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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게 딱인 너
작가 : 마미나리
작품등록일 : 2018.11.29
내게 딱인 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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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혼자인게 편한 호텔 대표 강혁.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로부터 결혼명령이 떨어진다.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미르. 그녀라면 절대 결혼 허락을 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와 계약을 하게 된다.

 
제 4 화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작성일 : 18-12-09 23:49     조회 : 51     추천 : 2     분량 : 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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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 화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학식은 수줍은 듯 자신을 보는 미르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제가 의사치고는 좀 생겼죠?”

 

 실없는 농담을 하는 학식을 보며 혁은 헛웃음을 쳤다.

 

 “허. 미친놈.”

 

 미르는 절대 격식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은 대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

 

 “저. 저 봐.”

 

 학식은 혁을 향해 고개를 흔들며 미르의 손을 치료했다.

 

 “그런데 어쩌다 손을 다치셨어요?”

 “내가 그랬어.”

 

 혁의 대답에 놀란 건 미르가 아닌 학식이었다. 도통 실수라는 걸 모르는 녀석인데 말이다. 그다음 순간 학식의 얼굴은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기쁜 표정이었다.

 

 “저 녀석한테 꼭 손해배상 청구하세요. 제가 진단서 잘 끊어드릴게요.”

 “네? 아니.”

 

 학식은 미르의 오른 손 위에 거즈를 정성스럽게 올리고 붕대를 감았다.

 

 “매일 오셔서 소독하세요. 치료비는 저 녀석한테 청구할 테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요.”

 “아. 그게 시간이.”

 “왜요? 일하세요?”

 “네. 호텔에서.”

 “뭐야? 너희 호텔 직원이신 거야?”

 

 혁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대답했다.

 

 “응.”

 “뭐 더 잘됐네요. 아무 때나 시간 비워달라고 하세요. 대표 잘못인데 그 정도는 해야죠. 안 그래?”

 

 혁은 자신의 잘못이 있는지라 뭐라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학식의 말은 너무도 얄미웠다.

 

 “얼마나 심각해?”

 “뭐 제대로 치료만 잘 받으면 한 2~3주 정도. 그래도 범위가 넓어서 상처 덧나지 않게 관리 잘하셔야 해요.”

 “네.”

 

 학식은 친절하게 마무리를 하고 미르에게 처방전을 주었다.

 

 “약 꼭 챙겨 드시고 연고 잘 바르세요. 예쁜 손 흉터 안 남게 최대한 노력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미르는 친절하고 상냥한 학식의 미소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래. 이거야.’

 

 그 순간 미르의 머릿속에 영감이 떠올랐다. 그 안은 온통 자신이 그릴 컷들로 가득 찼다.

 친절하고 다정한 의사와 그를 사모하는 순정녀의 로맨스. 컷마다 아스라한 미소가 반짝이고 가슴 설레게 하는 새하얀 가운의 테리우스.

 꽃미남 의사의 찰랑거리는 머릿결. 이어진 마감.

 

 ‘아. 마감 시간.’

 

 미르는 그 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배와 약속한 작품의 마감 시간이 오늘이었다. 미르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학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문밖을 나섰다. 혁도 나중에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일입니까?”

 “아. 그게. 제가 할 일이 생각이 나서.”

 “잠시만 기다려요.”

 

 혁은 주차장으로 뛰듯이 걸어갔다. 미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고 있었다.

 

 미르의 눈에 혁의 긴 다리가 들어왔다.

 

 ‘우와. 기럭지가 장난 아니네. 계단을 세 칸씩 막 올라갈 수 있겠다. 하긴 대표님 매너에 훤칠한 키 비주얼적으론 좋은데......’

 

 어디 로맨스에 나올 법한 외향이긴 했다. 하지만 미르에겐 혁은 자신의 일자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무서운 대표일 뿐이었다. 혁이 검은 세단을 미르 앞에 세우자, 그제야 미르는 현실로 돌아왔다. 혁이 문을 열어주러 나왔지만, 미르는 이미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언제나 자신이 문을 열어주길 기다렸던 여자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차에 탄 미르의 오른손에 시선이 갔다.

