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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천사를 위하여
작가 : 그라시아스
작품등록일 : 2019.9.6

운명의 실로 이어진 천사 후보생 동진과 은수. 힘겨운 인간의 삶을 통해 측은지심을 깨달은 그들이 바라보게 된 또다른 세상. 그 곳을 지키기 위한 천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2화. 그녀에게서 그에게로
작성일 : 19-09-06 15:37     조회 : 54     추천 : 0     분량 : 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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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화려한 불빛, 광분한 사람들의 땀내음.

 

 술 취해 비틀거리는 여자들 사이에 제가 있었습니다.

 ​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 모임, 사회 초년생들의 고통을 이야기하다 한 잔 들이킨 맥주가 참 시원하게 달았습니다.

 

 알딸딸하게 올라온 알코올 성분에 상승된 자신감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클럽이란 말에 흥분되지 말았어야 했었습니다.

 ​

 그날따라 이뻐보이는 저의 모습에 더 섹시할 수 있도록 블라우스 단추 하나를 더 열어버린 제 손을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 그때의 흥분된 행동 하나하나가 후회되고 원망스럽습니다.

 ​

 이뻤습니다.

 

 누구보다 빛나던 저였지요.

 

 반짝거리는 친구들과 같이 그 누구보다도 환했던 저는 그 광분된 사람들 틈바구니를 죽을 것도 모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달려들었습니다.

 ​

 웨이터가 가져온 술은 점점 저의 정신을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했고, 눈치빠르게 이 불이 자신을 태워버릴거란 걸 알아챈 몇 몇의 친구들은 만취한 저와 다른 친구들을 두고 떠나버렸습니다.

 ​

 너희가 재밌어보였어.

 ​

 말리기엔 흥분되보였어.

 ​

 미안해하는 변명따위…,

 

 전 그 친구들과 연을 끊어버렸습니다.

 ​

 몇 번의 광분된 춤사위가 지나갔을 무렵, 흔들리는 저의 시선 너머 누군가가 팔을 잡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

 울렁거리는 배경에서 바라보게 된 그 남자가 저의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는 어깨를 잡고 유혹가득 웃고 있었습니다.

 

 하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가 퍽이나 잘생긴 키가 큰 남자의 웃음이 매력적이어서 저도 모르게 씩 웃었습니다.

 ​

 "아가씨 많이 취하셨네요. 저랑 찬 바람좀 쐬러 가실까요?"

 ​

 그렇게 이끌려 나가자 마자, 그 남자 곁에서 풍기는 짙은 향수 냄새에 취할 새도 없이, 다가오는 입술의 감촉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

 자극적이며, 뜨거운 입술의 감촉은 놀랍도록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

 서서히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겁게 달려드는 악마는 저의 모든 것을 탐닉하기 위해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벽으로 붙여진 몸은 '안돼! 정신차려!'라는 이성의 비명소리를 조용히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 때문일까요?

 

 내 눈앞에 마주한 이 남자는 더욱더 대범하게 탐스러운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행동하기시작했습니다.

 ​

 그 다음은 간헐적인 기억들이 저의 온 마음을 지배하며 그 후회스러운 마음을 죄스럽게 만들었습니다.

 ​

 미친년…,

 

 전 제 자신을 그렇게 부르기로 다짐했습니다.

 ​

 "가자."

 ​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버린 남자는 그 유혹에 한참이나 빠져있었던 뜨거워진 저에게 어디론가 가기를 원했습니다.

 ​

 이성의 끈은 격렬한 입맞춤에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제 몸은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본능의 충실하고자 못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웨이터가 가져왔던 마지막 서비스 캔맥주가 상황을 최악까지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

 찬바람에 문득 정신이 들다가도, 절 부축하는 남자의 미소에 미친년은 또다시 정신을 잃기 일쑤였습니다.

 ​

 포근한 느낌에 따스해져 눈을 뜬 곳은 침대 위, 상의 탈의한 남자는 거칠게 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

 그 다음은 본능의 몫,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 전, 제 블라우스 단추를 거의 다 열어버린 그 남자의 목을 감싸안고는 반쯤 풀린 웃음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

 그 남자는 절대 성급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뜨거운 자극이 닿는 곳은 곧장 열기가 되어 저의 온몸을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세상 가장 재미난 장난감을 만지는 것처럼 그의 손가락은 즐기고 있었습니다.

