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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어쨌거나 스물넷
작가 : 펙트
작품등록일 : 2016.8.22

경쟁을 통해 올라온 음식들. 좋은 음식이라고 판정받아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가차 없이 없애는 이곳은 디저트 뷔페, 로제와인.

 
39 어릴 때부터 줄곧
작성일 : 16-10-29 00:33     조회 : 80     추천 : 4     분량 : 7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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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외삼촌과 대근은 평가 종이와 파티쉐들의 행동을 꼼꼼히 따져가면서 살폈다. 윤아는 어제 미리 상온에 발효했던 우유를 꺼내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자신의 퍼핑스타를 보았다. 퍼핑스타는 효린의 끓는 냄비 바로 옆에 있었다.

 

 

  ‘앗차, 녹으면 식감이 죽어버리는데…….’

 

 

  윤아가 다급하게 퍼핑스타가 담긴 유리병을 손에 쥐었다. 그 순간 윤아의 손등이 냄비에 부딪히면서, 화들짝 놀라 냄비를 살짝 밀쳤다. 냄비가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조금 밀렸다. 자칫하다 효린의 캐러멜을 엎지를 뻔했다. 효린은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며 윤아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화상 입은 거 아냐?”

  “응. 난 괜찮아.”

 

 

  윤아는 자신의 화끈거리는 손등을 다른 손으로 어루만졌다.

 

 

  “미안해. 캐러멜 엎지르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좀 더 주의할게.”

  “아냐, 퍼핑스타가 거기 있는 줄 몰랐어.”

 

 

  윤아는 어색하게 미소를 띠다가, 요거트를 담은 볼을 옆으로 치웠다. 가스레인지 불을 켜 냄비에 넣은 딸기를 끓였다. 끓는 것을 지켜보는 내내 손등이 아려왔다. 한편 윤아의 앞에서 반죽을 마친 대현은 프라이팬에 오일을 골고루 발랐다. 그 후에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프라이팬 위에 조심스럽게 붓고 프라이팬을 돌렸다. 반죽이 얇게 멀리까지 퍼졌다. 크레이프를 열 댓 개 만드는 동안, 윤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윤아의 손등을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찡그렸다. 얼마 가지 못해 대현은 크레이프를 모두 만들었는지, 식히기 위해 차곡차곡 정리했다.

 

 

  “야.”

 

 

  윤아는 다 끓인 딸기를 식히느라 정신없었다. 대현은 윤아에게 다가가, 다친 손목을 잡고 싱크대로 향했다. 윤아는 갑작스럽게 대현이 끌어당기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발을 헛디뎠다. 앞으로 몸이 기울 때 쯤, 대현의 떡 벌어진 가슴이 윤아를 받쳐주었다. 윤아는 대현에게 어정쩡하게 기댄 상태로 대현을 올려다보았다. 대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차가운 물을 틀어 거기에 윤아의 손을 씻겼다.

 

 

  “대, 대현아 나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거 해. 내가 알아서 할게.”

  “정신 똑바로 차려. 이번 월말평가는 너를 위한 것도 있으니까.”

 

 

  윤아가 손을 빼려고 하자, 대현은 윤아의 손목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몇 분이 지나도 대현이 손을 놓지 않자, 윤아는 대현의 가슴을 밀고 몸을 제대로 일으켜 세웠다.

 

 

  “지금은 시험이잖아. 시간 없을라. 난 정말 괜찮아.”

  “난 생크림 도포랑 데코만 하면 돼. 네 끓인 딸기 식을 동안만이라도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해.”

 

 

  윤아는 끝까지 고집 피우는 대현의 등을 떠밀어 위치로 보냈다. 윤아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대현은 자신이 괜한 참견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하다가, 민망했던 것인지 크레이프를 한 겹씩 생크림으로 도포하기 시작했다. 윤아는 다시 딸기잼을 만들기 시작했다.

 

  리하는 자바 초코 칩과 민트 휘핑크림을 섞고 나서, 펴놓은 브라우니 위에 바르고 다시 브라우니로 덮었다. 일정한 간격을 맞추어 정사각형으로 여러 개 잘랐다.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민트 생크림으로 6개의 꽃잎을 가진 꽃처럼 돌려 짜고, 마지막으로 새빨간 체리를 그 위에 올렸다.

 

  시간이 어느덧 30분이 남았다. 규동은 시계를 흘깃 쳐다보고는 다시 자신의 작업에 열중했다. 파트 사블레(타르트의 빵 부분) 위에 초콜릿 소스를 찍은 파티슈(슈)를 피라미드처럼 쌓았다. 거기에 빈틈이 나는 곳에 크림을 짜고 피스타치오나 왕관 모양의 과자를 꽂았다.

