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하중
이미 버려진지 오래된 폐공장에 모여 우리 셋은 담배를 피우며 얘기하고 있다.
“진짜야?”
내가 20살이었던 당시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상태라 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응 내가 확인했어.. 거기에 나이 든 예술가 혼자 살고 있고, 집안에 숨겨놓은 돈이 엄청 많다던데...”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삼총사 중 한 명인 김재혁이다.
항상 인상을 쓰고 자기 얘기는 하지 않는 속을 도통 알 수 없는 놈이지만 항상 묵묵히 자기 일을 해왔고 학창시절 때 우리 세 명 중 공부를 가장 아니 유일하게 공부를 했던 친구다.
지금은 예술대학을 다니고 있다.
“근데 넌 어떻게 그런 정보를 갖고 있는 거야?”
“어..? 아... 아니.. 그 예전에 우리 할머니가 산 너머 마을에 살았었는데 그때부터 있었다고 하더라고.. 분명 그 오랜 시간 동안 혼자 산속에 집을 짓고 살았다면 돈도 많을 거라 생각했고..”
이때 재혁이가 이토록 당황한 모습은 같이 지내며 겨우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재혁이의 아버지에 대해 물었을 때다.
그때 역시 재혁이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고 자세히 설명은 하지 않았었다.
“아.. 그래? 하.. 시발.. 어떡하지... 저질러버릴까..?”
“아 야 괜찮겠냐... 난 모르겠다..”
이놈은 삼총사 중 다른 한 명인 임종선이다.
우리 중 유일하게 부모가 둘 다 있고 가끔 치사하긴 해도 특별히 모진 구석 없이 잔소리만 많은 녀석이다.
“내가 다 알아봤어.. 주변에 경찰서도 없고 워낙 산골이라 주변에 다른 집은 하나도 없데”
“근데 재혁아 네가 웬일로 나한테 이런 짓 하는데 도와주냐? 너 내가 저번에 담배 피운다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이건 단순히 담배 수준의 일이 아니잖아. 거기다 이번에 이 얘기를 먼저 꺼낸 것도 너고”
“아 그냥 네가 돈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길래..”
“그래 뭐 쨌든 고맙다.. 너 막 지금 나 도와줬다고 해서 나중에 돈 나누길 바라는 건 아니지?”
“아 당연하지 돈 한 푼 안 줘도 돼.”
"짜식아 장난이야 밥 한 끼 거하게 쏠게”
“그럼 하기로 한 거야?”
“하... 그래 해야겠다.. 어차피 이대로 아무 짓도 안 하기엔 우리 집 상황은 나아지지 않으니.. 내일 주말이니깐 아침 일찍 출발해야겠다.”
이 선택을 하지 말아야 했다.
나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에 들어갔다.
우리 집은 밖에서 보이지도 않는 낡은 상가 밑의 반지하였다.
창문도 깨져있어 비가 올 땐 항상 방안에 물이 들어왔기 때문에 창문 앞에 바가지를 놔두곤 했고, 치우는 건 항상 어머니의 몫이었다.
지금 바가지에는 물이 넘쳐흐르고 있고 집안에서는 벽에서 흘러나오는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부모님 두 분에서 아끼고 아끼며 모았던 돈을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갖고 도망갔을 때부터 난 어머니의 얼굴을 정면에서 본 적이 없다.
어머니 얼굴을 똑바로 보면 암울한 우리 집 상황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나와 어머니는 각자의 방법으로 현실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을 치고 있던 중이었다.
어머니가 있는 방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가방에 얼굴을 가려줄 마스크와 눈썹까지 덮어줄 비니를 챙겨놓고 장갑과 신발을 싸기 위한 봉지 2개도 챙겼다.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신문지로 싼 날카로운 칼도 챙겼다.
내가 챙긴 가방은 재혁이놈한테 얻어온 엄청난 크기의 백팩이었고 안에 돈을 가득 챙겨 나올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거렸다.
난 침대에 누워 돈이 생기면 무엇부터 할지 고민했다.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핸드폰을 바꿀 생각이었다. 주변 애들은 거의 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반해 난 아직도 2g 폴더폰을 갖고 있었다.
이것마저 한 달에 만 원 정도를 내며 제일 저렴한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
때문에, 전화하기가 힘들어 대부분의 통화는 받기만 한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어머니랑 어렸을 적 가족끼리 다 같이 자주 갔던 고깃집을 갈 생각이다.
그렇게만 하면 어머니와 나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난 어머니와 나의 문제가 순전히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런저런 행복한 생각을 하며 누워 있다 보니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 하중아 나와 집 앞이야”
시간을 보니 벌써 9시였다.
나랑 종선이는 그 시골집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운전은 종선이가 하는데 원래 이놈은 종종 자기 형차를 끌고 여행을 다니곤 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알았어 지금 나갈게”
방에서 나와 집을 나가려는 순간 어머니의 방이 보였다.
“.... 다녀올게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떠나고 2년 만에 처음 건 말이었다.
어머니는 아무 반응 없었고 난 애써 무시하며 설렘 반 걱정반으로 집 밖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