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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7화-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작성일 : 19-09-23 19:34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6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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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랜만에 나는 기분 좋은 꿈을 꿨다.

 

  오색찬란한 별들이 빛나는 곳에서 난 수천 개의 반딧불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걸었다.

 

  다리를 건너는 내 뒤로 다이아몬드를 닮은 유성우가 무수히 쏟아지며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하지만 정확히 어떤 곡인지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다.

 

  황홀한 풍경에 취해 난 손을 뻗어 하늘에 박힌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를 만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반딧불이가 뿔뿔이 흩어지고 하늘에 박힌 수만 개의 별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새빨간 용암을 머금은 운석이 날 향해 돌진했다.

 

  “여기는 당신이 오면 안 되는 곳이오.”

 

  하늘이 흔들리며 사내의 낮은 음성이 날 에워쌌다.

 

  “안 돼! 날 여기서 쫓아 내지 마! 제발…!”

 

  내 간절한 부탁에도 들끓는 운석이 내 몸 위에 쿵하고 내려앉았다.

 

  어깨와 옆구리를 짓누르는 감촉과 통증이 하도 생생해 난 눈을 번쩍 떴다.

 

  “아악! 사람 살려!!”

 

  “엄마야! 이게 뭐야?! 왜 문 앞에서 퍼질러 자고 난리야?”

 

  앙칼진 리타의 목소리에 내 의식이 현실로 돌아오며 난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사는 처소 문 앞에 누워 있었고 리타가 막 방에서 나오는지 어정쩡한 자세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 뭐야? 나 왜 여기 있어?”

 

  아직 눈가에 덕지덕지 잠을 붙인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날 향해 차가운 리타의 질책이 이어졌다.

 

  “네가 알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잘 거면 곱게 들어가 퍼질러 잘 것이지, 대관절 새벽부터 엄한 사람을 놀라게 해?”

 

  “…이상하다. 나 분명 반딧불이 들판에 누워서 별보고 있었는데?”

 

  “그만 중얼대고 좀 비켜봐, 이 계집애야.”

 

  리타가 신경질적으로 내 어깨를 발로 툭툭 쳤다.

 

  그제야 내가 아직도 방문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 알았어! 하여간 그놈의 성깔머리하고는.”

 

  내가 옆으로 비키자 리타가 신을 신었다.

 

  아직 동도 트지 않았는지 주변은 깜깜했다.

 

  “근데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이렇게 일찍 나가?”

 

  “내가 일하는 곳은 누가 일하는 세답방처럼 그렇게 한가하지 않거든?”

 

  “뭐?! 야, 너 와서 이틀, 아니 하루만 얼음장 같은 물에서 하루 종일 빨래 해봐.”

 

  리타는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총총 걸음으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으음…. 뭐야? 미리야, 무슨 일 있어?”

 

  씩씩대는 내 뒤에서 잠이 덜 깬 화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새벽부터 누가 재수 없게 굴어서.”

 

  “리타는 벌써 나간거야? 미리야, 어서 들어와서 좀 더 자.”

 

  “응, 알았어.”

 

  화인의 말에 일어나 옷에 잔뜩 묻은 흙을 털었다.

 

  ‘쨍그랑’

 

  작은 무언가가 내 몸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난 허리를 굽히고 주변을 살폈다.

 

  내가 요리조리 살피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달빛에 무언가가 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뭐지?”

 

  난 그것을 집어 들었다.

 

  꼭 둥근 립밤 통처럼 생긴 모양새였다.

 

  내가 손가락으로 그 표면을 톡톡 두드리니 차가운 금속음이 들렸다.

 

  “미리야, 뭐해? 안 들어오고.”

 

  화인의 목소리에 난 의문의 물건을 손에 쥐고 방으로 들어갔다.

 

  간밤에 펴놓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대체 누가 날 이곳으로 옮겨 놓을 걸까?

 

  아니면 내가 꿈을 꾼 건가? 하지만 꿈이라기엔 생생했다.

 

  그리고 그 금속물체. 분명 그건 내 것도, 화인이나 리타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물건의 주인은 반딧불이 들판에서 만난 남자인가?

