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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9-4 잠자는 공주
작성일 : 18-06-24 11:27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7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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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의 연구실. 유마와 이터널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터널 군.”

 “예. 말씀하십시오.”

  이터널은 초코바처럼 보이는 황록색의 블록을 일정한 속도로 우물거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식사는 그런 대용식품 대신, 맛있는 걸 드시는 게 어떤가요?”

  유마는 자신의 앞에 놓인 산채비빔밥을 한 수저 크게 떠 그에게 권유했다.

  이터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황록색의 블록을 입에 털어 넣어 꿀꺽 삼켰다.

 “교수님, 전 괜찮습니다. 제게 식사는 사치. 이 단백질 블록도 입에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을 느끼기 힘들죠. 이리로 와서 같이 들어요.”

  유마가 다시 권유했지만 이터널은 완곡히 거절했다.

 ‘아쉽지만, 이 사람이 고집을 부릴 때는 이유가 있으니 꺾을 수 없지.’

  유마는 아쉬움에 크게 뜬 산채비빔밥을 입에 넣었다.

 “그나저나 의외군요. 이터널 군이 제게 식사를 하자는 날도 있고…”

  유마는 음식을 꿀꺽 삼키며 탁자 아래에 놓인 포장을 뜯지 않은 비빔밥을 곁눈질했다.

 “몇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랬기에 감히 교수님께 식사 제의를 한 겁니다.”

 “이터널 군… 우리 사이에 격식은 필요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입니다. 전 항상 당신에게 고맙고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부디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유마의 진심어린 말에도 이터널은 그저 또 다른 단백질 블록의 포장을 뜯을 뿐이었다.

 “중요한 건, 교수님께서 제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실 수 있는지에 대해섭니다. 불필요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이죠. 이터널 군의 부탁이니 가능한 답해드리겠습니다.”

  유마의 확답이 떨어지자마자 이터널은 단백질 블록을 한입에 삼켰다. 유마는 그런 비인간적인 모습에 인상을 잠시 찌푸렸다.

 “포우는 대체 누구입니까.”

 “네?”

  유마는 상상조차 못한 질문에 잠시 사고가 멈추는 듯한 둔한 느낌이 들었다.

 “포우의 정체는 대체 누구입니까.”

 “이터널 군, 대체 그걸 왜 제게 묻는 거죠?”

 “분명 교수님이 며칠 전 그 시영이라는 사람과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유마는 시영의 언급으로 잠시 주춤거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시영 군과 포우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죠?”

  유마는 슬쩍 이터널의 마음을 읽었다. 그의 마음 깊숙이 느껴지는 공허함에 자연스레 긴장되었지만, 침을 삼켜 긴장을 쓸어내렸다.

 “봤었습니다. 그가 포우로 변하는 모습을…”

  이터널은 해방기를 꺼내들어 시영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슬롯을 누르자 입고 있던 갑옷이 분해되듯 하나씩 사라졌다. 다시 슬롯을 누르자 갑옷이 퍼즐을 맞추듯 입혀졌다.

 “해방기의 제작자는 교수님이시고, 시영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금까지 이런 기능을 알지 못했습니다. 창연의 경우에는 시영을 계속해서 미행했기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면, 교수님과 시영에게서 뭔가 이야기가 있거나, 교수님이 포우와 연관이 있다고 밖에 생각될 수 없습니다.”

  이터널의 추측을 듣던 유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말이 맞는 겁니까?”

  유마는 간절하게 묻지만, 표정은 무덤덤한 이터널을 지그시 바라보며 많은 의미가 담긴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말해도 믿을 것 아닌가요?”

 “믿을 겁니다. 전 믿고 있습니다.”

  이터널의 무덤덤하면서도 강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답에 유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방기의 슬롯을 터치하는 기능은 일종의 이스터에그입니다. 원래는 해방기에 넣을 건 아니었지만, 당시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급한 나머지 해방기에 이 기능을 넣어버린 겁니다.”

  유마는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해방기는 제어 장치를 베이스로 만든 기계 장치… 만든 시기는 이상 세계 현상이 일어난 직후.”

 “잘 알고 계시는군요.”

