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의 결혼식이 열리던 호텔에서 나온 연우와 슬비가 차를 타고 달리는데 어디를 가는지 모르고 무작정 달리고 있는 연우가 눈치를 보며 묻는다.
"어디로 가고 싶어?"
"오빠 이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어 도와줘"
"부모님 집으로 갈까?"
슬비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슬비 부모님이 살고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옷이 든 가방을 찾지만 그 어떤 곳에도 보이지 않고 결국 엄마를 큰소리로 부른다. 그 소리를 듣고서 좀 놀란 듯 방안에서 나오는 엄마가 서 있다.
"혹시 내 방에 있는 가방 치웠어?"
"네 방에 있는 가방이라니"
"침대 옆에 있던 종이가방 말이야"
"글쎄..."
"도대체 누가 건드린거야"
"지금 그 가방 때문에 온 거야 그 가방이 그렇게 중요해 엄마 아빠도 눈에 안 보일만큼?"
"아니 그게 아니라..."
"장모님 이해해주세요. 슬비가 오늘 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내가 도서방 보고 참는 거야"
하며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슬비가 연우에게 기대서서 힘들어 하는 그때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생 슬주의 손에 종이가방이 든 모습을 보고 후다닥 달려가 종이가방 안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
"너 이 가방 어디서 났어?"
"누나 방에 있길래 좀 썼어"
"그럼 그 안에 있던 옷은..."
"그 옷 내 여자친구 갖다줬더니 눈이 뒤집히던데"
"당장 가서 가져와"
"왜 누나 그 옷 안 입는 것 아니었어?"
"빨리 갖고 오라고"
"줬는데 다시 뺏는 건 남자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너 계속 이렇게 나올거야?"
"그래"
계속 그렇게 놔두면 꼭 큰 싸움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지켜보던 연우가 둘 사이를 멀리두고 슬비를 말리기 시작했다.
"이미 여자친구한테 줬다는데 어떡할거야 그냥 집에 돌아가자"
"몰라 그냥 없애버리고 싶어 그런데 또 이렇게 되면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단 말이야"
"그 옷이 뭐라고 무슨 일 일어나겠어?"
"너 입 다물어 빨리 들어가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슬주는 혀를 내밀며 놀리는 듯 방안으로 들어가버리고 먼저 대문을 열고서 나가 버리는 슬비. 그 뒤를 따라 나가려고 하다가 연우는 안방으로 들어가 부모님들께 인사를 하고 나오면 계단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슬비 그 모습을 보고 옆자리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쉰다.
"미안해 오빠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괜찮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둘은 계단에 앉아 잠시 옛 생각에 잠긴 듯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늦은 밤에 차를 타고 둘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그냥은 잠들지 못하는 이 밤에 둘은 샤워를 마치고 술을 마시며 새벽을 맞이한다.
회사에 출근한 슬비는 비서실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보게 된다. 그때 인사부 사람이 와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
"여기는 지금 도건우 이사님을 모시고 있는 이슬비 비서"
"안녕하세요 이슬비입니다"
"그리고 여긴 새로 들어 온 비서 김가영씨"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슬비씨가 그만 두기 전에 도건우 이사의 비서실 일을 좀 가르쳐 줘야 할 것 같은데 바쁘더라도 괜찮으시죠"
"네 어차피 제가 해야 될 일인데요 뭐..."
인사부 사원이 가고 두 사람은 비서실로 들어간다. 먼저 도건우 이사님이 일을 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소개하고 그에 맞게 필요한 일을 설명한다. 비서실에 와서는 같은 공간 안에 앉아 그 동안 슬비가 했던 일과 꼭 알아야 하는 것을 적은 노트를 건네준다. 그곳에는 건우가 좋아하는 것 또 싫어하는 것과 일하면서 터득한 요령과 실수했던 내용을 수정해서 적은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도건우 이사님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결혼했어... 아마 지금쯤 신혼여행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을 거야"
"이사님 결혼하셨어요?"
"응. 왜 실망했어?"
"조금..."
"너도 이 회사에 들어 온 게 설마 재벌집 아들과 결혼하려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며 웃고 있는 신입을 보면서 슬비는 앞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될 건우가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제 마지막이니까 신경 끄고 살 거라며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