 

  난 더듬더듬 그 금속물체를 손으로 더듬었다.

 

  평평한 표면은 정교한 문양을 새긴 듯 울퉁불퉁했고 옆면은 마치 뚜껑을 씌운 듯 도돌도돌했다.

 

  내가 금속 물체의 양끝을 잡아당기자 뚜껑으로 추정되는 것이 톡하고 빠졌다.

 

  내가 더듬더듬 손으로 안을 만지자 끈적거리면서 미끈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이게 대체 뭐야? 으… 설마 뭐 똥이나 이런 건 아니겠지?’

 

  내가 손가락으로 그 끈적이는 물체를 조금 퍼 코에 갖다 대니 약초 비슷한 냄새가 났다.

 

  다시 뚜껑을 닫고 손가락에 묻은 그것을 손에 문질러 발랐다.

 

  감촉은 연고 내지는 시어버터 핸드크림과 비슷했다.

 

  그것을 바르니 습진과 물집으로 따끔거리는 손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 뭘까? 누가 날 여기로 옮겨 놓고 이런 걸 남겨 둔 걸까?’

 

  난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서서히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흐아암~ 아, 피곤하다. 피곤해.”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팔을 쭉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간밤에 많은 일이 있던 만큼 난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지긋지긋한 세답방으로 향했다.

 

  세답방에 가니 이미 궁녀 몇몇이 나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늘 그렇듯 앙숙인 지련이 있었다.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내일 일월전에서 일할 나인을 뽑는대!”

 

  “정말…?!”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난 괜히 딴청을 피우며 은근슬쩍 그녀들의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래, 일월전에서 근무하는 내 동기가 있는데… 그곳의 지밀고마인이 그런 얘기하는 걸 들었다지 뭐야?”

 

  “어머, 어머. 지련아. 이번에 정말로 네가 거기 가는 거 아니야?”

 

  주변 궁녀들의 호들갑에 지련은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띤 채 애써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뭐, 글쎄. 딱히 그곳에 갈 마땅한 아이가 없다면 내가 가겠지.”

 

  “당연히 너지, 무슨 소리야. 너 아니면 그런 엄청난 곳에 누가 가겠어?”

 

  “꺄아! 그럼 지련이 이제 곧 전하를 뵙는 거야? 너무 부럽다!”

 

  지련은 손을 내저으며 도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는! 일월전 나인이라고 다 전하를 뵙는 줄 아니? 그곳 대부분의 나인들은 전하의 용안도 뵙지도 못한 채 죽어라 일만 한다고. 일월전이 일이 좀 힘든 곳이니? 그러니 마냥 좋은 것만도 아냐.”

 

  “므냥 죠흔 긋만두 으아냐.”

 

  지련의 말을 들으며 난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따라하며 빈정거렸다.

 

  쳇, 딱 봐도 거기 지가 갈 줄 알고 김칫국을 한 드럼통이나 드링킹하는 게 보이는데, 뭐? 거기에 가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냐?

 

  염병하고 있네.

 

  지가 뭐라도 되는 냥 새초롬하게 처든 저 고개며 다른 궁녀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저 말투, 그리고 그 엄청난 곳에 이미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듯 한껏 간드러진 목소리까지.

 

  정말 다시 봐도 꼴불견이었다.

 

  “얘! 거기, 너. 왜 일은 안하고 우리 얘기 엿듣고 있니?”

 

  지련의 옆에서 그녀의 장단에 맞장구치던 궁녀가 날 불렀다.

 

  “누가 엿들었다고 그래?”

 

  “너 말이야. 너. 여기에 괴상한 빨간 머리가 너 말고 누가 있다고 그래? 꼴에는 또 일월전에서 일하고 싶은가 보지?”

  “호호호! 얘는 농담도! 그렇게 말하면 진짜 지가 일월전 나인으로 뽑힐까 기대하잖아.”

 

  지련이 날 흘겨보며 높은 웃음소리를 내며 비웃었다.

 

  ‘저것들이 진짜?!’

 

  “아, 어디서 이렇게 똥내가 진동을 하지? 우에에엑! 희한하게 여기만 오면 냄새가 난단 말이야?”

