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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3화. 당신이 그립습니다.
작성일 : 19-09-17 16:08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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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줍게 마음을 확인하고 고백하던 갈매기 과자 데이트 이후, 그와 그녀의 마음 속은 서로에 대한 생각으로 더욱더 가득차고 있었다.

 ​

 

 

 언제나 그렇듯 아침부터 분주한 그녀는 마트에 출근하기 전, 초등학교 1학년인 산이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

 

 

 "학교 가기 싫어."라고 투덜거리는 산이를 안으면서 "가는 길에 동진 아저씨께 전화해야지."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면 언제 투정을 부렸냐는 듯 산이가 벌떡 일어나서는 그녀를 따라 등교 준비를 하였고 그런 아이의 모습을 미소지으며 바라보는그녀에게 은총이고 기쁨이었다.

 ​

 

 

 고양이 세수에도 빛나는 아이 얼굴에 모닝 뽀뽀를 하고는 옷을 입히고 좋아하는 반찬으로 식사하는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스러웠다.

 ​

 

 

 그릍 만나기 전, 아픈 아이의 외로운 투병을 바라보며 달라붙는 사신의 사악한 웃음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자신이 만든 계란말이를 야무지게 먹는 품 속의 아이는 그가 말했던 대로 신의 용서와 축복인 것만 같아 고마운 마음 한가득, 꼭 껴안는 그녀였다.

 ​

 

 

 산이의 등교길.

 ​

 

 

 휴대폰 너머 들리는 그의 차분한 음성에 "엄마 엄마, 동진 아찌 바꿔 줘." 라며 성급히 뺏는 손길에 황당하지만, 아빠와의 통화인 양 살갑게 대화하는 모습은 그저 사랑스러웠다.

 ​

 

 

 항상 같은 시간을 서서히 일상이 되어 물드이는 그가 점점 그녀의 마음 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런 행복한 만남은 자신의 삶 속에서 그가 처음이었다.

 ​

 

 

 여덟 살 된 아들을 둔 엄마가 될 때까지 인생을 살면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주는 그와 같은 이를 만나지 못한 자신의 헛된 삶이 한심하면서도 자신뿐만 아니라 산이에게까지 다정하고 성실한 그가 고맙고 다시 한번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

 

 

 ***

 ​

 ​

 그의 일터는 집에서 멀지 않은 전철역 앞, 예전 그녀가 산이를 살리기 위해 간절히 구걸하던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작은 컨테이너로 조립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구둣방이었다.

 ​

 

 

 구두 굽을 갈아달라 맡긴 구두 두 개, 광을 낼 구두 세 개.

 ​

 

 

 그리 바쁘지 않게 일하면서 머릿속 깊이 남은 그녀와의 추억에 혼자 피식하는 자신에게 놀라는 그였다.

 ​

 

 

 항상 혼자임에 익숙한 시간과 장소, 그 길을 오가는 행인 구경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인 그에게 이런 경험은 너무나 색달랐다.

 ​

 

 

 어려서부터 그림이 좋았고 자신의 생은 무엇인가를 그리며 살아갈 거로 믿었었다.

 ​

 

 

 그러나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본 뒤로, 그녀와 함께 다녔던 직장과 아트 디렉터라는 직업도 모두 다 마음이 아파, 가슴에서 흔적을 지워야 했다.

 ​

 

 

 모든 연을 끊고 집에만 머물기 수 해, 점점 더 나이를 드시며 홀로 남겨질 아들 걱정뿐인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억지로 받은 장애인 직업 훈련으로 구둣방을 차리게 되었다.

 ​

 

 

 “동진아, 네가 나보다 먼저 죽어야 내가 네 장례를 치를 것인데. 몸 불편한 너를 두고 내가 먼저 갈 수 없구나.”

 ​

 

 

 어머니가 자식에게 이 말씀을 하실 때 그 심정이 어떠하실지,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시작한 구둣방은 생각과 달리 세상으로 향하는 입구가 되지는 못했다.

 ​

 

 

 큰 돈 벌기 힘들고, 큰 돈 벌고 싶은 생각도 없는 그에게 이 좁은 구둣방은 단지 적당한 피난처인 셈이었다.

 ​

 

 

 오가는 행인들의 옷차림이 차츰차츰 변하는 것으로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고 그들의 얼굴 표정의 밝음과 어두움으로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짐작하며, 그저 집과 구둣방에서의 외롭고 어쩔 수 없는 인생을 견뎠다.