 ​

 세상 가장 맛있어졌을 때를 기다리며, 그는 저를 요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을 수 없는 본능에 저절로 터져 나온 소리는 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

 그의 입은 서서히 본능으로 얼룩진 저의 입을 막아버리고는 더욱더 무시무시하게 절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고는 자신의 짙은 체취를 저의 가장 깊은 곳까지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

 흔들리는 배경속에서 격렬해진 몸사위는 저의 정신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

 몆 번의 혼돈 속에서 저는 결국 아예 기억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창문 틈 사이 비치는 햇빛의 눈부심에 몰려오는 두통과 메쓰꺼움, 그리고 어젯밤의 일을 말해주듯 묵직한 아랫배의 통증에 너무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습니다.

 ​

 눈 앞의 거울에 비춰진 저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

 나체…,

 

 그리고 수 많은 흔적들…,

 

 다리에 힘이 풀린다를 느끼며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

 그러다 보게된 것에 저는 비명을 지르며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고는 무지막지하게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울면서 문지르기 시작했습니다.

 ​

 제가 본 것은...,

 ​

 침대옆 조그만 탁자 위, 돈 오만 원과 함께 '어젯밤 좋았어. 이건 수고비야.'라는 쪽지였습니다.

 

 그때의 그 소름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참혹하게 심장에 새겨져 버렸습니다.

 ​

 원나잇에 대가는 저에게 잔인했습니다.

 ​

 저는 그렇게 큰 죄를 지었고, 그것에 대한 벌이었을까요?

 

 아이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

 전...죄 많은 미친년입니다.

 ​

 

 ***

 

 

 그날은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된 가설 속에 있는 것처럼 딱딱 들어 맞아 이보다 기분이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

 올린 기획서들은 상사의 마음에 들었으며, 모든 긍정적인 반응 또한 너무 신선했습니다.

 

 저의 능력에 우쭐했고, 교만했습니다.

 ​

 더욱이, 외국에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

 근 한달의 시간 동안 볼 수 없었던 그녀였기에 뜨거운 하룻밤이 몸 속깊이 그리웠음을 느끼면서 머릿속에서는 그녀를 만나면 할 일들에 대한 것으로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

 공항에 저녁 7시 도착하는 그녀를 마중 나가기에 오늘은 분위기 역시 제 편이였습니다.

 ​

 야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된 일은 칼퇴근의 눈치를 막아주면서 저의 하룻밤을 응원하는 거 같았습니다.

 ​

 공항에서 그녀를 만나면 바로 그녀의 오피스텔 근처 마트로 가서 오랜만에 항상 꿈꾸던 신혼부부 모습으로 빙의되어 카트의 한 쪽 끝을 잡고는 팔짱을 낀 채, 그녀가 좋아하는 알리오 올리오 재료와 와인, 그리고 과일 몇가지를 사서 그 동안 비워져있었던 그녀의 오피스텔로 행복한 기분가득 향하게 될 것이라 상상하는 맛이 정말 좋았었습니다.

 ​

 뜨거운 불 앞, 텔레비전 속 셰프들처럼 그녀를 위해 파스타를 만들고 멋스럽게 접시에 담아 그녀에게 가져가 디캔딩된 와인을 잔에 따르며, 은은하게 켜진 촛불을 바라보고 "사랑해" 한 마디와 함께 유혹적이며, 뜨겁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오랜만에 자극적인 식사를 하게 될 것이 좋아서 계속되는 웃음은 쉽게 멈춰지지 않았었습니다.

 ​

 그리고 와인에 취한 그녀의 살냄새를 탐닉하면서 제 넥타이를 잡고 저돌적인 자세로 침대로 이끄는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익숙하면서도 너무나 그리웠던 입술을 찾는 걸로 분위기를 띄우고는 한 달 동안 잊지 못하게 그리웠던 그녀와의 은밀한 데이트를 즐길 걸 생각하면 아랫도리가 뜨근해지고, 몸이 달아올라 오늘의 이 잘 된 일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

 

 이 모든 것이 불행의 시작인 줄은 알지 못한 채...,

 ​

 

 멍청하게 저는 이 모든 상황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

 그렇게 퇴근시간, 자켓과 가방을 들고 빠르게 "저 먼저 가겠습니다."라고 왜 그랬을까요?

 ​

 저는 그날 야근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차라리 살아있을 그녀에게 구박을 당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

 그녀의 구박을 듣다가 "미안해"라며 키스로 입을 막아 버리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

 공항으로 향하는 제 SUV 차량은 저의 설레는 마음을 대변하듯, 거의 날아가다시피 달렸습니다.

 

 그녀의 모습이 나타나자 마자 격렬한 포옹과 함께 사람들이 보든 말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입술을 취하는 것까지 좋았었습니다.

 ​

 그녀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을 잡고 운전하는 그 순간에도, 저는 작게 울리는 그녀의 웃음 소리에 갇혀 있었습니다.