 

  10분이 남은 상황이었다. 대현은 탑처럼 쌓은 크레이프를 돌림판 위에 올렸다. 끝 테두리를 가위로 조금씩 잘라냈다. 원기둥이었던 크레이프 케이크가 돔형으로 되었다. 돌림판을 돌리면서 크림을 묻혀 도포했다. 케이크의 밑 부분에 쿠키 분태를 묻혔다.

 

  윤아는 딸기잼과 요거트를 섞은 것이 완전히 식었는지 확인한 후, 그 위에 퍼핑스타를 조금씩 뿌렸다. 그리고는 다 만든 크루아상 샌드위치를 접시에 올렸다. 땡, 하며 외삼촌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모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옆으로 물러 서.”

 

 

  파티쉐들은 고분고분하게 옆으로 몰려들었다. 외삼촌과 대근은 수첩을 들고 하나 둘씩 디저트를 맛보기 시작했다. 이번엔 외삼촌뿐만 아니라 대근도 심사에 동참했기에 사람들은 꽤나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대근은 대현의 크레이프 케이크를 잘라 포크로 한 입 베어 먹었다. ‘흠’이라는 알 수 없는 신음을 냈다. 대현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대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현은 안심한 듯 파티시에 모자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대근은 그 옆에 있는 윤아의 작품을 보다가 요거트를 시식했다. 요거트의 깔끔한 맛과 딸기잼의 단 맛이 어우러졌고, 거기에 특유의 퍼핑스타의 식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윤아는 낙심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엔 샌드위치였다. 겉보기엔 일반 샌드위치와 다를 게 없었다. 냄새를 맡아보았다.

 

 

  ‘카레?’

 

 

  한 입을 베어 먹었다. 전체적으로 매콤한 카레였으며, 담백한 닭 가슴살과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양배추가 식감을 한층 살렸다. 크루아상의 고소함도 간간히 느껴졌다.

 

  심사가 끝나, 최종 TOP 5를 가릴 때였다. 그들의 상의 내용을 들어서는 되지 않았기에 파티쉐들은 저마다 화장실을 가거나, 락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윤아는 화장실에서 어느덧 물집이 생긴 손등을 물에 적셨다. 간간히 신음소리가 화장실에 울려 퍼졌다. 대현은 아까부터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윤아를 보다가 근처의 약국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약국에 오는 것이 처음이라 멍하게 서 있다가, 약사가 뭐 때문에 찾아왔는지 물었다. 대현은 말을 얼버무리다가 상황을 설명했다. 약사가 약을 찾을 동안, 대현은 뭔가를 보고는 저것도 달라고 말했다.

 

  대현은 조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아가 조리대에서 물로 손을 헹구고 있었다. 주위에는 디저트가 그대로 있었고 외삼촌과 대근은 보이지 않았다. 대현은 윤아에게 다가가 물을 잠근 뒤 윤아의 손을 잡았다.

 

 

  “물 낭비다, 그거. 물세 네가 다 낼래?”

 

 

  대현은 윤아의 손등에 소독약을 바르고 나서 약을 발랐다. 윤아는 가만히 내려다보다 조심스레 고맙다고 말했다. 대현은 그 말에 괜히 민망했던 것인지 얼굴을 붉혔다.

 

 

  “알면 됐어.”

 

 

  한동안 둘은 아무 말도 없었다. 딱히 주고받을 대화가 없었다. 대현은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마스터는?”

  “심사를 보기 위해 리하네 무리 애들을 데리고 오븐 룸으로 들어가셨어. 아빠도 같이. 내 점수를 매기는 것 같아.”

  “얘들아, TOP 5가 결정됐다. 어서 모여.”

 

 

  오븐 룸에서 나온 그들은 락커에서 쉬고 있던 파티쉐들을 불렀다. 외삼촌은 파티쉐들의 인원을 확인했다. 규동이 뒤늦게 조리실에 도착했다. 뛰었던 것인지 숨을 헐떡였다. 윤아가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아, 약국 좀 갔다 오느라고. 자, 이거.”

 

 

  하얀 봉지 안에는 약과 밴드 그리고 파스가 들어있었다. 윤아는 얼떨결에 받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규동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다음부턴 다치지 말라며,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아는 규동의 갑작스런 행동에 적잖게 놀랐는지 두 눈을 깜빡였다. 외삼촌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박수를 쳤다.

 

 

  “TOP 명단을 발표하겠다.”

