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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12. 단오
작성일 : 20-09-21 18:02     조회 : 132     추천 : 0     분량 :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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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느 마을에나 큰 고목나무는 있게 마련이었다. 도성에도 큰 나무들이 있었는데, 운종가 인근 마을의 고목나무엔 언제나 그네가 매달려있었다. 봄꽃이 만발한 시기면 동네 처녀들이 곱게 차려입고 이곳에서 돌아가며 그네를 타곤 했는데, 동네 청년들이 그네 타는 처녀들을 멀리서 시켜보다 결국 눈이 맞곤 했다. 인연을 만드는 만남의 광장이라고나 할까?

 

 “그 얘기 들었어? 남원당 행수 딸 말이야.”

 “되게 못생겼다는 걔?”

 “얼마 전에 젊은 관리랑 여기서 눈 맞아서-”

 “어머, 어머!”

 “날 잡았대!”

 “이름이 뭐더라? 춘, 춘향이? 장원급제한 싱싱한 사내랜다.”

 “어머~! 웬일이라니.”

 

 그네가 만든 인연이 소문을 타고 전설을 만들었다. 평소에는 그나마 순서를 지켜 탈 만했던 그네가 일 년에 딱 한 번, 경쟁이 치열해지는 날이 있었다. 바로 단오 날이었다. 유아와 성은 방물장수 청씨 곁에 나란히 앉아, 예쁜 옷감을 사려고 싸우는 여인들의 싸움 구경을 하고 있었다.

 

 “쯧쯧... 단오가 사람 잡네.”

 “아재. 왜들 저러는 거예요?”

 “단오에 시집이라도 가려나 보네.”

 “응? 시집?”

 

 성은 알고 있었다. 또래보다 조숙하고, 아는 것이 많았던 소년이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는 퉁명스레 말했다.

 

 “고목나무 그네에서 그네를 타면, 동네 사내들이 다 쳐다보고 그러니까.”

 “그렇지! 역시, 도련님은 아는 것도 많소?”

 “나야, 뭐. 에헴!”

 “그럼, 나도 그네 탈래!”

 

 유아가 벌떡 일어나서 손을 들었다.

 

 “나도! 그네 탈래요.”

 “그러슈. 저, 여인네들 이길 수 있다면.”

 “나도, 싸우라고요?”

 “어려서 봐주려나?”

 

 유아는 기를 쓰고 싸워대는 여자들을 보고 있자니, 그네 탈 생각이 똑 떨어졌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성이 삐쳐있었다. 팔짱을 끼고, 유아를 노려보았다. 물론 그 이유는 당사자인 유아 말고는 모두 익히 알았다.

 

 “너, 표정이 왜 그래?”

 “그네를 왜 타고 싶은데?”

 “다들 예쁘다며.”

 “그래서 그네를 타시겠다?”

 “응.”

 “응? 지금 응! 이라고?”

 “응.”

 “하! 나, 진짜. 안 되겠네.”

 

 청씨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재미나게 관찰했다. 성의 화는 더욱 불타올랐고, 유아는 아직 영문을 몰랐다.

 

 “뭐가?”

 “내가 있는데, 왜 그네를 타?”

 “너도 타, 그럼.”

 “사내는 못 타.”

 “그럼 너도 봐.”

 “야!”

 “왜 화를 내?”

 “화 안 나게 생겼어?”

 “알 수가 없네. 그네 탄다는 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이야?”

 “어! 화날 일이야. 아주 많이!”

 

 성이 화를 내자 유아도 함께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너 아주 옹졸하구나?(*성품이 너그럽지 못하다)”

 “오, 옹조~올? 지는! 완전 날아다니는 족제비 같은 게!”

 “뭐?! 족제비?”

 “그래! 족제비!”

 “너, 진짜! 이 멍청아!”

 “멍청이? 넌 더 멍청이거든? 이, 멍청하고 쬐끄만 족제비야!”

 “야! 너, 가! 다신 오지 마!”

 “갈 거였거든?!”

 “치사해!”

 “넌 못됐어! 아주~ 못됐어!”

 

 성은 자리를 박차고 휙 가버렸다. 봉수는 급히 성의 뒤를 따랐다. 유아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거칠게 숨을 골랐다. 지켜보던 청씨가 한 마디 거들었다.

 

 “이번엔 아가씨가 너무했다.”

 “아재!”

 “그네를. 하~ 우리 아가씨가. 아~ 그렇게 안 봤는데.”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해요?”

 “생각을 해 봐. 좋아하는 여인이 다른 사내들 앞에서 그네를 타겠다는데. 그네를! 무려 그네를!”

 “좋아하는 여인?”

 “내가 애한테 무슨 얘길 하냐. 무튼, 사과해요. 이번엔 아가씨 편 못 들어 줘요.”

 “좋아해? 나를요?”

 “몰랐어요?”

 “응.”

 “난감하네.”

 “그런데 그렇다고 화를 내요?”

 “화나지. 나도 금방 화날 뻔.”

 

 유아는 사과를 아니, 이유를 더 들어보고 싶었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성은 다음날 책방에 오지 않았다. 유아는 하루 종일 성을 기다렸다. 해가 지고 있음에도 기다리다 아버지, 청원에게 늦은 귀가로 혼나면서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기다렸다. 그럼에도 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치! 옹졸하고, 치사하고, 못! 됐! 어!”

 

 ***

 

 밤하늘이 짙어진 지도 몇 시간 째. 깊은 어둠에도 대왕은 잠들지 못했다.

 

 “하...”

