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종선
오늘은 하중이 놈이 산골에 있는 어떤 예술가의 집에서 도둑질한다고 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 같다.
그놈이 다짜고짜 나에게 운전을 할 수 있는가 물어보았고, 난 얼떨결에 그렇다고 하니 나에게 운전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말 운전을 하기 싫었다. 내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운전을 해봤자 나에게 남는 건 무엇인가 싶다.
난 내 인생이 그놈처럼 갈수록 밑바닥으로 처박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단 부탁을 받았으니 놈의 집까지 가서 데려다줘야 한다,
그리고 놈에게 말해 분명 내 몫을 요구할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놈이 한 짓을 경찰에게 알릴 것이라고 협박까지 할 참이었다.
형에게 말해 차 키를 받아 집을 나서려는 순간 방에 있는 엄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들 이 밤에 어딜 나가?”
“아 엄마 잠시 하중이한테 가 오늘 하중이랑 찜질방 가서 자려고"
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어이구 멀쩡한 집 놔두고 왜 자꾸 찜질방 같은 데를 가”
“아 왜 자꾸 잔소리야.. 그냥 찜질방 갈 거야 신경 쓰지 마.”
“그래.. 아 맞아 종선아 거실 선반에 약 통보이지?”
“엉 이게 뭔데?”
“나가면서 집 앞 선한 약국 있잖아 거기 보면 약 폐기통이 있어 거기에다가 집어넣고 와줘
예전에 불면증 때문에 먹던 수면제인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고.. 약이 너무 세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아 그래? 귀찮게... 알았어 그냥 폐기 박스 구멍에다가 집어넣고 오면 되는 거야?”
“응 고마워 아들 사랑해”
난 엄마의 수면제 통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와 약국으로 가려는 순간 발을 멈췄다.
어쩌면,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차에 타 하중이에게로 향했다.
우리 집과 하중이 집은 차로 약 10분 정도만 가면 될 정도로 가깝다.
하중이 집에 도착하고 전화를 했다.
“어 하중아 나와 집 앞이야”
놈은 알겠다고 하고 5분 뒤 나왔다.
얼굴에는 마치 전쟁에 나가는 군인처럼 비장함으로 가득했고, 뭔가 대의를 위해 나가는 위인 같았다.
난 놈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기분이 불쾌해졌다.
내가 어째서 이런 짓을 해야 하지..
밤 운전을 하며 혹시나 한 기대로 놈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야 하중아 그래도 내가 운전하는데 이거 대리비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뭐? 인마 네가 하는 게 뭐가 있어 겨우 운전하고 가서 핸드폰 보면서 나 기다리는 거 아니야”
난 결심했다.
“그래.. 뭐..”
“후 그래도 내가 돈 많이 들고 나오면 소고기라도 한번 살게 걱정 마 인마."
“응 알았어 고맙다 피곤한 텐데 좀 자 둬”
“하.. 그래 좀 자야겠다.”
난 하중이에게 자라고 하고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혼자 운전하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놈이 올라가면 잠시 뒤 나도 뒤따라 올라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형의 뒤차에 있는 대포 카메라로 놈이 집에 몰래 침입하는 사진을 찍을 것이다.
차로 먼저 돌아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중이를 기다리면서, 형이 차에 놔둔 비타민 음료에 어머니의 수면제를 넣을 것이다.
놈이 잠시 뒤 돌아오면 음료를 권한다.
음료를 마신 뒤 잠이 들면 그 녀석이 가져온 돈은 전부 챙기고 쪽지를 하나 남겨놓을 거다.
‘이건 다 너의 욕심 때문이고, 네가 도둑질하는 모습은 전부다 내가 찍었으니 경찰에 넘기기 전에 날 찾지 마라’
아무리 그놈도 감옥은 가기 싫을 터이니, 우리 집에 찾아오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다.
급하게 세운 계획치고는 만족했다. 이 정도면 나도 위험부담을 감수할 생각이 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