 

 

  파티쉐들은 긴장한 듯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도대현. 이규동. 권리하. 이세원. 임윤아.”

  “앗, 나도 들어갔다.”

 

 

  윤아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을 주우려는 듯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사실 이번 윤아의 디저트는 지난 월말평가 때 선보였던 디저트에 비해 매우 평범했다. 그런데도 크로아상 샌드위치를 한 이유는, 디저트 뷔페에 입장해도 그리 단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간단하게 먹고 얘기를 하는 사람들 위해 만든 것이었다. 부담 없이 식사대용으로도 즐길 수 있는 카레가 좋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외삼촌이 윤아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았다. 규동은 윤아가 귀엽다는 듯 옅게 미소를 지었다. 대현은 뭐가 대수냐며 시선을 돌렸다.

 

 

  “룰대로 윤아가 TOP에 들어갔으니 내가 윤아의 자리를 대신해 투표를 시작하겠다. 너희들이 조리대에 놓인 종이들을 보다시피 종이는 5장이고 거기에 나를 포함한 이름이 적혀져 있다. 이걸 이렇게……, 하나씩 접고 보이지 않게 됐지? 그럼 어디보자, 리하가 이걸 섞어서 하나 뽑아줘.”

 

  “네, 네? 제가요?”

 

 

  외삼촌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하는 급작스럽게 불린 자신의 이름에 당황했다. 침을 삼키며 천천히 섞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조리대 주위에 둘러싸여 섞이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섞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나둘씩 목소리가 삐져나왔다.

 

 

  “누가 뽑힐까? 이번 TOP 완전 빡센데.”

  “대현이랑 붙는 거 아냐?”

  “그건 심했다. 임윤아 10 포인트 못 받으면 어떡해?”

  “에이, 그건 그냥 심한 거고, 더 심한 건 마스터와 붙는 거지.”

  “아, 권리하가 표 뽑았다.”

 

 

  리하는 떨리는 손으로 하나를 집어,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쪽지를 보았다. 당사자인 윤아보다 더욱 떨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리하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파티쉐들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덤덤했던 대현마저 쪽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리하는 침을 삼키고 조심스레 쪽지를 펼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하는 도무지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누군데? 누구야?”

  “마스터? 대현이? 규동이도 대현이 뺨치는데.”

 

 

  리하는 천천히 쪽지를 편 상태로 조리대 위에 올렸다.

 

  권리하.

 

 

  윤아는 탄식을 하며 리하를 보았다. 리하 역시 윤아를 마주보았다. 외삼촌은 대근을 슬쩍 쳐다보다,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박수를 쳤다.

 

 

  “리하와 윤아가 붙어서 윤아가 이기게 된다면 10포인트를 받게 될 것이고, 리하가 이긴다면 리하가 그만큼의 포인트를 가지게 될 것이야. 기간은 내일 하루, 주제는 크레이프 케이크다. 아이디어를 각색해 준비하고 다음 날 런치 타임 전에 겨룰 거야. 아, 그리고 윤아와 리하는 다른 한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게. 여러모로 하루 만에 하기는 힘드니까. 양측 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

 

 

  이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산하고 먼저 퇴근했다. 윤아는 짐을 싸려다가 자신의 사물함에서 파스를 발견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들고 있는 봉지의 안을 들여다보았다. 봉지 안에도 똑같은 파스가 있었다.

 

 

  “어라? 누가 놔두고 갔나? 나 주는 건가?”

 

 

  윤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봉지와 함께 파스를 가방 안에 넣었다. 대현은 뒷덜미를 어설프게 만지면서, 윤아의 옆을 지나치다가 몸을 돌렸다. 그 때, 리하가 락커에 들어오며 말하다 우뚝 멈췄다.

 

 

  “대현아 나 크레…….”

 

 

  리하는 하던 말을 멈추고 대현과 윤아를 보았다.

 

 

  “너 크레이프 케이크는 만들어본 적 있냐?”

  “아니?”

  “내가 도와줘?”

  “정말?”

  “네가 혹시 몰라 사고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너무해. 대현이 너 또 나 무시하지?”

 

 

  윤아는 두 볼을 부풀리며 입술을 툭 내밀었다. 대현은 그런 윤아의 모습을 보다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너 시비 걸려고 나 도와주겠다고 한 거 아냐?”

  “내가 기껏 선의를 베풀었더니, 지금 의심해?”