  유마는 빙그레 미소 지었지만, 무뚝뚝한 이터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 그 건은 넘어가고, 교수님은 이미 시영이 포우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겁니까? 분명 오전에 전화해서 알려주신 내용은 시영의 해방기를 베이스로 원하던 물건을 손에 넣었다. 라고 해석했습니다만? 대체 그는 누구입니까? 알고 계셨다면 왜 이제야 그를 불러들인 겁니까?”

  이터널의 몰아치는 폭풍 같은 질문에 유마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진정시켰다.

  유마는 계속해서 그의 생각을 읽고 싶었지만, 이터널도 시영과 같이 겉과 속이 같은 정직한 축에 속하는 인물이었기에 대화의 주도권도 잡지 못해 쩔쩔 매기만 했다.

 “일단 그가 포우라는 사실은 며칠 전, 그의 해방기와 6장의 스크롤을 잠시 빌렸을 때 알게 된 것입니다. 정확히는 대화 중 언급 된 ‘10장’의 스크롤에서 어느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고, 해방기와 스크롤을 연구함으로서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고속은 유마의 설명에 고개를 규칙적으로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한 가득이었다.

 “그렇다면, 그를 알게 된 때는 비교적 최근이겠고, 포우인지도 몰랐던 겁니까? 그럼 그를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유마는 잠시 숨을 돌렸고, 이터널이 먹은 것과 같은 단백질 블록을 꺼내 우물우물 먹은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생명의 냄새… 아무튼 이터널 군은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시영 군을 찾은 이유는 그에 대해 알아보던 중, 그가 오컬트 슬레이어, 즉 오컬트 관련으로 전문가라는 사실과 원인 불명의 의식 불명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른 겁니다.”

  유마의 말이 끝나고, 두 사람에게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특히 이터널은 안고 있던 의문이 어느 정도는 해결되었기에 더 이상의 질문은 올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포우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기적적으로 나타난 영웅이라 생각했던 존재가 내 창조물이라니…”

  유마는 복잡 미묘한 심정이었다. 길게 늘인 한숨을 쉬며 허공을 응시했다. 곧 그는 포우에 대해 마음껏 떠들어댄 자칭 전문가들의 자료를 가져오며 그들이 말한 모든 개소리에 어이가 없어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이터널 시스템… 포우 시스템…”

  이터널은 나지막이 말하며 자신의 왼쪽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장착되었어야할 신소재 기계장치는 스펀지 오컬트에게 있는 상태였고, 유마는 슬쩍 그의 손목을 곁눈질했다.

 “당신도 그렇고, 포우도 그렇고 제게는 다 소중한 생명입니다. 시스템에 생명이라 하는 건 조금 웃기지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은 결국 지성과 생명을 가진 인간입니다.”

  유마의 말에도 이터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목에 느껴지는 헐렁함에 오른손으로 지그시 손목을 감쌌다.

 “그건, 어디 있죠?”

  유마는 그의 손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터널은 당시 있던 상황을 설명했고, 유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오 광선을 역으로 출력해서 스펀지로 된 몸을 수복한다라…”

  유마는 그가 내놓은 발명품의 흥미로운 사용법에 조금씩 흥분되는 기분을 느꼈다.

 “괜한 짓을 한건가요?”

 “아뇨,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사용하는 걸 상정하지는 않아서 말이죠.”

  유마의 입가에는 점점 광적인 행복이 서리기 시작했다. 이터널은 그런 그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속으로 안심할 뿐이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비록 저지르긴 했지만, 가능성이 보였기에 기꺼이 시도했습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터널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희망과는 거리가 먼 어두운 안개가 서려 있었다.

 “이제 그만 당신을 용서하고 그 영원이라는 감옥에서 나올 수는 없나요?”

  유마는 그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이터널은 그 어떠한 반응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연료가 바닥나 멈춰버린 기계처럼 가만히 있었다.

 ‘교수님이라면 분명 다급하게 만들어버린 포우 시스템을 확인하여, 더 나은 포우 시스템으로 발전시켰을 수도 있겠군.’

  이터널은 태엽 감은 오르골 인형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백색 해방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의 생각을 유마는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지만, 모르는 것처럼 내색하지 않았다.