 ​

 불행은 저의 행복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

 그 동안 작게나마, 절 충분히 당황하게 만들었던 그 불행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 오고 있었다는 걸.

 

 사랑에 빠진 정신 없는 남자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

 커다란 소리들이 귓가에 지나가며 소리나는 쪽으로 돌린 시선 너머에 역주행하는 빨간 외제차가 앞에 차들을 들이박고서 제 차로 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

 잡은 손에서 식은 땀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제 옆의 앉은 그녀의 비명에 저는 정면에서 달려오는 역주행 외제차를 향해 미친 듯이 경보음을 울리며 핸들을 틀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 그 차는 급하게 꺽은 저희 차의 조수석 옆구리를 강하게 박아버렸습니다.

 ​

 신기하게도 갑자기 시간은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깨지는 조수석 유리창에 흔들리는 그녀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파편들은 아름다운 얼굴에 막히고 있었습니다.

 ​

 팔을 들어 보려 했지만, 제 행동이 너무 느려서 답답했습니다.

 

 서서히 올라가는 팔에, 그녀는 이미 기절한 듯,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

 에어팩은 터지고, 하얀 막에 가려진 시야는 더욱 상황을 악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

 달리는 속도, 틀어진 각도...,

 

 차는 자신의 움직임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

 몸 이곳 저곳은 너무 아파왔지만, 옆에서 미동조차 없는 그녀가 너무 걱정되어 저는 겨우 올라간 팔로 이미 상처 투성이가 된 그녀의 뺨을 어루 만졌습니다.

 ​

 

 "으."

 ​

 

 작은 신음소리…,

 

 아...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살아있었고, 사이렌 소리도 들렸습니다.

 

 시간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불행은 여기서 마무리 되는 듯 했습니다.

 ​

 그때였습니다.

 ​

 다리 쪽에서 느껴지는 뜨겁다 못해 미치게 타는 고통스러운 느낌이 가득해졌습니다.

 ​

 연료가 새는 것이었을까?

 ​

 불이 붙어버림에 당황하고 무서웠습니다.

 

 매캐한 냄새가 코에 다가왔고, 다리의 느낌은 너무 끔찍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소방관들이 다가와 문을 뜯어내기 시작하자마자, 저는 다급히 옆좌석의 그녀를 가리켰습니다.

 ​

 

 "악! 살려주세요. 제 옆에 있는 여자부터 제발 살려주세요."

 ​

 

 소방관들은 저와 차를 번갈아 보면서 힐끗보더니 "시간이 없어.빨리...빨리."라면서 그녀가 있는 반대편 문쪽으로 몇 명이 가서 매달리며 문을 떼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쉽게 열린 제 문에 비하면, 부딪히는 충격 때문이었을까요?

 ​

 그녀가 있는 쪽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

 제 다리는 종아리 아래부터 심각하게 타버렸지만, 그 고통은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절 끄집어내는 소방관을 향해 그녀를 살려달라 고래고래 소리쳤습니다.

 ​

 

 "네, 네...사장님 다리부터 치료합시다. 지금 부상이 심각하세요."

 ​

 

 소방관의 친절하고 안전어린 권유로 그녀에 대한 걱정을 접고 구급차로 이동되어 가는 순간.

 

 

 펑.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달려오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

 

 "안 돼! 안 돼!"

 ​

 

 저는 그날, 결혼을 약속한 그녀와 제 다리를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

 전 불행을 가진 재수 없는 남자입니다.

 ​

 

 ***

 

 

 대천사 가브리엘이 내려다보던 세상은 화려한 불빛으로 찬란하였으나 길게 울려 퍼지며 내달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처량하기만 했다.

 

 몸을 돌려 어두운 밤하늘 위로 올라, 하얀 날개를 휘저으며 구름 사이로 스민 대천사 가브리엘은 마음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인간들이 찾아낸 신의 법칙. 에너지 불변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

 

 

 침울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밤하늘을 타고 살포시 구름을 가르자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자연스레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죄악은 사라지지 않고 책임을 묻노나니. 홀로 감당키 어려운 무게는 붉은 실로 이어진 인연의 짝과 나누게 될 터. 이것이 불운인지 행운인지 실로 알 수 없구나. 이제부터 보듬고 안으며 부디 저 불빛에 지지 않고 살아 남기를.”

 

 

 대천사 가브리엘의 청량한 음성은 기도가 되고 별빛이 되어 반짝이며 밤하늘에 조각되었고, 밤하늘을 덮듯 펼쳐진 하얀 날개가 구름을 헤치며 긴 여운만 남긴 채 오아시스를 향해 나아갔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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