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 이상해!
노회장은 혼자 중얼중얼 하였다.
그의 평생 고질병 관절염이 쪼끄만 여자아이 노래를 듣고 나자 나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원래 어린 여자아이랑 배꼽을 대고 있으면 기를 받아 건강해진다는 낭설이 있긴 했지만
노래를 듣고 그런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노회장은 확신하고 있었다.
"난 그아이 노래를 들으면 몸이 건강해질 것이다"
그는 원래 노래를 부르는 여자에 대한 환타지가 있었다.
딸만 셋인 그는 딸아이 중 하나라도 노래를 잘하면 뒷바라지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딸 셋은 공부만 잘했지 노래는 젬병이었다.
공부만 하는 인생은 재미가 없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면 예술을 해야 하는데 영~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공연을 올리고 싶어 뮤지컬학과 학생들을 오페라로 전과시킬려고 추진중이고
그 말을 듣지 않는 마이클을 파면시켜 버렸다.
해고 사유는 '감염 위험이 높은 코로나 확진자'였기 때문이었다.
90년대 원조 아이돌 가수 출신 마이클은 노회장이 볼 때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
나이 50에 찣어진 청바지에 긴 퍼머머리는 또 얼마나 지저분한지
하고 다니는 꼬락서니도 그런데
절로 터진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은 경박하기 그지없는 그런 자가 선생이라니!
마이클을 데려온 사람은 바로 천벙지축 조카 노로마였다.
노로마는 하나 밖에 없는 형님의 외아들이다.
형님 내외가 전세기 사고로 죽은게 10년전이다.
그때부터 노로마는 어긋장이 나기 시작하였다.
자기 부모를 죽인 사람이 바로 노회장이라고
사고를 가장해 형님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였다고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써서 공격을 해오는 것이었다.
그 노로마가 지금 짓고 있는 오페라극장을 뮤지컬 극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뮤지컬이 더 경쟁력이 있다면서 뮤지컬학과를 만들고 마이클을 데려다 지도교사로 앉혔다.
그것은 노회장에 대한 도전이었다. 노회장은 조카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도전과 응전은 노회장의 취미생활이다.
도전과 응전이 없다면 얼마나 인생이 재미가 없을까?
내말 안듣는 놈들을 하나씩 처치하는 기분이란.....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이해가 되었다. 하나 하나 적을 쓰러뜨리는 쾌감을 어찌 게임이
대신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은 힘없는 아이들이나 하는 일 실전에서 하는 게임이 최고봉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비서를 따라 가을이가 들어왔다.
회장들 세 명을 초대해 살롱 공연을 열려고 초대한 예술고 학생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을이라고 합니다. 한승연 선생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학생이 아닌데?"
"네 이여름이 안오겠다고 해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뭐라고? 내가 불렀는데 안온다? 오호! 이런! 도전정신이 생기네 또?
노회장은 신경줄이 팽팽해지는 이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조비서를 시켜 어떻게든 이여름을 데려오게 하였다.
그런후
"그래? 노래 한번 불러보지? 남몰래 흘린 눈물. 꿩 대신 닭이다!"
가을이는 노회장의 뒷말 꿩 대신 닭이다 라는 말을 들었다.
아니 그 소리만 크게 들려왔다.
그래도 노래를 불러야 했다.
조비서는 SNS를 뒤져봤다.
인스타에 이여름이 올린 고양이 사진이 있었다.
지금 있는 곳은 서촌 카페 마이클. 조비서는 인스타에 있는 봄이 모습에 넋을 잃었다.
'볼수록 탐이 난단 말이야. 이 고양이 후후..'
무슨 연유인지 조비서는 고양이 봄이에게 마음이 끌렸다.
"저리 비키세요!!"
조비서는 앞을 가로막고 선 마이클을 밀쳤다.
마이클은 나가 떨어졌다.
"박사마님"
동이 엄마가 마이클을 잡았다.
여름이는 조비서 앞에 서서 당당하게 말했다.
"왜 저를 오시라고 하는지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정당한 이유라면 갈께요"
"그냥 가면 안되겠나? 학생? 이사장님이 장학금이라도 줄려나 보지"
"장학금이라면 학교에서 받을께요"
"직접 가서 이야기 해보지. 난 학생을 못데리고 가면 직무태만이 되거든"
이 때 봄이가 큰소리로 "야옹" 하였다.
천둥번개 소리 같은 봄이의 외침에 다들 놀라서 봄이를 쳐다봤다.
동이는 의자 위에 위엄있게 앉아 있었다.
파란 눈에서 광채가 나왔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태와 눈동자에 눌려 조비서는 갔다.
'참 매력이 넘친단말이야. 저 고양이!!!'
조비서가 가고 난 다음에 동이엄마는 가게 문앞에 있는 'CLOSED'를 'OPEN'으로 바꾸고
요리를 시작하였다. 히말라야에서 개발한 면역력 요리를 만든다고 하였다.
동이엄마는 인도에서 먹는 난 처럼 얇은 브레드 위에 각종 채소를 얹고 파마산 치즈 가루 대신
동충하초 가루를 듬뿍 끼얹었다.
"이것이 이 엄마가 히말라야에서 개발해온 동충하초야. 이것만 먹으면
면역력이 강해져서 코로나 절대 안걸려. 박사마님 많이 드세요"
"야! 영양도 영양이지만 비주얼도 갑인데요? 감사히 잘먹겠습니다! 회장님"
마이클 팬카페 회장이였던 동이엄마는 지금도 회장님이였다.
봄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모두를 보호할 것처럼 그렇게 앉아 지켜보고 있는 봄이를 보고
"저 고양이 볼수록 영물이네!"
동이엄마가 말하자
"엄마, 봄이라고 해요. 고양이라고 하지 말고. 여름이가 섭섭해 그럼"
동이가 말했다.
"여름아, 내가 봄이를 고양이라고 해서 서운하니?"
"네. 조금요. 봄이라고 불러 주세요!"
동이엄마는 허걱! 놀랬다.
"야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냐? 나 민망하게"
"얼마나 솔직하고 좋아요. 요즘 얘들의 매력이야. 나하고 인생관이 통해"
마이클은 자기가 해고를 당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플렛브래드만 잘 먹었다.
동이는 음식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다가 로마 사진을 본다.
"그 사이버 고양이 나도 좀 보자"
동이엄마가 동이 핸드폰을 봤다.
"어쩜! 우리 로마랑 꼭 닮았구나! 에구에구 이쁜 것. 세상에! 우리 로마가 환생한 것 같네.
이름도 똑같구.. 동이야, 우리 4대 로마 데려다가 키우자. 이깢 핸드폰 고양이 말고 진짜 고양이
입양하자"
"엄마 난 이제 이별이 싫어요! 죽지 않는 고양이를 만들거야"
"죽지 않는 생명이 어딨어?"
"있어요!!! 인공지능 고양이 우리가 만들거예요"
동이와 병무가 동시에 말하였다.
"인공지능이면 로봇아냐? 로봇 고양이? 부드러운 털이 없잖아?"
"털이 있으면 동물들이 위험해져요. 털이 없는 사람들이 털을 가져가잖아.
엄마 그것 알아요? 고양이로 탕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있대"
"이런 개 상렬의 자식들이 있나?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
"엄마교양!"
"지금 이 마당에 교양 챙기게 생겼냐?"
동이엄마가 소리를 꽥 질렀다.
이 때 봄이가 '냐옹!"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봄이 소리 지르는 쪽을 바라보았다.
노로마가 아랍왕자 아세르와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아세르는 품에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