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10. 너와 함께해 좋았다
작성일 : 20-09-21 18:00     조회 : 143     추천 : 0     분량 : 436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연실아... 가자.”

 “예? 어딜요? 쩝쩝.”

 “집에...”

 “집에요? 쩝쩝.”

 “그래에... 스승니임... 저, 가요오...”

 

 백씨는 이렇게 기운 빠진 유아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아가씨. 괜찮아요?”

 

 유아는 고개를 저었다. 시무룩해진 유아가 책방을 나와 운종가 거리를 걸어갔다. 백선생은 유아가 걱정되어, 신씨는 떠나는 연실이 아쉬워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유아와 연실이 운종가 인파에 들어서려 할 때였다.

 

 “유아야!”

 

 유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익숙한 그 목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인파를 뚫고 달려오는 성과 봉수였다.

 

 “유아야~아~!”

 

 유아는 성이 멀리서 모습을 보이자 서운했던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 몇 번 훌쩍거리더니, 성이 유아의 앞에 다가왔을 땐, 이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입술이 실룩였고, 눈가와 콧등이 발그레 졌다.

 

 “유아야. 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성의 말에 유아는 더욱 서러워졌고,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흐앙~!”

 “유, 유아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에~ 으앙~!”

 “미안해. 내가 늦잠을 자버려서. 진짜 미안. 응?”

 “나빴어~어~! 으아앙~!”

 

 성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길 한복판에서 우는 여덟 살짜리 여자 아이에 어른들의 시선이 쏠렸다.

 

 “우리 약속했잖아. 같이 꽃구경가자. 내가 진짜 예쁜 꽃 많이 보여줄게. 응? 그러니까, 뚝!”

 “진짜?”

 “응!”

 

 유아는 코를 훌쩍이며 이내 울음을 멈추었다. 눈물을 스윽 훔치는 모습도 성은 예뻐 보였다. 펑펑 흘린 눈물 덕분인지, 맑았던 눈동자는 더욱 맑고 밝게 빛났다. 마치 빗물에 구름이 씻겨 내려가 맑아진 하늘처럼. 성은 유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으로 잡아보는 또래 남자아이의 손. 유아는 살짝 멈칫하더니 성의 손을 꼭 잡았다. 성은 유아와 함께 있을 때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유아를 더욱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가자.”

 

 성은 유아를 이끌고 자신만이 아는 비밀장소로 향했다. 조선에서 몇 명만 알고 있다는 그 장소. 세상을 떠난 정훈세자가 아들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물려주었다. 성이 아버지를 보고 싶을 때마다 찾는 곳, 화원이었다.

 

 “자, 손.”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자~”

 

 성과 유아는 산에 올라야 했다. 성의 화원은 산 중턱에 숨어있었다. 성은 유아에게 손을 내밀었고, 치렁치렁한 치마 신경 쓰랴, 땀 닦으랴, 걸음 옮기랴, 힘들었지만 유아는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 꿋꿋하게 오르려 했지만, 성은 유아에게 한번 더 손을 내밀었다. 유아는 이내 성의 손을 잡았다. 물론 지금 가장 힘든 이는 따로 있었다. 무거운 몸을 위해 지팡이 신세가 된 봉수였다. 연실은 산에 오른 지 1분 만에 헐떡이기 시작했고, 어딘가 기대고 짚을 곳이 필요한 연실은 자연스레 앞에 가던 봉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손을 치우면 옷을 잡아당기는 통에, 봉수는 하는 수 없이 연실의 지팡이가 되었다.

 

 “주인 드실 음식은 혼자 다 먹었나.”

 “헉... 헉... 뭐라고요?”

 

 연실은 봉수의 구시렁거리는 한탄을 들을 수 없을 만큼 버거웠다.

 

 “뭐래. 헉... 헉... 아이고, 어디까지 가?”

 “다 왔네. 내가 더 죽겠네.”

 “아까 다 왔다면서?”

 “거의 다 왔다고 했지.”

 “그게 그거지.”

 

 봉수는 아까부터 반말로 비위를 건드리는 연실의 말투가 거슬렸다.