 

 대왕의 한숨이 공허한 방 안을 밀고 나갔다. 대왕이 잠들 때까지 곁을 지키고 있던 상선이 그 한숨 소리를 듣고는 한참의 침묵을 깨며 물었다.

 

 “전하. 성심에 근심이 계시옵니까?”

 “공허하구나. 허무하도다.”

 “중궁전에 연통을 넣어 볼까요?”

 “됐다. 괘씸한지고.”

 “허면... 세손께?”

 “세손?”

 “송구하옵니다.”

 “아, 아니다. 곧 단오가 다가오지?”

 “그러하옵니다.”

 

 대왕은 그 말 이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세손을 궐로 들이라고도, 중궁전에 연락을 하라는 얘기도 없이 그저 홀로 한참을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새벽 4시, 파루가 울렸다.

 

 ‘둥~! 둥~!’

 

 대왕은 파루가 울리자마자 승지들을 불러들였다. 현재 도승지는 중전의 오빠인 구준이 맡고 있었다. 승지들은 영의정을 비롯한 삼정승의 집으로 찾아가 그들을 직접 궐로 데리고 왔다. 해가 뜰 시간엔 김씨 외척들의 인사가 대거 물갈이 되었다. 대왕은 구준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서운한가?”

 “그럴 리가요.”

 “허면, 과인의 판단이 현명하다 보는가?”

 “그러하옵니다.”

 “참으로 엉큼하군.”

 “송구하옵니다.”

 “감히, 외척의 본분을 다 하지 않은 벌이라 여기라.”

 

 외척의 본분보다는 중전의 본분이 아니겠는가? 단 한 번도 합궁을 하지 않고, 후사 생산의 의욕은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외척의 세상으로 만들려 한 괘씸죄였다. 구준은 이를 받아들였다. 조금은 위험했지만, 완전한 물갈이도 아니고 오히려 불필요한 인사들을 밀어내 깔끔했다. 그리고 그 물갈이엔 엄한 사람이 포함되었다. 뒤늦게 줄을 잘못 탄 김청원이었다.

 

 “양주 목사?!”

 “서두르십시오. 허면.”

 

 승지가 아침부터 직접 집으로 찾아와 청원에게 소식을 전하고는 가버렸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아이고.”

 “물 먹은 겁니까?”

 

 청원의 아내는 잠옷 바람으로 나와 마당에 털썩 주저앉은 청원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족자. 대왕이 친히 경기도 양주 목사로 임명한다는 임명장이었다.

 

 “양주가 어디야?”

 “임자. 짐 싸.”

 “예?”

 “바로 떠나라 시네.”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예요?”

 

 이 사태에도 두 아들은 오늘도 기방에서 밤을 새고 몰래 들어오던 중이었다. 도둑 걸음으로 들어오던 찰나, 마당에 주저앉은 청원을 보고 온 몸이 굳어버렸다.

 

 “일주일 안에 옮기라고- 응?”

 

 그리고 결국, 긴 꼬리는 밟히고 말았다. 한탄하던 청원의 착잡한 마음에 불을 지필 재물이 눈에 띄고 말았다.

 

 “너! 이노무 새끼들이!”

 “아, 아버지!”

 “지금 들어오는 게야?”

 “아, 아닙니다. 지금 나가려던 차에-”

 

 청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첫째에게 달려갔다. 도망가려던 첫째는 청원에게 뒷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청원은 첫째의 냄새를 맡았다.

 

 “어휴~ 술 냄새. 이노옴!”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진짜, 함께 수학하는 동무들과 처음 가 본 것입니다.”

 “둘째! 어딜 가느냐?”

 “아버지, 저는 진짜 억울합니다. 진짜요!”

 

 둘째는 재빨리 도망가려다 첫째가 건 다리에 엎어지고 말았다. 혼자서 독박을 쓰긴 싫었던 첫째의 물귀신 작전이었다.

 

 “지금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데, 아들이라는 놈들이! 말순아비야! 회초리 가져와!”

 

 곁에 있던 말순아비가 걸음을 재촉했다.

 

 “아버지! 아버지!”

 “장차 급제하여 큰 뜻을 이루겠다 결심한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오라비들이 이러니, 유아 저것마저 밖으로 나돌지.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구나.”

 “아버지~이!”

 “회초리 가져오라니까, 뭘 그리 꾸물대?!”

 “예~ 마님. 가유~!”

 

 유아는 아직 꿈나라였다. 바깥은 난리가 나고, 회초리 맞는 소리가 마당을 울리고 있는 이 상황을 전하기 위해 연실이 유아를 깨웠다.

 

 “아가씨! 아가씨, 일어나 봐요.”

 “으음... 왜?”

 “지금 난리 났어요.”

 “뭐? 왜?”

 

 유아는 연실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도련님들이 아침부터 회초리 맞고 난리도 아니라고요.”

 “돼지들. 잘못했으니, 맞겠지. 난, 또 뭐라고.”

 

 연실은 다시 누우려는 유아를 잡아 일으켰다.

 

 “잘 때가 아니라고요. 나리가 양주목사로 떠나야 한 대요. 온 식구 다 가야한다고요.”

 “양주?”

 “여길 떠나야 한다고요.”

 “얼마나?”

 “모르죠. 그거야, 임금 마음이지.”

 “갑자기 왜?”

 “내가 알면, 왕 하지.”

 “안되는데.”

 “성이 도련님하고 화해하고 가세요.”

 “빨리 세숫물 가져와.”

 “가게요? 지금 나가면 아가씨 종아리 아작 날 텐데?”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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