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훈은 영문도 모른체 자신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는 연우와 슬비 모습을 보고 답답한 듯 번갈아가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앉아있다. 조금은 진정이 된 듯 연우가 말을 꺼낸다.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였지"
"갑자기 무슨 친구 타령이야 어떻게 두 사람이 아는 사이냐고"
"초등학교 때 기억나?"
"뭐가?"
"비오는 날이면 내가 늘 사라졌던 것..."
"어렴풋이..."
"초딩 연우가 비오는 날 사라진 이유가 바로... 슬비 때문이었지"
"그럼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
"응"
"뭔가 냄새가 나는데 뭐야 둘이 썸?"
"한때는 썸을 탔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글쎄... 슬비야 대답 좀 해줄래?"
"연우오빠는... 꼭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래"
그때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슬비가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만들고 두 사람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슬비 남자친구 있어 오늘 오전에 여기 와서 싸우고 갔어"
"설마 건우는 아니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 동생이야 도건우..."
"뭐야 그럼 한 형제가 동시에 슬비를..."
"그렇게 되는 건가? 시간차를 두고 만나서 그것까지 생각을 못 했네"
"너희 형제가 대단한 거야 아님 슬비가 대단한 거야"
"아마도 둘 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같이 카페에서 일하면서 슬비의 매력에 빠지면 안돼. 이미 빠진 것 같은데 빨리 마음 접어 너까지 그러면 슬비 쓰러진다. 쓰러져..."
왠지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연우를 보며 애써 담담한 듯 웃어보지만 어색하게 보이고 슬비에 대해 흔들렸던 마음을 다 잡는다.
"나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겠다"
"정이사님하고 만나기로 한 약속?"
"응 우리 회사를 위해서 내가 발로 직접 뛰어야지"
"그래 너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 잘 좀 이야기해 봐 우리 회사의 미래는 다 너하기에 달렸어 애교 좀 부려봐"
"그럴까?"
"퍽이나 애교부리겠다. 완전 상남자가..."
"슬비야 나 간다. 조망간 보자 아니지 카페로 오면 매일 볼 수 있나?"
"조심히 가세요. 오빠 멀리 못 나가요."
치훈의 배웅으로 연우는 카페를 나와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간다. 그리고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치훈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슬비를 바라보고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 일을 돕는다.
"연우랑 나랑 같은 회사 다녀"
"정말요? 좋겠다."
"연우랑 같이 일하고 싶어?"
"그렇게 들렸어요? 후훗..."
"우리 회사에 입사해 볼 생각있어?"
"고졸뿐인 내 스펙으로 어떻게 그런 회사를 들어가요"
"여기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있으면 말해줘 특별채용으로 합격시켜 줄게"
"꼭 오빠가 사장님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 회사 나와 연우가 같이 만든 회사거든..."
"역시 두 집안이 대단한 집안이라 스케일도 남다르구나..."
다시 말없이 일을 하고 손님을 맞으며 시간을 보낸다. 카페 문을 닫고 먼저 퇴근을 하는 슬비가 골목길을 걸으며 아까 치훈이 했던 제안을 다시 깊이 생각하며 걷느라 뒤에서 건우가 걸어오는 것도 모른다.
어느새 집앞까지 와 버렸고 그 사실을 알리가 없는 슬비가 대문 앞에 서서 문을 열려고 할 때 다가가 슬비를 붙잡는다.
"이슬비 무슨 생각을 하느라 내가 따라 걷는지도 몰라"
"날 따라왔다고 언제부터"
"언제부터긴 카페에서 여기까지 쭉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미안 아니지 여긴 어쩐 일이야 나 너 보기 싫어 그만 가 봐"
"설마 오전에 내가 했던 말 때문에... 그건 오해야 정말 난 순수한 마음으로 너와 대학에 같이 들어가고 싶었던 걸 말하고 싶었어"
"알았으니까 그만 가 늦었어"
"그럼 화 풀린 것 같으니까 매일 출근 도장 찍어도 되지"
"그건 안돼 아직 내 커피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잖아! 연우오빠는 엄지척도 해주던데"
"형이 왔었어?"
"뭐야 둘이 형제 맞어 왜 나보다 더 소식이 늦어"
"우리 집에 안 들어왔는데 어디서 지내는 거지"
"뭐라고 집에 안 들어가 그럼 대체 어디서 지내는 거야"
둘은 연우의 행방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며 걱정을 하는 슬비와 뭔가 조금 이상한 분위기로 돌아가는 연우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