 ​

 

 

 분주히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한 이곳은, 그에게 가끔 사람들이 찾는 세상 속 외딴 섬인 셈이었다.

 ​

 

 

 그러던 그에게 아침부터 걸려오는 산이의 전화는 누군가가 자신을 찾는다는 또 다른 기쁨이 되고 있었다.

 ​

 

 

 "아저씨, 보고 싶어요."

 ​

 

 

 그 한마디에 연인과 통화하는 것처럼 마음이 두근거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

 ​

 출퇴근 길에 지나치던 작은 공원 벤치를 볼 때면,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와 산이가 살아가는 모습에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드는 그였다.

 ​

 ​

 그동안 알고 지내던 모든 이와의 연락을 끊고, 자신의 어머님과 연락만을 위해 사용했던 그의 핸드폰은 어느새 새로운 일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

 ​

 ***

 ​

 마트에 가면 정신 없는 일상이 숨 돌릴 새 없이 바로 시작되었다.

 ​

 

 

 아침 조회를 시작으로, 기계가 된 것처럼 몰려온 계산대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얼마입니다."라고 말하는 일상.

 ​

 

 

 산이의 병 때문에 잃었던 일자리였기에, 다시 그것을 찾은 그녀에게는 항상 ‘우리 산이를 위해서 열심히’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

 

 

 그래도 다짐과 달리 정신 없이 분주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지쳐가는 몸이었다.

 ​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기운이 샘솟는 건 왜 일지…,

 ​

 

 

 항상 퇴근 시간, 언젠지 모를 통화의 시작은 하루의 지친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

 

 

 인생에 더 이상 화사한 로맨스는 없을 것이라 단호히 생각했기에, 그 천사의 전화는 오랜만에 메마른 감정을 채우는 오아시스가 되었다.

 ​

 

 

 ***

 ​

 

 

 어느덧 주황색 가로등이 환하게 비추면서 어두움을 몰아내는 시간이 오면 그는 항상 그녀와 대화했던 그 벤치에 앉아 퇴근하는 그녀의 이제는 명랑해진 목소리로 마음 가득 상쾌함에 취하기 시작했다.

 ​

 

 

 그녀는 항상 같은 시간의 통화에 웃으면서 "하하하. 우리 꼭 좀머 씨 이야기 책 속, 좀머 씨 같아요. 시계처럼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선생님과 통화하고 있으면, 또 내일의 이 시간이 기다려져요."라며 상쾌하게 그의 마음을 만들고 있었다.

 ​

 

 

 처음엔 좀머 씨가 누군지 몰라 되묻는 그에게 수화기 너머 그녀는 예의 그 밝음으로 왜 ‘좀머 씨’라 했는지 설명하며 그와의 대화 자체를 즐거워 했다.

 ​

 

 

 “아, ‘파트리크 쥐스킨’란 작가가 쓴 단편 소설인데, 주인공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마을에 살던 좀머 씨란 남자를 기억 속에서 소환해 마치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서술을 해요. 그 책 안에서 주인공의 기억 속 좀머 씨는 항상 같은 시간의 같은 장소를 시계처럼 도는 사람이에요.”

 ​

 

 

 “좀머 씨는 칸트 같은 사람이군요.”

 ​

 

 

 그녀는 자신의 긴 설명에 칸트를 언급하며 짧게 내용 정리한 그가 불쾌하긴 커녕 오히려 재밌는 유머라도 들은 양,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하하하, 칸트요? 하하하, 그렇네요. 칸트네요. 칸트.”

 ​

 

 

 언제나 그는 좀머 씨, 아니 칸트가 되어 정확한 시간, 바로 그 공원 벤치에 앉아 그녀와의 통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

 

 

 아무도 찾지 않아 자신조차 무심했던 그의 핸드폰은 이제 자신의 역할을 찾아 활기찬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

 ​

 그의 두 다리가 온전히 존재했던 그날 이후, 또다시 찾아온 생명 같은 은총어린 목소리에 다시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그였다.

 ​

 

 

 ***

 ​

 

 

 오늘은 등교 길 산이가 울상이 되어, 그녀도 꽤 속상한 상태가 되었다.

 ​

 

 

 항상 같은 시간, 동진 아저씨와의 통화를 즐기며, 친구와의 놀이 이야기도 하고 어제 배운 공부 이야기도 하며 그에게서 아빠의 정을 채우고 등교하던 산이였는데, 오늘따라 연결되지 않는 아저씨의 전화에 얼굴 가득 심통이 나 있었다.