 

 

  윤아와 대현은 한동안 티격났다. 소파에 앉아 있던 규동이 더는 못 보겠다는 식으로 그들을 말렸다. 대현이 제 성격을 죽이지 못하고 화를 내고는 짐을 들었다. 먼저 제안한 자신이 멍청했다면서 락커에서 빠져나갔다. 리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대현의 뒤를 따랐다.

 

  한편 대현은 리하의 손에 붙들린 상태로 오븐 룸까지 끌려갔다. 대현이 리하의 손을 뺐다.

 

 

  “나 내일 크레이프 케이크 만드는 거 도와주면 안 돼? 이번 TOP 과제에 네가 크레이프를 했기도 하고……, 해서 대현이가 좀 더 잘 알 것 같아.”

 

  “너도 잘 알지 않나? 네가 모르는 레시피는 거의 없을 텐데.”

  “그, 그래도 간만에 만들어서 네가 옆에서 도와줬으면 좋겠어.”

  “싫은데.”

  “왜?”

  “내가 왜? 너 알아서 해. 너 혼자서도 잘 하잖아.”

 

 

  대현이 화장실로 가려다말고 리하의 질문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럼 임윤아는 왜 도와줘?”

 

 

  질문에 대현은 고개를 뒤로 돌려 리하를 쳐다보았다.

 

 

  “걘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잖아. 만들어 보지 못한 디저트가 많아.”

  “언제부터 걔한테 호의를 샀어?”

  “……그러게.”

 

  “너 이상해. 너를 보는 내가 정말 미치겠단 말이야. 임윤아가 오고 나서부터 네 행동과 생각이 다 변했어. 단순히 걔가 처음 만드니까 도와주는 거야?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

  “권리하.”

  “너 설마 임윤아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 그치? 응?”

  “권리하.”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내가 너한테 눈길 한 번 받으려고…….”

 

 

  대현은 리하의 손목을 낚아채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야.”

 

 

  리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네가 말할 기회를 줘야 내가 말하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대현은 애써 진정하려는 듯 고개를 떨어뜨리다가 다시 들어 리하를 응시했다. 자신도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걸 충분히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않더라도.

 

 

  “나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너 정말……, 좋아해?”

 

 

  대현은 불과 두 시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윤아의 다친 손등을 걱정해주는 것도 모자라, 약국까지 들러 치료해줬던 자신을. 윤아에게 먼저 도와주겠다고 나선 자신의 모습들을 떠올렸다.

 

  한편 윤아는 어떠한 크레이프 케이크를 만들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대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의 파티쉐는 갔던 터라, 그들은 오븐 룸에 들어섰다. 윤아의 눈동자에서 대현이 리하를 벽에 밀어붙인 모습이 비춰졌다.

 

 

  “너 정말……, 좋아해?”

  “아마도?”

  “아마도라니! 난 진심으로 묻는 거란 말이야.”

 

 

  윤아의 눈이 점점 더 커졌다.

 

 

  “좋아해.”

 

 

  그 순간 윤아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기억 속의 남자 아이가 유자 마카롱을, 나는 그 아이에게 왜 만날 우냐고……. 남자 아이, 우리가 어렸을 적에, 대현이와 내가, 그런데 대현이가 리하를 벽으로 밀쳐내서……. 어째서? 대현이가 리하를?’

 

 

  슬그머니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씩, 윤아는 대현에게서 멀어져갔다. 이윽고 오븐 룸의 문이 윤아의 뒷걸음질을 막았다. 툭, 하는 소리에 리하와 대현은 고개를 돌렸다. 대현은 멍한 표정을 짓는 윤아를 보자마자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었다. 리하와 대화를 하느라 윤아가 옆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대현은 리하를 놓고,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서는 윤아에게 손을 뻗었다. 어깨에서 팔뚝 그리고 팔꿈치 부분을 넘어 팔목까지 손이 내려가다, 이내 윤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자신으로 향해 끌어당겼다.

 

 

  “어디 가지 마.”

  “미, 미안해. 대화 소리가 들리기에 와봤어. 방해해서 미안해.”

  “얘는 또 뭔 소리야? 너 ‘예전’처럼 말도 없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지 말고 잘 들어.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윤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대현의 두 눈에 시선을 고정했다.

 

 

  “널 좋아했단 말이야.”

  “뭐?”

 

 

  되묻는 소리는 윤아의 입에서도, 리하의 입에서도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넋 놓고 대현과 윤아를 바라보는 규동이었다. 대현은 규동에게 시선을 건네며 말했다.

 

 

  “규동, 미안. 내가 너 도와주겠다는 거, 나 참을성 없어서 더는 못할 것 같다.”

  “너 정말 진심으로…….”

  “미안. 그렇게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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