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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Sin「原罪(원죄)」
작가 : 상처
작품등록일 : 2018.6.20

십대들의 혼수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연찮게 꾸게되는 꿈.
이 꿈속에서 탈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을 치는 주인공 '고은아'
그 과정이 펼쳐지는 이야기.
과연 은아는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Chapter 1. Dream #19
작성일 : 18-06-21 23:28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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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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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를 잊어먹은 듯했지만, 크게 신경 안써도 될 정도로 사소한 거기에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딘가 귀찮아짐을 느끼며 잠시 허공을 맴돌았다. 기분도 살짝 이상한 게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뭐 때문에 그런 걸까 싶어 두 눈을 뜨니 역시나 다른 곳이었다. 널브러지고 더러웠던 그 방은 온 간데없고, 깔끔하게 정리된.. 자세히 보니 내 방이었다.

 

 항상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실망으로 끝난다. 주위를 둘러봐도 틀림없는 내 방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감을 감추질 못했다.

 

 “물어볼게 많았는데..”

 

 아쉬움에 혼잣말을 했지만 그 누구도 들어줄 사람 없었다.

 

 ‘인간관계에 더욱 충실할걸 그랬나..’

 

 낯가림이 심해 말을 붙이지 못해 개학한지 꽤 되었어도 여태까지 친구도 아름이 한 명뿐이었다. 조금 더 노력해볼까 싶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생각으로만 그칠 뿐, 행동으로 옮겨본 적이 없다.

 

 행동으로 보일 리 없는 생각들을 머릿속에 구상하고, 중얼거리며 시계를 쳐다보니 「AM 7시 10분」이다. 꽤 여유로운 시간이지만, 침대에 일어서자 왠지 모르게 짓눌리는 느낌에 몸이 무거웠다.

 

 한 걸음씩 내딛는 것조차 힘들어 주춤거리다 못해 결국 벽에 손을 기댔다. 문과의 거리도 얼마 되지도 않는 작은 방이었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엄청 멀리 위치한 것처럼 느껴졌기에 결국 뒷걸음질 치다가 침대에 쓰러졌다.

 

 혹시 조금이라도 자면 괜찮을까 싶어 다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지만 이상할 만큼 정신이 똘망똘망한 것이 눈을 감아도 잠이 안 왔다. 이쯤 되면 스트레스받을법했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상태도 점점 이상해져만 갔다. 뜬금없이 웃을 상황이 아닌데 웃음이 나오고, 슬픈 일도 없는데 눈물을 흘리고, 갑자기 축 늘어지기를 반복했다. 내 감정을 누군가에 의해 통제당하는 것처럼 원하지도 않는 감정을 계속 낭비하며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이불을 끌어안은 채 천창만 바라봤다.

 

 몸은 무거운데 졸리다는 생각은 없고, 하품은 계속 나오는데 잠을 못 자니 처음 겪는 상황에 어찌할 줄 몰랐다. 그렇다고 계속 가만히 누워있을 수도 없기에 비틀거리며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넥타이도 안 하고, 단추도 제대로 잠근 건지조차 눈에 안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책가방조차 집에 두고 나왔다. 누가 보면 어디 아픈 것처럼 비틀거리며 등교하니 누군가는 이상하다는 듯이, 또 다른 누군가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이렇게 걷는 것도 아니기에 그들의 시선에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걱정이라도 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됐다.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얼마 걷지도 않았음을 깨닫자 그냥 집에나 갈까 했지만 이왕 나온 거 한번 학교까지는 가보자란 생각에 천천히 나아갔다.

 

 어느덧 눈앞에 횡단보도가 보이더니 나를 파란불을 띄며 반겨줬지만 걸음걸이가 느리다 보니 횡단보도 앞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빨간 불로 바뀌었다.

 

 다시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바로 옆 전봇대에 기대며 숨을 헥헥거리며 내쉬었다. 누가 보면 미친 듯이 달려와서 그런가 싶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기댄 채로 서있자니 옆에서 나를 힐끔 쳐다보며 뭐라 하는 것을 느꼈지만 내용 자체는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저 횡단보도가 나를 반겨주는 게 장난을 치듯이 약 올리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는 것처럼 숨을 얼마 고르지도 못했는데 얼마 지나지도 않자 신호가 바뀌었다.

 

 ‘될 대로 되라지..’

 

 기댔던 전봇대에 몸을 떼어내고는 다시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힘들게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내가 눈에 많이 거슬렸는지 누군가 부축해줬다.

 

 “고맙습…”

 

 말을 다 하지도 못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름 아닌 아름이가 내 팔을 자신의 목에 감은 채 부축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란 나머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신호가 깜박이며 사람들이 빠르게 뛰어가며 나를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아름이는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부축해주고는 왔던 길로 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바로 옆 정거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나는 뭐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놀란 나머지 입을 벌리기만 하고 목소리를 내는 법을 잊어먹었다.

 

 그러자 아름이는 걱정인지, 짜증 난 건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 날뻔했잖아!”

 

 “그게…”

 

 “아니, 아프면 문자라도 하고 쉬던 가해야지 굳이 왜 여기까지 나온 거야. 사고 나면 어쩔뻔했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숙였다. 아무 말도 대답 못한 채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고개만 숙인 채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답답했는지 오히려 추궁을 당하는 걸로 느껴질 정도로 질문과 걱정, 동시에 화를 냈다.

 

 “이렇게 비틀거리면서 도대체 어딜 가려고 나온 거야!”

 

 그 말을 듣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마지못해 대답했다.

 

 “…학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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