 ​

 

 

 "별일 아닐 거야. 내일은 되겠지. 이따 엄마가 해볼게."

 ​

 

 

 말은 이렇게 해도 자신 역시 항상 통화되던 일상에서 벗어남이 불안해 마음 한가득 걱정스러운 그녀였다.

 ​

 

 

 마트에 가서도 오늘따라 연락되지 않는 그가 연신 신경 쓰여 핸드폰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응답 없음에 더욱더 신경쓰이고 그가 걱정되었다.

 ​

 

 

 어느새 다가온 매니저의 "은수 씨, 일 합시다. 집중하세요."란 경고를 들어도 통 울리지 않는 전화에 불안감과 걱정을 넘어서 서운함이 마음 속에 차곡차곡 차기 시작했다.

 ​

 

 

 ***

 ​

 

 

 그는 아침부터 너무 오래되어 더 이상 기능이 안 되는 핸드폰을 보고 안절부절 못했다.

 ​

 

 

 산이가 등교할 시간이 되어가자 실망할, 혹은 걱정할 모자 생각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

 

 

 그리고 그 시간마저 지나자, 비타민같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산이 목소리없이 시작하는 아침은 온통 기운이 없었다.

 ​

 

 

 분주하게 준비하고 그는 근처 핸드폰 매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너무 오래된 것일까?

 ​

 

 

 그동안의 통화를 이기지 못한 핸드폰과 벽시계를 바라보며 그는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

 

 

 드디어 매장문이 열릴 시간, 그는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실고 부리나케 그곳으로 향했다.

 ​

 

 

 이제 막 영업 준비를 마친 매장 주인을 보자마자, 빠르게 그는 말하기 시작했다.

 ​

 

 

 “이 핸드폰이 오래돼서 그런지 안 되네요. 다른 걸 보고 싶어요."

 ​

 

 

 그는 살짝 놀란 얼굴로 바라보던 주인에게 낡은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조급한 심정을 담아 재빨리 말을 건넸다.

 ​

 

 

 그가 들어 올린 핸드폰을 보고는 매장 주인은 놀라워했다.

 ​

 

 

 “이 오래된 것이, 아직도 배터리가 버텼군요. 굉장하네요. 손님께선 알뜰히 아껴 사용할 분이시니, 신상으로 맞추시는 것이 좋으시겠어요.”

 ​

 

 

 그는 더 생각할 겨를없이 빠르게 "네. 네."하며 최신폰과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하고는 그녀의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

 

 

 얼마나 걱정할지, 아니면 무심할지 온갖 생각에 휩싸인 시간은 너무 느려서, 그를 더욱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

 

 

 어느덧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더니, 주황색 불빛이 거리를 물들이기 시작하자, 그는 재빨리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그녀의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

 

 

 “어머, 선생님! 어떻게 된 거예요? 걱정했잖아요?"

 ​

 

 

 놀란 그녀의 물음에 미안함이 가득한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답했다.

 ​

 

 

 “죄송해요. 핸드폰이 너무 오래돼서 그만..., 이제 바꿨습니다. 바쁘실까 봐, 기다렸어요."

 ​

 

 

 수화기 너머 그녀가 말이 없자, 그는 불안한 마음에 빠르게 말을 이었다.

 ​

 

 

 "저, 요금제 무제한이라서. 이젠 제가 걸게요.”

 ​

 

 

 전화기 너머에서 갑자기 그녀 특유의 상쾌한 웃음이 들려왔고, 그의 마음에 청량함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

 

 

 “푸하하, 아 그러셨군요. 다행이에요. 참 다행입니다. 아. 오늘 제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네요. 좋네요. 그럼 앞으로 선생님이 전화하시는 거죠?”

 ​

 

 

 “네!”

 ​

 

 

 그의 목소리가 꽤 씩씩하게 들렸다.

 ​

 믿고 싶은 사람.

 ​

 

 

 생명과 같은 활기를 건넨 사람.

 ​

 

 

 그녀에게 그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고 그에게 그녀는 또다시 세상 속으로 안내하는 인도자였다.

 ​

 

 

 그는 웃음 가득한 그녀에게 사랑을 담아 이야기했다.

 ​

 

 

 “오렌지색 불빛이 환해지면 당신께 전화를, 찬란한 햇살로 아침이 밝으면 이전보다 빨리 구둣방 문을 열고 산이에게 전화할 거예요. 좀머 씨처럼 항상 정확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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