쪽을 바라보시던 할아버지는 옆에서 자신을 보살피고 있는 태양이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물었다. 대학생활을 누려야 하는 스무살이 자신 때문에 병원에 앉아 있는게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성현이의 조별 발표에 관한 내용을 문자로 확인하고 있던 태양이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아직 잘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공부가 맞는지, 직장을 구하는게 더 나았는지.”

 

 진심이었다.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렵진 않았지만, 여유를 부리며 대학생활을 하는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태양이가 집안 분위기를 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고, 진지하게 했던 고민은 더 심각하게 바라보게 한 측면도 있었지만.. 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함에도 뭔지 모를 불편함이 태양이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태양이의 말에 할아버지는 할머니한테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떠올렸고, 태양이의 고민을 전하며 눈물짓던 할머니에게 아무말도 전하지 못했던 그때가 생각났다.

 

 늘 모든 자식들에게 공정했던 할머니였지만, 큰아들의 애들을, 그러니까 하늘이와 태양이를 유독 예뻐했던 것은 할아버지가 눈치챈 할머니의 비밀이었다.

 

 “너는 잘할 거야. 너같이 똑똑한 애가 공부 안하면 누가하냐.”

 

 태양이는 할아버지 말에 미소를 지었다.

 

 “너의 할머니가 잔치해야 된다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우리 마누라가 하자면 해야되는데,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할아버지는 소문난 애처가였다. 자신이 아프면서도 할머니 걱정을 더 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이상적인 모습을 파악했던 태양이는 아버지가 왜 할아버지의 그런 점은 타고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태양이가 본 아버지는 많은 말을 하지 않으셨고, 더구나 따뜻한 말도 직접 전해주지 않았다. 늘 엄마한테 전해듣는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셔..’ 그게 전부였다.

 

 “태양이는 여자친구 있냐?”

 

 태양이는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만 저었다.

 

 “하늘이는 남자친구 자랑을 막 했는데, 내가 그랬지. 같이 사랑하고, 서로 존중할 사람을 만나라고. 마음은 두 사람이 같이 지키고 이루는 거라고.”

 

 “누나는 그런 걱정 안해도 잘할거예요.”

 

 태양이는 하늘이를 떠올리며 머리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럼, 하늘이는 걱정 안한다. 똑부러지게 할거야.. 너도 멋진 여자친구 만나라, 나처럼.”

 

 할아버지는 자신의 마지막 말에 조금은 부끄러웠는지 지금껏 모아두었던 소리를 한꺼번에 토해내며 웃었다.

 

 “어떤 사람이 좋을까요?”

 

 태양이는 할아버지에게 농담처럼 물었다. 기분이 좋아지신 할아버지의 모습에 태양이도 행복했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 건강하고 예뻐야 해.”

 

 “너무 어려운데요.”

 

 태양이는 할아버지 말에 웃으며 말했다.

 

 “결국에는 보여. 저 사람이 어떤지 숨겨지지 않아. 그러니까 괜찮은 사람 있음 잘 지켜보고 딱 잡아야지.”

 

 태양이는 할아버지의 말을 웃으며 넘겼다. 그냥 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는데, 자꾸만 떠오르는 장면에 태양이는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이유를 찾아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 자신이 본게 맞다면, 그 사람은 마음이 건강해 보였다. 몸은 아팠다고 했지만, 지금은 건강해보였다. 그러면.. 그러면 할아버지가 말한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제대로 말도 건네본 적 없는 이봄이 갑자기 떠올랐기에, 이 순간 왜 이봄이었는지 태양이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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