 

 “손이 그래서 일은 할 수 없겠네요.”

 

 미르는 그가 자신을 또 자르려고 하는 줄로만 알았다.

 

 “아니요. 저 괜찮아요. 일할 수 있어요.”

 

 미르는 절대 잘릴 수 없다는 간절한 눈빛으로 혁을 보았다. 혁은 그녀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듯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손으론 오늘 일은 무리일 거 같아 가서 쉬라는 겁니다.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합시다.”

 “아. 네.”

 

 미르는 다시 이야기하자는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 이 상황이 마치 며칠 전의 데자뷔 같았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미르는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네?”

 “집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왜?”

 “데려다주려고요.”

 “아니요. 저 괜찮아요. 그리고 호텔에 가방도 있고.”

 “아. 그렇군요. 그럼 호텔로 가죠.”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미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은 상황이 이러니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겠습니다. 내일 출근하는 대로 사무실로 오십시오.”

 

 ‘그래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지금은 마감이 먼저야.’

 

 “네. 알겠습니다.”

 

 호텔주차장에 혁이 차를 세우자, 미르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지금은 대표보다 당장 작업해야 할 작품이 먼저였다.

 

 혁은 잽싸게 사라진 그녀를 보며 기가 찬 표정이었다.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여자야.”

 

 혁을 뒤로 한 채, 미르는 서둘러 탈의실로 달려가 가방을 꺼냈다. 미르는 제일 먼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배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와 메시지가 와 있었다.

 심호흡한 미르는 곧바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수화기 너머로 선배의 기차화통 같은 비명이 들려왔다. 미르는 보이지 않는데도 지은 죄가 있어 연신 허리를 굽혀 선배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바로 해서 보내드릴게요.”

 

 서두르지 않으면 펑크가 날 판이었다. 미르는 가방을 챙겨 서둘러 휴게실로 내달렸다.

 

 *

 

 사무실로 돌아온 혁은 비서에게 보고를 받고 함께 보안 실로 향했다.

 

 “대표님.”

 

 보안 실 직원이 혁을 보고 인사했다.

 

 “아까 이야기한 CCTV 확보됐습니까?”

 “네 말씀하신 대로 전체 다 확인했습니다.”

 

 혁이 확인한 것은 소동이 있던 날의 CCTV였다. 객실 복도에 미르가 청소를 하러 들어가는 모습부터 남자가 객실에 들어간 것을 모두 확인했다. 객실 안까지는 확인할 수 없으니,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별다른 특이 상황은 하나도 없었다. 혁은 남자가 끌려나가고 그의 동선을 따라 계속해서 CCTV를 확인했다. 그런데 주차장 앞에 그가 서 무언가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 확대 좀 해주세요.”

 “네. 대표님.”

 

 화면을 당겨 확인하자, 그가 분명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손목에 차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확실히 그가 찬 시계가 그 브랜드의 제품인지는 알 수 없었다.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이긴 했다. 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를 보았다.

 

 “저 사람이 분실한 손목시계 모델 회사에 연락해주십시오.”

 “네. 대표님.”

 “아. 참. 그 사람 전화해서 호텔로 오라고 해 주시고요.”

 “네? 지금이요?”

 “네. 일 마무리 해야죠.”

 

 혁은 양복을 다시 갖추며 문을 나섰다.

 

 *

 

 미르는 저녁 시간이 지났는데도 휴게실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간혹 오른손의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노트북 화면의 커서는 정신없이 깜빡였다. 작은 태블릿 위로 이리저리 그어대던 펜이 드디어 저장 버튼을 눌렀다.

 

 “아. 끝났다.”

 

 미르는 뻐근한 어깨를 매만지고 기지개를 켰다. 이제 선배에게 메일만 보내면 된다. 미르는 기쁜 마음에 마우스를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노트북에서 요란한 팬 소리가 났다.

 

 “어? 이거 왜 이래?”

 

 미르는 노트북을 두드렸지만, 화면은 이미 먹통이 되었다.

