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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기다림
작가 : joinB
작품등록일 : 2020.9.21

그가 사랑했던 조선의 푸른 하늘과 땅과 바람은 여전했다.
널 잃었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이른 걸음을 걸어가버릴 수밖에 없던 나는 아직도 여전했다.
널 떠났던 그날로부터 난 멈춰있다.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항상 다른 이름으로 가로막았다.
널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만 나는 너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했다.
세상과 멀어진 지금, 멀어지려 하는 지금, 이제야 깨닫는다.
그게, 상처라는 걸.
너를 외롭게 했다는 것을...

나도 너도 기다린다.
사랑에 빠졌던 그 날의 사랑으로부터...

 
3. 운종가 책방
작성일 : 20-09-21 17:57     조회 : 132     추천 : 0     분량 : 2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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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조대왕은 세자즉위식에 맞춰 특별 과거시험을 선포했다. 때문에 지방에서부터 올라온 사람들로 도성 거리 끝에서 끝까지 성황이었다.

 

 어수선한 거리를 따라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퍼졌다. 정훈세자가 죽고,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새로운 후계자가 세워지니, 죽은 형의 자리를 가로챈 이 청과 며느리와 손주를 내쫓은 허조대왕을 씹고 뜯었다. 그 말이 모여 거리를 가득 채우니, 장사꾼들 호객소리도 묻힐 지경이었다.

 

 한편, 도성의 핫 플레이스는 단연 운종가였다. 그 거리엔 젊은이라면 절대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바로, 도성 제 1호 세책방인 백씨네였다. 지나가던 젊은 유생들이 세책방을 보며 말했다.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운종가 백씨네 책방엔 월하노인이 운명을 이어주는 신비로운 공간이 있다네. 운명의 연인을 찾고자 하면 그 문이 열린다지.”

 

 자고로 청춘이라면 운명적인 사랑에 한 번쯤 빠져보는 것이 인지상정! 젊은이들에게 백씨네 책방을 들르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갔고, 그래서 백씨네 책방은 언제나 청춘들로 호황이었다.

 

 “이보게. 이 서책은 얼마나 하나?”

 “어허! 그 책은 아니 됩니다. 아주 귀한 분의 운명이 있는 서책이니, 다른 운명을 소개해드리지요.”

 

 책방의 주인인 백씨는 빨간 표식이 달린 서책을 내려놓으라며 극구 말렸다.

 

 “그럼 이건?”

 

 책을 고르는 이는 열여섯에서 일곱 정도 되어 보이는 양갓집 규수였다. 도도한 척 해도 이미 소문을 들어 알 건 다 알면서, 새침하게 시치미를 뗐다. 인연을 찾으러 온 것이 뻔했다. 여기 오는 젊은이들 태반이 그러하듯.

 

 “그 책이~ 꽤 수준 높은 책을 고르셨습니다! 영의정 댁 둘째 아드님 정도의 수준에서 보시는 서책이온데.”

 

 백씨는 호들갑을 떨었다. 자고로 큰 반응은 큰 결과를 불러오는 법. 규수는 화들짝 놀라 백씨를 쳐다보았다.

 

 “영, 영의정?!”

 “예. 제게 주시겠습니까? 확인을 좀.”

 

 규수는 백씨에게 책을 건넸다. 그리고 백씨는 책을 받자마자 무언가를 꿰뚫어본다는 눈빛으로 규수를 노려보았다.

 

 “이 책은 신간이라, 5리입니다. 그보다, 이 서책이, 아가씨를 선택했군요.”

 

 규수는 조금씩 볼이 발그레해졌다. 속으로 무슨 상상을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다지 현숙한 생각은 아닌 듯 보였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뭐, 내가, 그 분과 연이라고 있단 소린가?”

 “운명적인 사랑! 그 문이 열리리라!”

 “어맛!”

 

 규수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백씨를 바라보았다. 이미 백씨가 뭐라 해도 믿을 분위기였다.

 

 “따라오시지요.”

 

 백씨는 규수를 데리고 뒷문으로 향했다.

 

 백씨가 규수를 홀리며 운명의 문을 열고 있을 때, 책방 앞에서는 부채를 파는 신씨, 그 옆에 향낭을 제공해주는 방물장수 청씨는 수다 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보면서도 이 남자들은 계집보다 더 수다를 떨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씨는 부채를 촤악 펼쳐서는 입을 가리고, 곁에 있던 청씨에게 화두를 던졌다.