 

  내가 지련과 그 주변의 궁녀들 사이를 헤집으며 일부로 요란스럽게 헛구역질을 했다.

 

  “어머머, 이 미친년이 또 시작이네?”

 

  그 말을 한 궁녀 면상에다 난 한 번 더 걸쭉하게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니까 염병하지 말고 일이나 하라고.”

 

  “야! 너 뭐라고 했어?! 너 거기 안 서?”

 

  난 뒤에서 들리는 궁녀들의 고함소리를 무시하고 빨랫감을 들고 빨래터로 향했다.

 

  어딜 가나 온통 궁에는 지련패거리가 했던 이야기뿐이었다.

 

  과연 누가 일월전의 나인으로 뽑힐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문은 궁녀들 사이에서 큰 술렁거림을 만들어냈다.

 

  뭔지는 몰라도 일월전이란 곳이 굉장히 대단한 곳인가 보다.

 

  그러니 서로들 가고 싶어 안달 났겠지.

 

  그 소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저녁식사 때 만난 내 룸메이트 화인의 첫마디도 그것으로 시작했다.

 

  “미리야, 너 그 소식 들었어?”

 

  “말도 마. 이제 지겨워 죽겠다. 일월전인지 뭔지에서 사람 뽑는 다며?”

 

  밥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화인은 내 시큰둥한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느냐는 듯이.

 

  “일월전인지 뭔지라니!”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밥을 크게 한 숟가락 먹을 때였다. 화인이 벌떡 일어나며 누군가를 불렀다.

 

  “리타야! 여기야, 여기 와서 먹어.”

 

  “아, 왜 쟤를 불러. 그냥 우리끼리 먹자.”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내 손길에도 화인은 기어이 리타를 불러왔다.

 

  “우리 모두 같은 처소를 쓰는 동기간이잖아. 어서와. 리타야.”

 

  “어, 안녕. 근데 내가 껴도 되는 자린가?”

 

  리타가 날 흘끗 보며 말하자 화인은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얼른 웃으며 말했다.

 

  “그럼! 미리도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괜찮대. 그치?”

 

  화인의 해맑은 얼굴을 보며 차마 거절의 말을 하지 못해 난 똥 씹은 표정으로 입 안에 밥을 잔뜩 넣은 입꼬리만 올려 어색하게 웃었다.

 

  “근데 그 일월전인지 거긴 대체 뭐하는 곳인데, 그리들 호들갑이야?”

 

  애써 옆에 앉은 리타의 존재를 무시하며 내가 묻자 리타가 콧방귀를 꼈다.

 

  “넌 궁녀라는 애가 그것도 몰라?”

 

  “미리는 아직 궁이 낯설잖아. 리타가 궁에 대해 잘 아니까 미리한테 좀 알려줘.”

 

  화인의 말에 리타는 내키지 않는 다는 듯이 한숨을 짧게 쉬고 입을 열었다.

 

  “일월전은 백제의 왕이 사는 처소야. 그러니 다들 잔뜩 들뜬 게지.”

 

  “왕이 사는 곳이면 난 별로 일 것 같은데? 좀만 실수하면 목이 날아가고, 입을 잘 못 놀렸다가 소리, 소문 없이 납치되고 막 그럴 거 같은데?”

 

  “미리는 너무 무섭게 생각한다니까? 그곳에서 일하면 전하의 용안도 뵐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전하의 눈에 들어서 승은을 입을 수도 있잖아! 그것이 모든 궁녀들의 꿈이잖아.”

 

  화인이 상상만 해도 벅차다는 듯이 두 손을 가슴에 얹고 눈을 살며시 감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라마나 영화에선 그럴 수 있지만 이곳은 현실이다.

 

  그런 허무맹랑한 일이 일어 날리는 로또 맞을 확률보다도 낮을 것 같았다.

 

  “어쨌든 난 별로야.”

 

  “궁에선 쥐 죽은 듯 눈에 안 띄는 게 상책이야.”

 

  웬일인지 나와 리타의 의견이 일치하자 우리 둘은 조금 놀란 듯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서로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미리야. 너 손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나와 리타 주변을 감도는 어색함에 화인이 화제를 돌렸다.

