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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11화. 신을 대신한 용서
작성일 : 19-09-17 16:07     조회 : 33     추천 : 0     분량 : 4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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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녀를 만나는 날, 여느 아침과 달리 그는 준비로 분주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전동 휠체어의 충전이 가득한지 살피는 눈이 빛나며 이제는 자신의 마음 속 가득 들어와 있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만날 준비 하는 그 과정만으로 그의 마음은 너무도 설렜다.

 

 

 지금 까지 모든 불행이 자신의 죄라 받아들여야 했던 그 고통이 안쓰러웠고, 그것으로 벌어진 상황 모두가 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남의 불행을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마음의 짐을 나누는 것.

 

 

 비루한 몸일지언정, 그는 그녀의 짐을 기꺼이 들기로 결심했다.

 

 

 불편한 몸으로 일찍부터 바쁜 아들을 지켜 보시던 어머님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르시며 평소와 다른 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을 애써 참고 계셨다.

 

 

 

 오랜만에 느껴본 아침의 분주함은 조용하기만 했던 이 집에 그렇게 묘한 활기를 불러왔다.

 

 

 ***

 

 

 "엄마 오늘 어디 가는 거야?"

 

 

 아침부터 부산하게 서두르는 그녀의 행동이 궁금했던 것인지 남자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자신에게 "아! "하는 엄마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시는 엄마의 눈치를 보며 "놀러 가는 거야.”라며 빨리 밥을 먹으라는 눈짓을 보내기 시작했다.

 

 

 놀러 간다는 말에 기분이 붕붕 들떠진 아이는 병아리 모이 먹듯 밥을 넙죽 받아 먹으며 오물거렸다.

 

 

 사랑스런 그 모습에 그녀는 밝게 웃으며 아이의 입에 살짝 뽀뽀하고는 다음 수저를 푸기 시작했다.

 

 

 ***

 

 

 "오늘 어디 가니?"

 

 

 아들의 뒤만 따르시던 어머니가 끝내 그의 부산스러움에 참았던 입을 여시며 물어보기 시작하셨다.

 

 

 어머니께선 몇년만에 느낀 분주한 아침이셨고, 사고 이후 구둣방과 집밖에 모르던 그의 움직임이 그저 낯설면서 고맙고 반가웠다.

 

 

 

 "친구 만나요. 어머니."

 

 

 그의 말에 화색 가득하게 웃는 어머니는 이마의 주름까지 펴지시며 "조심히 다녀와."라는 말씀과 함께 그제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뭔가 생각났는지 현관을 향하던 그는 몸을 돌려 자신의 방에 있던 피규어 몇 개를 집어 들었다.

 

 

 예전, 아트디렉터일 때 자신이 만든 히어로들…,

 

 

 사랑스럽게 만나러 올 아이를 생각하면서 주섬주섬 가방에 집어넣고 약속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

 

 

 밥을 다 먹은 아이의 옷을 입히고, 화장하기 시작하는 그녀의 얼굴은 몇 년전의 천만 원을 찾던 어두움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밝아진 얼굴은 꽤 예뻐져서 스스로도 아가씨 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아이의 "가자."란 성화에 그녀는 옷을 입으며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엄마와의 외출에 신이 났는지, 아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크게 흔들었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근처의 바닷가.

 

 

 오늘의 약속 장소는 오랜만에 색달라서였을까?

 

 

 

 

 흔들리는 전철을 따라 그녀의 마음까지 두근거리고 있었다.

 

 

 

 ***

 

 

 

 약속 장소로 정한 지하철역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그의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아이와 손잡고 웃으며 다가온 그녀에게서 나는 향긋하고 포근한 체취가 괜스레 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아이는 오랜만에 보는 그의 모습에 반가워하며 전동 휠체어 위 그의 무릎이 자신의 자리인 양 올라앉은 모습이 꽤나 친숙해 보였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아이 모습에 놀란 그녀는 "산이야. 안 돼. 아저씨 힘드셔."라며 아이를 끌어내리려 했지만 "싫어!"라며 단호히 도리질하는 아이는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의 목에 더욱 매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괜찮습니다."라며 전동 휠체어를 움직이더니 "야호. 신난다."하는 산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런 그의 옆에서 걸음을 맞추며 이 모든 것에 행복감을 느끼고는 두 사람을 미소 가득 담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서 바닷가 근처로 향하기 시작했다.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본 산이는 흥분어린 목소리로 "나 과자 줄래. 과자."라며 그녀를 보채기 시작했고, 그녀는 곧장 보이는 가판대에 놓여진 과자 한 봉지를 사 오더니 웃으면서 산이에게 건넸다.

 

 

 과자 봉지가 뜯어지자마자, 산이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갈매기들이 무서운지 연신 던지고 도망가기를 반복하였다.

 

 

 날개를 활짝 편 갈매기는 생각보다 컸고, 그 크기에 겁을 먹은 산이가 던진 과자를 채가기 위해 허공에 머물며 던져진 과자를 단숨에 입에 물고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양이 줄을 이었다.

 

 

 갈매기 날갯짓에 작은 바람이 일고 도망가도 머리 위를 맴돌며 과자를 보채는 통에 정신이 쏙 나간 산이는 연신 여기 저기에 과자를 뿌리며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산이의 곁으로 다가선 그녀는 자신의 머리 위에 날개를 파닥이며 조급해 하는 갈매기를 올려다보더니 두려움에 자신에게 매달리는 산이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주었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과자를 한 움큼 쥐더니,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에게 건넸다.