 

 “근데, 아까부터 왜 반말이냐?”

 “그쪽도 몸종. 나도 몸종. 양반네 몸종이 다 같지. 종친 네 몸종은 신분이 따로 있나?”

 “무, 뭐? 이게 진짜!”

 “뭐?! 진짜 뭐?”

 "내가 정말 참으려 했는데!!!"

 '말도 못하는 게. 흥!"

 

 연실은 봉수를 휙 밀어버렸다. 슬쩍 밀었을 뿐인데, 봉수는 두 다리가 휘청했다.

 드디어 도착한 성의 비밀화원.

 

 “저긴 누가 살아?”

 

 유아는 화원 중앙에 있는 낡은 오두막을 가리켰다.

 

 “아니. 일종의 쉼터야.”

 “그렇구나. 가보자!”

 

 유아는 신나게 화원을 만끽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유아와 성을 뒤따르던 봉수와 연실이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갔나 했더니, 입구의 꽃들을 멍석 삼아 벌러덩 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 아이고 죽겠네!”

 “낭만이라고는 없군.”

 “낭만은 얼어 죽을. 그건 저기 여유로운 양반네들이나 갖는 거고. 꽃 옆에 산다고 똥이 꽃이 되는 게 아니야, 이 사람아. 정신 차려.”

 “뭐? 또, 똥?”

 “아주 악독한 주인 만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지. 이렇게 매일같이 고생은 시켜도 살만 하잖아? 그 쪽도 참, 애쓰면서 살겠네.”

 

 봉수는 기분도 나쁠뿐더러, 더 이상 이 천민과 말을 섞어선 안 될 것 같았다. 입만 열면 불경스러운 말이 가득했다.

 

 “저 분은 세상 가장 점잖고, 귀한 분일세. 말 함부로 하지 말게.”

 “뭐야, 그 말투는? 귀한 종친의 종이라고 네놈도 귀한 몸이야? 풋! 분수는 알고 살아. 불쌍해 보여.”

 “네 이년!”

 “네, 이놈! 정신 차려. 네 주인이 귀하고 종친이지, 네놈이 양반이 아니야.”

 

 봉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내가, 지금은 하는 수 없이 참는다만, 나중엔 후회하게 될 거야.”

 “퍽이나.”

 

 유아와 성은 오두막의 창을 열어젖혔다.

 

 “우와~!”

 

 유아의 검은 눈동자 가득 화원의 꽃들이 가득 담겼다.

 

 “예쁘지?”

 “응!”

 “아버지도 여길 참 좋아하셨어. 자주 오진 못하셨지만.”

 “아버지도 여길 아셔?”

 “아버지가 나한테 여길 주셨어.”

 “응? 왜?”

 “마지막 선물이니까.”

 

 여느 여덟 살의 아이였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 선물이라니. 그럼, 이제 선물을 주지 않는단 건가? 왜? 잘못을 많이 했나?’ 했겠지만. 유아도 같은 경험을 했다. 부모 중 한 사람의 죽음. 이별. 그리움. 그래서 금방 이해했다. 그동안 감탄했던 것도, 행복해 하던 것이 미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정도로 빨리 알아들었다.

 

 “그랬구나...”

 

 성은 마음이 통했다는 생각에 유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유아도 같은 아픔을 꺼내보였다.

 

 “우리 엄마도 마지막 선물 주고 갔었거든.”

 “지금 어머니는?”

 “응. 계모야. 흔한, 계모. 근데 좋아. 이렇게 밖으로 놀러 다닐 수도 있고, 덕분에 책방에서 만날 놀아도 혼도 안 나고.”

 “너희 엄만 어떤 선물을 주셨는데?”

 “음... 연실이?”

 “연실이? 저, 몸종?”

 “응. 그리고 말순아비, 말순어매, 스승님, 청씨 아재, 신씨 아재, 만영이모-”

 “엄청 많이 주셨네?”

 “그치? 우리 엄마가, 원래 손이 좀 커.”

 “부럽다.”

