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하중
난 도끼를 들고 집을 뛰쳐나와 산을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분명 종선 이놈이다. 그 새끼야 그 새끼가 틀림없어.
난 놈을 찾아낼 것이다.
10년이나 흘렀지만 놈도 나도 서로 쳐다보자마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찾아내서 놈을 추궁해보고 만약 맞다면 망설임 없이 놈을 죽일 것이다.
산을 내려와 차에 탔다. 핸드폰이 울려 보니 사채업자의 전화이다.
난 받지 않았다. 분명 내일 되면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고 따지기 위해 우리 집에 찾아올 테지만 지금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차에서 백미러를 쳐다봤는데 내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소름 끼친다.
난 애써 신경 쓰지 않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고향으로 출발한다.
당장 놈의 행방을 알고 있진 않기 때문에 옛날 살았던 집에 가려고 했다.
약 한 시간 동안 미친 듯이 달려 놈의 옛날 집에 도착했다.
살짝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동네 슈퍼에서 과일음료 세트를 샀다.
놈이 우리의 얘기를 부모에게 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야 만약 놈이 집에 없다면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벨을 눌렀다. 잠깐의 시간 후에 대문이 열렸다.
안에서 종선이의 어머니가 나왔다.
“누구세요?”
종선이의 어머님은 옛날에 비해 확실히 나이를 먹었지만 행복한 가정의 온화함이 느껴진다.
“아 어머님 저 혹시 기억..”
“아 이게 누구야! 하중이 아니야?”
“네 어머님 하하 그동안 건강하셨나요?”
“너 몸은 좀 괜찮니? 종선이한테 듣기로는 10년 전에 많이 아파서 어디 요양병원으로 갔다면서?”
놈이 나를 버리고 그런 식으로 둘러댔나 보다. 다행이다.
“아.. 네 어머님.. 심장 쪽에 종양 같은 게 생겨서 하하.. 지금은 괜찮아요”
“그래서 10년 만에 우리 종선이 찾으로 온 거구나. 고맙다.. 남자들의 우정은 대단한 것 같아”
“네.. 그래서 그런데 혹시 집에 종선이 있을까요??”
“종선이 지금 서울에서 일하고 있어서.. 집에서 분가한지 한참 됐단다.. 어떡하니..”
“아 서울에 있는 집 주소 알 수 있을까요??”
“아 그래? 많이 바쁜가 보구나..?xx 구 xx동에 있는 x 오피스텔 205호야”
어머니는 옛 친구가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추호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 그리고 이거 좀 드세요 빈손으로 오기는 뭐 해서..”
“어머 뭐 이런 걸 또 호호. 고맙다 잘 먹을게”
“네 그럼 어머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잘 가렴 다음에 또 오고.. 그때는 밥이라도 먹고 가렴”
난 어머님에게 인사를 하며 집에서 발을 돌려 차에 다시 탔다.
그놈의 집에 ‘내 물건’이 있다고 확신했다.
바로 놈의 어머니가 주신 집 주소로 향했다.
거기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정도이니, 아마 집에 놈이 있을 거다.
먼저 도끼를 차에 놔두고 집 앞을 서성거렸다.
경비가 있으면 많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경비의 동태를 살펴보고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건물이 딱 봐도 많이 낡아 보이고 경비는 당연히 없는 것 같았다.
난 다시 차로 가 도끼를 들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205호를 찾았다.
그리고 먼저 마음을 다스린 후, 벨을 눌렀다.
외부 카메라 옆에 서서 내 모습을 가렸다.
“누구세요?”
“아.. 네 택배기사인데요 옆집 택배인데 안 계셔서 연락해보니 옆집한테 맡겨달라고 해서요”
“아 됐어요 옆집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데”
“잠시만 열어주세요”
“하... 잠시만요”
놈의 목소리에 불쾌한 감정이 묻어났다.
잠시 기다리니 문이 열렸다.
놈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닫으려 했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문을 잡고 놈을 발로 차며 안으로 밀어 넣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놈은 내 커다란 도끼를 보며 겁을 먹은 모양이다.
"오랜만이다 친구야. 그 사건 이후로는 처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