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술이 웬수(2)
어느덧 취기가 잔뜩 오른 지담은 자신이 너무 많이 마신걸 알고 일어섰다.
그리고 테이블에 뻗어서 엎드려 있는 세윤을 일으키려는 순간 갑자기 세윤
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라? 어어어...악~"
콰당...
취한 탓에 지담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세윤과 함께 옆 테이블에 고꾸라졌다.
엄청난 소리에 주방에 있던 수훈이 뛰쳐 나왔다.
세윤과 지담은 옆 테이블의 안주와 위스키를 온통 뒤집어쓰고 있었고, 옆 테이블의 두 남자는 바지가 흠뻑 젖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아니 이 여자들이 술을 먹으려면 곱게 먹던지 이게 무슨 짓이야?"
한 남자가 바지를 툭툭 털며 신경질을 냈다.
수훈은 –죄송합니다-라고 연신 사과를 하며 마른 수건을 두 남자에게 건넸고, 세윤과 지담을 일으켜 다시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면서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지담이 다시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음~딸국~음...죄~송합니다."
하고 허리를 굽혀 꾸벅 인사를 하더니 더이상 허리를 펴지 않고 계속 숙인 체, 그 자세 그 대로 서 있었다.
"저기요~이제 됐으니까 가봐요...저기요?"
두 남자중 한 남자가 괜찮다고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는데도 지담은 고정 자세였다.
마주 앉아있던 또 다른 남자는 연신 큭큭대고 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괜찮다고 한 남자가 에이 설마 정말로 자는 걸까 하고 손가락으로 지담의 팔을 쿡 찌르니 지담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쓰러지려고 했다.
그 찰나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지담을 감싸 안았다.
마침 수훈이 새로 안주와 위스키를 가지고 나오면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
도윤은 수훈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을 나섰다.
"그러게, 그 인간은 아니라고...남자인 내가 봐도 아닌 인간이라고 그렇게 말해 줬건만... 이 개자식 만나기만 해봐~아주 아작을 내줄꺼다."
세윤, 도윤, 수훈, 지담, 상우는 대학 때부터 친구였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동아리 친구들이었다. 도윤은 세윤이 때문에 봉사동아리에 가입했었다.
도윤은 다른 동아리에 가입을 하고싶었지만, 너무나 귀여운 여자아이가 봉사동아리에 가입하는걸 보고 자신도 가입해 버렸다.
그 귀여운 여자아이가 세윤이었다.
동아리방에서는 윤 남매로 통했다. 이름 끝이 같아서 그런지 동방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물론, 도윤은 맘에 들지 않았다.
애인이면 몰라도 남매라니...피를 나눈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친구사이 마저 잃을까 고백 조차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이젠 정말 보내줘야겠구나 하고 마음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날벼락 같은 소리를 또 듣고 말았다.
도윤은 자신이 한심스럽고 또 자책이 들었다.
진작 고백을 했으면 세윤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이제는 더이상 넋 놓고 딴 놈한테 널 안 보내, 이세윤..."
그렇게 다짐하고 도윤은 힘차게 차를 몰았다.
***
수훈은 얼른 위스키와 안주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 남자에게서 지담을 뺏다시피 해서 자신이 안았다.
"죄송합니다. 제 친구가 또 무슨 실수라도..."
"아뇨, 넘어지려고 하는걸 붙잡았을 뿐 입니다. 친구분이 많이 취하셨네요."
"아~네, 고맙습니다. 여기 안주와 술은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이건 두 분 세탁비입니다. 다시한 번 죄송합니다."
하고 수훈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서비스업에 종사한다지만 오늘같이 고개숙일 일이 거의 없었고, 또한 부족함 없이 자랐기에 남한테 아쉬운 소리, 자존심 상할 일이 없는 그였는데, 서지담 때문에 참는 수훈이었다.
-그래, 서지담...너니까-
"아~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옷이 젖어서 이만 일어서야겠습니다. 세탁비는 됐습니다."
그러고는 같이 온 남자에게 그만 일어나자고 턱짓을 했다.
수훈은 너무 죄송해서 그러니 다시 찾아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과 함께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더니 그 남자 또한 수훈에게 명함 한장을 내밀었다.
-건 치과 전문의 이 강현-
수훈은 점잖은 손님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담과 세윤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도윤이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