 “치~”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건 어른들에게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과 유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떤 말로 더 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그 다음은 배운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마음은 꽃들이 위로했고, 나쁜 생각은 훔쳐 가버렸다. 그리고 다음 대화는 찬바람이 이어주었다.

 

 “으~ 춥다.”

 

 유아가 추운지 몸을 움츠렸다.

 

 “곧, 해 지겠다.”

 “그러네.”

 “이제 가자. 내일 또 올까?”

 “그래!”

 

 유아와 성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화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꽃으로 반지도 만들고, 왕관도 만들고, 목걸이도 만들었다. 꽃밭 사이에 숨어 숨바꼭질도 했고, 벌러덩 누워 하늘도 보았다. 가을 끝자락을 향하는 하늘은 더욱 짙푸르렀다. 그만큼 두 사람의 마음도 짙어졌다. 유아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 봉수는 성에게 넌지시 물었다.

 

 “대체 언제 사실을 알리실 생각이십니까?”

 “조금만 더.”

 “얼마나 더요?”

 “내일. 내일 얘기하겠다.”

 “에휴~.”

 “어찌 불경하게 한숨을.”

 “송구합니다~.”

 “연실이에게 무시를 당해 화가 많이 났구나?”

 “그 이유가 크죠. 그러니 부디, 이 가여운 내관을 위해서라도 제발, 사실대로 말씀하십시오. 내일은. 꼭!”

 “오냐. 알겠다.”

 "정말이시지요?"

 "나가서 일 봐라."

 "저하!"

 "두려워서 그런다! 김유아 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지, 너도 잘 알면서 공연히 그러는구나. 아주 짖궃어. 아주 못됐어!"

 

 유아의 눈에도 자신의 집이 보였다. 연실은 실실 웃으며 유아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떻습니까? 저 양반."

 "뭐가?"

 "좋으시냐고요."

 "뭐, 그냥... 나쁘진 않아. 근데, 볼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어떻게요?"

 "음... 쓰다듬어주고 싶어. 엄마 돌아가셨을 때, 주위 어른들이 날 보면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그것 말고는 다른 건 없어요?"

 "다른 거?"

 "아니, 뭐. 설렌다거나. 가슴이 막 뛴다거나.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그런거요."

 "음..."

 

 다시, 성의 방 안. 봉수는 머쓱해졌다.

 

 "그 애기씨가 좋으십니까?"

 "어."

 "아직, 여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모르실텐데..."

 "생각이 나. 그 아이 때문에 책을 못 읽겠어. 계속 웃으면서 날 봐. 그런데 막상 그 아이를 보면, 말이 잘 안 나와. 잘 못보겠어. 어쩔줄을 모르겠어. 그냥, 막, 훔쳐오고싶어. 그 미소. 손가락. 눈. 코. 입. 목소리. 전부."

 

 대문을 열다가 말고, 연실은 다시 물었다.

 

 "아니면 이건 어때요? 지금, 집으로 가서 뭘 하는지, 궁금하진 않아요?"

 "궁금해. 그래서 답답해. 지금쯤 도착했는지부터."

 "맞네!"

 "뭐가?"

 "우리 아가씨 다 컸네. 아가씨. 그게, 사랑이라는 거예요. 가족이랑 운종가 식구들을 좋아하는 거랑 다른 마음이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 10. 너와 함께해 좋았다 2020 / 9 / 21 144 0 4368   
9 9. 두렵다 2020 / 9 / 21 125 0 4356   
8 8. 누구 2020 / 9 / 21 133 0 3786   
7 7. 함부로 그립게 2020 / 9 / 21 139 0 4278   
6 6. 김척론자가 무엇인고 2020 / 9 / 21 133 0 4263   
5 5. 비밀, 간직한 2020 / 9 / 21 134 0 3119   
4 4. 너의 이름은 2020 / 9 / 21 136 0 4280   
3 3. 운종가 책방 2020 / 9 / 21 132 0 2976   
2 2. 옥패, 그...놈? 2020 / 9 / 21 170 0 7114   
1 1. 그 날의 기억 2020 / 9 / 21 454 0 4676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야릇한 호레이쇼
joinB
내 약혼자가 왕
joinB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