  해방기 옆에는 6장의 스크롤이 놓여 있었다. 해방기와 스크롤의 제작자인 유마였기에 그 두 가지 물건이 있다는 것으론 전혀 이상하지 않았지만, 포우와 해방기 이야기가 나온 뒤였기에 이터널의 시선은 그곳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또한 유마도 그가 은근히 먼저 물어봐주길 바라고 있었고, 냉장고 속 초코바를 하나 둘씩 꺼내며 그를 천천히 주시했다.

 “교수님.”

  마침내 이터널의 입이 열렸고, 유마는 냉장고 문을 닫고, 한 가득 꺼낸 초코바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터널 시스템은 이제 폐기되는 겁니까?”

  초코바의 포장지를 뜯던 유마는 의외의 질문에 포장지를 잘못 뜯어버렸다.

 “이터널 시스템이 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확실히 포우는 강했습니다. 특히 모습(색)이 변하는 건 분명히 이터널 시스템의 상위호환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이터널 시스템은 발전이 없으니…”

  유마는 그를 한심한 눈길로 노려보았다. 이터널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었지만, 이마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잘 들으세요. 이터널, 전 포우 시스템을 우연히 만들었고, 작정하고 만든 이터널 시스템의 본래 목적은 ‘강력한 신소재 전사의 제작으로 시민들의 사랑과 평화를 주기 위함’입니다. 당신이 이터널 시스템에 자원한 이유를 벌써 잊으신 겁니까?”

 “너무 예전 일입니다.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터널은 삐딱하게 말했다. 은연 중 혀를 찼지만,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다.

 “영원(이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재생 가능한 신소재를 사용함으로 자원의 낭비를 줄이기 위함이고, 그로 인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솔저를 뜻하는 명칭이기도 합니다. 비록 이상 세계 현상의 영향으로 남은 시스템은 당신을 비롯한 극소수지만, 아직 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폐기? 웃기지 마십시오!”

 “하지만, 포우는 일반인이 사용했음에도 이터널 시스템을 훨씬 능가하는 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확실하게 기계에 치중된 이터널보다 마법, 과학, 이따금 괴수의 느낌도 드는 이른바 삼위일체의 완벽한 존재 같이 느껴졌습니다.”

  유마는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이터널의 죽은 것만 같은 눈에선 포우의 완벽함이 생기 없는 이터널의 눈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 전사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의도는 좋을지라도, 결국 전사를 만드는 것은 그 힘에 매료된 존재들로 하여금 옳지 못한 선택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너무 부정적이야…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안하는 겁니까?”

  유마의 몸은 부들부들 떨렸고, 이터널은 미동조차 없었다.

 “불쌍하다 생각했었습니다. 포우… 아니 그 시영이라는 사람을…”

  감정 없이 말하는 이터널의 모습을 유마는 슬며시 곁눈질했다.

 “이터널보다 강한 포우, 그리고 포우는 시영. 분명 포우는 강합니다. 시영일때도, 포우일때도 사람들을 위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일시적으로나마 자제력을 잃고 창연을 때려눕혔습니다. 비록 창연이 그를 도발하고, 먼저 공격했지만, 힘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결국 그보다 약한 이터널 시스템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화와 사랑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건 불가능입니다.”

  이터널은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씩 이를 갈았고, 불끈 쥔 두 주먹은 힘을 주다 못해 미세하게 떨렸다.

  유마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자그마한 인상을 쓰며 입꼬리를 올렸고, 책상으로 걸어갔다.

 “이건 네오 포우(Neo FOW)입니다. 시영 군, 즉, 기존 포우의 시스템을 약간 새롭게 조정한 겁니다.”

  유마는 해방기를 들며 설명했고, 이터널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시영 군과 이터널 군. 당신들은 뭔가 닮은 것 같습니다. 포우와 이터널 시스템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생각해보면 두 사람 다 원하는 건 같지 않습니까?”

 “제가 원하는 건 이상 세계 현상의 해결하는 겁니다.”