 

  “어, 이거? 그치, 많이 좋아졌지? 이걸 좀 발랐거든.”

 

  내가 허리끈에서 작은 금속 통을 주섬주섬 꺼내 보여줬다.

 

  납작한 뚜껑 표면엔 연꽃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화인은 침방나인이라 나만큼 손이 상하지 않았지만 난 뚜껑을 열어 연고를 조금 덜어 그녀의 손에 얹어 주었다.

 

  “음. 이게 뭐야? 냄새 좋다.”

 

  화인이 내가 준 연고를 손에 문지르며 은은한 약초냄새를 맡았다.

 

  리타는 나와 화인의 대화에 관심 없다는 듯 우걱우걱 밥만 퍼 먹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아니꼬운 나의 시선이 숟가락을 잡은 그녀의 손에서 멈추었다.

 

  나만큼이나 갈라지고 푸석푸석한 손이 눈에 들어왔다.

 

  손등에는 한번 갈라져 피가 났었는지 작은 딱지들이 보였다.

 

  ‘툭’

 

  말없이 밥을 먹던 리타가 제 앞에 떨어진 금속 통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다.

 

  “뭐야?”

 

  “그거 손에 바르라고….”

 

  내 말을 못 알아들은 듯 멀뚱멀뚱하게 내 얼굴만 쳐다보는 모습에 난 밥그릇을 내려놓고 뚜껑을 열어 연고를 덜어 그녀의 손에 턱하고 얹어 주었다.

 

  “독 안 들었거든? 하여간 의심은 많아가지고.”

 

  리타는 자신의 손등에 묻은 연고를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더니 더욱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냄새를 맡아보니, 이건 호랑이 기름에 여린 쑥 달인 물을 섞은 귀한 것인데. 어떻게 네가 이런 걸 가지고 있어? 이건 웬만한 귀족들도 쓰지 못하는 것인데?”

 

  “오…오다 주웠어! 그냥 주면 잠만 말고 바를 것이지, 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미심쩍은 내 말에 리타는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더니 그제야 손에 꼼꼼히 바르기 시작했다.

 

  사실 주웠다는 말은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내게 이것을 준 기억도 없었고, 내가 옷을 털 때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웠으니까.

 

  “어쨌든… 고맙다.”

 

  내가 준 연고를 손에 바르고 남은 밥을 얼른 먹어치운 리타는 먹어 일어나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미리야, 너 괜찮아? 갑자기 넋이 나간 것 같아.”

 

  리타가 떠난 뒤에도 난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의외의 말에 넋이 나간 채 앉아 있었다.

 

  “지금 리타 저 계집애가 나보고 고맙다고 한 거야?”

 

  “응. 네가 귀한 약재를 줬잖아. 그러니까 고맙다고 한 거지. 그게 왜?”

 

  “쟤 내일 죽는 거 아니야? 왜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저래?”

 

  나는 숟가락으로 밥을 듬뿍 퍼 입에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살다 살다 보니 별 일이네, 정말.

 

  “아참, 화인아. 혹시 너 글 읽을 줄 알아?”

 

  묻는 말에 화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근데 리타는 글 읽을 줄 아는 것 같았어.”

 

  “아냐, 걔는 죽어도 싫어. 그럼, 혹시 글을 배울 수 있는 책 같은 걸 어디서 구할 순 없을까?”

 

  내 물음에 화인은 손으로 턱을 짚고 한참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건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곳인데….”

 

  “말해봐.”

 

  “빨래터 근처에 오래전에 버려진 전각이 있어. 궁인들 사이에서 귀택전이라고 알려진 곳인데, 그곳에 살던 높으신 분이 억울하게 죽었대.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는 귀신이 자주 나타난다고 하더라고. 어떤 궁녀는 그곳에서 도깨비불을 봤다고 했어. 아무튼… 그곳은 오래전 모습 그대로라서 서책들도 많이 남아 있다고 언뜻 들은 것 같아. 설마… 너 거기 가려는 건 아니지?”

 

  “당연 아니지!”

 

  그렇게 대답하며 난 속으로 그녀의 말을 되뇌었다.

 

  귀택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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