 

 “사람 많네, 오늘 증광시(*나라의 경사에 실시한 임시 과거)가 있다지?”

 

 두 남자 사이에 스윽 끼인 옆집 비단가게 주인이 대신 답했다. 평소보다 장사가 더욱 잘 돼 기분이 좋았다. 한창을 정신없이 장사를 하다 이제 막 한숨을 돌릴 요량으로 대화에 끼였다.

 

 “불온서적이니 뭐니 검열 때문에 골치 아팠는데, 간만에 짭짤하군.”

 “에휴~ 임금님도 무심하시지. 세자 죽은 지가 1년이 됐어, 10년이 됐어? 고작 반년 만에 손자 쫓아내고, 둘째아들을 들이나?”

 

 방물장수 청씨의 말에 신씨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허, 이보게! 말조심해. 자네도 바람처럼 사라져.”

 “우리 임금님은 다 좋은데, 왜 혈육엔 인정이 없으실까나?”

 “에헴! 난 못 들은 걸세. 청씨 이 사람, 날이 갈수록 이상해져.”

 

 그때, 옆집 비단가게 여 주인 김만영이 신씨의 머리 뒤로 눈만 빠끔히 내놓고는 말했다.

 

 “조심해. 어물전 박씨가 임금님 흉보다 비명횡사한 것 아닌가?”

 “세자를 임금이 죽였다는 소문을 퍼트리다 그리 됐다지?”

 “김사장은 그걸 어디서 들었대?”

 

 신씨가 놀라워하자, 만영은 신씨의 부채를 뺏어들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허, 참! 뭘, 새삼스레. 지식을 사고파는 일이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지. 음하하하하!”

 

 그것이 단순한 소문인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진실은 아는 자,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백씨는 운명으로 규수를 안내하고 있었다. 좁은 공간 아래에서 문을 열고 백씨가 쑤욱 사라지자, 규수가 그 뒤를 따랐다. 좁은 돌계단이 나사형으로 이어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동굴이 나왔다. 싸늘한 기운이 뒤를 따르던 규수를 감쌌다.

 

 “여기가 그 소문의 그 곳입니까?”

 “쉿!”

 

 동굴에 불이 켜지자, 평생 보지도 못한 진귀한 물건들이 넓은 공간에 가득했다. 중심의 탁자 위엔 엄청나게 크고 투명한 구슬도 있었다. 백씨는 진지하게 구슬 위로 손을 휘저었다.

 

 “월화노인께서 문을 열어주시려나 봅니다.”

 “어머!”

 

 백씨는 서역에서 들여온 카드를 꺼내 탁자위에 올려 좍 펼쳤다.

 

 “자!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한 장 고르십시오.”

 “아무것도 없는데?”

 “스읍! 어서!”

 “저, 정말? 요? 이렇게요?”

 

 규수는 간절히 빌었다. ‘나에게도 운명의 짝을, 기왕이면 잘생긴 짝을 맺게 해주세요.’ 서역의 마녀들이 가지고 점을 친다던 카드 위로 규수의 손이 우왕좌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규수는 카드를 뽑았다. 백씨도 한 장 뽑아 들었다.

 

 “오호라!”

 “답을 하셨나요?”

 “월화노인께서 운명의 수레를 아가씨에게 몰고 오고 계십니다. 역시 그 서책이 아가씨를 택했군요.”

 “정말입니까? 제가 어찌하면 됩니까?”

 “세책(*책을 빌리는 것)보다는 서책을 가지는 것이 좋겠지요? 아가씨를 선택한 부적이니. 그리고 이 향낭. 얼마 전, 서책을 빌려간 그 분도 같은 향이지요. 끌어당겨 줄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규수는...

 

 “사흘 뒤에 오십시오. 완성시키지요.”

 

 향낭을 포함한 거금을 내고는 책방을 나갔다. 그리고 백선생은 긴장해야했다.

 

 “백선생~! 백선새~앵~!”

 

 운종가에서 가장 돈 잘 번다는 세 남자가 어린 여자아이의 외침에 화들짝 놀라 보았다. 저 멀리 유아가 치마를 부여잡고 달려오고 있었다. 저보다 큰 어른들 사이로 쏙쏙 잘도 피해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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