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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6화 <오픈&클로즈>
작성일 : 20-02-11 23:49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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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스텔의 복도는 이미 흔적도 없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어? 들어갔나 보네?”

 

 뜬금없는 도현의 말에 안나는 도현을 바라봤다.

 

 “옆집 이사 왔다는 그 친구 말야. 아까 왔을 때 계속 여기 쭈그리고 앉아있었거든. 막 안절부절 못하면서.”

 “......”

 “‘저기요오~~ 혹시 안나 누나랑 아세요? 안나 누나가 아까 피를 철철 흘리면서 혼자 응급실에 갔는데요오~~ 아직 안 왔어요오오~~’”

 “......”

 “어유,,, 애가 막 울먹울먹 하는데 난 니가 죽은 줄 알았다니까?”

 

 도현이 가진 능력은 상당히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썰을 푸는 것이었다. 그것도 콩알만한 이야기를 애드벌룬만큼 부풀리는.

 

 “사기를 안치면 이야기가 안 돼요?”

 “진짜야. 바로 저기 앉아 있었다고.”

 

 안나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신빙성을 열심히 어필하는 도현을 코웃음 한 번으로 외면했다. 도현이 말은 사실일 수가 없었다. 첫째, 애가 당황해서 얼어있기는 했어도 절대 저런 말투는 아니었다. 그리고 둘째...

 

 “알려준 적도 없는 내 이름을 걔가 어떻게 알아요?”

 “니가 알려줬다는데?”

 “네?”

 

 도현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너랑 초면이 아니었나본데?”

 

 내가 그 애를... 언제 만나봤던가?

 

 “암튼 걔가 엄청 걱정하더라. 내가 가볼 테니 괜찮을 거라고 해도 문 앞에 계속 쭈그리고 앉아서 기다릴 기세였는데... 들어갔나 보네.”

 

 도현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안나는 옆집의 인터폰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불이 켜져 있었다.

 

 “당사자 없는 데서 쓸데없는 말 하지 마요. 애도 아니고... 없어 보여요.”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한 안나는 띡띡거리며 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는 도현이 따라 들어오기도 전에 ‘탁!’ 문을 닫아버렸다.

 난데없이 냉대 당한 도현이 삐죽거리며 현관 비밀번호를 다시 눌렀다. 도현의 눈에도 불이 켜져 있는 옆집 인터폰이 들어왔다. ‘피식.’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안나는 이상한 데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네네네. 나이 값 못해서 죄송합니다.”

 

 [띠리리릭]

 

 도현까지 문 안으로 사라지고,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조용한 복도로 흘러갔다.

 

 

 

 [삑]

 

 인터폰 모니터 앞에 서 있던 유진이 스르르 뒤를 돌았다. 그러더니 풀썩 주저앉았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안나가 그렇게 병원으로 향하고 난 뒤,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이 되어서 안나를 기다릴 작정이었다. 혹시 집에 들어갔다가 놓쳐 버릴까봐 내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후다닥 집 안으로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집에는 인터폰이 있었다는 것이다. 인터폰으로 현관문 밖의 복도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살짝, 아무도 모르게 안나가 무사한지만 확인하려고 했는데, 미처 몰랐다. 인터폰이 켜지면 불이 들어온다는 걸. 안나도 그렇고, 안나의 오빠라는 사람도 그렇고, 유진이 인터폰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청소부가 복도를 치우는 내내 유진은 뻘쭘한 모습으로 옆에 서있었다. 혹시 도와드려야 하는 건 아닌가 해서 손을 내밀었다가, 발 좀 치워보라는 타박에 뒤로 물러서고, 쓰레기통을 들어드리려 다시 다가갔다가 위험하니 저리 비키라는 말에 또 물러서고. 그러던 사이 복도 청소는 깨끗하게 완료되었다.

 청소를 끝낸 청소부가 돌아간 뒤에도 유진은 복도를 떠날 수 없었다. 분명히 휴지로 몇 번 감아서는 커버가 안 되는 상처였는데. 뭐라고 말리던 붕대와 약을 사다 드려야 했나, 어떻게든 따라 갔어야 했나, 다리 다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텐데 부축이라도 해드렸어야 하는 건데... 머릿속은 이미 한참 늦어버린 뒷북이 둥둥 울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고, 유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유진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쪼그려 앉아 안나를 기다렸던 건,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덜떨어진 인간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냥 당당하게 밖에 있을걸... 어쩌면 안나와 그 오빠라는 사람은 지금쯤, 이런 유진을 실컷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진은 창피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무릎에 파묻어 버렸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하지만 정작 안나의 집에서는 유진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병원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뿐이었다.

 

 “처음 내 신분을 바꿀 때도 나는 당신이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한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신의 말만 듣고 거기에 따랐다고요. 그러니 이번에도 똑같이 해요. 알아서 필요한 절차 밟으시고... 나한테 시킬 건 시키시고.”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그렇게까지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넌 내 동생이야.”

 

 도현이 안나를 가만히 응시하며 간곡히 말했다. 도현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따스했다.

 

 도현은 동생이라는 존재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도현의 동생이라는 안나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언제 어디서나 늘 안나를 먼저 챙겼고, 틱틱 대고 까칠하게 굴어도 넓은 아량으로 모두 받아주었다. 슬플 때도, 아플 때도, 도현은 따스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참 이상해요.”

 “뭐가?”

 “내가 아는 성도현이라는 사람은 동생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참 많이 부러워했었죠, 안나를. 저렇게 다정하고 자상한 오빠가 있다니...”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그리고... 지금은 너의 오빠고.”