 “예. 시영 군도 이상 세계 현상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터널은 시영과의 공통된 점에 일시적으로나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네오 포우는 그런 시영 군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포우는 혜성의 방언으로 ‘행복을 가져다 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비록 고어(古語)인지라 잘 쓰이지는 않습니다만, 포우의 탄생이 뭐가 어떻게 되었든 중요한 건 결과 아니겠습니까? 서로의 정의의 결과. 중요한 건 그것이죠. 제가 시영 군의 정의의 결과는 듣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뜻이라면, 포우는 걱정 없겠군요.”

 “어떻게, 그걸 확신할 수 있는 겁니까?”

  이터널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쏘아 붙이듯 물었고, 유마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지그시 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절 믿고, 믿으려고 했기에 확신할 수 있습니다. 비록 부정적이지만, 당신이 행하는 결과는 분명 선의 길이겠죠. 이거 참, 언젠가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겠는걸요?”

  이터널은 단 한 순간도 자신이 ‘선’과 관련되어 있다 생각하지 않았다. 악이라고 생각했기에 이상 세계 현상을 없앰으로서 어떻게든 탈출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느껴지는 건 감옥 속에서 보이는 과거의 잘못이었고 그때마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유마는 가끔씩 그에게 긍정적인 말을 하며 기운을 돋아주려 했지만, 노력에 비해 효과는 없었다.

 “이터널, 당신이 그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분명 이터널 시스템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유마는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용기를 주기 위해 한 행위였지만, 역시 효과는 미미했다.

 ‘이터널 시스템, 행복, 사람들의 안전.’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영원이란 이름의 감옥에는 틈이 생겼다.

  이터널의 시선은 책상 밑 포장을 뜯지 않은 비빔밥으로 향했다. 이내 그것을 집어 들고는 포장을 뜯었다.

 

 

 

 “그나저나 창연 군과 시영 군이 싸웠다고요?”

  유마는 한창 비빔밥을 우겨넣는 이터널을 바라보며 물었다. 갑작스레 질문을 받은 이터널은 목이 턱 막혀버렸고, 유마는 볼이 빵빵한 그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무, 물!”

  이터널의 표정 변화 없이 얼굴색이 점점 새빨개졌다. 유마는 재빨리 물이 가득한 페트병을 가져왔다.

 “하아, 그렇습니다.”

  이터널은 페트병의 물을 절반 정도 마셔버리고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 자세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터널은 비빔밥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선인 그였기에, 그 장소에 없던 유마도 그곳에 있던 사실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도, 유마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은 이터널로 하여금 남은 비빔밥을 싹싹 긁어먹도록 만들었다.

  잠시 후, 유마는 미묘한 표정을 보였다.

 “시영 군이 거짓말쟁이가 된 건, 누가 봐도 언론이 개소리를 지껄인건데…”

  유마는 자칭 전문가들의 자료를 곁눈질했다.

 “창연 군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마법사에게 당하고, 북쪽 산을 완전히 얼려버리고. 어쩐지 기분이 나빴는데, 이유가 있었군요.”

  이터널은 그와 처음 마주했을 때를 생각했다. 때는 한창 의식 불명 현상으로 떠들썩하던 즈음이다. 자신을 쫓는 창연과 불편한 만남을 가졌었고, 그에게 느껴진 기분 나쁜 느낌은 ‘같은 부류’를 만났기에 느껴진 불쾌함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과거의 실수에 집착한다는 점이 있었고, 이터널은 이제야 그걸 알 수 있었다.

 “전, 창연 군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긍정합니다.”

  그 순간 이터널의 미간은 번개를 맞은 것처럼 찌릿 거렸다.

 “아무래도 이터널 군과도 어느 정도 닮은 것 같고,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 그가 시영 군을 공격한 이유는 ‘공주님을 살리기 위함’과도 관련이 있겠고, 그렇다면 그의 정의의 결과는 결국 ‘공주님이 사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헌신은 충분히 긍정합니다.”

  이터널은 그의 말을 차근차근 듣고 용납할 수 있었다.

 “시영 군이나, 창연 군, 그리고 이터널 군도 이상 세계 현상과 연관이 있고, 각자의 정의를 관철한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모쪼록 다들 각자의 해답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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