 

 

 엄지와 검지에 과자를 쥐어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빠르게 낚아채는 갈매기들의 저돌적인 모습에 세 사람은 즐겁게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머리 너머 날아온 갈매기가 그녀의 과자를 낚아채는 바람에 깜짝 놀란 그녀의 작은 비명이 행복했다.

 

 

 지나가는 바람이 단정히 묶은 그녀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그는 환하게 웃는 그녀를 물끄러미 올려 바라보았다.

 

 

 어느새, 갈매기에게 과자 주는 것이 익숙해진 산이의 두 번째 봉지가 열리자, 두 사람은 벤치로 자리를 옮겨 서로를 바라보았다.

 

 

 벤치의 높이가 전동 휠체어와 알맞아 시선이 딱 맞는 것에 바라보는 서로는 참 밝아져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약간 수줍게 말을 건네 보았다.

 

 

 "좋죠? 전, 참 좋네요."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살짝 흘러나오는 콧노래가 그의 마음의 즐거움을 대변해주고 있어 그 소리를 따라 그녀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흥얼거리다가 "처음이네요. 갈매기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여기 참 좋네요."라며 그녀의 시선에 화답했다.

 

 

 그녀도 역시 끄덕이는 고개로 그의 기분에 같이 물들여지고 있었다.

 

 

 그의 전동 휠체어와 그녀가 앉은 벤치 사이로 작은 돌개바람이 흐르고 그녀는 자신의 속삭임을 그가 듣도록 그 바람에 실어 흘려보냈다.

 

 

 "여기까지…, 이 평온까지 온 것이 기적 같아요. 2년 전만 하더라도 전 길거리에서 천만 원을 구걸하던 미친 여자에 불과했는데 말이지요. 아직도 이 심장에 난 생채기가 잊혀지지 않고 아이가 받았던 그 진단을 무심하게 말하던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생생한데 세월은 흐르고 시간이 지나니 그 또한 추억이 되네요."

 

 

 그는 물끄러미 자신을 향해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그녀의 이야기에 마음을 담아 시선을 옮기며 새우깡을 던지고 도망가는 산이를 웃는 낯으로 바라보더니 이제는 그 길거리에 산발한 머리로 정신 없는 눈빛이 아닌 아름답게 빛나는 눈망울의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설령, 해결되지 않을지라도 끝이 없는 불행은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 않는 상처도 없고요. 당신의 밝아진 이 얼굴은 이제 흉마저 옅어진 것 같아 보기 좋아요."

 

 

 그리고 살짝 흘러 나오는 콧노래가 그의 마음 속 즐거움을 대변해 주고 있어 그녀 역시 잘 알지 못하는 그 멜로디를 함께 흥얼거리게되었다.

 

 

 어느새, 과자 한 봉지를 뚝딱 갈매기들에게 기부한 산이의 방해에 두 사람의 설렘이 깨져버렸지만 "과자, 과자!"하며 징징대는 산이가 귀엽다는 듯 번쩍 안아 들어 전동 휠체어에 태우고 다시 가판대로 향하는 그를 그녀는 고맙게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아저씨가 사 줬다. 메롱."

 

 

 과자는 이제 그만이야. 했던 엄마에게 시위하듯 놀리는 모습에 "이 녀석" 하며 달려드는 그녀를 웃으며 바라보는 그였다.

 

 

 자신의 선행 덕분에 그녀와 산이가 행복한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죄송합니다. 저 녀석이 오냐오냐했더니 제멋대로인 게 있어요."라며 미안한 시선을 보내는 그녀에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이 또한 새롭고 좋습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대답대신 햇살이 반사된 찬란한 시선으로 그를 환하게 비추며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녀는 그의 물음에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그녀의 눈동자는 황금빛 조명이 되어 그를 비추고 있었다.

 

 

 

 "저는 죄가 많은 여자입니다. 그런 제가 감히 선생님을 좋아해도 될련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어느새 슬픔이 가득해진 그녀를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자신의 생각을 부드러이 말로 전했다.

 

 

 "당신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단지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일 뿐, 당신이 받고 있는 이 불행이 과연 당신의 벌일지. 어쩜 당신에게 다가올 결과의 과정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격은 없으나 제가 당신을 용서하겠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죄 많은 여자라 말씀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아갑니다. 산이를 보세요. 산이는 신이 보낸 무지개이며 이제는 다 용서했으니 열심히 살라 말하는 메시지인 것이지요.”

 

 

 그의 말에 그녀의 눈엔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참 좋습니다. 아하, 위로는 정말 좋은 것이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산이의 "엄마!" 소리가 서로를 향해 따스한 눈빛을 보내는 두 사람을 감싸고있었다.

 

 

 

 조금 전보다 붉어진 해가 바다와 가깝게 내려 앉으며 온 새상을 주황색으로 물들이더니 그와 그녀의 얼굴도 불그스레 만들고 말았다.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는 길, 광장에 자리한 작은 분수대 물줄기가 하늘로 물방울을 뿌리자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받은 작은 입자들이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그들의 소풍 길 마무리에 인사를 건넸다.

 

 

 ‘그녀와 그녀의 소중한 아이가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살펴 주소서.’

 

 

 자신의 곁에서 덜컹거리는 전동 휠체어의 속도와 맞추어 걷는 다정한 두 모자를 살며시 올려다보며 그는 조용히 마음 속으로 어딘가에 있을 신께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직 그녀도 어리다 말할 정도로 젊디젊은 나이입니다. 살면서 무슨 큰 죄를 지을 정도로 대단한 일을 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을 그녀도 살았을 뿐입니다. 그녀에게 내려졌던 가혹한 삶의 무게를 부디 거두어 주시옵길 간절히 앙망하오며 그녀의 소중한 보물과 그녀가 더는 상처 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신이시여. '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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