 “그런데 말이죠...”

 

 안나는 도현이라는 존재가 늘 불편하고 무서웠다. 친절하고 애정 어린 행동 너머, 그의 진짜 마음은 늘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칭찬하는 따스한 눈빛 속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둠이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게 대체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

 

 “나라면,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동생의 이름을 남이 더럽히도록 두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나 순수하고 착했던 동생의 이름을 복수에 미친 사람더러 쓰라고 내민다? 말도 안 되죠.”

 “......”

 “더욱이 당신이 나한테 시켰던 일들을 생각해 봐요. 동생의 이름을 쓰고, 동생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사람한테 그런 일들이라니... 다른 사람이라면 천국에 가 있는 동생에게 미안하고 찝찝해서라도 절대 못 시키는 게 정상이잖아요.”

 

 안나는 도현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속을 내보이지 않는 도현의 눈빛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날, 그 불길 속에서 부모님과 친구를 동시에 잃은 내게, 죽은 내 친구의 오빠인 당신이 먼저 다가왔었죠. 참 고마웠어요. 모든 삶의 의욕을 잃은 내게 복수라는 인생의 목표를 알려주고, 그걸 완벽하게 성취할 수 있는 방법까지 마련해줬으니까요. 덕분에 난 그 복수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잔인하리만치 냉혹하고 무심한 법과 제도 속에서 그 놈을 잡아 교도소에 쳐 넣었고, 그 놈이 몇 번이나 자살을 기도하게 만들만큼 집요하게 괴롭혀주었으니까요. 다 당신 덕분이에요.”

 “......”

 “그리고 1092호는 죽었어요. 그렇게 내 복수는 끝났어요. 과연 이런 끝이 내가 바랐던 건가 싶기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뭐가 됐든, 난 더 이상 할 복수가 없어요. 성안나라는 이름도 이제는 필요가 없고요.”

 “......”

 “그러니... 이제 가져가요. 이 이름.”

 

 말없이 안나의 말을 듣고 있던 도현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며 뒷걸음질 쳤다. 몸의 흔들림에 귀 뒤에 걸쳐져 있던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리며 뺨을 간질였다. 도현이 손을 뻗어 안나의 머리카락을 다시 귀 뒤로 넘겨주었다.

 

 “22년을 내 동생인 성 안나로 살았는데, 이제와 그걸 니 맘대로 버리겠다고?”

 “버리는 게 아니라 원래대로 되돌리는 거죠.”

 “그래서... 이젠 뭘 위해 살 건데?”

 “그건 내가 알아서 고민할게요. 뭐가 됐든, 복수는 끝났어요.”

 “아니, 아직 안 끝났어. 알잖아. 1092호는 살해당했다는 거. 누가 그를 죽였을 거 같아?”

 “내 삶을 지배하려 하지 마요!“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안나가 도현을 밀쳤다. 숨이 가빠지고, 눈이 붉게 충혈되고 있었다.

 

 ”22년 전에도 그랬어요. 당신의 그 한 마디에... 내 삶이 송두리째 날아갔다고요. 아침에 눈 떠서 밥 먹고 공부하는 그 모든 시간이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존재하게 됐다고요.”

 

 충혈된 눈이 따끔거렸다. 그게 이유일 것이다. 안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똑똑히 들어요. 1092호가 내 부모를 죽인 건 22년 전이에요. 내 부모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억지로 연결 짓지 마요. 1092호의 죽음을 파헤쳐야 한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그의 유가족-”

 

 안나의 말이 갑자기 멈췄다. 뱃속에서부터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느낌에 말을 더 이상 이을 수가 없었다. 안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더듬더듬 걸어가서는 변기 앞에 쓰러지듯 앉았다. 구역질이 어찌나 심하게 나오는지, 뱃속의 모든 것이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아침에 숙취로 고생하며 한바탕 게워낸 터라 더 나올 게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현은 조용히 안나에게 다가가 조용히 안나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나는 그 손을 쳐냈다. 도현을 바라보는 안나의 눈에는 원망과 미움이 가득했다. 도현은 더 이상 뭘 할 생각도 없이 그냥 뒤로 물러났다.

 

 

 

 변기 내리는 소리와 세면대의 물소리가 멈추고, 안나가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안 그래도 수척했던 얼굴이 더욱 퀭해져있었다.

 

 “서류는... 천천히 정리해 보자.”

 “......”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봐. 다른 게 아니라 네 안전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1092호는 내 동생을 너인 줄 알고 죽였던 거란 사실을 잊지 마.”

 “1092호는 죽었어요.”

 “1092호만 죽은 거지.”

 

 도현의 말은 늘 이런 식이었다. 재판 결과, 1092호의 단독범행이라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1092호에게 공범이나 더 큰 배후가 있다고 철썩 같이 믿는 듯 했다.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 하지만 더 캐물을 기운도 없었다. 안나는 손을 휘휘 내젓고는 방으로 향했다.

 

 그런 안나에게 도현이 마지막 용건을 건넸다.

 

 “시네마토크, 다음 편 영화 선정됐어. 분석해서 보내줘.”

 

 갑자기 짜증이 휙 치밀어 올랐다.

 

 “오글거리지 않아요? 남의 생각을 본인 생각처럼 말하는 거.”

 “내 생각이 있어야 말하지. 그리고... 살인자의 심리는 니가 제일 잘 알잖아.”

 

 도현이 의자에 놓여 있던 자켓을 집어 들어 어깨에 걸쳤다.

 

 “그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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