 

 “아~~~~~ 안 돼~~~~~~”

 

 불안한 표정의 미르는 백업파일이 제대로 저장이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하지만 휴게실엔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장비도 없었다.

 미르는 노트북을 부여잡고 울먹였다.

 

 “미안하다. 아가야.”

 

 미르는 우선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부터 찾아야만 했다. 일단 마감은 지켜야 하니, 미르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

 

 비즈니스 룸에는 능글거리는 그 남자가 거만하게 앉아있었다.

 

 “아. 도대체 왜 사람을 오라 가라야. 젠장.”

 

 맞은편에 앉은 혁은 그의 손목에 찬 시계에 눈이 갔다.

 

 “시계는 찾으셨나봅니다.”

 

 남자는 슬쩍 팔을 내리며, 손목을 가렸다.

 

 “찾기는 무슨. 그래 손해배상 해준다며.”

 

 남자는 시치미를 떼며, 뻔뻔함으로 무장했다.

 

 “모델이 뭐라고 하셨죠?”

 “바쉐론 콘스탄틴 하모니. 한국에 딱 5개밖에 안 들어온 제품이지.”

 “그럼 지금 손목에 있는 건 무슨 제품입니까?”

 “같은 브랜드.”

 

 남자는 아차 싶었는지 버럭 화를 냈다.

 

 “그게 뭐가 중요해.”

 “당신이 말한 바쉐론 콘스탄틴 하모니. 본국까지 주문해도 들어오는데 적어도 한 달. 길게는 2년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일주일도 안 된 지금. 어떻게 당신 손목에 있을 수가 있을까요?”

 “내가 가서 직접 사서 왔다고.”

 “제품 일련번호 확인하면 다 나오는데. 어떻게 지금 확인할까요?”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에이씨. 지금 뭐 하는 거야?”

 

 혁은 상체를 앞으로 당겨 남자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미 본사에 확인했어.”

 

 혁의 한 마디에 남자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리고 당신 우리 호텔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오를 거야. 그게 뭔지는 당신이 더 잘 알 테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혁이 그 남자에 대해 알아본 결과 이미 다른 곳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남자는 오히려 당당했다.

 

 “손해배상은 우리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남자는 여러 업체에 이름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상습적으로 그는 여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추행을 하고, 반발이 심해지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

 남자는 인상을 쓰며 혁을 보았다.

 

 “뭐 방값은 지급하지. 그걸로 끝내자고.”

 

 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여유롭게 문을 열었다. 남자가 서둘러 열린 문으로 나가려 하자, 혁이 그의 어깨의 손을 올렸다.

 

 “아 참. 형사사건이 하나 남아있었지. 어떻게? 준비는 잘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네.”

 

 남자는 마지막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더 따지기도 뭐한 상황이었다.

 

 “내가 당신을 다시 본다면, 그건 법정일 거야.”

 

 남자는 메이드를 희롱했던 일이 떠올랐다.

 

 “재수 없으려니까.”

 

 그는 황급히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혁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팔짱을 끼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 혁의 눈에 직원용 출입구에서 머리를 빼꼼히 내미는 미르를 발견했다.

 

 ‘저 여자가 왜 아직 여기 있어?’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와 두리번거리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백미르씨.”

 

 미르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자, 혁이 팔짱을 끼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뭐 합니까?”

 

 급하게 나오긴 했지만, 미르는 설마 혁과 마주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네. 그게......”

 “유니폼도 입지 않고 직원용 출입구로 호텔 안에 들어오다니 지금.”

 “죄송합니다. 그게 제가 일이 있어서.”

 “오늘 일 안 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아니라. 다른 일이.”

 “지금까지 호텔에서 다른 일을 했다는 겁니까?”

 “아니 그게 그런 게 아니라.”

 

 미르는 딱히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혁은 미르의 붕대를 감은 손에 노트북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어쨌든 잘 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할 말이 있었는데.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네요. 따라 오세요.”

 “네? 지금요?”

 “네.”

 

 미르는 난감한 표정으로 혁을 올려다보았다.

 

 ‘왜 하필 지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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